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정노동자의 위태로운 일상 그리고 동네 작은 산에서 만난 새
다정한 세상은 마포다정한재단의 뉴스레터 이름입니다. 마포다정한재단은 우리 삶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모여 마포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가며 다정한 세상을 만든다고 믿으며 그 세상에서 당신과 함께 살겠습니다.
'세상을 구할 다정함'이 있는 풍경은 다정한 시선, 변화의 해법을 찾아내는 사람들 이야기는 다정한 사람, 재단의 재원이 모이고 나눠지는 이야기는 다정한 재원에 담습니다. 다정한 세상은 매월 첫 주 받아볼 수 있습니다.
2023. 6. 다정한 세상 vol.9.  
"머리에 무쓰 발랐네"
2023 다정한기금 지원 탐조활동


성미산이 가까이에 사는 분들은 아침마다 새소리를 듣습니다. 조금 신경써서 들어보면 아침에 나는 소리가 있고 저녁 새소리는 또 다릅니다. 1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을만큼 낮고 작은 성미산에 천연기념물 솔부엉이가 살고 동화속의 그 파랑새도 산다는데 소리로만 들렸던 성미산 새들을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올해 다정한기금으로 지원 받은 활동 중 하나가 산다움의 탐조활동입니다. 기본교육을 간단히 받고 주말 이른 아침에 성미산에 살금살금 올라보니 소리로 새를 찾고 눈으로 새와 인사하는 시간이 찾아왔어요.  

산다움에서 모신 새 전문가의 안내로 소리를 구별하여 새를 따라갈 수 있었어요. 소리만 들리고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때 모두 저절로 행동을 멈추고 귀를 열게 됩니다. 이윽고 망원경 안으로 새가 들어오면 히죽히죽 웃음이 나는 것이 참 이상하지만 행복하더군요.


"머리에 무쓰를 발랐네!!" 성능 좋은 망원경에 직박구리 얼굴이 보이니 다들 와글와글! 무쓰를 잔뜩 바른 참빗으로 머리를 빗은 것처럼 깃털이 멋스럽게 서있는 직박구리를 두 분으로 보다니요. 작고 낮은 산이지만 숲이 우거져 산 속에 있다보니 동네는 전혀 보이지 않고 하늘과 나무와 새들로 들어찬 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배란다나 창틀에 앉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 쫒아내는 비둘기는 반가운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맷비둘기를 만났을 때 생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 원래 우리 비둘기는 미운 애들이 아니구나. 짝이랑 같이 다니는 것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도(어쩌면 노관심인 듯) 비둘기랑 비슷한데 비둘기보다 덩치가 훨씬 작고 날렵합니다. 

"사람들 집 가까이 사는 비둘기들은 맷비둘기와 다른 종이예요. 88 올림픽 행사 때문에 들여와 날려보낸 애들이죠."  인위적인 방사가 자연과 인간을 어떻게 불협하게 만드는 지 잠깐 생각하게 되네요.


산다움의 탐조활동은 하반기에 또 계획한다고 합니다. 2월에 있었던 다정한파티에서 탐조를 설명하면서 "나를 살린 새들"이라고 표현했던 산다움 활동가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쫓겨나는 사람들
불안정노동자의 일상이 위태롭습니다 1.


경비원, 청소원, 배달라이더, 콜센터상담원, 공익활동가, 장애인활동지원사... 내 주변을 청소해주고,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고, 내 가족을 돌보는 등 우리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일을 하는 분들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을 필수노동자라고 부릅니다. 다른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을 돕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이들의 일상은 불안합니다. 기본적으로 계약직 신분이고 3개월, 6개월 초단기 계약직도 흔합니다. 필수노동을 하면서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이들의 일상은 시시때때로 위태로워집니다. 


실업급여 없이 ‘자진퇴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청기업의 위탁용역을 받아 인력을 고용하는 콜센터(고객센터) 업체는 직원을 정리해야 할 때 해고나 권고사직을 하지 않고 전환배치(전배)를 합니다. 다른 위탁업무를 하도록 보내 버리는 것입니다. 같은 회사에 있는 것이니 해고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외과 의사에게 정신과 진료를 명령하는 것과 같습니다. 월급 주는 병원이 바뀐 것은 아니니 이 의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정신과 진료를 할 수 있을까요?

전배된 상담원은 내용이 전혀 다른 새로운 콜 업무를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고 최저생계비 수준의 신입 급여를 받아들여야 하니 견디지 못하고 ‘자진퇴사’를 하게 됩니다. 해고나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퇴사가 아니니 실업급여는 당연히 받지 못합니다. 부양할 가족이 있는 여성가장이 대부분인 콜센터상담원에게 실업급여는 다음 일자리를 구할 동안 붙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버팀목인데 말입니다.

 

배달 수수료를 주급이나 월급으로 받는 배달라이더는 법 개정으로 2023년 올해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데 속사정은 다릅니다. 라이더는 ‘근로자’가 아니라 ‘노무제공자’로 분류되어 퇴사 전 3개월 동안 월급이 전보다 30% 이상 줄어들어야 하고 실업급여 대기기간 4주(일반 근로자는 1주)동안 소득이 0원이어야 수급 자격을 얻게 됩니다. 소득이 정말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하는 것입니다. 소득이 없거나 확 줄어든 채로 4개월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루라도 빨리 다른 배달 업체에 라이더 등록해서 배달 한 건이라도 시작해야 가족들 먹여 살릴 수 있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결국 실업급여는 포기하고 ‘자진퇴사’ 절차를 밟게 됩니다.

