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앤팁> 34호

안녕하세요. 이장훈입니다.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추워져서 아쉬운 이번 주입니다. 독감도 유행 중인데 모두 안녕하시죠?

저는 선선한 가을에 입으려고 지난 여름에 사놨던 자켓을 두 번 밖에 못입어서 무척 아쉬워하는 중입니다. 10월이 되어 거의 열흘동안 집 밖에 나가지도 않은 채 문화재청 보고서를 쓰느라 날씨 변화도 몰랐거든요. 하필 이 보고서가 윈도우 PC로만 작성이 가능해서 맥북이 있는 사무실에 못가고 유배지에 갇혀 있는 심정으로 글을 썼습니다.

어제 드디어 모두 마쳤고 이제는 다음 달에 있을 국립한글박물관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원고를 작성해야 해서 다시 몰입하려고 합니다. 제 발표 주제는 「이응노의 문자추상으로 본 한글서체의 조형적 가능성과 한계」인데 아직 시작도 못해 조금 초조해졌습니다(망했어요). ㅎㅎ

심포지엄 발표 원고를 다음 주 일요일까지 보내달라고 하여 다음 주는 아무래도 여기에 집중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 뉴스레터는 쉬고 그 다음 주(11/4)에 다시 뵙겠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말 편히 쉬시구요.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

1.

지극히 세속적이지만 허망함도 담겨있는 17세기 네덜란드 꽃정물화

다음 주 화요일(10/25)에 개막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이 나온다고 하여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로 17세기 네덜란드 꽃정물화로 유명한 얀 브뤼헐의 작품입니다. 사진 속 작품이 전시에 나온다고 합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집단초상화, 꽃정물화 등 고유의 미술장르가 발전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근대적 국가 개념이 형성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이 전까지는 유럽 공통의 미술로 함께 전개되었다가 드디어 “네덜란드의 미술”이라 할 만한 게 나오게 된 것이죠. 이 전시를 관람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에 대해 꽃정물화를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작품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은 꽤 오랜만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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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팔대산인(八大山人)의 그림에 담겨있는 무기력함

비관적인 상황을 마주하는 자세는 객관식 문제의 답안처럼 몇 개로 규정짓기 어렵습니다. 마주하는 주체가 인간이기 때문이죠. 이를 해결하고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애써 외면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왕조가 바뀌는 시기에 활동한 팔대산인(八大山人)이라는 화가가 있습니다. 그는 본래 명나라 황실의 후손으로서 세속적인 성공이 보장된 인물이었죠. 그러나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나라가 망했습니다. 단순히 보장된 성공이 사라진 것을 넘어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죠.

미술에는 시대양식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소위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향유하는 작가들은 이러한 시대양식을 뛰어넘는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남들이 다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그림을 그릴 때 자신만의 표현과 이야기를 담은 사람들입니다.

똑같이 그리더라도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잘 그리거나 아니면 다른 표현방식을 발명한 사람만이 미술사에 남게 됩니다. 팔대산인은 특히 화조화에서 개성을 발휘했습니다. 망한 왕조의 후손으로서 바뀐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화조화에 담았습니다. 애써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권력에 편승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무엇이라 단정짓기 어려운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더 자주 보게 되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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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서히 한국미술사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는 근대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