🧡 Season2 🧡

VOL 16 . 2022.12.9~12.15

📢Today's Briefing : 오늘 레터에서는 플랫팀과 함께 2022년을 돌아봐요. 필리핀 권위주의 정부와 맞서는 저널리스트 마리아 레사의 일대기도 다룹니다. 입주자 여러분을 위한 도서 증정 이벤트도 준비했어요!

Editor's Note

2022년 연말결산 (feat.플랫)

거리에서 캐롤이 흘러나오고 캘린더가 송년회 약속으로 채워지는 연말입니다.

오늘 플랫 레터에서는 입주자 여러분과 2022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해요. 여러분들은 한 해를 떠나보내는 '연말 루틴'이 있으신가요? 내년에 쓸 다이어리를 산다거나, 사진이나 문서를 백업한다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영화를 본다거나.. 하는 나름의 의식들이요.

저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연말결산'을 합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다같이 둘러 앉아 올해의 영화, 올해의 책, 올해의 맛집, 올해의 잘한일, 올해의 ○○○를 꼽아봅니다. 그런 다음엔 내년에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적어 봉투에 넣습니다. 올해가 벌써 4년째인데, 지난해 기록과 비교해보니 꽤 많은 변화가 있었더라고요. '뭐 한 것도 없이 한 해가 갔냐'는 회의감을 이기는데 기록만한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플랫 연말결산은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해봤는데요. '올 한해 무슨 일이 있었지?'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 2022년 젠더뉴스를 월별로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여성 인권의 측면에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보기는 힘든 한해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흐르고 싸움은 계속됩니다. 한걸음 진전하고, 두걸음 퇴보하는 나날이지만 각자 자리에서 분투하는 여성들의 존재를 확인하며 위안을 얻어요.

그럼 플랫과 함께 하는 2022년 연말결산, 시작해볼까요?

⛄겨울 : 1,2월

(1월) 플랫팀의 2022년은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로 시작되고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1월 26일, 6070 여성의 생애를 노동의 관점에서 되돌아본 <명함> 기획 첫화가 공개됐습니다. 중앙일간지 기획물로는 처음으로, 노인과 여성 이슈 모두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중노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어요. 이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는데요, 20여일 만에 목표금액을 1442% 초과달성하는 등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스쿨미투' 5년. 교실은 여전히 성차별과 백래시의 최전선입니다. 진명여고 한 학생이 보낸 군 위문편지 내용이 공개되자, 일부 네티즌들이 해당 학생을 상대로 사이버불링에 나섰습니다. 폭력을 방관하는 교육 당국에 대한 비판에 더해, 여고생에게 ‘정서적 위로’를 강요하는 시대착오적 '위문 편지' 관행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2월)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노동자 김진숙이 37년만에 복직했습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이번 결정이 한 개인의 복직이 아니라 아직도 부당해고로 싸움을 이어나가는 노동자들이 복직할 수 있는 계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요. 2022년에도 '김진숙'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봄 : 3,4,5월

(3월) 20대 대선은 어느때보다 거셌던 백래시 속에 치러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같은 안티페미니즘 공약을 '청년 정책'의 이름으로 연일 쏟아냈죠. 이에 위기감을 느낀 2030 여성들은 '추적단불꽃' 박지현의 민주당 이재명 후보 캠프 합류를 기점으로 막판 결집합니다. 이는 역대 최소표차로 국민의힘 압승을 저지하는 결과로 이어지죠. 한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여성 교육권을 보장하겠다는 기존 약속을 뒤엎고 '여학생 등교 금지령'을 내리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4월) 노동·장애인 이동권 등 사회적 이슈에서 여성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한달이었습니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SPC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시작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젊은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사업장입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시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됐을 땐, 서로 다른 세 정당의 여성 국회의원들(김예지, 최혜영, 장혜영)이 힘을 합쳐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습니다. 전쟁 개시 2달째,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시 성폭력을 고발한 여성들의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5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취임 전 '(문재인 정부가) 성인지 예산을 국방 예산 수준으로 증액했다'는 남초 커뮤니티발 가짜뉴스를 일간지 칼럼에 옮기기도 했던 그는 자신이 장관을 맡은 부처 폐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한편 페미니즘·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등 이슈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미디어스타트업 닷페이스는 창립 6년만에 해산을 선언했습니다.

