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2011년에 있었던 전국적인 정전을 기억하시는 독자님이 계신가요?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경기 중인 야구장에 불이 꺼지고, 은행 업무가 중단되는 등 대혼란이 있었습니다. 

그해 9월에 갑자기 날씨가 무척 더웠어요. 예상 밖에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정부는 다급하게 지역별 순환 단전을 시행합니다. 대규모 정전을 막으려는 조치였는데, 사전 예고 없이 진행한 거라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지요.

이렇게 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어도 문제지만, 공급량이 넘쳐도 대규모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대정전의 우려 때문에 발전소들이 발전량을 줄이고 있다고 해요.

원전뿐만 아니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생산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데요. 전력이 모자란다고, 발전소를 늘려야 한다고 난리인 마당에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함께 살펴봐요. 기사는 약 5분 분량입니다. 

정부가 전력 생산을 줄이려고 올해 봄부터 ‘날씨 좋은 일요일’마다 원자력발전소 출력을 낮춰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근래 전라도와 경상도에 태양광 설비와 원자력발전소가 늘어나 전력 생산은 확대됐지만, 기업들 휴무 등으로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자 공급과잉으로 인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5월에는 제주 이외에선 사상 처음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도 출력 제어가 단행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곳(수도권)과 많이 생산하는 곳(지방)의 불일치에 있다.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송전망 확충과 함께 전력 다소비 기업의 지역 분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은 전기요금을 낮추는 ‘차등 전기요금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25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제출받은 ‘봄철 계통 안정화 대응에 따른 원전 출력 감발 운전 현황’을 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일요일에 원전 출력을 낮췄다. 이달 16일과 23일 날씨가 흐렸던 점을 감안하면 날씨가 맑았던 일요일마다 원전 출력을 감소시켜 발전한 것이다. 한수원이 기업들의 전력 수요가 급감하는 연휴 기간을 제외한 다른 날에 원전 출력을 낮춘 사례는 올해가 처음이다.

‘꺼지지 않는 불’인 원전 출력을 일부러 낮추면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핵연료를 교체한 지 오래될수록 출력을 낮출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든다. 보통 경수로 원전은 1년 6개월마다 발전소를 세우고 2개월 이상 핵연료 교체작업을 진행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로 출력을 80%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는 약 17일 정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네 차례 원전 출력을 낮췄지만 평균 7시간이었던 만큼 아직 여력은 충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출력을 낮추는 일은 예견됐다. 봄에는 냉·난방이 감소해 전력 수요가 낮아진다. 여기에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기업들이 일요일에 조업을 중단하면 전력 수요는 더 떨어진다.

반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전력 생산은 증가했다. 기상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발전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렵다. 결국 늘어난 재생에너지 발전량만큼 원전이나 석탄 발전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봄에 들어 산업단지 근처 등에 위치해 24시간 계속 가동해야 하는 일부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제외하고 대부분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정전 사태는 대개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9월 15일처럼 과도한 전력 수요가 몰려서 발생하지만, 반대로 전력 공급이 수요를 큰 폭으로 웃돌아도 불안정성으로 일어날 수 있다.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전력망은 자전거의 두 페달과 같이 매 순간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일치시켜 일정한 주파수와 전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정전 위기는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자체 때문이 아니다. 전력을 생산하는 곳(호남·경남)과 소비하는 곳(수도권)을 연결할 송전망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게 근본원인이다.

최근 태양광발전 설비가 밀집된 전라도 원전(한빛1·2·3·6호기)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이 적은 경상도 원전(신고리 2호기, 새울 2호기)도 출력을 낮춰 운영했다.

나아가 전력망이 부른 위기는 호남과 경남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전력거래소는 태양광발전 시설을 보유한 공기업에 “16일 발전 출력을 제어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전력거래소가 제주 이외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을 줄이기 위한 출력 제어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일요일에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전력이 남아돌게 된다”며 “전력이 넘쳐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출력제어가 앞으로 빈번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비수도권과 수도권을 잇는 서해상 송전망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육상에 전력망을 건설하는 작업이 주민들의 반발로 쉽지 않다는 현실 때문이다.

전기를 꼭 해안 지역에서 생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서 조금씩 생산하는 방법이 많이 있어요. 이걸 실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이미 나와 있답니다.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다르게 매기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는데,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네요. 한대광 사회에디터가 법안의 의의와 효과를 짚어봤습니다.

🔗 태양광에 반대하는 이유

전남 무안군에 사는 이덕한 씨는 여전히 탄소중립 정책에 동의하고, 원전보다 태양광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가 어쩌다 마을의 '태양광 반대 위원장'을 맡고 있을까요? 농지를 뒤덮은 태양광 패널을 보면 '꼭 여기여야 하는가' 물을 수밖에 없다는데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두루 들어보면, 중앙 중심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과 한계가 잘 드러납니다. 

흡사 재난의 풍경입니다. 전세사기가 전국 곳곳에서 폭탄처럼 터져 나오고,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어요. 벌써 세 명이 세상을 떠났고요. 4월 27일, 정부는 뒤늦게나마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특별법의 핵심은 ‘주거 안정’이에요. 경매로 넘어간 전셋집에서 보증금도 없이 내쫓기게 된 피해 임차인들에게, 이 집을 가장 먼저 구매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주겠다는 겁니다. 물론 구매 비용은 피해자가 빚을 져서 마련하는 수밖에 없어요. 정부는 이를 위해 장기 저리 대출도 지원하겠다고 했고요.

다른 선택지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하는 거예요. LH가 경매에서 피해 주택을 구입하고, 그곳에 살던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를 하는 방식입니다. 거주는 최대 20년까지 가능하고, 임대료는 기존 공공임대주택 수준으로 저렴합니다.

피해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부터 국가가 일단 지원해야 한다는 ‘선(先)지원 후(後)구상’ 방안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어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가가 세금으로 (사기) 피해금을 대납, 반환해주고 나중에 채무자나 경매 절차에서 물건 가격을 환수해오는 경우는 현재 있지도 않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죠. (더 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선지원 후구상’이 빠진 정부 대책에 대한 점선면 독자님들의 생각이 궁금해요! 독자님께서는 정부가 전세 피해자들을 어디까지, 얼마나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다음주 점선면에 반영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