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지니어스> (감독 구윤주)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32 〈디어 마이 지니어스〉
11월 4일 오늘의 큐 💡
Q. 소싯적 영재 소리 좀 들어보신 분? 🤓

한국 사회의 최대 관심사, 바로 학업이 아닐까 싶어요. 티비를 보며 뒹굴거리던 인디즈 큐, 아이들의 학습 방식을 조언하는 교양프로그램과 입시를 다루는 드라마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과거를 돌아보게 됩니다.🤔 님도 가끔은 '아, 어릴 때는 영재 소리 좀 들었는데...' 싶진 않으신가요?
'아~라떼는~'🥛 무용담을 늘어두려다가도, 지금도 똑같이 학업에 신경이 곤두선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씁쓸해져요. 만약 그게 내 동생의 모습이라면 어떨까요? 심지어는 그게 과거의 내 모습 같다면?

<디어 마이 지니어스>를 만든 구윤주 감독은 어릴 적 '영재 교육'의 혜택을 받은 학생이었지만, 대학 졸업을 유예하며 영화를 만드는 일을 꿈꿉니다. 그리고 열여섯살 차이가 나는 늦둥이 동생 '윤영'이 영재 교육에 편입하는 과정을 보며 마음이 복잡한데요.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이 그대로 반복되는 것 같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영화를 시청한 인디즈들도 이 '리얼 영재 다큐멘터리'의 현실감에 깜짝 놀라버렸습니다😖

가볍지만 마냥 가볍지 않고, 중요하지만 무겁지도 않은 이야기! <디어 마이 지니어스>를 만나보세요. 그리고 사랑하지만 이해가 안되는 나의 가족, 또 밉지만 행복했으면 좋겠는 나의 나라, 사회와 가족의 모순을 제대로 건드리는 마민지 감독의 <버블 패밀리>도 보면 재미가 두 배! 젊은 여성감독들의 거침없는 가정·사회 관찰(폭로)기를 만나보세요.·

〈디어 마이 지니어스〉 리뷰:
디어 마이 지니어스, 꼭 네가 되길 바라

동생들에겐 인생의 예고편을 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언니가 있기 때문이다.
언니 옷을 훔쳐 입고 언니가 하는 것이라면 죄다 따라하고 싶은 동생은 금세 자란다. 그리고 언니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된다. 김애란의 소설 서른에 나오는 문장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는 자매의 운명을 말하는 것 같다. 유독 자매 사이에 애증이 심한 건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일까.
디어 마이 지니어스는 동생의 인생 예고편이 되고 싶지 않은 언니의 고군분투기다.
 
대학졸업을 유예하고 본가에 들어온 감독 윤주는 막냇동생 윤영의 일상을 가까이서 보게 된다. 초등학교 일학년 윤영의 일상은 숨 가쁘다. 하교 후 학원을 종류별로 순회하고 밤늦게 돌아와 숙제를 하고, 시험 압박에 시달리며 밥도 잘 먹지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교육의 희생양이 내 동생이라니. 언니는 머리가 띵하다. 그러나 동생은 언니처럼 영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한 때 영재였지만 지금은 캥거루족 백수가 되어버린 언니는 동생을 선뜻 응원하지 못한다. 법으로 규정하는 영재와 창의력 경시대회가 얼마나 말이 안 되고, 백점짜리 시험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걸 이젠 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언니는 카메라를 든다. 그리고 일상의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
그것은 감독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장장 16년 동안 교육의 울타리 안에 있던 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세상으로 내쫓긴다. 갑자기 어른이 된 감독은 갓 초등학생이 된 동생보다도 어수룩해 보인다. 세상은 숙제와 시험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서일까. 스스로의 해답을 찾기 위해 감독은 굶주린 독수리처럼 동생의 뒤를 쫓는다언니의 조급함을 알아챘는지, 동생은 언니는 뭐 할 때 가장 행복하냐고 묻는다. 언니가 잠시 뜸을 들이는 동안 관객은 함께 고민하게 된다. 윤영이기도 하고 윤주이기도 한 나는 무얼 할 때 행복한지. 지금 그것을 하고 있는지. 이 물음들에 명쾌한 답을 내리는 것은 어쩌면 영재 되기보다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촬영기간이 두 달에서 삼년으로 늘어나면서 동생은 키가 자라고 언니는 졸업을 한다. 여전히 동생은 두통에 시달리고 엄마는 자식 교육의 미련을 완전히 놓지 못한다. 끝까지 리얼리티를 고수하며 드라마틱한 변화는 연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린 알 수 있다. 자매는 앞으로도 위태로운 사다리를 오를 테지만, 불안할 때 잠시 멈추고 질문하며, 춤을 춘다면, 사다리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란 걸 말이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윤영은 주저 없이 대답한다. 나는 내가 되고 싶어!” 이 한마디에 여태 쌓아올린 질문들은 한 큐에 해결된다. 결국 이 자매는 각자의 로 자랄 것이다. “인생 예고편 따위 무시하고 예측 불가한 반전이 펼쳐지겠지!”라고 마음대로 확신하며, 나는 되고 싶은 의 모습을 상상했다. 아주 오랜만의 일이었다

