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택소노미 #원자력 #천연가스
2022-07-11 월요일
1. 🇪🇺 유럽연합이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EU 택소노미'를 통과시켰습니다. 그 배경과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
2. 한 주간의 주요 환경 이슈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분량 조절에 실패했어요...😭 하지만 그만큼 알차게 구성했으니까 꾹 참고 읽어주세요!💚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 EU 택소노미에 포함됐다

🇪🇺 지난 6일, 유럽연합(EU) 의회가 'EU 택소노미'를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최종안은 올해 2월에 EU위원회가 제안한 것으로,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소를 조건부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안은 당초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달 14일 EU의회의 상임위 두 곳이 '택소노미에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포함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최종안이 EU의회 본회의에서 거부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EU의회는 6일 '최종안을 거부할 것인지'를 두고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선 최소 353표가 필요했지만, 찬성 278표, 반대 328표, 기권 33표로 부결되었습니다. 거부하는 것을 거부했으니, 이는 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택소노미 최종안을 '채택'한 것과 같은 의미가 됩니다.  

EU 택소노미?

EU 택소노미(EU Taxonomy)의 정식 명칭은 'EU Taxonomy for sustainable activities'입니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지속가능한 활동에 대한 유럽 연합 분류체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해외에서 'Green Taxonomy'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는 만큼, 국내 언론에선 종종 '녹색분류체계'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택소노미는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무엇이 '지속가능한 활동'인지를 정의하는 '목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만드는걸까?

2019년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1조 유로에 달하는 '그린딜'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화로 환산하면 무려 1300조가 넘는 금액인데요,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에 대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칠 예정입니다.

EU 그린딜 개요 이미지 (출처: 유럽 의회)
그러나 이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무엇이 '친환경'인지를 합의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기업이든, 어떤 국가든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들이 '친환경'이라고 포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활동을 목록화 하자! 하고 만든 것이 바로 'EU 택소노미'인 것입니다.

왜 중요할까?

EU 택소노미는 친환경 사업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즉, 어떤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EU의 회원국들과 기업들은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은 사업에 얼마든지 투자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새로운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지을 수도 있죠. 그러나 그러한 사업들을 하면서 '친환경'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게 됩니다.

민간 영역에서의 고시 기준도 강화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을 만들 때엔 포트폴리오 중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투자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전체 매출에서 택소노미에 포함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공개해야 합니다. 최근 EU 의회가 ESG 공시 기준을 강화한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CSRD)'를 통과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택소노미가 향후 EU의 각종 친환경 정책과 민간 투자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세계 여러 국가들과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것입니다.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이 '친환경'이 된 논리...

택소노미 규정(Taxonomy Regulation)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 목표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
  1. 기후 변화 완화 (Climate change mitigation)
  2. 기후 변화 적응 (Climate change adaptation)
  3. 수자원 및 해양 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과 보호 (The sustainable use and protection of water and marine resources)
  4. 순환경제로의 이행 (The transition to a circular economy)
  5. 오염 방지 및 통제 (Pollution prevention and control)
  6. 종다양성 및 생태계 보호 및 복구 (The protection and restoration of biodiversity and ecosystems)

택소노미는 위 목표 중 하나 이상에 부합하면서, 다른 목표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는(DNSH; Do No Significant Harm)' 활동들을 포함합니다. 가스와 원자력을 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4번 '순환 경제로의 이행' 때문에 나오게 됐습니다. 

