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풀어봤's UP/ 세계는 얼마나 불평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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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문화 답사기/ [뉴스레터] 아프리카 위클리

지난 달 7일, 파리경제대학교에서 설립한 연구기관인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는 소득(Income), 부(Wealth), 성별(Gender), 탄소배출(Carbon) 등의 분야에서 사회 경제적 불균형을 연구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World Inequality Report 2022)를 발간했어요. 경제학 도서인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몸 담고 있어 유명한 이 연구소에서는 100명 이상의 연구원이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든 대륙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계 기관, 세금 관련 기관, 대학 및 국제 기관 등과 협력하여 보고서를 발행했다고 해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세계의 불평등 문제가 가파르게 심각해지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고 평가했어요. 몇몇 국가를 특정하여 불평등 상태를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의 불평등 상태를 평가하기도 하여 더욱 눈길을 끌었죠.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이 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파악하고 있어야 할텐데요. 불평등 문제만을 깊게 다루는 보고서가 부족한 만큼, 이번 세계 불평등 보고서가 팬데믹 이후 더욱 심각해진 불평등 문제에 접근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올해의 첫 번째 뉴스레터에 소개하고자 해요.

소득과 자산으로 확인하는 깊은 불평등의 골

2021년, 전 세계 성인(약 51억 명)의 1인당 연 소득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약 23,000 달러(약 2,700만원)이며 1인당 자산은 약 100,000 달러(약 1억 2천만 원)예요. 그러나 소득을 계층별로 따져보면 평균에서 보이지 않는 면이 드러나는데요. 세계 인구의 소득 상위 10%(약 5억 명)는 전 세계 소득의 52%를 벌어들이는 반면 소득 하위 50%(약 25억 명)는 전 세계 소득의 8.5%만을 벌고 있어요. 소득 상위 10%의 1인당 연 평균 수입은 약 120,000 달러(약 1억 4천만 원)이며 소득 하위 50%는 연간 약 4,000 달러(약 480만 원)를 벌죠.

자산의 경우 소득보다 그 격차가 더욱 크게 나타나요. 자산 하위 50%는 전 세계 부의 2%를 갖고 있지만 상위 10%는 76%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를 1인당으로 환산할 경우 하위 50%는 약 4,100달러(약 490만 원), 상위 10%는 약 770,000달러(약 9억 2천만 원)를 갖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상위 1%(약 5천만 명)는 세계 부의 38%를 갖고있죠.

세계에서 소득이 가장 불평등한 지역은?

소득이 가장 많은 지역은 북아메리카와 유럽 지역이에요. 이 지역은 작년에만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의 소득을 벌어들였죠. 반면 불평등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유럽에서 가장 작아요. 유럽의 소득 상위 10%는 지역의 전체 소득의 36%를 차지하는 반면 MENA 지역의 경우 58%를 차지함에 이르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도 MENA 지역 만큼이나 불평등의 격차가 크게 나타나요. 국가마다 그 정도는 다르지만 소득, 부의 불평등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증가하고 있는데요. 보고서에서는 그 이유를 1980년대 이후 이루어진 규제완화와 자유화로 보며 이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성장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정치적 결정으로 인한 결과라고 판단해요.

2021년 지역 별 소득 구간 간의 소득 격차

국가 간의 소득 불평등은 감소했지만

인구 별로 보면 소득 불평등은 커졌지만 국가 단위로 보면 그 폭은 줄어들었어요. 지난 20년 간 소득 상위 10%국가와 하위 50% 국가 간의 평균 소득은 약 50배에서 40배 미만으로 감소했어요. 이는 냉전 시대가 마감되고 신흥국들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요. 하지만 해당 기간 동안 국가 내의 불평등은 전체적으로 증가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득 상위 0.1%에게 흘러들어가는 소득의 25~30% 정도가 소득 하위 50%에게 분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부유한 나라, 가난한 정부

약 40여 년 간 국가의 부의 총량은 꾸준히 늘어났어요. 그러나 늘어난 몫의 대부분은 민간에서 소유하고 있고, 정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어요. 특히 부유한 국가에서 이 현상은 더욱 눈에 띄는데요. 정부가 GDP의 10~20%를 민간 부문으로부터 빌려 국가를 운영했을 정도였죠. 우리는 현재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며 공적 영역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함을 느끼고 있는데요. 지금처럼 가난한 정부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불평등과 기후위기 같은 공적 영역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역량이 어느 정도나 발휘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세계의 부가 증가하며 민간의 부는 증가했으나, 공적 영역의 부는 제자리다.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정부의 부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발생 이후 더욱 줄어들었다.

유리천장은 깨지고 있을까

2020년, 여성은 전 세계 소득 중 34.7%만을 창출했어요. 1990년의 30.6%와 비교하면 상승한 수치이지만 세계의 절반인 여성이 여전히 세계의 소득의 1/3만을 창출해낸다는 점에서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볼 수 있어요. 지역 별로 보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와 MENA 지역은 여성의 소득 창출 비율이 가장 낮아요. 반면 중국은 여성의 소득 비율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1990년 이후 수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보고서에서는 그 이유로 여성들이 주로 근무하던 국영 기업들이 줄어들었고, 산아 제한 정책이 완화되었다는 점을 들어요.

여성의 소득 창출 정도에 대한 지역 간 비교

전체 여성의 소득 비율은 그 증가세가 느린 반면, 몇몇 국가에서는 소득 상위 10%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대 이후 비교적 빠르게 증가했어요. 특히 스페인, 브라질, 코스타리카 같은 국가들은 그 속도가 더욱 가파른데요. 이러한 배경에는 양육 보조금 지원, 여성 할당제 도입 등 가사노동과 사회적 노동을 양립할 수 있도록하는 국가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해요.

일부 국가에서 나타나는 소득 상위 10% 내 여성의 비율 급증세

많이 버는 자, 많이 배출한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생태적 불평등과 궤를 같이 하는데요, 소득이 많을 수록 탄소배출량이 높아요. 특히 소득 상위 10%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기여도가 높은 반면 세계 인구의 절반은 전체 온실가스의 12%만을 내뿜어요. 지구의 인구를 줄인다고 반드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고 볼 수 없는 셈이죠.

또한, 모든 지역에서 소득 상위 10%의 1인당 탄소배출량이 다른 계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어요.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모두에게 공평하게 탄소배출량 저감에 대한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이 아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사람이 많이 부담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요. 특히 보고서에서는 탄소세를 예로 드는데요. 탄소배출량이 높은 재화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는 재화의 가격을 상승시키므로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그룹에게는 부담을 주는 반면, 소비에 큰 부담이 없는 부유층의 소비 습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분석해요.

모든 지역의 소득 상위 10%는 압도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그럼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할까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백만장자의 자산에 따른 누진세를 적용하여 정부의 수입을 창출하고 교육, 건강, 생태적 전환에 재투자하는 방법을 제시해요. 우리나라의 종합부동산세 적용 과정에서 보듯이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백만장자에 대한 누진세 역시 현실화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편중된 부를 공적 영역에서 합법적으로 가져와 공공을 위해 사용하자는 구조 자체는 어떤 방식으로든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어 보여요. 이미 민간에서 크라우드펀딩, 기부 등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요.

글로벌 불평등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여 유용한 정보가 많고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벌어진 불평등 격차를 최대한 반영한 자료예요. 또한 위에서 소개해드린 내용 외에도 알찬 연구 결과가 보고서 내에 다양한 그림과 함께 정리되어 있으니 원문을 읽어보시면 글로벌 불평등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함께 나누면 좋을 만한 보고서가 나오면 또 한 번 소개해 드릴게요😊

세 줄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