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16 뜨루레터 Vol.28 (By 콜라블)

👨: "보르도 그랑 크뤼 2등급 와인이야. 마셔 봐."

👧: "음...? 지난주에 마신 5등급 와인보다 품질이 떨어지는데?"


지난 시간에 보르도 그랑 크뤼 등급이 현재는 와인의 품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러다 보니 2~4등급처럼 높은 등급의 와인 중에서도 품질이 떨어지는 와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인도 가격만큼은 등급에 비례해 비싼 경우가 있어요. 즉, 가격이 품질보다는 등급에 따라오는거죠. 그리고 이는 유사한 품질의 다른 와인보다 확실히 비싼 편이고요.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랑 크뤼 등급을 부여받은 와인들은 모두 품질이 좋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등급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용어가 있어요. 바로 슈퍼 세컨드(Super Second) 와인입니다.


오늘의 뜨루레터는요,

① 보르도에서 '슈퍼 세컨드'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유와 그 정의를 알아보고,

'슈퍼 세컨드' 와인 리스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2.12.16 빅코 올림 🤓

✌️ 그냥 2등이 아니다. 슈퍼 세컨 와인이란?
@flickr, Ch. La Mission Haut Brion 저장고
"샤또 라 미숑 오 브리옹은 슈퍼 세컨 와인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고 있어요."

슈퍼 세컨 와인 정의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1855년에 제정된 그랑 크뤼 등급은 약 170년 정도가 흐른 지금까지도 그 리스트에 별다른 조정이 없었어요.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 소유주가 바뀌거나 포도밭 부지가 변하면서 품질이 저하된 와이너리가 있어요
  • 당시에는 2~5등급을 부여받았지만, 현재는 투자로 인해 품질 개선이 이루어져 1등급 와인 품질에 필적할 만한 와인을 생산하는 생산자도 있죠
  • 그리고 당시에는 리스트에 들지 못했지만, 현재는 리스트에 들어도 좋을 만큼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생산자도 있고요.
  • 또한, 등급 분류 이후에 새로 생긴 생산자 중에서도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곳이 여럿 있어요.

즉, 등급이라는 것은 다 옛말이고 현재는 등급과 관계없이 높은 품질 수준을 보여주는 와인은 따로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등급은 낮지만(2등급 이하),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두고 '슈퍼 세컨 와인'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일종의 소비자들이 부여한 또 다른 등급 같은 것이 되겠네요.

✅ 슈퍼 세컨 와인: 1855년 제정된 메독(Médoc) 지역 그랑 크뤼 등급 와인 중에서 2등급 이하의 와인이지만, 그 품질 수준은 1등급 와인에 필적할 만큼 뛰어난 와인을 일컫는 용어.

이 용어는 비공식적인 것이지만 이에 속한 와인의 가격은 다른 와인들과 비교하면 꽤 높은 편에 속해요. 와인의 품질은 물론 그 명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5등급에 속하지만, 슈퍼 세컨 와인에 포함되는 샤또 뽕떼-까네(Ch. Pontet-Canet)의 일반적인 가격*은 10만 원 중후반에서 20만 원대까지도 형성돼요. 반면, 2등급 와인인 샤또 로장-갸씨(Ch. Rauzan-Gassies)의 가격은 10만 원 내외에 형성되어 있죠.
*가격은 빈티지(Vintage)에 따라 상이할 수 있어요.

슈퍼 세컨 와인을 가성비 와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슈퍼 세컨에 속한 와인들은 대체로 10만 원대에서 80만 원대까지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데요. 이 와인들의 가격은 보통의 와인들과 비교해 본다면 절대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런데도 이들을 가성비 와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등급에 속하는 5종의 와인들의 가격은 대체로 100만 원 내외부터 시작해서 빈티지에 따라서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기도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구매하고 마시기까지가 참 망설여지고, 사실 그러기도 쉽지 않죠.

물론 슈퍼 세컨 와인들도 결코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품질이 대체로 1등급 와인에 비견되기도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게다가 그 가격은 1등급 와인 가격의 20~50% 형성되어 있기에 가격 접근성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가성비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적은 부담으로 1등급 와인들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셈이기도 하고, 가성비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기도 하니까요! 🤗
🍷 슈퍼 세컨 와인 리스트

대표 슈퍼 세컨 와인들 (좌측부터 1번)


그럼 슈퍼 세컨으로 대표되는 와인 10종과 각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한줄평으로 남겨 볼게요. 😎


① 샤또 라 미숑 오-브리옹(Ch. La Mission Haut-Brion)
  • 산지 | 그라브 > 페삭-레오냥(Pessac-Léognan)
  • 등급 | Cru Classé de Graves
    *Cru Classé de Graves는 1855년 제정된 메독 지역의 등급이 아닌 1959년 보르도 > 그라브(Graves) 지역에서 제정된 별도의 그랑 크뤼 등급 명칭입니다.
  • 한줄평 | 로버트 파커(RP)로부터 100점을 무려 8번이나 받은 와인으로, 세컨 와인 중에서도 진정한 왕이라 할 수 있는 와인이에요.