ⓒAFP연합뉴스

🏖️ 여름 : 6,7,8월

(6월) 박사방 피해자 A씨가 재판의 고통을 무릅쓰고 조주빈 일당에게 제기한 5000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습니다. 시민 사회가 10여년 넘게 제정을 요구해 온 '가사근로자법'도 시행됐습니다. 가사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법정최저임금, 연차유급휴가 등을 보장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골자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임신중단을 헌법적 권리로 보호해 온 '로앤 웨이드' 판결을 폐기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로 인해 임신중단이 금지된 주의 여성들은 최대 867km를 이동해 원정 수술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7월) 인하대 성폭력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언론의 성폭력 보도윤리 위반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습니다. 사건 초기 보도들은 피해자의 발견 당시 모습을 선정적·경쟁적으로 묘사해 2차피해를 유발했습니다. 갈 길은 멀지만, 변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플랫팀이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와 함께 10대 일간지의 10년치 헤드라인을 분석한 결과, "노처녀는 사라졌고 베이글은 빵이 됐습니다."
(8월) 여성가족부가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습니다.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의 한마디에 정식 공모를 거쳐 예산까지 편성된 사업이 기약없이 중단된 것입니다. 방송인 김신영은 고 송해의 뒤를 이어 KBS 전국노래자랑 차기 MC로 깜탁 발탁되며 '뉴스속보'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 가을 : 9,10,11월

(9월) '젠더 이슈'로 뜨거웠던 한달입니다. 경향신문 사건팀은 '엘 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n번방 이후' 계속되는 디지털성착취 실태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신당역을 순찰하던 여성 직원이 전 직장 동료였던 스토킹범에게 피살당하는 사건도 벌어졌어요. 가해자 전주환은 9년형을 선고받았고, 서울교통공사는 허술했던 보호 조치로 비판받았습니다. 신당역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포스트잇 물결이 만들어졌습니다.
100일간의 '이예람 특검' 수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고 이예람 중사 유가족은 2차피해 조사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으나 군 부실수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긴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비혼·동거 가구도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했습니다.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됐다가 3일만에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분노한 여성들은 히잡을 불태우고 머리를 자르며 연대를 표했고, 이는 곧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습니다.
(10월)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대부분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한다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 독소조항으로 지목된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입법 예고했습니다. 제정 당시 여성단체 반발에도 이 조항 삽입을 고집해 온 법무부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후에야 뒤늦게 입장을 바꿨습니다.
(11월) 일회용 생리대 내 화학물질에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식약처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2017년 여성환경연대의 최초 문제제기 4년만입니다. 바둑 기사 최정 9단이 여성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하며, 30년전 루이나이웨이의 4강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미국 중간선거는 민주당의 예상 밖 선전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임신중지 이슈로 결집한 '여성들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 그리고 다시 겨울 : 12월

(12월) 세종시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일부가 교원평가에 여성 교사를 향한 성적 모욕글을 써 논란이 됐습니다. 피해 교사들은 가해 학생이 자수하고 스스로 반성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했지만, 학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공론화에 나섰습니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교육부는 지금도 묵묵부답 상태입니다. 한편 교육부는 '성평등’ ‘성소수자’ '생식' 등 용어를 대거 삭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국가 교육정책 심의·의결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에 상정했습니다.

한해를 돌아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래 '피드백 남기러 가기' 버튼에서 연말결산을 본 입주자님들의 소회를 나눠주세요. 제가 놓친 사건을 알려주시는 것도 대환영입니다😊

플랫팀 ｜ 심윤지 기자

갈팡질팡 페미니스트

광고·협업 문의는 flat@khan.kr

이번주 플랫에서는

한주간의 중요한 이야기들

1. 아마존의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은 여성을 추천하지 않았다, 왜?

