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이번 나의 이야기는 음악이야기라기 보단 어쩌면 그냥 나의 사는 얘기 혹은 고민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것
 
015_데드라인은 나를 신세계로 이끌 것인가?
오막 to 한아임
2023년 2월
 


아!임!


이번 나의 이야기는 음악 이야기라기보단 어쩌면 그냥 나의 사는 얘기 혹은 고민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는 글을 시작하면서 추상적으로 드는 나의 느낌일 뿐이다.

왜냐하면 고막사람 글을 쓸 때 나는 최대한 ‘초고’처럼 쓰려고 하기 때문에 사전에 무슨 이야기를 할지 전혀 정하지 않고 들어가거든. 그래서 글을 쓰다 보면 또 음악 얘기로 빠질 수도 있지만 글을 시작한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음, ‘고막’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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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카페에서 마침 고개를 돌렸는데 어두운 카페 안 오막의 옆자리에선 귀여운 커플이 유럽 지도를 놓고 뭔가 꽁냥꽁냥 이야기하는 걸 보니 여행 계획을 짜는 게 아닌가 싶다. 훔쳐봐서 그분들껜 죄송하지만 뭐 의도를 가지고 본 건 아니다. 그냥 커피를 마시며 두리번거리다 한 2초 봤을 뿐.

여행. 여행!

여행이라.

국어사전에 검색하면 


<여행 -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이라고 명시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꼭 ‘유람’을 목적으로만 하는 게 아니어도 여행이라고 한다는 것이지. 일로 가는 것도 여행이라는 것이다.


나그네 ‘려’, 다닐 ‘행’. 나그네가 다닌다...

그러니깐그냥 싸돌아다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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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그 여행이 정말 행해질지는 미지수지만 내 마음은 가고 싶은 게 너무 명확하고 확고한 듯하다. 왜냐면 나도 모르게 요즘 모든 내 생각들은 그 여행으로 자꾸만 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그 여행을 ‘캘리여행’이라고 표현하겠다)정말 현실적인 돈부터 그렇다. 일을 해서 들어오는 번 돈이 있다면 캘리여행을 위한 저축을 먼저 생각한다든지,

사진을 찍는다면 어떤 카메라가 좋을지,

인스타그램에서 좋은 사진들을 보면 ‘오 캘리여행에서 이렇게 찍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이 들고,

거기서 음악을 만들려면 컴팩트한 악기가 필요할 테니까 창고에 박아뒀던 미니건반 사용법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기도 하고,

심지어 그즈음의 캘리포니아 날씨를 검색해보고,

가져갈 옷가지까지 머릿속에 떠올리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 생각들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 그러니 내 마음은 이미 컴팩트한 필름 카메라 하나를 가지고 캘리포니아 사막을 걷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뚜벅뚜벅...햇빛과...모래바람을 맞으며...


내가 싸돌아다니는 성향의 휴먼이 아니어서 오랜만의 여행 소식이 나도 모르게 반갑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 물론 차를 타고 항상 내가 가는 루트 - 집, 작업실, 단골 카페 - 를 종종 정말 아무 의미 없이 드라이브하는 경우는 있지만 어디 새로운 곳을 개척하는 짓은 난 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하면 설레다가도 막상 어딜 가려고 하면 귀찮아지는 나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행 소식이 반가운 또 한 가지 이유는 우리가 무언가를 ‘하려고’ 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귀차니즘의 성격으로 평생을 살다 보니, 그런 성향을 평생을 끌고 오다 보니 인제야 ‘생각’을 멈추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아니면 나이를 먹어감에 초조함이 느껴져 ‘이젠 행하지 않으면 죽음뿐이야!’라는 생각이 머리에 새싹처럼 자라났는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이유가 어찌 되었건, 새로운 작업에 대한 갈망이 요즘이다. 작업과 경험과 .

이미 많은 것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아임의 말이 고맙게 느껴진다. 한편으론 나 자신에게 의구심이 들면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말야. 

