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함께하면 좋을 장편소설을 영업합니다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여러분은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은 이야기에 과몰입하여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인데요, 연말을 맞이하여 읽으면 좋을 '지금, 여기'를 그리는 소설 세 권을 추천합니다.

오늘 레터는 프로젝트 alookso의 광고와 함께 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찬비
2 0 2 3 . . . 한 달 남았다는 것이 사실입니ㄲㅏ
오늘의 이야기
1. (광고) 얼룩소가 콘텐츠 생산자를 모집합니다.
2. 장편소설을 좋아하시나요?
3. 회사생활 공감하며 털어내고 싶다면, 시트콤 소설 ⟪언러키 스타트업⟫
4. 지금의 플랫폼 노동을 그린 ⟪헬프 미 시스터⟫
5. 요즘 시대의 사랑,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 

🌍 (광고) 얼룩소가 콘텐츠 생산자를 모집합니다.

작년 이맘때쯤, 프로젝트 alookso(이하 얼룩소)를 소개하는 레터를 보내드렸는데, 기억하시나요? 얼룩소는  ‘a look at a society’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중요한 의제에 관해 토론할 수 있는 ‘공론장'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리고, 더 좋은 콘텐츠로 얼룩소 생태계에 기여할수록 더 많은 콘텐츠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에요.


1년 정도가 지난 지금, 얼룩소가 또 다른 새로운 파격적인 조건으로 ‘콘텐츠 생산자'를 모집한다고 해요. 개인으로든, 팀으로든 지원할 수 있고 선정만 된다면 일주일에 1개 이상의 콘텐츠를 발행하고, 일주일에 ‘최소한' 100만 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요. 게다가 이번에는 콘텐츠의 주제와 형식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얼룩소는 왜 이런 실험을 하는 걸까요?

얼룩소의 지향점은 더 나은 미디어입니다. 기성 언론에서는 기자와 같은 소수의 사람만이 콘텐츠를 올릴 수 있고, 데스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사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죠. 페이스북과 같은 SNS나 블로그, 커뮤니티에 내 생각을 표현하는 콘텐츠를 올릴 수 있지만, 비난과 비판에 무방비하게 노출될뿐더러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유튜브나 틱톡은 깊이 있는 콘텐츠보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보상합니다. 얼룩소는 기존 미디어와는 다른, 더 좋은 콘텐츠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얼룩소에는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 꼭 다루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를 분석한 콘텐츠가 있어요. 그리고 그런 글에는 단순 ‘좋아요’뿐 아니라 글을 더 확장할 수 있는 치열한 논의를 담은 답글이 달립니다. 지난 6월부터는 어거스트도 얼룩소가 큐레이션한 콘텐츠가 모여있는 큐레잇에서 함께 발행되고 있는데요, 발행된 레터에 독자분들이 남겨주시는 장문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새롭더라고요. 레터의 내용에 동의한다는 글에는 힘을 받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글에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어요.


얼룩소의 새로운 실험은 11월 14일부터 시작되었고, 실험이 계속되는 동안 계속해서 콘텐츠 생산자로 지원할 수 있다고 해요. 14일부터 올라오는 모든 콘텐츠가 보상의 대상이 되고, 11월 25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놀라운 보상이 나간다고 해요.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보상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지 않으신가요?


공모에 참여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 참여 링크를 누르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지 간단한 계획과 자기소개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혹시 항상 하고 싶었지만 너무 진지하거나 엉뚱해서 시작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다른 플랫폼에는 없는, 따뜻하고 끈끈한 커뮤니티 속에서 크리에이터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예요. 먼저 참여해서 나만의 독자를 많이 만들수록 더 큰 보상이 기다린다고 하니 지금 참여해보세요!