이번주는 유독 좋은 기사들이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즐겁게 읽었던 서평입니다. <AI 지도책>이라는 과감한 제목에 걸맞게,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신의 저자는 AI가 재편하고 있는 세계를 다각적으로 그려냅니다. 리튬 광산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 폐기물이 만들어내는 탄소발자국, 초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크라우드 노동자까지... 저자는 '첨단 기술'이라는 중립적 이미지 뒤에서 AI 산업을 움직이는 정치·노동·문화·자본 권력을 치밀하게 추적해요. 여성 지원자의 이력서를 적극적으로 평가절하한 아마존의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은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10년에 걸쳐 아마존에 채용된 엔지니어의 절대다수가 남성이었고, AI는 이렇게 채용된 남성들의 이력서를 보며 훈련했기 때문이죠. 보다 깊은 이야기들은 이영경 기자의 기사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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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혐오를 온기로 녹이던 교육자 노옥희

왜 울산이었을까? 아프간 특별기여자 157명이 울산에 자리를 잡게 된 과정을 다룬 기사를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이었어요. 학부모들의 반대 시위를 대비해 아프간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등교하던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사진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어요.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 교육'을 이끌었던 노 교육감이 지난 8일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20대 중반 울산 현대공고 수학교사 시절 만난 제자는 '교육자 노옥희'의 일생을 바꿨습니다. 니다. 졸업 후 취업한 공장에서 손목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음에도 한푼도 보상받지 못한 제자를 위해, 스승은 백방으로 뜁니다. 그러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후엔 같은 노동자인 동료교사를 위해 노조 조직운동에 나섭니다. "혐오를 온기로 녹이던" 교육자 노옥희의 일생을 손제민 논설위원이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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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태양처럼 가릴 수 없는 말들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플랫팀도 이슬아 작가의 팬입니다. 따뜻함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그의 글은 대체불가능의 영역에 있다고 느껴요. 경향신문 고정 필진으로 활약해주시는 덕에, 플랫에서도 이슬아 작가의 글을 종종 소개해드릴 수 있는데요. 이번주 칼럼은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서영이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태양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도 태양의 실체보다 더 큰 의미를 포착해내는 서영이를 이슬아 작가는 '어린 스승'이라 부르죠. 지난달 9일 교육부가 공개한 '2022년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는 '노동자'와 '성평등'과 '성소수자'라는 말이 사라졌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위한 그간의 투쟁을 지우는 명백한 퇴보. 하지만 이슬아 작가는 어린 스승 서영이로부터 가능성을 봅니다. 그리고 "지워진 말을 아이에게 가르치길 멈추지 않을것"이라 다짐합니다. 태양처럼 힘있고 아름다운 이슬아 작가의 칼럼,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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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뉴스룸

놓치지 말아야 할 젠더 이슈들

😢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버지가 보복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의 13일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엄벌을 탄원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는 딸이 생전 전주환의 스토킹 재판에서 제출한 탄원서를 낭독했고, 법정은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 "단 하나 희망은 엄벌" 아버지가 대신 전한 신당역 피해자의 마지막 말

🧐 서울시가 ‘메타버스 서울’ 플랫폼의 정식개장을 앞두고 자체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잇따르는 메타버스 내 언어폭력·성희롱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를 분석하고, 실국부서·플랫폼 개발사·전문가·시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네요.

✔ 늘어나는 '신종' 메타버스 성범죄… 서울시 윤리 가이드라인 만들었다

🤒 여성상인 2명 중 1명은 반말·성적 관심 등 폭력에 노출돼 경제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실태조사가 나왔습니다. 광주광역시 동구 여성친화도시 의제발굴단과 충장동 주민자치회가 8월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관내 여성상인 400명을 만나 이들의 고충과 삶을 직접 들었어요.

✔ "감정노동 힘들다" 여성 상인 2명 중 1명 '반말·성적관심' 경험

비하인드 뉴스

뉴스에 숨은 젠더 관점을 해설합니다

필리핀 언론의 최전선, 저널리스트 마리아 레사

지난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러시아 저널리스트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함께 필리핀 저널리스트 마리아 레사를 호명했다. 노벨위원회는 레사를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두려움을 모르는 옹호자”라고 표현했다. 레사는 필리핀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였지만 노벨상 발표 후 며칠이 지나도록 대통령궁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레사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맞서온 대상이 바로 필리핀 권위주의 정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궁 출입을 금지당한 레사는 명예훼손 등 10여건의 혐의로 피소됐으며, 그에게 구형된 형량만 100년이 넘는다. 수상 소식을 전해받은 레사는 “평생을 감옥에서 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일생을 담은 자서전이 나왔다.

