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세이션> (감독 김덕중)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46 〈컨버세이션〉
3월 1일 오늘의 큐 💡   
Q. 혹시.. 나한테 할 말 있어?
님, 수요일의 시작 활기차게 하고 계신가요? 아! 오늘은 3월 1일이네요. 😍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수요일을 시작하신 분들도 계시겠고, 평소와는 달리 꿀 같은 공휴일의 햇살을 즐기고 계신 분도 있겠죠? 🌞 오늘은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역사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고, 또는 친구나 애인을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눠도 참 괜찮은 날일 것 같아요. ☕ 바쁜 일상 속 잠깐의 휴식 같은 '수요일인데 공휴일(!)'의 이 기분은 함께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기분이니까요.

'우리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밥 먹고 까페 갈래?', '님 역 근처 까페에서 뵈어요!'
이 말들의 공통점을 님은 아시나요? 😉 맞아요. 우리에겐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이 남았다는 것이겠죠. 2월 23일 개봉한 김덕중 감독의 〈컨버세이션〉은 여섯 남녀의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대체 이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왜! 말들을 고르고 골라 상대의 앞에 꺼내놓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김소이, 송은지, 곽진무 배우의 시시콜콜 '컨버세이션'을 조금 더 깊숙이 이해하기 위하여, 아래에 인디즈의 리뷰를 소개합니다. 인디즈가 만난 김덕중 감독 인터뷰(리얼 컨버세이션!), 그리고 토요일에 열릴 인디토크 소식까지 모두 확인해보세요. 😎 

오늘날 현대인이 불안을 떨쳐내는 방법

〈컨버세이션〉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기 전 친구를 만나고 왔다. 우리는 장장 여덟 시간 정도 대화했다. 그리고도 아쉬워서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각자를 배웅하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만나서 다시 얘기해!

 

친구를 만나는 건 대부분 도시에서 대화할 곳을 찾아 떠도는 일이다. 우리는 적당히 소란스럽고 북적이는 식당, 카페, 테라스를 찾아 돌아다닌다. 너무 한곳에 오래 앉아있었거나 가게가 문을 닫으면 다른 가게를 찾아 나서기도 하면서 말이다.

 

서울 도심의 온갖 카페를 돌아다니다 보면 새삼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는 한국의 카페 수를 체감한다. 그리고 들어가는 카페마다 북적이는 인파를 보고 깨닫는다. 이 대화 공간의 수는 곧 불안의 숫자구나. 대화는 오늘날 현대인이 불안을 떨쳐내는 가장 일상적인 방법이 되었다. 해소하지는 못해도 떨쳐낼 수는 있다. 오늘도 나는 친구와 서로의 불안을 잠재워주고 돌아왔다.

 

영화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컨버세이션>의 초반에는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왜 굳이 이 장소를 골랐을까. 도심 한가운데의 아파트와 외부를 막아주는 창 하나 없는 이 공간에는 온갖 소음이 멋대로 침투할 텐데. 대화를 찍는 영화에서 대화를 방해할 텐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장면에서는 인물이 말하는 도중에 자동차 경적과 오토바이 배기음이 끼어들고, 울렁이는 바람 소리 그리고 불특정한 인파의 소음이 난무했다. 우리는 바로 여기서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대화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불안에 관한 영화라는 것을.

 

(중략)

 

이 영화에는 고요한 순간이 단 하나도 없다. 나는 이 치열한 수다가 거대한 위로처럼 느껴진다. 영화가 영화로서 존재할 때, 관객에게 내밀 수 있는 가장 세련된 위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삶은 극적이지 않다. 지루하고 논리적이지 않은 이 영화의 대화에 가깝다. 영화가 그대로 담아낸 일상 속에서 어떤 순간의 나를 발견한다. 불안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불안해도 상관없다. 잠깐 떨쳐내고 다시 살아가도 된다.


인디즈 안민정

〈컨버세이션〉 감독 김덕중|120분|드라마|12세이상관람가


20대 후반 파리에서 함께 유학했던 은영, 명숙, 다혜. 오랜만에 불어로 대화를 시도하며 장난스레 추억을 끄집어내지만 현재 30대 후반이 된 이들은 사실 서로 다른 각자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 바쁘다.
 
한편 승진, 필재는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며 빙빙 돈다. 과거를 물고 늘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현재에 닿지 못하고 겉돌기만 할 뿐이다.
 
진실과 거짓말, 그리고 게임을 통한 티키타카 대화의 향연! 핑퐁 같은 이들의 대화는 늘 의도와 다른 결말을 향해 가는데…

😊🎬 이 영화, 어떻게 만든 거냐면요...

