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해방⟫ 출간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Zoe입니다.

여러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 다들 보셨나요? 책도, 영화도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에로티시즘의 자기계발서’라고 평가받는 이 작품의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완결편 ⟪해방(Freed)⟫이 올해 11월 국내에 정식 번역되어 출간됐습니다. BDSM으로 대표되는 관능적인 사랑을 나누는 크리스천 그레이와 아나스타샤 스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맨스 소설 시리즈인데요. 그래서 그들은, 영원히 행복했을까요? 오늘은 ⟪해방⟫에 대해 소개해 드리며 사랑의 완성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오늘 레터는 <시공사>와 함께하는 브랜디드 콘텐츠입니다.

👋 오늘의 에디터 : Zoe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쿨럭
오늘의 이야기
1.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2. 어쩌면 이 또한 치유에 대한 이야기
3. 사랑은 어떻게 완성될까 + 어거스트 구독자를 위한 기대평 이벤트
❤️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많은 동화의 결말은 이렇게 끝납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And they all lived happily ever after).”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해피엔딩을 쟁취하고 이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의미를 지닌 상징적인 표현이죠. 그러나 과연 그 뒤에 주인공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직접적으로 조망하는 작품은 잘 없습니다. 이른바 ‘결혼식’으로 대표되는 사랑의 결실 뒤, 어떤 이야기들이 이어지는지 대부분 보여주지 않고 행복의 최정점에서 이야기를 끝내는 경우가 많죠. 실상 현실은 이때부터 시작되는데 말입니다. 

영화 50가지 그림자: 해방 속 두 주인공의 결혼식 장면(출처 : 다음 영화)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사랑에 빠졌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술에 취했을 때처럼 우리 몸을 각성시키는 활성화 물질이고, 이 물질 때문에 우리는 사랑의 관계 속에서 설레고 두근거리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파민의 유효기간은 3개월에서 3년 남짓. 이 시기가 지난 이후 신체는 안정을 불러오는 억제성 물질인 가바를 분출합니다. 그래서 윤홍균 원장은 다수의 강연에서 ‘사랑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나와 맞는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역설합니다.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오늘 소개해 드릴 ⟪해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해방⟫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로맨스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의 스핀오프격 작품이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50가지 그림자 – 심연》, 《50가지 그림자 – 해방》의 최종 완결편입니다. 기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가 여주인공인 아나스타샤(이하 아나)의 시각에서 서술되었다면, 이번 작품은 남자 주인공인 크리스천 그레이의 시각에서 서술됩니다. 

《50가지 그림자 – 해방》 시리즈 표지 모음(출처 : 시공사)

기존 시리즈에서 남자 주인공인 크리스천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돈 많은 억만장자지만 상처 때문에 항상 외로워하는 남자, 그리고 평범한 여대생이었지만 그 남자에게 선택받고 사랑받으며 진취적인 여성으로 변해가는 여자의 이야기는 일견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와 이 시리즈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해방⟫의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체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주인공 크리스천의 사연들이 조금씩 풀려나가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 없었던 그가 어떻게 아나스타샤와 결혼하게 되는지 그 과정 전체를 심도 있는 묘사로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서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어떤 소통을 하고 어떤 사랑을 만들어 나가는지, 독자로서 여러분은 그 세세한 감정선들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하나씩은 있죠. 그리고 상처받은 자아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 역시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그러나 관계 형성과 유지에서 중요한 부분은 나의 방어기제를 어떻게 하면 성숙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상대방을 더욱 이해하고 탄탄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 나가느냐에 있을 겁니다. 수많은 정신건강의학 관련 책들이 언급하듯,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결혼’과 같은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문제입니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으며, 어떤 방어기제가 있고, 어떤 것들을 회피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인간을 구원하는 건 역시 인간 뿐일까요? (출처 : 다음 영화)

⟪해방⟫에서 주인공 크리스천 역시 숨기고 있는 사연이 있고, 아나스타샤와 감정적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타인의 말을 들으면서 깨닫기도 하지만, 아나스타샤와 함께 보내는 일상에서,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을 겪으면서 자신에 대해 알게 되죠. 책 속의 내용 중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문제는 아나가 아니야.” 아버지가 일어서서 내게 다가왔다. “네가 문제지. 책임을 다하며 살아야 할 너. 믿음직하고 훌륭한 인간이어야 할 너. 좋은 남편감이 되어야 할 너 말이야!”

🩹 어쩌면 이 또한 치유에 대한 이야기

사실 이 시리즈가 미국 출근 석 달 만에 총 5천만 부 판매고를 기록하고, 아마존닷컴 종합순위 베스트셀러 및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내리는 가장 성공적인 로맨스 소설이 될 수 있었던 건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BDSM 성향을 보인다는 설정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BDSM이란 속박(Bondage)과 훈육(Discipline), 지배(Dominance)와 굴복(Submission), 가학(Sadism)과 피학(Masochism)으로 대립되는 세 가지 대표적 형태의 롤플레잉 성향을 묶어 부르는 용어입니다. 이 역할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을 ‘에세머(SMer)’라고 통칭하기도 하죠. 