1963년 필리핀에서 태어난 레사는 일찍이 어머니와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년 시절 그는 ‘파자마 파티’에 갔다가 깨달았다. “모험을 할 때는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 거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내 차례가 되면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것이다. 두려움으로부터 달아나기보다는 두려움에 맞서는 게 낫다.” 그리고 이 믿음은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는 두려움에 지지 않고 도전했다. 그는 CNN 마닐라 지국과 자카르타 지국을 이끌었다. 종군기자가 돼 전쟁 참상을 보도했다. 9·11테러 이후에는 고국으로 돌아가 필리핀 내 알카에다 조직의 연관성을 밝혔다. 이후 2005년 필리핀의 ABS-CBN 방송국에 합류했다. 그는 후원 중심으로 돌아가던 뉴스 조직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미디어 환경을 조성했다.

2012년에는 탐사 저널리즘 매체인 ‘래플러’를 설립했다. 래플러는 두테르테 정권이 벌이던 ‘마약과의 전쟁’의 이면을 조명했다. 마약과의 전쟁은 민간인에 대한 초법적 살인이나 다름없었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관련 보도를 할 때마다 댓글 공격이 이어졌다. 레사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내용의 ‘인터넷의 무기화’ 기사를 연속 보도했다. 인구의 97%가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필리핀에서는 가짜 계정을 만드는 ‘계정 농장’이 생겨났고, ‘좋아요’와 팔로어를 파는 회사도 횡행했다. 정부는 이를 이용했다.

책은 그의 일대기를 시간 순으로 다루며 그가 깨닫고 실천해온 저널리즘 윤리를 보여준다. 어떤 사람들은 ‘객관성’이 언론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믿지만 레사는 “객관적인 언론인 같은 건 없다”고 단언한다.

"나는 언제나 ‘객관적’이라는 말 대신 ‘좋은’이라는 말을 수식어로 쓴다. 좋은 언론인은 균형을 찾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지도자가 전쟁 범죄를 저지르거나 시민들에게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도 균형을 찾는다면 그것은 거짓 등가성의 오류로 귀결될 뿐이다. (...) 언론인이 권력자를 대할 때 ‘균형 잡힌’ 방식으로 기사를 쓰는 게 더 쉽고 안전하다. 하지만 이는 비겁한 사람의 탈출구일 뿐이다. 좋은 언론인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과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똑같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SNS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도 시장의 키를 쥐고 있는 SNS가 뉴스 소비를 망치고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기업에는 있는 ‘게이트 키핑’ 기능을 SNS가 수행하지 않으면서 뉴스 생태계가 망가졌다고 말한다. 거대 플랫폼이 이를 방치한 채 분노와 혐오 같은 부정적 감정만 자극하는 가짜뉴스를 머물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그는 “SNS의 폐해로 세계의 민주주의가 50년 전으로 후퇴했다”며 “SNS는 좋은 저널리즘에 대해 보상하지 않고 쓰레기에 대해서 보상을 준다”고 했다.

레사는 퀴어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있지만 그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에 투신한 듯하다. 그의 개인적 고민은 책 초반부에 짧게 언급되는 데 그친다. 그는 언론인의 사명을 위해 사적인 삶의 일부를 희생했음을 고백한다. “나의 일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삶이 곧 나의 일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무엇을 희생하고 있는지 알았다. 나는 이 결정을 계속해서 의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었고, 지금 겪고 있는 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한 삶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의 단단한 마음이 책 전반에서 느껴진다.

written by. 문화부 오경민 기자

📢플랫팀이 책선물을 준비했어요!

마리아 레사의 이야기 재밌게 보셨나요?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입주자님 3분께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북하우스)를 나누려고 합니다. 아래 뉴스레터 피드백 남기기 버튼에 간단한 기대평과 휴대전화 연락처, 레터를 받아보시는 메일주소를 적어주세요🧡 증정 이벤트에 당첨된 분들께는 다음 회차 발송 전 개별 연락 드릴게요!