👉 생산자 공모에 참여하기 

👉 얼룩소 회원 가입하고 콘텐츠 올리러 가기

👀 장편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여러분은 책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두루두루 잘 읽는 편이긴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장편소설입니다. 지금은 드라마나 웹소설을 보느라 새벽 늦게 자는 경우가 잦았다면 어려서는 시리즈 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해 늦게 자곤 했어요.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분량입니다. 단편소설은 주로 소수의 인물이 소개되고, 그들 안의 하나의 사건이 중심을 이룹니다. 갈등이 소개되고 해결되어야 하는 과정 위주로 전개됩니다. 이와 달리 장편소설은 분량이 더 길기 때문에 다양한 갈등과 이야기들이 큰 줄기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요.


그렇기에 캐릭터를 더 눈여겨보게 되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지켜보게 됩니다. 저는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라, 단편소설은 그 세계에 스며들어서 캐릭터를 사랑할 만큼의 충분한 시간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너무 짧게 느껴지더라고요.

출처: Unsplash

국내에서 출판되는 소설들을 보면 크게 단편소설이 묶인 소설집과 한 권이 한 이야기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나눌 수 있어요. 요즘에는 이 중간 단계인 중편소설이나 연작소설집도 꽤 보이지만요. 최근 몇 년간 국내 출판계에서는 장편소설보다 단편소설이 더 많이 출간되는 편이라고 해요. 2020년 3월 창간된 문학동네의 웹진 ‘주간 문학동네' 역시 창간 이유 중 하나로 ‘장편 소설 연재 활성화’를 언급했어요. 2019년 한 해 동안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한국소설의 비율을 살펴보면 장편소설에 비해 소설집이 두 배 이상 많았다고요.


이전부터도 우리나라 소설 문학이 장편보다는 단편에 더 치중되어 있다는 주장은 있어 왔어요. 2007년 한겨레 최재봉 문학전문기자의 칼럼이 그 시작이었는데요, 그는 신춘문예, 문학상, 문예지에서 주로 중단편을 다룬다는 제도적 한계 때문에 단편소설이 더 많이 출간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독자들도, 세계적으로도 장편이 더 선호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소설의 체질을 단편에서 장편 중심으로 바꾸자"고 주장했어요.


흐름을 이어받아 문학계간지 ⟪창작과 비평⟫에서도 한국 장편 침체 현상을 진단하면서 작가들의 관점을 다루었다고 하는데요, 소설가 김연수는 “사실상 연재하지 않는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의 기대 수입은 단편소설을 쓸 때보다 4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단편 위주로 형성된 한국문학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작가가 더 많은 장편소설을 쓰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고 해요.


2022년인 지금은 이때와 조금은 다릅니다. 이후에 제도적으로 소설 문학에서 장편 비중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서는 대부분 장편이 아닌 중단편 소설을 심사하고 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등은 중단편소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긴 해요.


하지만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세계문학상, 오늘의 작가상, 중앙장편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등에서는 장편소설을 또는 장편소설도 심사에 받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주간문학동네와 같은 주간 웹진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연재가 좀 더 활성화된다면 작가가 안정적으로 집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저는 이렇게 출간된 장편소설들을 아주 소중하게 읽고 있는데요, 여러분께도 영업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최근 발견했거나 재미있게 읽은 장편소설 중에서는 ‘지금, 여기'를 다룬 작품이 많았어요. 지난한 현실을 웃으며 조금 잊을 수 있는 작품부터 몇백 년 뒤에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면 사료로 참고할만하다고 생각했던 작품까지. 아무래도 너무 먼 얘기보다는 내 주변의 이야기가 쉽게 읽히겠다는 마음이기도 하고요.


이제 곧 찾아올 연말, 어디 가기에는 춥고 귀찮으시다면,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뒹굴뒹굴하며 읽을 책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저의 리스트를 참조해주시길 바라요.

👿 회사생활 공감하며 털어내고 싶다면, 시트콤 소설 ⟪언러키 스타트업⟫

  © 민음사

브런치 대상을 받은 ⟪젊은 ADHD의 슬픔⟫과 인간관계 에세이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를 쓴 정지음 작가의 시트콤 소설 ⟪언러키 스타트업⟫입니다. 시트콤 소설이 무얼까 싶은데, 책을 펼치면 각 챕터가 마치 시트콤의 한 에피소드처럼 구성되어 있어요. 마냥 가볍게 재밌다기보다는 웃픈 에피소드들이 많지만요.


