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게 이야기하자면 남의 인생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의 인생이 관심사가 되기 위해서는 관심을 둘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돌멩이 수프가 맛 있는 까닭은 돌멩이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돌멩이가 들어 있지만 돌멩이를 잊어버리는 요리. 그것이 바로 자원봉사 스토리텔링을 대하는 태도이자 목표였습니다.
엄청난 헛발질과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사실은 ‘자원봉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수투성이에다, 부끄럽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재료로 삼아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부끄러운 경험을 과감하게 들추어내기도 하고 난감한 질문들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돌을 하나 던지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이 자리를 빌려 자원봉사자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그대들을 빛나게 하려면 저는 조금 악마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박국찬 선생님께 정중히 사과를 드립니다. 박국찬 선생님의 오디오 클립 작업은 작가로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귀중한 경험과 고귀한 자원봉사 이야기들이 그저 그런 교훈 이야기로 남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고민했었고, 그래서 날카로운 질문들도 많이 던졌습니다. 마치 ‘극장 골’처럼 터져 나온 막판의 이야기보따리는 희열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다 받아주시고, 오디오클립이 제작되었을 때도 흐뭇하게 미소를 지어 주셨습니다. 나는 한 마리의 늑대가 되어 돌멩이 자루를 등에 지고 선생님의 시간 속으로 요리를 하러 갔습니다. 박숙자 선생님, 홍현이 선생님, 김정득 선생님, 고은실 선생님, 황규순 선생님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제주시자원봉사 오디오클립은 홈페이지 들어오셔서 오른쪽 끝 ‘교육’이라고 적혀 있는 곳을 클릭하시면 여섯 가지 오디오클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변이 조용할 때, 마음이 여유로울 때, 시간이 좀 있을 때 들어주세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