#Moodbooster

당신을 즐겁게 한 것들을 소개해주세요

추천인 : 플랫팀 심윤지 기자

추천사 :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 기획 기사가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도 공식 출간일인 16일까지는 기다리라고 하셔서 꾹 참고 있었는데, 마침 레터 발송일이 16일이라 다행이지 뭐에요...🙊) 사진은 점심시간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던 저의 동료가 제보해준 것인데요. 연재가 끝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렇게 오래도록 기억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요🧡

📢 Flat's comment

이 코너는 모두에게 열려있어요. 독자 여러분도 플랫팀이나 플랫 독자여러분께 '영업'하고 싶은게 있다면, 편하게 제보해주세요. 책, 영화, 드라마, 유튜브 영상, 음악, 인터뷰. 무엇이든 상관 없어요. 여러분들 즐겁게 하기만 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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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 우체통

서로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To.Flat

지난회차 레터를 읽은 독자분들의 피드백입니다.

👤당사자 교사 인터뷰를 진행해주셔서 감사해요. 사태의 심각성과 현재 여성 교사들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많이 씁쓸하고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 항상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도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아주셔서 감사했어요.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문제도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사례로 언급해주신 지난 8월 충남 홍성 남학생의 수업 태도 문제는 분명 무례한 행동이지만 촬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관련 기사가 여러번 나기도 했고요.

모 국회의원도 이를 곡해, 확대 해석하여 인용하였고, 학생인권을 후퇴시키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남용과 그에 따른 부수적 피해가 우려됩니다.

많은 곳에서 작지만 약하지 않은 목소리를 전해주심에 다시한번 깊이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From.Flat

몇가지 공지사항이 있어요.

1. 지난 회차 레터 AS부터 해야할 것 같아요. 입주자님께서 지적해주신대로 충남교육청은 수업 중 교단에 누운 남학생의 핸드폰을 디지털 포렌식했어요. 포렌식 결과 교사 무단촬영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교단에 누워 핸드폰을 하고, 이를 찍어 SNS에 올린 남학생 등 총 3명에게는 징계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2. 연말결산글을 쓰면서 '닷페이스의 마지막 이야기' 영상을 다시 보았습니다. 공감가는 대목이 많았지만 유독 박소연 PD님의 말에서 생각이 오래 머물렀어요.

“예전에는 혜화역 시위를 보여주기만 해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곳이 없어 잘 되던 시기가 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어려워지잖아요. 맥락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주장할지, 닷페이스는 어떤 스탠스에 서야할지… 끝까지 답을 내기 어려웠어요. 그러다보니 제작하는 사람들이 지칠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 같아요.”

제 고민도 비슷합니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투쟁이자 경쟁력이던 시기는 지나갔고, 이제는 그 이야기를 잘해내야 하는 단계에 왔음을 느껴요. 지금 플랫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까. 플랫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지금 플랫에 있을까. 어느 하나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입니다. 한명의 여성으로서 제 경험이나 인식에도 한계가 있기에, 외줄을 타는 느낌도 들었어요. 여성 취재원이 '페미니즘'이라는 프레임을 부담스러워하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거부할때는 내가 취재원의 경험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기자의 욕심으로 취재원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됐고요.

3. 여성이 자신이 겪은 차별 경험을 이야기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젠더 갈등'이라는 프레임이 따라붙습니다. 당사자 의사와 무관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아예 '젠더'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곡해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겠지요. 그래도 저는 바로 이 지점에 플랫의 역할이 남아있다고 믿어요.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의 주인공들이 경험한 차별은 젠더 문제인 동시에 노동 문제이자 복지 문제입니다. 교원평가 성희롱 사태는 전반적인 교권 하락 기조 속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여성 교사이기에 경험하는 특수한 어려움 역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모든 사회 문제는 서로 다른 층위의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지고, 젠더렌즈를 들이대어야만 온전하게 설명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플랫은 이런 이야기들을 더 많이 전해드리려 해요. 개인적인 바람이 하나 더 있다면, 페미니즘이라는 언어를 갖지 못한 여성들, 젠더라는 틀로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던 여성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고요.

4. 2022년은 플랫에도 많은 변화가 있던 한 해였어요. 굵직한 기획들을 했고,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뉴스레터도 시작했어요. 성취감만큼이나 한계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신 플랫 입주자님들 덕에, 출입처 기자로서는 할수 없는 특별한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을 포함해서요!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내밀한 속 이야기 꺼내놓는데 연말만한 핑계가 없겠죠? 올 한 해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3년에도 플랫과 함께 해주세요!

플랫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