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때문에 힘든 당신에게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Zoe입니다.


여러분, 다들 ‘안녕’하신가요? 저는 요새 퍽 안녕하지 못한 것 같아요. 오늘은 제가 최근 생각중인 ‘번아웃’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보려고 합니다. 어거스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쓰는게 맞을지 고민도 됐는데요.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고, 남들보다 앞서 나가야 하는게 ‘미덕’인 미디어 관련 산업에 종사하실 여러분께도 꼭 한번쯤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에게는 모두 쉬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 오늘의 에디터 : Zoe
최근, 인생의 현타를 많이 느끼고 있는 마케터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1. '조용한 사직', 들어봤나요?
2. 우리 모두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3. 우리는 왜 좌절할까

🤐 '조용한 사직', 들어봤나요?

출처: Unsplash

틱톡을 많이 사용하는 분이라면 최근 ‘Quiet quitting’과 관련된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는 트렌드에 대해 한번쯤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어로는 ‘조용한 사직’이라고 번역되는 ‘Quiet quitting’은 미국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유명세를 얻고 있어요. ‘조용하게 직장을 그만둔다’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실제로 직장을 그만둔다는 뜻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안에서만 최소한으로 일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노동 방식을 의미합니다. 


‘조용한 사직’ 트렌드는 뉴욕에 거주하는 엔지니어(자이드펠린 @Zaidleppelin)가 틱톡에 짧은 영상을 올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자이드펠린은 본인의 틱톡에 올린 영상을 통해 “일이 곧 삶이 아니며(Work is NOT your life),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성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Your worth is not defined by your productive output)”고 말했죠. 자이드펠린이 7월에 이런 포스팅을 올린 이후,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용한 사직’을 검색한 비율이 급증하는 추이를 보였습니다.


사실 이런 개념이 새롭지는 않죠.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이 거론되기도 했고요. 일에 매몰되어 개인적인 삶을 잃어가는 태도를 경계하고, ‘더 잘 일하기 위해’ 삶과 일의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들은 계속해서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하필 지금, 이 개념이 굳이 유행이 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출처: TikTok

미국의 많은 언론들은 ‘조용한 사직’의 원인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하고 있는 노동시장으로부터 찾고 있습니다. 팬데믹 초기에 해고 또는 사직한 노동자들이 완전히 은퇴해버리고 일터로 복귀하지 않거나, 높은 실업수당을 받으며 안주해버리는 통에 남은 직원들은 심각한 양의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거죠. 더군다나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사실상의 임금 하락까지 겪고 있는 상황에서, 초과 근무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산업으로는 항공산업이 있습니다. 수많은 항공사와 공항들이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시스템 마비에 따른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죠. 유럽에서 짐이 몇주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SNS 포스팅, 주변에서 한번씩은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최근 유럽여행을 갔다가 공항직원의 실수로 캐리어를 분실할 뻔 했어요) 필요 인력은 정해져 있는데 일할 사람은 없고, 남아있는 직원들은 초과근무로 고통받으면서 업무는 마비되고 직원들의 피로감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에요.   


중국에도 이런 비슷한 말이 있는데, 바로 ‘탕핑주의’라는 말입니다. 아등바등 노력하지 않고 최소한의 벌이로만 생계를 유지하자는 생활 태도를 뜻하는 말이죠. 중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 그리고 그 안에서 청년층이 느끼는 무력감과 박탈감이 담긴 표현입니다. 장시간의 노동 대비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청년층의 시각이 담겼습니다.


한편 ‘조용한 사직’은 그저 근무태만, 의욕부진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노력만 기울이면서 현상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는 곧 개인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입장이죠. 

🏝️ 우리 모두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조용한 사직'으로 표현되는 최근의 트렌드가 "직장인이 허슬 컬처(Hustle culture)를 포기하고, 직장에서 (주어진 것) 이상을 하려는 생각을 중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허슬(hustle)이라는 단어는 ‘흔들다’는 뜻의 네덜란드어 ‘hutselen’이라는 동사에서 유래해, ‘떠밀다’. ‘재촉하다’, ‘속이다’ 등의 뜻을 갖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일을 일어나게 하다’ 혹은 ‘가능성이나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한 길로 나아가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죠. 그래서 허슬 컬처(hustle culture)는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온몸을 바쳐서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가 됐습니다. 


허슬 컬처는 생산성을 극대화해 기업의 성장을 도울지도 모릅니다. 다만 개인이 번아웃(Burn-out)에 빠지기 쉽다는 게 문제죠. 이제 번아웃은 다들 익숙하시죠. 번아웃이라는 말은 1974년 미국 뉴욕의 의사 허버트 프러이덴버거가 병원 의료진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쳐있는 모습을 보고 처음 사용했습니다. 심지까지 몽땅 타버려 불이 붙지 않는 상태를 묘사한 말인데요. 그는 논문에서 번아웃을 ‘주어진 업무를 헌신적으로 수행했지만, 성과나 보상이 없어 회의와 좌절을 겪는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 지금의 ‘조용한 사직’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죠. 