② 샤또 팔머(Ch. Palmer)
  • 산지 | 마고(Margaux)
  • 등급 | 3rd Grand Cru Classé
  • 한줄평 | 신의 물방울에서 99' 빈티지의 와인을 두고 이렇게 평했어요. "태내에 생명을 잉태한 가장 여성스러운 부드러움과, 근육질이 아닌 마음의 강인함. 그리고 신비로움. 이 와인은 이 모든 것을 갖춘 와인이다."

③ 샤또 레오빌 라스 까즈(Ch. Léoville Las Cases)
  • 산지 | 생 줄리앙(Saint Julien)
  • 등급 | 2nd Grand Cru Classé
  • 한줄평 | 신의 물방울에서 04' 빈티지의 와인을 두고 '숲을 내려다보며 유유히 선회하는 자부심 강한 젊은 매'로 표현했어요. 참고로 1982~2005년 사이의 로버트 파커(RP) 평가를 살펴보면, 1등급 와인 중에서도 90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와인들이 존재하는데 이 와인만큼은 유일하게 매년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어요! 저 빅코도 꼭 가지고 싶은 와인 중 하나랍니다. 😍

④ 샤또 뒤크리 보까이유(Ch. Ducru Beaucaillou)
  • 산지 | 생 줄리앙(Saint Julien)
  • 등급 | 2nd Grand Cru Classé
  • 한줄평 | 강건함이 느껴지는 농축미와 섬세함이 깃들어 있는 부드러움이 알맞게 조화를 이룬 와인이에요.

⑤ 샤또 꼬스 데스뚜르넬(Ch. Cos d'Estournel)
  • 산지 | 생 테스테프(Saint Estèphe)
  • 등급 | 2nd Grand Cru Classé
  • 한줄평 | 신의 물방울에서 주인공 시즈쿠는 '아주 파워풀한 와인이다. 젊을 때는 마시기 불편하지만 맛이 익으면 독특한 제비꽃 향기가 진동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우아한 포텐셜을 발휘한다.'고 평하기도 했어요. 약간은 투박한 느낌의 와인이 생산되는 생 테스테프 마을 특성을 반영한 표현이기도 한 것 같아요.

대표 슈퍼 세컨 와인들 (좌측부터 6번)


⑥ 샤또 삐숑 롱그빌 라랑드(Ch. Pichon 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
  • 산지 | 포이약(Pauillac)
  • 등급 | 2nd Grand Cru Classé
  • 한줄평 | ⑧번 샤또 삐숑 롱그빌 바롱과 같은 집안에서 나온 이 와인의 포도밭은 1등급 와인인 샤또 라뚜르(Ch. Latour)의 포도밭 바로 위에 위치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샤또 라뚜르와도 자주 비견되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⑦ 샤또 몽로즈(Ch. Montrose)
  • 산지 | 생 테스테프(Saint Estèphe)
  • 등급 | 2nd Grand Cru Classé
  • 한줄평 | 장미 언덕이라는 의미를 가진 와인명은 이 와인이 아주 화사하고 섬세한 느낌을 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강건하면서 구조감이 좋은  풀바디 레드 와인이에요. 여타 보르도 와인들과 마찬가지로 장기 숙성에 아주 유리한 와인이에요.

⑧ 샤또 삐숑 롱그빌 바롱(Ch. Pichon Longueville Baron)
  • 산지 | 포이약(Pauillac)
  • 등급 | 2nd Grand Cru Classé
  • 한줄평 | 신의 물방울에서는 00' 빈티지를 두고 '거대한 서양 삼나무의 아로마와 과실맛이 만점'이라고 극찬한 바 있어요.

⑨ 샤또 뽕떼 까네(Ch. Pontet Canet)
  • 산지 | 포이약(Pauillac)
  • 등급 | 5th Grand Cru Classé
  • 한줄평 | 100% 비오디나믹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하기는 것으로 유명한 이 와인은 1994년부터 체계적으로 포도밭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품질을 크게 향상시켰어요. 현재는 슈퍼 세컨 와인 리스트에 들며, 5등급이지만 그 품질 수준은 최상급 2등급과 같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⑩ 샤또 레오빌 푸아페레(Ch. Léoville Poyferré)
  • 산지 | 생 줄리앙(Saint Julien)
  • 등급 | 2nd Grand Cru Classé
  • 한줄평 | 레오빌 푸아페레의 포도밭은 2등급 와인인 레오빌 바르통(Léoville Barton), 레오빌 라스 까즈(Léoville Las Cases)와 바로 경계하여 위치해 있는데, 원래는 하나의 포도밭이었죠. 1979년부터 시작된 포도밭 관리와 함께, 양조학의 대가 에밀 페노(Emile Peynuad)와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인 미셸 롤랑(Michel Rolland)이 와인 생산에 참여하며 와인의 품질이 크게 개선된 와인입니다.

곧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 만큼 연말에 보르도 슈퍼 세컨 한 병으로 1등급과 같은 기분을 내보는 건 어떠세요? 다음 주엔 콜라블이 뽑은 23년 TOP 10 와인과 함께 돌아올게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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