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27 오픈했습니다.

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둥점원입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그래서일까요? 1분 내외에 최대한 많은 흥미를 끌어내기 위한 일명 ‘시성비(시간 + 가성비)'의 대표주자 ‘숏폼’이 오늘날 주요한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동시에 노래의 속도를 원곡의 130~150% 배속으로 만든 ‘Sped Up’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Sped Up’이 유행하면서 수년 전에 발매된 곡이 역주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샘 스미스는 아예 Sped Up 한 ‘I'm Not The Only One’을 정식 음원으로 발표하기도 했죠. 하지만 점점 ‘숏’해지는 콘텐츠에 익숙해지는 우리의 뇌는 행복한 상태가 아니라고 해요. 과도한 ‘도파민 중독’에 빠진 뇌가 자극적인 콘텐츠에만 반응하는 내성이 생겨 뇌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합니다 😥


이처럼 바쁜 현대인 맞춤으로 새로운 형식의 음악 트렌드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마냥 좋은 현상으로 보기엔 걱정되는 점이 많은데요. 이럴 때일수록 클래식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특성에 다시 한번 집중해 보면 어떨까요? 지휘자의 음악 해석에 따라, 아티스트의 연주 방식에 따라 때론 Sped Up 되기도, Slow Down 되기도 하는 클래식은 언제든 구독자님의 건강한 도파민이 되어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 


오늘 구독자님의 ‘도파민’은 잡화점이 되길 바라며, 94호의 문을 열겠습니다.

무려 639년 동안 지속되는 음악,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바로 현대음악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존 케이지의 <Organ2/ASLSP> 입니다. ‘As SLow aS Possible’을 뜻하는 곡의 제목처럼, 아마 세상에서 가장 길고 느리게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일 것 같은데요. 2001년부터 시작된 연주는 639년동안 지속돼 2640년이 되어야 끝난다고 해요. 아주 드물게 코드가 바뀌는 이 음악, 올해 2월 5일 새로운 음이 추가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2년간 유지되었던 화음에 D음이 추가된 것인데요. 다음 연주는 2026년 8월 5일로, A음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죠. 


알면 알수록 신기한 현대음악, 구독자님은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오늘은 대표적인 현대음악 몇 가지를 구독자님께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현대음악, 어렵지 않아요! 🥴☝️

📷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

20세기 음악의 대명사 🎧 무조성 음악과 12음기법

현대음악은 잘 몰라도 쇤베르크에 대해선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20세기 음악에 혁신을 가져온 그는 조성 위주로 작곡되었던 기존 음악의 아이디어가 고갈됐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따라서 곡의 중심이었던 조성을 배제하여 ‘무조음악’을 탄생시켰습니다. 더 나아가 한 옥타브에 있는 12개의 음을 모두 동등하게 펼친 후, 숫자를 매겨 나열한 대로 작곡하는 ’12음 기법’을 고안했죠. ‘피아노 모음곡, Op. 25’은 쇤베르크가 12음 기법을 처음 적용해 작곡한 작품입니다. 감상하기엔 조금 난해한 이 음악, 유자 왕의 연주로 들어보세요. 


모든 것을 계획하는 대문자 ‘J’ 📊 총렬주의

총렬주의는 12음 기법보다 더욱 체계적입니다. 음높이뿐만 아니라 리듬, 음색, 음의 강도, 박자 등 모든 변수를 미리 계획하죠. 음악 재료를 도표로 정리하여 음렬에 배열시킨 것인데요. 실험하고 탐구하는 음악인 총렬주의는 손으로 연주하긴 어려웠어요. 불레즈의 ‘구조 Ia’처럼 총렬주의 음악은 모든 요소를 질서 있게 통제했지만, 실제론 혼란스럽고 무작위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운명에 맡긴다! 🎲 우연성 음악과 불확정성

반대로 우연히 얻어진 결과에 따라 만들어지는 곡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존 케이지가 대표 음악가인데요. 세 개의 동전을 여섯 번 던져 템포와 강약 등을 결정하여 작품 ‘변화의 음악’을 작곡했고요. ‘폰타나 믹스’를 작곡할 땐 몇 장의 투명 필름에 검은 점, 모눈, 직선 모양을 그린 후, 연주자에게 자유롭게 겹쳐 연주하도록 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자 가장 불확정적인 곡 ‘4분 33초’에선 연주자가 악기 앞에서 4분 33초 동안 조용히 앉아있기도 하죠. 침묵의 시간 동안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된다는 사실!👂