책은 ‘스타트업'이지만 법적으로는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주인공 김다정이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요. 김다정이 다니는 스타트업의 이름은 국제마인드뷰티그룹으로, 처음의 국제는 대표 이름인 박국제에서 따왔고(그래서 영어로도 International이 아니라 Kuk-je래요) 5인 이하 사업장인데 이름만 그룹인, 소위 허울만 스타트업인 작은 회사입니다. 벌써 어떤 이야기일지 느낌이 오시나요?


회사는 박국제의 '마인드 뷰티'를 다루는 인터넷 강의를 판매해 매출을 얻는데, 시원찮은 퀄리티임에도 꾸준히 “망하지 않을 만큼" 팔려나가서 유지되고 있었어요. 무려 대표의 팬클럽도 있고요. 박국제 대표는 이 조그만 틈에서 얻는 수익을 인질 삼아서 자신의 기분에 따라 이런저런 결정들을 뒤바꾸고, 반말로 직원들을 부르거나 생일파티를 요구하는 등의 몰상식한 행동을 일삼아요. 그리고 금방금방 뒤집히는 결정에 김다정 주임과 다정의 동료인 이수진 과장, 오지구 대리는 날이 갈수록 서로와 돈독해집니다.


정지음 작가는 속 터지고 화가 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유머들과 버무려서 펼쳐내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에피소드의 연속인데, 그게 또 보다 보면 그렇게 말이 안 되지도 않고 묘하게 익숙해요. 나도 분명 이런 일 겪었던 적 있는데 싶기도 하면서 다정이 이 일을 잘 해결하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시트콤 소설'의 형식이어서인지 매 에피소드는 때로는 허탈하게, 때로는 통쾌하게 웃음을 줘요.


꼭 스타트업에 다니지 않았더라도 모든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우리 회사는 체계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사실 회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 비슷하잖아요. 회사를 그만둔다는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고, 또 하루하루 고비를 넘기는 것에 금방 적응되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 정도면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가도 수진-지구-다정이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면 서로가 있기에 그래도 다닐만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전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중후반부터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작은 회사일수록 한 명이 들고 나는 것의 영향이 크기 마련이잖아요. 이때부터 다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결국 결말의 커다란 흐름까지 이어집니다. 회사 다니면서 이런 사람 꼭 있다 싶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 소설로 회사 다니고 있는 우리들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다 읽으셨다면 뒷풀이로 스타트업을 다녀본 세 명이 폭풍 공감하며 ⟪언러키 스타트업⟫을 이야기한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의 EP48을 들어보셔도 좋겠어요.

📲 지금의 플랫폼 노동을 그린 ⟪헬프 미 시스터⟫

코로나 시대에 가장 수혜를 많이 입은 건 ‘플랫폼’ 기업이었어요. 사람들은 모바일 앱으로 접속해 손쉽게 식료품이나 식사를 주문했고, 덕분에 쿠팡・배민과 같은 회사가 급성장했죠. 최근에는 작은 규모의 이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서비스를 앱으로 신청할 수 있는데요, 동시에 ‘플랫폼' 회사가 만든 앱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어요. 자신의 차로 물품을 운송하고, 음식을 배달하고, 요청받은 서비스를 해내는 사람들. ⟪헬프 미 시스터⟫는 딱 지금 시기의, 플랫폼에서 노동하는  대가족을 다룬 작품이에요.
© 은행나무

