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알고 싶다 ‘낙인도’ 편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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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땀을 쥐는 이야기가 읽고 싶어요.

님, 날씨도 따뜻해지고 어느새 여름이 훌쩍 앞으로 다가온 것 같은 요즘이에요.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나들이를 가기에는 걱정과 부담이 많아요. 갑갑한 기분을 풀어줄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이야기 어디 없을까요? 👀

🎥 오늘의 ‘그것이 알고 싶다’: 『피그말리온 아이들』

📚 구병모 장편소설 『피그말리온 아이들』의 내용을 참고했어요.

🔖 흙에 절반쯤 파묻혀 휘어진 나무줄기에 걸터앉아 마(麻)는 숨을 몰아쉰다. 돌무더기에 넘어지고 부딪치는 동안 다리와 옆구리에 난 상처를 확인하며 호흡을 천천히 고르고, 각각의 자리에서 흐르는 피가 수 분 내로 멎지 않을 경우 닥칠 재난의 가짓수를 떠올려 보는데, 반팔 면 셔츠의 등에 밴 땀이 빠르게 식는 중이어서 출혈 외에 저체온도 염려되기 시작한다. 사방에 내려앉은 어둠의 밀도로 보아 저녁 7시는 되었을 것인데 붙잡히지 않으려면 이 산에서 밤을 새우는 수밖에 없다. (6면)

그런데 말입니다. 주인공 ‘마’는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일까요?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피디 ‘마’는 지난 십육 년 동안 외부 취재를 일절 거절하여 베일에 쌓인 장소, 로젠탈 스쿨을 취재하려 해요. 낙인도라는 외딴 섬에 위치한 로젠탈 스쿨은 설립 의도, 교육 과정은 물론이고 졸업생의 진로 현황조차 모두 비공개이며 어떠한 피디, 기자 심지어 네티즌 수사대조차 정보를 캐지 못한 요새 같은 곳이지요. 마는 중앙 일간지 기자로 일하는 대학 선배 박을 찾아가 어둠의 경로(?)를 통해 로젠탈 스쿨 이사장과의 자리를 마련하고 촬영 허가를 받습니다.

🔖 “이미 허가를 받으셨다는 말이죠. 학교 방침을 무시해도 유분수인 데다 이제 와서 무슨 의도인지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어쨌든 거기서 성사가 다 되었다는데 제가 반대한들 얘기가 달라지지는 않을 테니 이쪽도 쓸데없이 힘 빼지 않겠습니다. 단 이사장께서 말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촬영 및 취재 허가뿐이니까 나머지는 제 지시에 따라 주셔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실 수 없다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할 테니 어디 한번 이사장님께 다시 매달려 보셔도 좋겠군요.” (26면)

하지만 촬영은 난항을 겪습니다. 학교의 주인은 이사장이지만 실권자는 비협조적인 태도의 교장이었기 때문. 교장은 마에게 몇 가지의 빡빡한 조건을 내밉니다.

1. 촬영 스태프는 피디 외에 촬영 감독 1명만 동행할 것
2. 촬영은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학생의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
3. 다른 아이들에게는 질문을 금하고 정 궁금하다면 비서로 일하는 신은휘 양을 통해 전달할 것
4. 낙인도에 있는 동안은 휴대 전화를 반납할 것

교장은 이런 조항들로 다큐멘터리를 철저히 통제하려 합니다. 마는 마지못해 이 조건을 받아들이고 촬영 감독 곽과 함께 낙인도에서의 촬영을 시작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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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립된 섬, 단절된 학교의 피그말리온 아이들

🔖 “하지만 여기 모인 우리는 좀 다를 거예요. 제가 다른 학생들 생각까지 꿰고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날마다 아침 조회 때 들어요. 너희는 너희 부모와 다르다. 너희는 너희 그 자체다. 가난도 범죄의 대물림도 끊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너희는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그걸 실현할 수 있다. 아무것도 잡을 것 없고, 아무 데도 기댈 데 없던 아이들이 아침마다 부드러운 어조로 이런 이야기를 몇 년이나 듣게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마법 주문처럼 들리지 않겠는지 말이에요.”

피그말리온 이야기 같잖아.

마는 하루 동안 곽이 촬영한 화면을 노트북으로 돌려 보면서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94~95면)

마와 곽은 선생님과 학생들을 인터뷰하며 로젠탈 스쿨의 정보를 수집합니다. 학생들은 목공, 정비, 세탁 등 자신에게 할당된 노동을 하고, 인터넷과 전화는 제한되며 학생 전원은 개인 호출기를 항시 소지한다는 점, 2인 이상 밀담 금지 등 학교에는 엄격한 규칙이 많았습니다. 한편 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부모가 없거나, 범죄를 저질러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 아이들이라는 것도 특이한 점이었지요.

교장의 비서로 일하는 신은휘와의 인터뷰 영상을 확인하던 중 마와 곽은 이상한 부분을 발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들려주세요.’라는 질문에 은휘가 문장의 첫 음절을 인터뷰 초반과 다르게 평균 약 일 초 정도 길게 발음하는 것을요. 마는 노트에 그 글자들을 조합하고 하나의 문장을 완성합니다.

“여. 기. 서. 달. 아. 나.”

🔖 “규정을 어겼으니 촬영은 중단해 주시고, 촬영한 데이터는 모두 빼서 저희에게 주십시오.” (161면)

이상한 일들은 계속 벌어지고 급기야 촬영은 중단됩니다. 로젠탈 스쿨에는 어떠한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요? 마와 곽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요? 마음 졸이면서 읽다 보니 결말까지 단숨에 다다랐어요.

🔖 그러니까 이것은 고대의 맞춤 로봇 탄생기다.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를 타인에게 갖다 붙이는 행위에 성공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타인이 아니게 되고 나를 투사한, 내 뜻을 반영한 내 소유의 로봇이 된다. 그러나 보통은 그 일이 실패하기 때문에 그는 어디까지나 타인이고…… 무엇보다 사람인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태생이 불우한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한다는 로젠탈 스쿨의 목표는 어쩌면 자신의 바람을 학생들에게 투영하려는 어른들의 욕망은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이는 비단 소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인지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자신을 투영하면서 그를 사람이 아니라 욕망의 대상으로 보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읽은 책

구병모 『피그말리온 아이들』

『위저드 베이커리』, 『파과』,

『버드 스트라이크』 등

놀라운 상상력과 멋진 문장으로

그 자체로 장르가 되고 있는

구병모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