Simple is the Best 🎵 미니멀리즘

단순함을 추구하는 음악도 있습니다. 최소한의 재료로 작곡되는 미니멀리즘 음악은 선율과 리듬이 계속 반복되는 작법인데요. 짧은 선율을 무려 840번(!) 반복 연주하는 에릭사티의 ‘벡사시옹’ 작품에 일부 영향을 받았다고도 해요. 심플한 선율은 보다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미니멀리즘 운동을 이끈 작곡가, 라이히의 ‘18인의 음악가를 위한 음악’은 200만 뷰를 기록했고요. 영화 <트루먼 쇼>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필립 글래스의 ‘글래스웍스’ 음반은 당시 20만 장 가까이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학교 🏫 잡화점의 현대음악 수업은 어떠셨나요? 여전히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과연 앞으로 현대음악의 역사는 어떤 방향을 향해갈까요? 그 흐름을 지켜봐 주세요!


(✍️ 오늘의 소식은 책 『작곡가 이건용의 현대음악강의』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얼마 전 작곡가 진은숙이 음악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음악상인 에른스트 폰 지멘스 상의 2024년 수상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아시아 음악가 중 최초라고 하죠. 3월 한국 투어를 앞둔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도 지멘스 상의 수상자인데요. 무터는 2008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이 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51명의 수상자 중 여성은 5명이 채 되지 않지만, 진은숙을 비롯하여 근래 들어 여성 작곡가(레베카 손더스, 올가 노이비르트)들이 지멘스 상의 수상자로 그 업적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데요. 더불어, 요즘 여성 작곡가들의 음악이 콘서트에서 예전보다 많이 연주되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오늘 취향일지에서는 구독자님께 과거 당당히 그 이름을 알렸던 18~19세기 여성 작곡가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 마리아 시마노프스카

오스트리아의 팔방미인, 마리아나 폰 마르티네즈(Marianna von Martines)

마리아나 마르티네즈는 모차르트 시대 가장 유명한 여성 작곡가이자 성악가로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유명했습니다. 하이든이 마르티네즈의 쳄발로 선생이었다고 하죠. 그녀는 뛰어난 쳄발로 연주자였을 뿐만 아니라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에도 유창했는데요. 마르티네즈는 교사, 공연기획자로도 활동하며 살롱 음악회를 운영하고, 여성들을 위한 음악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답니다. 그야말로 능력자 중의 능력자! 모차르트는 그녀의 살롱 음악회의 단골 관객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비엔나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떨친 그녀는 사후 여성이라는 이유로 빠르게 잊혀졌는데요. 그녀의 음악들은 이제 다시 연주되고 있답니다. 


남편 로베르트 슈만보다 유명했던 그녀,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née Wieck)

많은 사람들이 슈만의 아내로 클라라 슈만을 기억하지만, 사실 오늘날의 슈만이 있기까지 아내 클라라의 역할이 매우 컸는데요.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유명했던 그녀는 14세에 멘델스존의 지휘로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으며, 18세에 이미 유럽을 대표하는 음악가가 되었습니다. 평생 투어와 콘서트를 하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그녀는 자신의 공연에서 로베르트 슈만, 브람스의 곡들을 연주하며 홍보하고, 바흐와 스카를라티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연주하기도 했죠. 유로화가 사용되기 전에 마르크 지폐 인물 중 하나일 정도로 독일인들이 사랑하는 음악가 중 하나랍니다. 

이번 안네 소피 무터의 리사이틀에서도 클라라 슈만의 ‘세 개의 로망스 Op.22’가 연주될 예정인데, 이 곡은 당시 유명 비평지에 실리면서 여성 작곡가의 위상이 올라갔음을 보여준 곡이라고도 하네요!