수경은 동료에게 약물 성범죄를 당할 뻔한 뒤 회사를 그만두고 몇 개월 쉬게 됩니다. 하지만 따로 직업이 없는 부모님과 조카 둘까지 돌보며 가장 역할을 하던 수경이기에 더 이상 쉴 수 없다고 생각해 일어서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피하고 싶었던 수경이 가장 먼저 시도한 일은 택배 물건을 위탁받아 차로 배송하는 자차 배송이에요. 그렇게 가족들은 하나둘씩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며 생활비를 벌어오기 시작합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헬프 미 시스터'는 생활 편의형 서비스를 의뢰할 수 있는 앱으로, 의뢰인도 구직자도 모두 여성인 앱이에요. 수경과 여숙씨는 자차 배송을 그만두고 이 앱의 구직자가 됩니다. 낮은 평점을 받을까 봐 조마조마해 하면서도 의뢰받은 서비스를 해내고 보수를 받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플랫폼에서는 정책을 바꿉니다. ‘앞으로 의뢰받은 일의 90퍼센트는 수락해야 하며, 답신은 한 시간 이내로 줘야 한다'고요. 구직자로서 계속해서 돈을 벌려면 회사가 통보한 정책을 그저 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러키 스타트업⟫이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헬프 미 시스터⟫는 계속해서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가난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이들에게 플랫폼 기업은 일자리와 함께, 직원으로 고용한다면 고용주로서 응당 져야 하는 위험부담까지 함께 안깁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서 수경과 가족은 성취감과 기쁨을 느껴요. 특히, 이전까지는 키오스크 앞에서 무력했던 여숙씨가 ‘헬프 미 시스터'의 구직자가 된 후에는 이것저것 눌러보며 성공적으로 주문하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오더라고요.


⟪헬프 미 시스터⟫는 가난으로 인해 모두가 플랫폼 노동을 하는 비정한 현실을 그려내지만, 이서수 작가는 각 인물을 한 번씩 다루면서 각자의 상황과 함께 그들에게 행동을 설명할 기회를 줍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수경과 여숙씨, 집을 사기당해 얹혀살게 된 수경의 아버지 양천식씨와 4년 전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 선물 거래를 하지만 수익률은 제로에 가까운 수경의 남편 우재까지. 가족들이 함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플랫폼 노동을 나서면서도 서로를 탓하지 않고 의지한다는 점에서 동시에 판타지처럼 따뜻한 작품이기도 해요.


이 책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수경과 친한 동생 보라와의 관계입니다. 수경은 현실을 마주하고 살기 위해 자신이 당했던 일을 굳이 꺼내어 돌아보지 않지만, 보라는 벌금형만 당한 피의자를 놓아주려는 수경을 이해하지 못해요. 수경이 당한 일이 결국 자신에게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니까요. 수경을 몰아세워서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보라는 수경을 이해하려 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꾸려고 합니다. 인터뷰에서 이서수 작가는 이 부분을 쓰면서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보라가 만들려는 세상에 대해 주목하고 싶다고 쓰셨더라고요. 어떤 일에는 항상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둘 다 있고, 현실에서는 무를 자르듯 깔끔하게 결론 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 잘 그려져 있어요.


실제로 이서수 작가는 자차 배송 일을 했던 경험을 책에 녹여냈다고 하는데요, 요즘 시대의 플랫폼 노동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신 다음에는 책읽아웃의 이서수 작가 편을 들어보세요! 호스트 황정은 작가의 질문과 이서수 작가의 답변이 주옥같아서 집중해서 듣게 되더라고요.

❤️ 요즘 시대의 사랑,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

소설  ⟪친구들과의 대화⟫, ⟪노멀 피플⟫의 작가이자 최근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인 샐리 루니의 신작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를 소개합니다. 이전 레터에서 드라마 ⟪노멀 피플⟫을 소개했던 적이 있는데요, 올 7월 웨이브에서 드라마화된 ⟪친구들과의 대화⟫도 독점 공개되었어요. 그만큼 핫한 작가이기에 국내 번역서로 출간되지 않은 이 책도 소개하고 싶었어요.

© Farrar, Straus and Giroux

이번 책에서는 소설가인 앨리스, 그의 단짝이자 문예지 에디터인 아일린, 아일린과 어려서부터 친했던 사이먼, 그리고 앨리스와 데이팅앱에서 만나는 펠릭스 이렇게 네 명이 주인공이 되어 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립니다. 이렇게 소개하면 뭐가 특별할까 싶으신 분들께, 이번 작품의 특별한 점 세 가지를 먼저 소개해보겠어요.