모든 에세머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에서 주인공 크리스천 그레이는 어린 시절 겪은 애정 결핍과 성적 학대 때문에 BDSM 플레이를 즐기게 되었다고 묘사됩니다. 이 부분 때문에 실제 에세머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죠. 최근 이뤄지고 있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라우마의 존재 여부가 BDSM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들이 다수 관찰되기도 합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이 설정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를 관능적인 에로티시즘이 돋보이는 할리퀸 소설로 만들었고, 자극적인 설정 덕분에 전 세계 많은 독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영화 해방의 공식 포스터. 한 장의 사진으로 많은 것을 설명합니다. (출처: 다음 영화)

심리학 잡지인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에서 한 정신의학 전문가는 BDSM 성향을 보이게 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습니다: 매운 고추 등의 고통스러운 맛을 즐기는 사람이 있듯이, 고통을 찾고 그 고통을 견디며 보람을 느끼는 인간의 성향이 있다는 건데요. 이때 그 고통이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레터를 쓰기 위해 BDSM에 대한 리서치를 하다가 ‘애프터 케어’라는 개념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요. 애프터 케어란 플레이가 끝난 이후 상대의 정서적인 회복을 위해 보살피고 보듬어주는 과정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BDSM이라고 한다면 가학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꽤 다수의 에세머들은 플레이 종료 이후 상대를 위한 애프터 케어 단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조금은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 지점에서 소설 속 크리스천과 아나스타샤 역시 큰 의미의 ‘애프터 케어’를 주고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우리는 이 소설의 관능적인 부분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 그 과정에서 크리스천과 아나스타샤가 주고받는 감정적인 교류와 치유의 메시지가 어쩌면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 사랑은 어떻게 완성될까

실제 다수의 해외 매체들은 BDSM이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일종의 테라피처럼 작용하는 건데요. 특히 복종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Submissive)의 경우 자신을 속박하고 구속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신뢰를 키워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런 효과를 낼지는 알 수 없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크리스천과 아나스타샤가 주고받는 사랑의 효과가 서로에게 어떤 치유를 주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주인공 크리스천이 결혼을 청하게 되는지가 아래와 같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거든요. 

작품 속에서 여주인공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 역시 관전 포인트입니다(출처: 다음 영화)

그녀의 머리카락 냄새가 내 콧속을 파고들어 모든 근심을 날려 버리고 찢긴 상처들을 어루만져주었다. 여기가 나의 행복한 공간이다. 플린 박사가 알면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이 아름다운 여인은 내 여자가 되기로 다시 한번 동의했다. 모든 면에서. 또다시.

“우리 내일 결혼할까?” 나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 그리고 사랑에 대한 소설을 읽는 이유 역시 이 지점에 있지 않을까요.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해주며, 그리고 누군가가 사랑하는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나 역시도 치유받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이들은 결국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출처: 다음 영화)

사랑은 노력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사랑의 완성’이라는 문장 자체가 어폐가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완성’이 최종적으로 결말지어진 상태를 의미한다면, 사랑은 오히려 ‘과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말로 끝나서는 안 되고, 서로가 어떻게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서로에게 구원을 주는지가 중요하겠죠. 그렇게 보자면, 사랑에 영원한 완성이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방》의 영문 제목은 ‘Freed’입니다. 자유를 뜻하는 ‘free’의 과거 분사인 ‘freed’는 주로 be 동사와 함께 쓰여 무엇으로부터/누구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의미로 사용되죠. 과연 크리스천은 어린 시절의 악몽과 젊은 시절의 고통을 극복하고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나는 크리스천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크리스천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 둘의 관계는 결국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되게 될까요? 똑같은 사랑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또 그렇기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 좀 더 위험하고 도발적인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 《해방》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시공사와 함께한 이번 레터를 통해 《해방》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에 대한 저의 시각을 나눠보았는데요. 이 책이 궁금하신 어거스트 구독자 분들을 위해 특별히 책 증정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만 19세 미만 구독 불가 도서인 만큼, 이 이벤트 역시 만 19세 이상의 성인들만 참여 가능합니다. 이벤트에 참여한 분 중 총 10명을 선정해 《해방》 시리즈를 보내드립니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온라인 서점 3곳 (교보문고, YES24, 알라딘)중 1곳에 기대평 또는 리뷰를 작성 후 캡쳐해주세요. (필수사항)

- 교보문고 : https://bit.ly/3i6HWG7 

- YES24 : https://bit.ly/3gDmyba 

- 알라딘 : https://bit.ly/3GNWFQC 


2. <해방> 2행시를 지어주세요. (선택사항)

3. 작성하신 기대평/리뷰 캡쳐 이미지와 2행시를 네이버폼으로 접수해주세요. https://forms.gle/6YDspcFVRysZ5Zdj6

<이벤트 진행일정>

1. 참여일정 : 2022년 11월 30일 (수) ~ 2022년 12월 11일 (일)까지

2. 당첨자 발표 : 2022년 12월 12일 (월) / 개별연락 

 💭  오늘의 콘텐츠 추천

[50가지 그림자: 해방] 메인 예고편

에디터 <Zoe>의 코멘트
2018년에 개봉했던 영화 [50가지 그림자: 해방]의 메인 예고편을 공유드리며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영화는 사실 개봉 당시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은 아니지만, 이 시리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엿보기 좋은 트레일러라는 생각이 들어 공유드리고 싶었습니다. 소설과 영화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두 작품을 모두 보며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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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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