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감독 이일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15 〈모어
7월 13일 오늘의 큐 💡   
Q. 발레리나가 될 순 없을까?🩰 
님, 한 예술가를 소개할게요. 전라남도 무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끼가 많았다고 해요. 특별하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았지만, 목포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의 한국예술종합학교 발레 전공으로 입학하며 동네엔 플랭카드가 걸렸죠🥳 그의 재능은 언제 어느때나 빛났지만, 학교 선배에겐 폭언과 폭행을 들었고 군대에서는 격리 후 정신병원 입원 조치를 명령했습니다. 오로지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어요. 그는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거든요🩰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이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게 잘못된 일일까요? 2022년 현재, 그는 그 어떤 발레리나와도 같지 않은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유명 스타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패션쇼의 모델로 서고, 연극에도 뮤지컬에도 등장하며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 모든 존재이자 어떤 규정도 유연히 벗어나는 존재, 털 난 물고기 '모어'입니다🐠
'한국판 헤드윅'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영화 <모어>는 드랙퀸 아티스트 '모어(모지민)'의 삶, 그리고 그의 예술세계를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울보 권투부>, <카운터스> 등 일본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재일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아왔던 이일하 감독의 새로운 결을 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워요.

이일하 감독은 이 영화를 “모어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펼치는 드래그 쇼이자, 자신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탄원서”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기존의 범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향해 묻고, 따집니다. 오늘 소개한 영화들을 만나고 나면 스스로를 설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일 거예요.
님, 그저 모어를 느껴보세요. 아름다운 총천연색 빛의 향연을 보고 나면 나에 대해서도 조금 더 말하고 싶어질 거예요🙋‍♀️

리뷰 中 

‘드랙(Drag)’의 사전적 정의는 ‘이분법적인 젠더 규범을 벗어나 자유로운 자아를 표출하는 예술 행위’로, 현재는 ‘젠더를 초월한 다양한 페르소나를 표출’하는 의미를 갖는다. 드랙은 자기표현이자, 역사이자, 문화이자 예술임에 분명하지만 그 모든 영역의 교집합이기 때문에 친숙한 영역이 아님은 분명하다. 더불어 ‘여성성을 강조하고 희화화한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있어 드랙씬의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국내 드랙아티스트 나나영롱킴은 답한다. ‘(드랙은) 내 몸을 이용해서 표현할 수 있는 걸 겉으로 표출해내는 행위’이며, ‘결코 여성스러운 것만이 메인이 아니라 하나의 카테고리일 뿐’이라고.*

*참고한 인터뷰 영상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아름다운 들개

〈모어


영화 모어의 오프닝을 보며 문득, ‘아름다운 들개라는 여섯 글자가 떠올랐다아무 이유 없는 떠오름이었다노래의 가사도 인물의 대사도 아닌 낯선 말의 등장은 나에게도 무척 갑작스러웠다아름다움이라는 표현과 들개란 단어가 함께 연상된 이유는 뭘까드랙쇼를 마치고 가슴팍에서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는 지민의 모습예상보다 더욱 강렬했던 영화의 색채어쩌면 드랙이라는 존재 자체가 내게 아름다우면서도 힘 있는 것으로 다가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

모어의 주인공이자 드랙아티스트인 모어는 발레리노가 아니라 발레리나를 꿈꾼 인물이다학창시절에도 대학 진학 후에도 그의 꿈은 쉽게 좌절되는데 끝내 모어는 드랙을 통해드랙아티스트로서 스톤월 항쟁 50주년 기념 공연에 서며 토슈즈를 신는다원하던 무언가를 이루어냈을 때 우리는 완벽해진다. 춤과 노래로 무대 위에서 완전해지는 그들을 보면 나 역시 충족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모어〉를 보는 내내 완전했다. 어떤 색과 조명과 노래에도 모어는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발산했다. ‘나는 끼순이니까’라는 확고한 믿음만큼 모어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힘이 있었다. 드랙이 펼쳐지는 모든 순간과 그 공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갖가지 색의 에너지였다.


이쯤에서 다시, ‘아름다운 들개에 관해 생각해보자길지 않은 위의 글을 쓰는 내내 아름다움과 들개의 결합이 과연 어디에서 일어났을지들개와 아름다움의 상관관계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지 고민했다이제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들개의 이미지는 상당히 야생적이다그들의 곁에는 보호자의 역할을 하는 인간이 없다주인에게서 버려졌을 수도본래부터 주인이 없었을 수도 있다정착할 곳이 어디일지는 들개 자신도 알지 못할 것이다흥미로운 건 들개 역시 에 속한다는 사실이다그러나 사람들에겐 떠돌이 들개와 반려견으로서의 개가 동일하게 인식되지 않는다들개는 길들일 수 없는야생의그래서 언제든지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우리의 급소를 물어뜯을 수 있는 동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그렇기에 더욱 아름답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야생성과 특별한 기운이 있다. 자기 자신을 지키고 지켜야 할 것을 지켜내는 고유의 힘이 있다. 공동체가 있고 연대가 있다. 아름다운 몸짓과 용기와 언어가 있다. 〈모어〉는 강한 힘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크레딧이 올라가기까지 그 에너지를 생생하게 감각한 나는 나를 스치고 지나간 ‘아름다운 들개’의 심상에 의해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들개란 그런 것이었다.