나는 사실 아임에게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아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임과 기획자 혜원에게서 자극받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임은 혜원과 무엇인가를 하기로 했다면서 그것에 대해 나에게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 입장에서는 정말 ‘갑자기’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할 것을 정하고, 그것을 너희 둘은 해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나가고 있지. 그리고 올해 또 함께 책을 낼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나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 태어난 걸 어쩌겠느냐 싶지만, 생각만 하고 행하지 않는 것에 나 스스로가 질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나를 다루는 방법을 바꾸어나가고 있다.


내 생각에 나는 행동하기 위해 '제약'이 있어야 한다. 작가들에겐 데드라인일 것인, 그런 제약. 뭔가 날짜적인 압박이 오면 그래도 오막이라는 새끼는 하긴 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미루고 미루다 급하게 해서 그 결과가 마음에 안 들었던 적은 종종 있지만…그래도 ‘한다’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니겠나? 

그래서 나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얼마 전엔 내 곡에 참여해줬던 아티스트 한 분에게 “2023년에 함께, 둘의 이름으로 앨범을 내보지 않겠슈?” 라고 제안을 했고 그분은 너무 좋다며 승낙했고 나는 그것을 이제 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앨범에 대한 계획은 물론 아무것도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차차 생각해봐야겠지. 어떤 곡을 할지, 어떤 이야기를 할 지 말이다. 그치만 그냥 입으로 내뱉어버렸고, 나는 압박감을 받기 시작했다. 예전엔 이런 압박감이 너무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 압박감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 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큰 것이다. ‘아임 드리밍’의 한 에피소드에서 비슷한 얘기를 아임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독립운동가는 너무 고된 길을 갔겠지만, 독립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큰 스트레스였던 것이다. 그래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음 갑자기 음악 얘기로 넘어가자면 
그 아티스트분과의 앨범은 레트로함과 모던함 그 어딘가에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요즘 시티팝에 좀 빠졌는데 그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Yurie Kokubu - Just A Joke  
시티팝이라는 것은 왜인지 모르게 몽글몽글한 야경의 분위기를 낸다. 이름이 시티팝이어서 야경이 생각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야경에서 시티팝이라는 장르가 나와서 그런 것인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그렇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노스탤지어’적인 감정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겪어보진 않았지만 70~80년대 일본의 황금기를 추억하는, 장르 자체에서 내뿜는 노스텔지어가 있다.
그놈의 노스텔지어! 자꾸 노스텔지어만 강조하고 말해서 좀 그렇긴 한데, 사람을 추억 속으로 (그게 진짜 본인의 추억이든, 매체의 분위기에서 얻는 가짜 추억이든)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정말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강력한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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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뉴진스는 대단하다. 더 구체적으로는 뉴진스를 만든 프로듀서진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지. 더 더 구체적으로는 총괄 프로듀서를 담당하고 있는 민희진 프로듀서님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New Jeans - Ditto  
이젠 뭐 전 세계에서 뉴진스의 음악을, 그리고 ditto를 들어본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나는 처음 뉴진스의 음악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어렴풋한 느낌으로나마 알 수 있었고, 나도 빠져버렸고, 그리고 이후 ditto를 들었을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어떤 음악 이론적으로 충격이었다기보다는 뉴진스라는 그룹이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현시대를 관통하고 녹아들고 있는지, 그런 것들이 충격적이었다.
대 케이팝 시대, 특히 대 걸그룹 시대를 맞아 걸그룹들은 ‘컨셉전쟁’을 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 컨셉은 웬만하면 ‘걸크러시’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이 ‘걸’들을 더 강력하게, 카리스마 있게 보일 수 있을까에 혈안이 된 듯했다(물론 이런 것들도 좋다). 그 와중에 뉴진스는 이러한 컨셉전쟁에 질리기 시작한 대중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읽었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았다. 물론 세련됨을 더해서 말이다. 그저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 ‘소녀’들 로서 무대에 섰고, 마침 그것은 그들의 음악이 주는 느낌과도 일맥상통했으며, 그들의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춤과 뮤직비디오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이들은 다른 걸그룹들이 가지고 있는 가상의 세계관 또한 없다. 그저 노래를 할 뿐. 춤을 출 뿐. 아티스트로서 소명과 명분을 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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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총괄 프로듀서는 민희진이지만 음악 카테고리에서의 총괄 프로듀서는 250이다. 250의 ‘뽕’이라는 앨범은 발매되었을 당시 극찬과 함께 충격을 가져왔다.
250 - 뱅버스
이 음악을 알아본 민희진님이 대단하지 않은가? 이 사람에게 걸그룹을 맡기면 어떻게 될지 긍정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친 민희지님과 프로듀서진, 그리고 이들을 믿고 '그렇게 하라!'라고 승낙을 내렸을 경영진이 대단하지 않은가? 사실상 뉴진스는 그들의 혜안으로부터 탄생한 것이다.