첫 번째는 이 평범한 캐릭터들에게 계속해서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앨리스와 아일린, 펠릭스는 29세라고 나오는데요, 이제 막 초년생 티를 벗은 이들의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과의 갈등, 진로에 대한 방황이 내 얘기 같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 이야기 같기도 하거든요. 펠릭스는 바다와 가까운 조그만 마을의 창고에서 일하는데, 자신의 직업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요. 아일린은 기부금을 받아 운영되는 문예지의 에디터인데, 일 자체도 지루한 업무의 연속일뿐더러 매우 박봉입니다. 월세를 아끼기 위해 모르는 어떤 부부와 집을 셰어하기도 하고요. 루니 작가는 딱 이 나이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담한 언어로 묘사해내고, 독자로서는 공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넷 사이의 관계에 계속해서 몰입하게 돼요.


두 번째는 주변 환경이나 인물 행위에 대한 세세한 묘사입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듯이 장면장면을 찬찬히 묘사하는데, 제가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캐릭터에 대한 묘사였어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적확한 언어로 세세하게 나열될 때의 묘한 희열이 있더라고요. 사이먼의 핸드폰 상단에서 누군가에게 온 알림이 뜨고, 한숨을 쉬면서 메시지를 위로 올려 알림을 화면에서 없애고, 어떤 메시지를 썼다가 지우고, 스크롤을 위로 올려서 이전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다시 메시지를 쓴다(143쪽)는 묘사를 보는데, 마치 제 눈앞에서 영상으로 보는 것 같았어요. 이정도면 2020년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핸드폰을 썼는가에 대한 고증 자료로 써도 되지 않을까요.


책의 대부분이 세세한 묘사를 바탕으로 한 관찰자적인 시점으로 쓰여있어서 계속 작가와 눈치싸움을 하면서 읽게 된다는 거예요. 인물의 생각은 대부분 인물의 행동이나 말을 통해서 알게 돼요. 이런 식이에요. 한 여자가 문쪽을 바라보며 호텔 바에 앉아있고, 그 여자의 옷차림, 현재의 날씨를 소개해요. 그리고 시간이 되니 어떤 남자가 걸어들어옵니다. 그가 물어요. "당신이 앨리스인가요?" "네, 저예요." 그럼 독자들은 그제서야 '아, 이 여자가 앨리스고 아마도 주인공인가보다'하고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아일린과 사이먼은 왜 주변 사람들만 이들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생각하는지, 앨리스와 아일린은 왜 계속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도 직접 만나러 가진 않는지, 앨리스는 왜 펠릭스를 갑자기 로마로의 출장에 데려가는지 단박에 이해하기 어려워요. 계속해서 인물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하려고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하는데, 덕분에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는데도 소설을 손에서 놓기 어렵습니다.


혹자는 이번 책이 ⟪노멀 피플⟫에 비하면 조금 심심하고 예상 가능하다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전 위 세 가지의 이유로 재미있게 읽었어요. 무엇보다 작가와 또래라는 점이 너무 감사하면서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가 되더라고요. 번역본이 출간된다면 그때 꼭 읽어주시기를,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추천해 드립니다. (책을 다 읽으신 후에는 뉴욕타임스 인터뷰도 함께 읽어보시길!)
오늘 추천한 책을 이미 읽어보셨다면, 혹은 읽고 난 후에 어땠는지 감상평을 하단의 피드백 링크 또는 이메일 답장으로 전달해주시면 챙겨서 읽을게요. 혹시 연말을 보내면서 저와 어거스트 에디터에게 추천할 책이 있다면 그 역시도 같은 방식으로 전달해주세요. 이 레터를 읽는 여러분이 따뜻하고 즐거운 연말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  오늘의 콘텐츠 추천

블루탱을 3년 키우면 벌어지는 일!!

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요즘 제 최애 채널을 소개해요! 알고리즘으로 알게 된 채널인데, 다양한 해수어를 키우는 해수인TV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해수어가 있구나, 그 해수어를 키울 수 있구나, 키우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구나 와 같은 것들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도 그냥 해수어가 귀여워서 다른 영상들도 찾아보게 됩니다. 귀여운 블루탱을 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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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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