번아웃은 직장인, 주부, 학생 등 직업을 막론하고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주로 책임감이 높고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서 더 잘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너무 열심히 살아서’ 문제가 생기는 거죠.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2014~2016년, 2020년 모두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번 40% 정도의 직장인이 자신이 번아웃에 해당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는 겁니다. 방송인 재재도 최근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나와 번아웃 때문에 휴식이 필요했었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고백하기도 했고요. 

73점 이상인 경우 번아웃 증후군 진단군, 57점 이상 72점 이하인 경우 번아웃 증후군 잠재적 위험군, 56점 이하인 경우 일반군으로 분류됩니다.

저도 최근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만성피로에 시달리면서 이 주제에 대해 많이 고민했는데요. 이번 레터를 쓰며 번아웃 증상들에 대해 찾아보고, 자가진단을 해보다 보니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번아웃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열심히 사는’ 걸로 주변인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는 편이었어요.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 “요새도 바빠?”일 정도로, 회사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제 열정의 거의 전부를 쏟아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이 즐거웠다고 말할 수도 있었습니다. 재미가 없다면 그 과정을 버텨내기 힘들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세뇌했던 것 같아요. 


마케팅 업무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회사에 있을 때 뿐만 아니라 회사 밖에서도 ‘업무’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TV를 보다가도, 유튜브를 보다가도, 전광판에 걸린 연예인 사진을 보다가도 문득문득 최근 예능 트렌드가 어떤지, 어떤 유행어가 ‘밈’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트렌드를 어떻게 회사일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죠. 억지로 한다기보다는 관성처럼, 마음의 스위치가 ‘OFF’로 돌아서지 않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주말에 성수동에서 브런치를 먹다가도, 한남동에서 맥주를 마시다가도 요새 가장 핫하다는 장소를 일부러 찾아가고, 특정 브랜드의 팝업스토어에 들러 ‘이런 거 하려면 얼마 들었겠다’라고 생각하는 스스로를 쉽게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스위치가 잘 꺼지지 않은 덕분에 일에서의 성장은 굉장히 빠르게 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된 휴식을 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휴일이 휴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지독한 '월요병'에 걸려버린 것처럼 매일 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다음날 아침 일어나면 출근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그리고 업무가 마치 숙제처럼 밀려있다는 사실이 저를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내일 할 일이 걱정되며 잠이 오지 않거나, 꿈속에서조차 일을 하다가 업무를 망치는 악몽을 꾸고 깨어나는 날들이 늘어났습니다.  


재미있는 건, 제가 이번 레터를 준비하며 대화를 나눈 제 지인 중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더라고요.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도 회사를 떠날 용기는 얻지 못해, 휴가를 떠나거나 '조용한 사직'처럼 최소한의 방식으로 꾸역꾸역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레터에서 제가 쓰고 싶은 건 제 상황에 대한 불평도, 번아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장황한 변명도 아니었습니다.


보통 번아웃 극복법을 검색하면 취미를 시작해라, 여행을 떠나라, 휴가를 가라 등등 개인적인 해결책들이 많이 언급되죠. 하지만 정말 이게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상일까요? 잠시 해소되더라도 다시 또 찾아오는 건 아닐까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말 없는 걸까요?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번아웃의 원인이 뭔지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우리는 왜 좌절할까

BBC 코리아는 오픈 대학 라즈빈더 사므라 강사의 기고글을 실으면서 밀레니얼 세대에서 번아웃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로 해당 세대의 ‘높은 기대치’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전쟁이나 빈곤 등 이전 세대가 겪었던 사회경제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사라진 상태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말 그대로 ‘풍요로운’ 세대라는 평가를 자주 받았었죠. 어른들이 쉽게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하며, 요즘 세대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공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역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때때로 이들을 옭아매 제한을 두게 한다는 게 라즈빈더 사므라의 주장입니다. 기대치를 높게 설정한 상황에서, 실패를 피하고자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예상 밖의 일들이 일어날 때 더 큰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거죠. 기고글에서는 특히 이들 중 자기비판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성향을 가질수록 번아웃에 더 취약한 경향을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 1970년대 항공 교통 관제사 400명을 상대로 3년간 업무 탄력성에 관해 진행된 연구에서, 관제사의 99%가 자기관리에 능해야 하는 군인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군인 출신 관제사들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충분한 훈련 없이 적용하고, 매일 같이 야근에 시달리는 업무환경에도 기대치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 번아웃의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틀을 바꾸려는 생각 없이, 그저 '너무 열심히 달린 것'이 문제가 된 거죠.

출처: Gettyimages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버즈피드 뉴스 리포터 앤 헬렌 피터슨(Anne Helen Petersen)은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게 번아웃 세대가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아티클을 통해 이 세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번아웃은 단순히 개인의 변덕이나 심리적 상태, 일시적 질환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역설합니다. 