-인디즈 15기 김지윤
가족, 마음처럼 안되는.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 거야
고속 성장의 막차가 우리를 지나쳐 가던 시절, 욕망과 교육과 부동산은 동의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의 욕망은 지금보다 더 쉬이 잡힐 듯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부지런히 그 뒤를 좇는 것이 당시의 시대 정신이었다.
하면 된다는 말을 좌우명 삼고, 더 빨리, 더 열심히, 더 힘차게 살았던 세대. 그들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 여퉈주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좌우명을 가르친다. 그러나 그 말이 무너지는 걸 보며 자란 세대는 회의적인 질문을 던진다. 가족이기에 더 날카로운 질문, 가족이기에 끝내 받아들이게 되는 질문.

<디어 마이 지니어스>90년대 초중반에 태어나 입시를 겪은 맏이의 시선으로 엄마와 막냇동생 사이 반복되는 역사를 담았다면, <버블 패밀리> 90년대 후반 자본의 논리가 개편되는 순간을 기억하는 딸의 시선으로 부모님과 자신 사이 반복되는 역사를 담았다.
아주 특정한 가족의 특정한 이야기이지만,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 동화 '눈의 여왕'에서 악마의 거울이 깨져 사람들에게 박히듯, 시대의 조각들도 별로 닮지 않은 이들의 구석구석에 박히기 때문이다. 래서 이른바 사적 다큐에서 우리는 낯선 이들과 그 안의 낯익은 마음을 본다. 잘 아는 욕망, 익숙한 마음.
두 영화 모두, 딸의 질문을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얼굴에서 거시적인 현상 안의 미시적인 마음이 묻어난다. 불 타는 교육열이든, 부동산을 향한 갈망이든비판해야 할 사회 현상임을 모두 알지만, 그 이전에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다는 것을. 갈등과 불안과 애정이 공존하는 건 가족의 필연이라는 것을.

인디즈 15기 정유선
"윤영이가 계속 저의 과거를 불러일으키는 존재였어요. 그래서 윤영이가 울 때는 저도 되게 울컥한 순간들이 많았고. 윤영이와 16살 차이인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저와 정말 똑같은 거예요. 엄마가 윤영이를 대하는 것과 윤영이의 일상이. "
 저는 어려서 주입식 교육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다가 현재 힘든 삶을 살아서 가끔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 내가 엄마, 아빠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단 생각이 들 때 이상한 반항심도 들지만 죄책감도 들고." 
<디어 마이 지니어스>의 필수 후기, 누군가와 같이 보면 좋은 영화다! 보는 사람마다 모두 다른 생각으로 영화관을 나오게 되거든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간 <디어 마이 지니어스> 인디토크 현장! 구윤주 감독과 김현민 감독이 참석한 <디어 마이 지니어스> 인디토크 기록을 만나보세요.🤓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더불어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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