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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팸플릿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했다. 그분은 용기를 내어 천천히 한 사람씩 말을 걸었다. 마지막이 나였고, 말씀을 들으며 월급에서 뺄 수 있는 여윳돈을 생각했다. 소액은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등 떠밀려 매달 2만 원씩 기부를 시작했다.

3. 처음 돈이 빠져나갔을 땐, 좀 더 강하게 거부를 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돈이 빠져나갈 때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한 돈이 아니라, 적절히 거절하지 못해 내는 벌금이라 생각했다. 줏대 없는 기부자의 흔들리는 마음은 몇 달이 지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4.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벌금이 빠져나갔다. 메시지에 적힌 액수를 보고 있자니 지난 몇 달간 내 생활이 떠올랐다. 기부하기 전후가 거의 같았다. 비록 마음은 갈팡질팡하였지만, 그분의 말씀대로 나는 그동안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남을 도와준 것이다. 처음으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아직도 나는 기부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단지 우연히 기부를 시작하며 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정도다. 정기적으로 후원단체의 활동 내용을 메일로 받는다. 내 마음 편해지자고 하는 것일 뿐인데 한 일에 비해 너무 소중한 소식을 들려줘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 등 떠밀려 억지로 시작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거라 믿는다. 

<등 떠밀린 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