그녀는 아티클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는 모든 시간에 일해야 한다는 개념을 내면화(Because I’ve internalized the idea that I should be working all the time)하며 살아왔고, 이 때문에 우리 세대가 모두 번아웃을 일상적으로 겪게 되었다고 언급합니다. 재정적으로 부모세대보다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더 큰 부채와 더 부족한 안정성, 2008년의 금융위기, 중산층의 감소 등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무한경쟁의 시대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죠. 미국이 점점 더 성장하고 더 효율적인 사회로 변해갈수록 다음 세대는 더욱 경쟁에 뛰어들어야만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시장에서 ‘쓰임이 있는’ 최고의 노동자로 스스로를 최적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 시작은 ‘근면성실함’을 내재화된 가치로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헬렌 피터슨은 본인의 아티클을 통해 밀레니얼 번아웃의 다양한 양상과 원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적합니다만, 저는 여기에서 그 내용을 하나하나 옮겨오기보다는 그녀가 말하는 사회적 요소들이 어쩌면 수많은 번아웃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점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더 열심히 일한다면, 노력의 가치를 보상받을 것이고,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자라왔습니다. 때문에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시스템 속에서 더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사회의 사다리(ladder)를 오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해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항공 관제사의 사례처럼,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 '열심히 하려고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번아웃은 잠시 들렀다가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영원히 거주하는 곳이다. Burnout isn’t a place to visit and come back from; it’s our permanent residence. 
- Anne Helen Peterson, Buzzfeed News

번아웃의 원인에 대해 아티클을 통해 긴 주장을 펼치는 헬렌 피터슨은 역설적이게도 번아웃을 없앨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오히려 이 현상이 우리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와 ‘함께 가는’ 일상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자본주의와 성과주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번아웃은 영원히 함께 할 거라는 거죠. 어쩌면 ‘소모’되면서도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가치일지도 모른다고, 아티클 말미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번 레터를 준비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하나 소개해 드리면서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회사 내의 조직문화에 대해 측정하고 진단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Great Place to Work®(GPTW)에 따르면, 1,570여 개 회사의 179만명의 설문 답변을 분석한 결과 관리자 직급 이하의 직원들이 고위 경영진보다 20%나 더 많이 번아웃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조직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더 많이 내리는 것은 경영진인데, 왜 관리자 직급 이하의 직원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더 번아웃이 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을까요? 

 

GPTW는 이 원인을 ‘통제권’에서 찾습니다. 경영진은 일과 삶에서 자신이 스스로 경계를 정할 수 있고, ‘No’라고 말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반면 구성원들은 스스로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느끼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재미있게도 이 통제권은 Whitehall 연구 등을 통해 뒷받침되기도 하는데요. 영국의 공공 서비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 연구는 ‘업무에서의 권한과 번아웃’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한 결과, 업무와 관련된 불확실성과 긴장이 일터 내 스트레스 정도에 영향을 주게 되며, 일터 내 지위가 높을수록 심혈관 질환을 앓을 확률이 줄어든다는 결과치를 보였다고 합니다. 다른 요소들을 배제했을 때, 직급에 따른 업무에서의 통제권 차이가 이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자기통제감과 무력감, 번아웃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죠

출처: The Costa Rica News

'직급이 오르면 번아웃이 없어질 겁니다!'라는 단순하고 무지한 주장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리고 성공하면 다 나아질 거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존버'가 얼마나 폭력적인 주장이 될 수 있는지를 제가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얼마나 버텨야 하는건지, 어디까지 버텨야 하는 건지 -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저런 말들은 그저 폭력일 뿐이니까요.


제가 위의 연구결과를 흥미롭다고 생각한 건, 결국 모든 무력감은 통제감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어떤 실마리를 발견한 것 같아서였습니다. 회사를 지금 당장 그만두는 방식이든, 오늘부터 이를 악물고 살아보겠다고 결심하는 방식이든, 장기휴가를 떠나든, '조용한 사직'을 선택하든 - 그 방식이 어떤 것이든간에 제가 오롯이 선택하고 그 선택이 백 퍼센트 나의 것임을 인식하는 순간 자체가 어쩌면 번아웃의 해소에 한 발짝 정도 가까워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름이 다른 화려한 용어들로 이를 어떻게 포장하느냐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우리는 스스로의 통제권을 잃어버리고 맞닥뜨리게 되는 수많은 불안한 상황들 때문에 이런 감정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우울하지만, 그 생각을 곱씹으며 이번 레터를 쓰면서 조금이라도 여러분과 제 불안을, 우울을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침이 밝네요. 오늘도 출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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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이유를 찾아 드립니다ㅣ이동수 @무빙워터 크리에이터세바시 1371회

에디터 <Zoe>의 코멘트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출근'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크리에이터 '무빙워터'님의 세바시 강연 영상을 공유하며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짤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는 문장이 사무치게 와닿았어요. 무빙워터님은 강연을 통해 "세상엔 행복할 이유가 너무 많고, 중요한 건 무엇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냐"를 찾는 거라고 강조합니다. 세상엔 행복할 이유가 분명히, 그리고 아주 많이 있다는 게 그의 메시지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행복하신가요? 여러분의 내일은 행복할까요? 저도 오늘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과연 제 인생은 이대로 괜찮은지, 지금 행복한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인생은 짧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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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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