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30, 2024
아피스토의 풀-레터 S1.5-3 vol.34
카페 풀멍의 몬스테라 알보
안녕하세요. 아피스토입니다.
지난주에는 담양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내내 흐린 날씨에 비까지 내렸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습니다.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어디를 가도 식물을 중심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식도락가가 맛집여행을 하듯, 식물집사는 식물여행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인구 4만의 작은 마을 담양에서도 열대관엽식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15여 년 전엔가 이곳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메타세콰이어길과 대나무숲 죽녹원만이 유일한 식물 구경이었는데 말이죠(사실 그땐 식물에는 관심도 없던 때입니다만).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소읍에서 대품의 몬스테라 알보를 만날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했습니다. 카페 풀멍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저수지 대아제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이니 식물집사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담양은 죽녹원에 가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에서 흔하게 대나무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닥에 뒹구는 나뭇가지조차 대나무일 정도죠. 읍내는 담양천이 한가운데 흐르는데요. 담양천변을 따라 수련 300~400년 된 고목들이 2킬로미터 넘게 늘어서 있습니다. 무려 400년 전 심은 나무들입니다. 관(나라)에서 쌓은 제방 위에 심은 나무라고 하여 '관방제림'이라고 부릅니다. 나무가 주는 안도감이랄까요? 그 아래를 걷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나무에게 보호받고 있는 느낌마저 듭니다. 
담양천변의 관제방림길  
관방제림 길을 따로 걸으니 길 한쪽으로 국수거리가 있었습니다. 국수집들과 카페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었지요. 원조 국수집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를 들어가도 기본 이상은 하지 싶습니다. 이곳 국수집들의 국수가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의 잔치국수보다는 면이 굵고 짜장면보다는 얇다는 것입니다. 생경한 면의 굵기가 미감을 자극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더군요. 담양의 볼거리와 먹거리는 사실 담양천 중심으로 모여 있습니다. 메타세콰이어길도 천변의 끄트머리에 있고요. 죽녹원, 국수거리, 관방제림 모두 담양천 바로 옆입니다. 소읍 여행의 매력은 이런 데 있는 듯합니다. 동선을 길게 짜지 않아도 인근에 다양한 즐길거리가 '패키지'로 모여 있습니다.
담양의 한 베이커리카페의 아깽이  
저는 1년에 한 번은 사람들이 가장 돌아다니지 않을 법한 시즌의 평일을 잡아 여행을 다녀옵니다. 이것이 유일한 일탈이라고나 할까요?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도 날은 흐렸습니다. 아이들도 차에 앉아 있는 것이 지루했는지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스프링처럼 차 밖으로 튀어나갑니다. 간식거리를 사고 서둘러 가던 길을 재촉하려는데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뛰어오더니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아내와 차 안에서 30분이 넘도록 기다리다가 결국 아이들을 찾아나섰지요.

화단 한편에서 두 아이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뭐하는데 여태 안 와?!“
아이들은 화단의 이끼를 뜯어 작은 언덕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빠! 거의 다 됐어."

집으로 돌아와 스마트폰 앨범을 보다가 그날 휴게소에서 만든 아이들이 만든 이끼언덕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이 인증샷을 남긴다며 저의 휴대폰을 달라는 걸 귀찮은 듯 건네주었는데, 역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네요. 
몇 장 없는 담양의 추억이 더 소중해지는 순간입니다. :)    

아피스토 드림.   
아이들의 이끼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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