영화를 이루는 마음

〈컨버세이션〉 김덕중 감독 인터뷰

 

* 인터뷰 전문은 아래의 '인터뷰 전문 읽기' 버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일자 기준) 개봉을 앞둔 지금,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게 될 감독님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어떻게든 작년 안으로 개봉하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다, 배급사의 도움으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천진난만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영화였어요. “이렇게 찍어도 영화가 될 수 있을까? 그래 한 번 해보자!”. 이렇게 시작된 영화였기 때문에 관객분들의 호평과 혹평 모두를 기대하고 있어요. 저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생각해서, 어떤 반응이든 상처받지 않고 재미있게 찾아보는 편이거든요. 관객분들께서 솔직하게 자신이 느낀 영화의 한계점을 말씀해 주시는 걸 듣는 것도 좋고, 제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다양한 해석을 해주시는 것도 너무 반가워요. 이제야 개봉을 하고, 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입니다. 다양한 반응을 기다리고 있어요.



공개 당시 인터뷰나,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컨버세이션>의 제작 배경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지원이나 투자를 받지 않고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규모를 가진, 대화를 중심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으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제작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이전에 써 둔 시나리오들이 있었습니다. 쓰는 와중에는 스스로 도취되기 때문에 제작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부 공모에서 떨어졌어요. 그렇게 낙담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영화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작지원을 받지 않고 어떻게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죠. 그렇게 나오게 된 게 ‘대화’ 예요. 다른 영화들을 볼 때 스펙터클이나, 비주얼, 연기에도 눈이 가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건 항상 대화였던 것 같아요. 프로덕션의 한계 안에서 대화 자체가 주는 분위기를 전할 수 있는 대사와 장면 구성을 고민했습니다. 찍어보고 싶었던 장면들을 찍었어요. 망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자체제작의 자유를 누렸습니다. 이런 기획에서만 해볼 수 있는 것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작 <에듀케이션>이 화제가 됐었죠.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에듀케이션>을 떠올리고 극장을 찾는 관객분들이 있으시다면, 그분들께 따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에듀케이션>과 출발지가 다르긴 했어요. <에듀케이션>은 특정한 메시지를 말하기 위해 시작한 영화였다면, <컨버세이션>은 내가 재밌어 하는 것이나 궁금해하는 장면들을 찍어보기 위해 만든 영화였습니다. 두 영화가 비슷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건 저에게서 시작된 이야기들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 같아요. “난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항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진 않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다음 영화는 어떤 느낌이 될까 스스로 질문해보자면…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큰 컨셉과 이야기를 가진 영화가 나올 것 같진 않아요. 지금까지 찍어온 영화의 연장선 안에 놓여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디즈 김태현, 안민정


☕ '대화'에 관한 '대화'! 〈컨버세이션〉 인디토크
이번주 토요일 오후, '대화'에 관한 '대화'가 셀럽 맷(영혼의 노숙자)님의 진행과 함께 펼쳐집니다.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함께 하는 인디스페이스만의 특별한 인디토크, 놓치지 마세요! 😉🎬💖

  • 일시│2023. 3. 4(토) 13:00 <컨버세이션> 상영 후 인디토크 진행
  • 장소│인디스페이스
  • 참석│김덕중 감독, 조은지, 송은지, 곽진무 배우 
  • 진행│셀럽 맷 (영혼의 노숙자) 
😎 올해의 배우상은 나야, 둘이 될 수.. 있어!
하나의 영화로 두 명의 배우가 '올해의 배우상'을 거머쥔 사실, 아시나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매년 두 명의 배우에게 '올해의 배우상'을 수여하는데요, 이 영광을 차지한! 김덕중 감독님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 <에듀케이션>을 소개합니다. 👩‍🏫 독립영화의 든든한 존재이자 이제는 감독으로 거듭나고 있는 '문혜인' 배우와 주목받는 신예 '김준형' 배우가 출연한 <에듀케이션>!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 배우가 모두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한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기도 했지요. 두 배우의 연기력과 김덕중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에듀케이션>을 아래에서 만나보세요. 

〈에듀케이션〉 감독 김덕중|98분|드라마|2019


사회복지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성희(문혜인)’는 한국을 떠나 스페인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장애인 활동 보조 아르바이트는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한 수단일 뿐, 그저 남들처럼 덜 일하고, 더 받고 싶던 ‘성희’는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 생활하는 중증 장애인의 집을 새롭게 배정받는다.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엄마를 홀로 돌보아오던 고등학생 ‘현목(김준형)은 사사건건 ‘성희’를 성가시게 하는데…
관심이 싫은 ‘성희’와 관심이 필요한 ‘현목’ 두 사람의 삐뚤빼뚤 서툰 관계가 시작된다!

3월엔 새롭게 새단장🌱
인디즈 큐도 봄을 맞아 조금 더 다양한 구성을 시도해 볼 예정! 보다 읽기 좋은 레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더불어 1호부터 함께 한 인디즈 큐 편집자 또한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는데요✏️ 그간 매주 님의 메일함을 두드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인디즈 큐와 독립영화 곁에서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젠 같은 인디즈 큐 독자로 만나요!
-1호 편집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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