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에 도약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적었던 저녁이 있습니다. 원하는 일에서도 평생을 어영부영하기만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을 느꼈던 날이에요. 마라톤 풀코스 뛰기, 박완서 전집 읽기…… 쭉 써 내려가고 있는데, 꾸준함을 통해 목표에 도달하는 사람들은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의 왼손은 오랫동안 낚싯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긴 탓에 오그라들어 있습니다. 밤이 되자 더욱 고통스러워진 노인은 자신감을 얻기 위해 자신이 해냈던 도약의 순간을 떠올립니다. 부두에서 가장 힘이 센 흑인과 팔씨름을 해서 이긴 뒤 챔피언으로 불렸던 순간이요. 손을 맞잡은 채 하룻낮과 하룻밤을 꼬박 보냈고 서로의 손톱 밑에서 똑같이 피를 흘렸었죠. 노인은 이번에도 증명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미 그걸 수천 번이나 증명해 보였다는 사실은 아무 의미도 없"다면서요.

저번에 해봤으니까 이번에는 적당히 하자고 생각해왔던 순간들을 반성하며, 이번 레터에서는 흄세 편집자가 뽑은 《노인과 바다》 미리보기와 추천 콘텐츠를 소개해드릴게요.

《노인과 바다》 미리보기 1

하지만 이제 어둠이 내려 아무런 불빛이나 빛도 보이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에 부풀어오른 돛만이 배를 꾸준히 끌어가는 가운데, 노인은 어쩌면 자신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그는 두 손을 모아 손바닥의 감각을 느껴보았다. 감각은 살아 있었고, 단순히 손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음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선미에 등을 기대보고는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의 양어깨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고기를 잡으면 줄줄이 외우겠다고 약속한 기도가 있었지,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도를 외우기엔 너무 지쳤어. 부대를 가져다가 어깨를 덮는 게 좋겠군.

노인은 선미에 누워 키를 잡고서 하늘에 불빛이 비쳐오길 기다렸다. 아직 녀석의 반이 남았어, 그는 생각했다. 혹시 운이 좋으면 녀석의 앞쪽 반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나라고 운이 좀 따르지 말란 법은 없지. 아니야, 그가 말했다. 너무 멀리 나갔을 때 너는 이미 너의 운을 저버린 거야.

“바보 같은 생각은 그쯤 해둬.” 노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키나 잘 잡으라고. 아직 운이 잔뜩 남아 있을지도 몰라.”

“운을 파는 곳이 있다면 가서 좀 사고 싶군.” 노인이 말했다. 그런데 무엇으로 그걸 산담? 노인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잃어버린 작살과 부러진 칼과 엉망이 된 두 손으로 그걸 살 수 있을까?

“아마 살 수 있을 거야.” 노인이 말했다. “너는 바다에서 그냥 흘려보낸 팔십사 일로 운을 사려고 했지. 거의 살 뻔하기도 했고.”

터무니없는 생각일랑 말아야지, 노인은 생각했다. 운이란 여러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인데 누가 그걸 알아볼 수 있겠어? 하지만 흔쾌히 대가를 치르고라도 어떤 모습의 운이건 좀 얻었으면 좋겠군. 불빛이 비쳐오는 게 보이면 좋으련만, 그는 생각했다. 나는 바라는 게 너무 많아. 하지만 그게 바로 지금 내가 바라는 거야. 그는 좀 더 편안한 자세로 키를 조종하려 애썼고, 고통 덕분에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알았다.(126~128쪽)

《노인과 바다》 미리보기 2

노인은 거대한 고기를 많이 봐왔다. 450킬로그램이 넘는 고기도 많이 봐왔고, 살면서 그만한 크기의 고기를 두 마리나 잡기도 했지만 혼자서 잡은 적은 없었다. 이제 혼자서, 육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는 지금껏 보고 들은 중 가장 커다란 고기와 맞붙고 있었고, 그의 왼손은 여전히 무언가를 움켜쥔 매의 발톱처럼 단단히 오그라들어 있었다.
하지만 쥐는 풀릴 거야, 노인은 생각했다. 분명 풀려서 오른손을 도울 거야. 서로 형제인 게 셋 있지. 바로 저 고기와 내 두 손. 쥐는 반드시 풀려야만 해. 쥐가 나는 건 손으로서 자격 미달이야. 고기는 다시 속도를 늦추고 평상시의 속도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녀석은 왜 뛰어올랐을까, 노인은 생각했다. 마치 자기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기라도 하려고 뛰어오른 것만 같아. 어쨌든 덕분에 나는 녀석이 얼마나 큰지 알았지, 그는 생각했다. 녀석에게 내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보여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러면 녀석은 쥐가 난 손도 보게 되겠지. 녀석이 나를 실제보다 더 뛰어난 인간으로 여기게 내버려두자,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인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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