천연가스로 전력을 생산하면 탄소가 발생하지만, 석탄과 같은 기존 화석연료에 비하면 훨씬 배출량이 적습니다. 기존 화석연료 대신 천연가스를 화력 발전에 사용한다면 그것도 탄소 감축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 포함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도 비슷합니다 원자력 발전은 물론 사고의 위험이 있고,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지만 탄소 배출량은 '0'입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해가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량이 🌥️날씨 등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는 점은 천연가스와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에 힘을 싣습니다.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해나가는 과정에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이 기저 전력으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
하지만 이러한 주장의 이면엔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있습니다. '에너지원 비중'이 핵심입니다. 독일은 에너지원의 24.4%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도 전력원의 38.6%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동유럽 국가들도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이들 국가들은 택소노미에 천연가스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프랑스는 전력원의 40%를 원전에서 충당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프랑스의 원전 중 다수가 이미 40년 수명이 다해가고 있어, 발전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494억 유로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2월 발표된 최종안의 배경엔 가스 발전 비중이 높은 독일과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의 '타협'이 있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타협은 1월에 있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택소노미에 천연가스와 원전이 포함된다면 유럽이 러시아에 더 의존적이게 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더군다가 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로 큰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대줘선 안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6월 중엔 택소노미 최종안을 거부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고, 이를 위해 다섯 개의 정치그룹(우리나라의 '정당'과 비슷한 개념입니다)이 힘을 합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표들은 투표 전까지 유럽의회에 "제발 우리를 배신하지 말아달라"라고 호소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들이 택소노미 채택까지 막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택소노미 최종안이 의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최종적으로 채택되기 위해선 27개국 대표로 구성된 유럽 연합 이사회의 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이 안이 기각되려면 27개국 중 20개국이 반대해야 해서, 사실상 통과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EU 택소노미가 채택되면 내년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반응들은 어떨까?
워낙 논쟁적인 주제였던 만큼, 각계각층의 반응들도 엇갈립니다.
당장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가스와 원전 업계는 기뻐하는 분위기입니다.😙 유럽의 원전 업계 협회인 Nuclear Europe은 "EU 의회가 과학에 기반한 결정을 내렸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가스 업계의 로비 그룹인 Eurogas 또한 의회의 결정이 "미래의 투자에 대한 알맞은 기틀"을 제공했다고 평했습니다.
원자력 발전의 택소노미 포함을 주도해왔던 프랑스 정부는 택소노미 통과 직후 프랑스 내 원전 설치와 운영을 담당하는 EDF사를 국유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한편, 반대 진영의 반발도 거셉니다. 이 문제를 국제 법원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부터 유럽연합 집행위가 원자력을 택소노미에 포함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룩셈부르크와 덴마크 또한 유럽사법재판소에 이 문제를 제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경단체들도 택소노미 통과 직후 "아직 끝나않았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공개하며, 법적 대응을 천명했습니다.😤
한편,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통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천연가스를 유럽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활용해왔습니다. 실제로 독일은 전체 천연가스의 절반을 러시아에서 수입해오는 만큼, 그 타격이 컸습니다. 유럽에서 앞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직접 구매하지 않는다고 해도, 택소노미의 영향으로 전세계적인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나면, 결국 러시아도 함께 이득을 보는 것입니다.

택소노미의 영향은?
유럽은 그간 택소노미 관련 논의를 선도해왔던 만큼, 세계 각국이 추진중인 택소노미와 연관 산업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정부가 한국형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던 만큼, 이르면 이번달 말에 발표될 '한국형 택소노미'의 초안에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국내 원전 업계도 신규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투자 유치 등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EU 택소노미에 제시된 기준이 매우 까다로운 만큼,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얻게 될 혜택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의 경우에는 1) 기존 원전을 유지·보수하는 것은 2040년까지만 인정하고, 2) 신규 원전 건설은 2045년까지만 허가하되, 현존하는 최고 기술(3세대+)를 적용해야 하고, 3)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세부 단계가 포함된 계획을 문서화된 형태로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조건들이 붙어있습니다. 이를 모두 다 충족하는 원전을 짓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Editor's comment 📝

위의 투표 결과 화면을 보면, 왼쪽으로 갈수록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다시 유럽의회 내 정치그룹 좌석 배치와 비교해보면 진보 성향의 의원들이 택소노미 최종안에 반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 내에서 에너지는 정치화되어있는 문제임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U 택소노미를 다루면서 "유럽연합도 천연가스와 원전을 친환경이라고 인정했다!" 라는 한 문장으로 '퉁' 쳐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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