이 프로듀서에 대한 인터뷰와 글들을 보면 그가 ‘뽕’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했는지 알 수 있다. 몇 년 동안 뽕에 관해 연구했으며 그가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간단히 압축시키자면) ‘뽕’은 <신남 안에 슬픔이 섞인 것>이었다. 신남 안에 슬픔이 섞여 있다?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할 순 없지만 나는 이것이 ‘아련함’과 비슷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신남’이 막춤을 추고 깔깔대는 신남이라기보다는 어떤 ‘기분 좋아짐’ 이라고 생각했고, 기분좋아짐 안에 슬픔이  섞인 것은 아련함, 노스텔지어와 상당히 유사하다. 

그토록 내가 내 음악에서 추구하던 노스텔지어. 더욱더 노스텔지어에 가까운 코드를 찾으려 했고, 멜로디라인을 찾으려 했고, 가사를 적어나가려고 했던 그 노스텔지어. 심지어 앨범 커버도 너무나도 직접적인 나 오막의 어린시절로 설정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촌스러운 노력들을 비웃듯이 그들은 단번에 노스텔지어를 전 세계로 확장시키는 앨범을 뽑아냈다. 그것도 너무나도 세련되게. 나처럼 촌스러울 정도로 직접적이지 않게. 물론 최고의 최고들이 모인 결과이겠지만 나는 거기에 충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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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얕은수를 이용해 말하려고 했던 것 같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지만, 그러면서 세련되게 모든 이들의 피부로 스며들게 하는 것. 이것이 내가 어떤 작업을 하든 가장 중점으로 생각해야 하는 요소 같다. 어떤 작업을 하든 나는 어쨌거나 대중들에게 다가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냥 친구에게 아무 얘기나 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분과의 앨범 협업 -> 시티팝 -> 노스텔지어 -> 뉴진스까지 와버렸다. 
뉴진스. 뉴진스…아! 뉴진스의 ditto는 정말 그들의 노래 중에서도 노스텔지어 방면에서는 최고라고 본다. 최고의 노래 ditto!!!! 최고의 프로듀서 250!!!
얼마 전, 나는 에디터 J와 만났다. 만남의 이유는 우리도 곧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추진력이 없는 나는 나에게 추진력을 더해줄 누군가가 필요했고, 마침 에디터 J도 그 자신의 작업에 대해 목말라 있는 상태인 듯했다.
아임과 혜원이 무언가를 시작했던 것에 자극받아 그에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말해주면서 우리도 생각을 멈추고 시작하자고 했고 곧 시작할 듯하다. 공동작업의 첫 결과물이 나온다면 그때 다시 한번 얘기해주겠다. 아직은 너무 섣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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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서.
여행. 너무 가고 싶다. 아임도 혜원도 오랜만에 만나면 너무 좋을 것 같고, 그 장소가 내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라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지금 갑자기 든 생각인데 혜원도 괜찮다면 한 번 게스트로 고막사람에 참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나는 당신들을 담을 사진에 대한 래퍼런스 사진집을 보며 잠이 들겠다. 
우리 모두 계속 이 세상을 싸돌아다니길 바라며- 


- 오막이가



이번 편지를 보낸 오막은...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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