 

지역사회돌봄, 사회적약자옹호, 공동체형성 등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시민활동가도 ‘자발적’ 퇴사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수익사업에 치중할 수 없고 주로 외부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을 받아 사업비와 인건비를 마련하고 있는 소규모 단체의 현실에서 비롯됩니다. 고용하고 있는 활동가를 해고하거나 권고사직 시키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 심사과정에서 패널티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 사정을 모를 수가 없는 활동가가(이 활동가가 공모지원사업 서류 만들고 심사에 응하니까요) 자신이 하던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자진퇴사’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나름 공익활동에 대한 소신을 갖고 최저생계비도 되지 않는 활동비를 감수하고 버텨 온 사람들이 활동을 접는 경우 대부분의 이유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활동을 계속할 수 없을 만큼 소진되었거나 생활을 이어갈 수 없어서 입니다. 워낙 급여가 작았으니 적금도 없고, 실업급여도 없는 채로 몸과 맘을 추스르고 새로운 일을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 빤히 보이는데도 자발적 퇴사를 ‘선택’합니다.

 

고용보험법 10조2항은 경비원들에게 무시무시한 조항입니다. 65세 이상 신규취업자는 고용보험 가입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 조항의 내용입니다. 정년 65세가 넘고 노년기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경비원으로 취업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고용보험료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고 실업급여도 당연히 없습니다. 아파트 관리 위탁업체가 바뀌면 새로운 업체의 처분에 따를 수밖에 없는 위탁고용이고 3개월마다 근로계약서를 새로 써야 하는 ‘파리목숨’이니 할 말을 삼키며 3개월마다 고비를 넘겨도 위탁업체가 계약만료로 내쫓으면 실업급여도 없이 실직자가 됩니다. ‘자진퇴사’할 기회도 없는 것이지요.


우리 일상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불가피한 실직으로 일상이 위협 받을 때 잠시라도 버틸 수 있는 긴급생활비가 필요합니다. 다정한기금을 보내주세요. 마포노동자공동체사회적협동조합 일꿈이 진행하는 공제활동을 통해 긴급생활비로 지원됩니다.


✳️ 2023년 5월 다정한기금 총액 428,000원(누적 2,139,000원)

고영란 구은경 김규화 김민석 김민춘 김별샘 김상국 김소리 김수연 김시홍 김은아 김정수 김지희 김초롱 김혜정 나익수 노은정 류승철 모순앵 문재윤 문정아 박기나 박수경 박수진 박인숙 박종숙 박진교 박흥섭 서정진 손정란 송덕호 신수정 원준혁 위하연 유금옥 윤모린 이경화 이경희 이남실 이문수 이숲 이옥자 이준기 이혜경 임상희 임은실 장영옥 장원희 장혜영 정달현 정명수 조승연 조윤 채상원 최경화 한소영 한진숙 한희철 홍진주 희음 히스테리안 (주)시아컨텐츠그룹 사단법인노을공원시민모임

내 쓰레기는 내가 치우자?!
'쓰레기 자치시대 가능한가" 토론회 공동주관 참여

'내가 만든 쓰레기 내가 치우기' 쓰레기 발생지처리원칙입니다. '쓰레기 자치시대 가능한가?' 토론회는 이 원칙을 세워갈 수 있을 지 가늠해보는 자리였습니다. 다정한재단이 토론회 기획과 실무에 참여했고 공동주관처로 함께 한 이 토론회를 잠깐 소개합니다.  

박항주 정의정책연구소 기후위기대응센터장의 발제방향은 명확했습니다. '쓰레기 자치시대는 가능하다. 단, 소각쓰레기 뿐만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산업폐기물까지 마포구에서 수용하고 처리하는 것을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다면!' 내 집 가까이에 쓰레기 처리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용인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마포구 음식물쓰레기는 은평 등 다른 구에서 처리합니다. 산업폐기물도 다른 도시로 보내고 있지요. 

지금 마포구를 달구고 있는 소각장 건설문제는 재활용쓰레기 처리에 국한된 것입니다. 발생지처리원칙을 세우고 쓰레기 자치시대를 연다는 것은 마포구에서 만들어낸 각종 음식물쓰레기, 생활쓰레기, 산업폐기물까지 모든 쓰레기를 마포구 안에서 처리한다는 것이며 이것은 각종 자원회수시설, 재활용시설 등 쓰레기 관련 시설을 마포구 내에 만들고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문제네요. 장애인시설이 우리 동네에 오는 것도 반대하는 분들 많은데 쓰레기 시설을 흔쾌히 포용할 수 있을까요.

우리 동네에 안되는 것은 남의 동네에도 안된다는 기준을 세우고 쓰레기 절감에 나서는 한편 당장 우리 동네에 쓰레기 시설을 만들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 쓰레기 자치시대를 여는 기본 전제라는 것을 확인한 토론회였습니다. 서대문구, 은평구와 권역을 묶어 진행한다해도 마포구에서 담당할 것은 반드시 있다는 것이구요.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까요?    

✴️ 2023년 5월 재단 운영기부 760,000원(누적 3,898,500원)
강서희 김성섭 김은주 문재윤 박신연숙 배민경 신동순 오성규 윤영선 이성준 장혜영 정명수 정혜진 조송미 조승연 최경화 한진숙 허선희 현석환 홍정희 황선영 (사)사람과마을 사랑나눔발전소

마포다정한재단은 시민의 기부 참여로 운영되는 지역사회재단입니다.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재단의 운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기부자와 회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매월 들고 나는 재원을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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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일은 스티비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