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어디야?"를 묻기도 전에, 눈앞에 나타난 친구를 마주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눈만 봐도 그 친구의 표정이 선명하게 그려지더라고요. 가끔은 눈, 코, 입 모든 표정을 또렷하게 바라봐도, 그 표정 너머의 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어서 아득할 때가 있는데요. 그날만큼은, 마스크 뒤에 숨겨진 웃음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는 기분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도넛 가게의 화장실에서 앞발을 흔들며 춤을 추었다. 그럴 만한 날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알고 있었어, 내가 좋아한다는 걸. 내가 내내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언제부터 알았을까? 아마도, 눈만 보고. 

 눈만 봐도 반가운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이 글이 떠올랐습니다. 눈만 보고 사랑을 알아채다니,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옮겨적었던 부분이었는데요. 그 친구를 만났을 때도 그랬고 이 글도 그렇고, '눈만 보고' 알아챌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 사람이 기쁜지 슬픈지, 그 사람이 사랑에 빠졌는지 아닌지, 그 사람이 불안한지 혹은 편안한지 등등. 입꼬리는 웃어도 눈은 안 웃는 가짜 웃음이 많듯이, 어쩌면 눈빛이 가장 정직한 시그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만 빼꼼 보이는 나날들이 이어지는 요즘,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려 합니다. 마스크에 가려진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세심함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고, 눈만 봐도 반가움을 전할 수 있는 다채로운 표정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동안 저는 어떤 눈빛을 갖고 살아왔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노력한다고 눈빛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가만히 눈을 맞추고 있으면 편안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어떤 눈빛으로 하루를 살아내시는지, 어떤 눈빛으로 사람을 마주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망고네 슈퍼>를 읽는 시간만큼은, 조금이나마 웃고 있는 눈이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편안히 읽어주세요🍋

 

Netflix -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애프터라이프 앵그리맨 시즌1 中

   슬프지만 웃기고, 웃기지만 슬픈 것들을 좋아합니다. 아내의 죽음 이후 큰 상실감에 빠져, 제멋대로 살기 시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시리즈가 딱 그렇습니다.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다가 상황이 심해진다 싶으면 그냥 죽어버리면 된다'고 말하면서, 일종의 초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하는 이 사람. 그가 매사에 삐딱한 말을 덧붙이는 덕분에, 이 드라마는 지루할 틈 없이 대사가 쏟아집니다. 반전이 있다거나 극적인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인물 간의 거침없는 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상실 이후의 삶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소소한 삶의 행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늘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그 슬픔을 못 이기고 삐딱선 테크를 탔다가, 늘 곁에 있어주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삶의 의미를 되찾는 이야기. 너무 진부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가 루즈해지지 않게 만드는 쫀득쫀득한 대사들이 참 좋았어요. (물론 호불호 탈 수 있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리고 25분짜리 6부작이라, 자기 전에 한 편씩 보기에 딱 좋답니다. 최근 시즌2가 공개되었는데, 잠들기 싫은 밤마다 한 편씩 아껴 보려고요. 잔잔하지만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따뜻한 작품을 찾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봄을 맞이해서, 집에서 상추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모습이 신기하더라고요. 변화가 확실하게 보이니, 키우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물과 햇빛을 받으면, 정직하게 자라나는 것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 글이 생각났습니다.

Boy Pablo - imreallytiredthisdaysu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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