 

쇼팽 이전의 녹턴, 마리아 시마노프스카(Maria Szymanowska)

괴테가 시를 바친 여인이자, '광기에 가까운 재능'이라고 극찬한 마리아 시마노프스카는 폴란드 출신의 당대 인기 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습니다. 이혼 후 세 아이를 홀로 키운 싱글맘이었던 그녀는 연주자이자 교사이면서 성악곡, 피아노곡, 실내악곡들을 비롯한 110여개의 곡을 작곡했습니다. 또한, 마리아 시마노프스카는 무대에서 암보로 연주한 최초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답니다. 한편,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이 그녀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시마노프스카는 쇼팽보다 먼저 야상곡(Nocturne)을 작곡하였고, 그녀가 작곡한 전주곡이나 녹턴 등을 들어보면 쇼팽의 음악과 비슷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데요. 오늘은 쇼팽 대신 시마노프스카의 녹턴을 한번 들어보면 어떨까요?🙂 

지난주 금요일 MBC <나 혼자 산다>에 공개된 루틴맨 대니 구의 일상, 모두 재밌게 보셨나요? 저희 점원들도 모두 본방 사수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요 😂

눈뜨자마자 분노의(?) 양치질을 하는 모습부터 보기만 해도 숨이 차오르는 헬스장 루틴, 샌드위치 2개를 7분 만에 흡입하고, 급한 마음에 문을 벌컥벌컥 열고 다니는 모습까지. 수년간 철저히 지켜온 루틴 덕분에 지금 우리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거겠죠?! (댓츠 롸잇~~)


밝고 유쾌하고 따뜻한 성품과 한국인보다 더 8282의 속도로 자기관리에 힘쓰는 대니에게 입덕하신 모든 분들을 환영하며, 오늘은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대니의 2가지 다른 색깔의 매력을 모두 엿볼 수 있는 곡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오케이 렛츠고!

🎵 대니 구 - Will You Be My Home


얼마 전 SNS에서 대니의 Englishman in New York 영상이 465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노래하는 훈남 바이올리니스트로 화제가 되었죠. 아니, 바이올리니스트가 노래까지 잘하면 반칙 아닌가요? 😂 그리하여 클래식계 반칙왕으로 등극해버린 대니 구는 이미 지난 2022년, 워너뮤직코리아를 통해 발매된 첫 미니 앨범 [HOME]에 수록된 그의 첫 자작곡을 통해 로맨틱하고 감미로운 목소리와 바이올린 선율을 동시에 들려준 적이 있답니다. 나 혼자 사는 대니가 부르는 Will You Be My Home, 추운 겨울과 특히나 잘 어울리는 곡이니 봄이 오기 전 꼭 한 번 들어보세요!

🎵 비발디 - 사계 중 <여름> 3악장 by 앙상블 디토


TV 예술무대의 MC이자, 핑크퐁 클래식 나라의 클래식 가이드, 유튜버이자 밴드, 재즈 트리오까지 끝없이 장르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오고 있는 대니가 앙상블 디토의 멤버로도 활동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미국에서 바이올린 공부를 하던 대니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의 만남을 계기로 2016년 앙상블 디토의 객원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고, 2017년 디토 페스티벌에서도 리처드 용재 오닐, 유 치엔 쳉, 스티븐 린, 문태국, 성민제 등과 호흡을 맞췄답니다. 감미롭고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정반대되는 강렬한 비발디의 여름 3악장 연주를 들어보세요.

✔️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칭송받는 안네 소피 무터. 올해로 데뷔 48주년을 맞은 그녀가 5년 만에 한국으로 귀환합니다. 이번 공연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 소피 무터의 품격 있는 음악 세계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될 예정이랍니다. 3/3 대전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3/12 광주예술의전당, 3/13 서울 예술의전당까지! 올해로 60세를 맞이한 안네 소피 무터의 한국 투어에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이 3월 5일, 부산문화회관에서 펼쳐집니다. 지난 2/15 롯데콘서트홀에 이어 2/16 울산 현대예술관을 피아니스트 임동혁만의 뜨거운 감성으로 물들였던 이번 공연은,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의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는데요. 이 뜨거운 무대의 마지막 종착역인 부산 투어를 놓치지 마세요 😍
 
✔️ 지난 호에서 진행된 <클래식 비스트로: 입문자를 위한 솔티클래식의 음악 편지> 이벤트에 보내 주신 구독자님들의 뜨거운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벤트 당첨자에게는 2월 26일(월) 이후 개별 연락 예정이며, 이벤트 물품은 출판사를 통해 직접 발송됩니다. 앞으로도 구독자님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멈추지 않는 잡화점이 될 테니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
 
✔️ 올여름 바캉스는 싱가포르로! 클럽발코니가 준비한 예술과 문화가 가득한 여행을 소개합니다. 싱가포르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유명 관광지 투어는 물론 이지영 칼럼니스트의 특별 렉처 그리고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싱가포르 리사이틀까지!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여행, 우리 함께 떠나요 🎒 (패키지 구매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여기로 🔗) 

<공연장 옆 잡화점>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