사실 이토록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하는 중에도 마음에는 언제나 한 조각의 불안이 있다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항상 조심스러워진다지금도 마찬가지다그러나 모어는 내가 필요로 했던 사랑과 내가 갈구했던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고나 할까.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들개라는 말이 과도한 어조로조금은 그로테스크하게어쩌면 편협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섣부른 비교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부디 내가 전하려는 마음이 왜곡 없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읽는 이에게 상처가 되는 글이 아니기를. 문득 떠오른 영감을 펼쳐 보인 당찬 시도로 봐주시기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바라본다.

항상 글을 쓰고 싶다는 갈증을 느껴왔다. 때때로는 써야 하는 것을 쓰느라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없었고, 가끔은 쓰고 싶었던 글 앞에서도 멈춰있었다. 그러나 〈모어〉를 통해 다시 쓸 용기 같은 것이 생겼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다시 기억났다. 언젠가 아름다운 들개에 관해 쓸 날이 왔을 때, 그땐 지금보다 훨씬 용기 있고 총명한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쓰고 싶은 글 앞에 용감해지듯 그땐 더 많은 아티스트가 ‘자기 자신이 되어’있으리라고 믿는다.



인디즈 이예본

<모어> 감독 이일하|판타지 뮤지컬 다큐멘터리|81분|15세이상관람가

발레리나, 뮤지컬 배우, 안무가, 작가 
누군가의 자식, 친구, 연인 
성소수자, 드랙퀸, 끼순이 
그리고 토슈즈 신는 미친X…
이 세상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나 
인생은 쇼, 내 이름은 모어! 

2022년 6월,
진짜 튀는 무대를 보여줄게!
'나'에 대한 질문을 넘어서 🌿

다가올 신록을 꿈꾸며

〈담쟁이
 
이따금 손을 잡고 걷는다. 앞서 걷는 행인 뒤에서 장난스레 볼에 입을 맞춘다. 자주 눈을 맞추고 웃는다.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성별이 같다면, 이들을 연인으로 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은수(우미화 분)와 대학생 예원(이연 분)은 연인이자 가족이다. 같은 집에 살며 은수가 출근길에 예원을 학교까지 데려다줘도, 사람들은 둘을 친한 언니 동생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 두 사람의 사랑은 존재할 수 없기에 연인들은 가끔 은밀한 장난을 치듯 애정을 표현한다.

서로가 오롯이 서로의 세상일 때는 문제가 없다. 상대의 세상에서는 하나뿐인 파트너로 존중받을 수 있으니까. 문제는 두 사람에게 바깥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다. 바깥의 벽은 너무 높고 완고해서 아픈 연인의 보호자로 인정받기부터 쉽지 않다. 두 사람은 서로의 세상에서만 연인일 수 있다. 세상은 은수와 예원의 사랑에 자격을 묻고, 그때마다 세상은 품격을 잃는다. 사랑에 필요한 자격은 무엇일까. 의미 없는 질문이 사랑의 발목을 잡고, 연인은 고꾸라진다.
영화 제목과 동명의 시에서처럼, 담쟁이 잎 하나가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질문’을 넘어서는 푸른 세상을 상상해본다.
<담쟁이> 감독 한제이|드라마|99분|15세이상관람가

누구보다 행복한 은수, 예원 커플은 갑작스러운 은수의 교통사고로 일상이 흔들리게 된다. 오래도록 재활을 해야 하는 은수는 예원에게 짐이 될 수 없어 이별을 말하지만 예원은 사랑하는 은수의 곁을 지킨다. 하지만 은수와 예원은 하나 둘 커져가는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되는데… 
 
절망적인 현실 앞에 사랑을 떠나보내려는 은수,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사랑을 지키려는 예원 
“우리 변하는 거 없지…”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사랑이 찾아옵니다
뭘 좀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알아봐 💃   
맨발의 디바 이은미, 독보적 솔로 아티스트 CL, 신스팝 대표주자 신세하...라인업 실화인가요😮? 이 힙하디 힙한 가수들이 모두 모어와 협업을 했답니다. 모어가 출연한 세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할게요. 이런 핫한 아티스트들이 모어를 찾는 이유, 보면 바로 아실 거예요. 2NE1 '내가 제일 잘나가'의 가사처럼 뭘 좀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알아본 모어의 진가💎! 모어 제일 잘나가😎
이은미 '녹턴' 뮤직비디오 (2010)

신세하(Xin Seha) 'tell her' MV (2017)

CL '+H₩A+' MV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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