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4 오픈했습니다.

구독자님, 어서오세요.

공연장 옆 잡화점 혬점원입니다. 


구독자님은 ‘가을’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독서, 천고마비, 단풍놀이 등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덕분인지 사색도, 야외 활동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계절이죠. 저는 가장 먼저 ‘가을야구’가 떠오르곤 한답니다. 올해 ‘가을야구’, KBO 프로야구 리그 포스트시즌의 결승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시리즈에서는 KT 위즈 LG트윈스가 맞붙고 있는데요. 어쩌면 구독자님이 편지를 읽고 계실 즈음 최종 우승 팀이 결정됐을 수도 있겠네요. 

저 혬점원이 생각하는 야구 경기 직관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다 함께 즐기는 신나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경기장에서 흘러나오는 응원가를 목청껏 따라 부르면서 놀다 보면 3시간이 마치 30분처럼 쏜살같이 지나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죠. 


그런데 구독자님, 야구장에서도 클래식 음악이 자주 흘러나온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가는 따라 부르기 쉽도록 주로 유명한 가요나 팝을 개사해서 만들어왔는데, 2017년 저작인격권 문제가 제기되며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클래식 곡을 편곡해서 부르는 경우가 늘었다고 합니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나 ‘비창’ 소나타, 차이콥스키 ‘1812년 서곡’,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지의 노래’ 외에도 수많은 클래식 명곡들이 편곡 및 개사되어 울려 퍼지며 야구 경기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죠. 올해 야구 시즌은 곧 마무리되지만, 내년에 야구 경기를 보러 가실 일이 있다면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응원가처럼 힘차고 신나는 하루를 보내시기 바라며, 잡화점 87호 문을 엽니다.

구독자님은 어떤 상황이나 시간, 특정 물건에 대한 징크스를 가지고 계신가요?

둥점원은 365일 피부처럼 끼고 다니는 반지를 실수로 빼고 나오는 날에는, 작든 크든 꼭 뭔가를 잃어버리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답니다😥 클래식 음악 역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징크스에 얽힌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 몇 가지를 파헤쳐 볼까 해요.

📷 작곡가 쇤베르크

교향곡 9번을 작곡하면 죽는다? 😱 클래식계의 ‘아홉수’ <9번 교향곡의 저주>

9, 19, 29와 같이 나이에 숫자 9가 들어가는 ‘아홉수’엔 시련이 닥칠 수도 있다는 사주풀이 속설을 닮은 이 징크스는 베토벤이 9개의 교향곡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은 현존하는 모든 교향곡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걸작인데요. 베토벤은 9번을 작곡한 3년 뒤, 세상을 떠납니다. 이후 슈베르트 역시 9번 교향곡을 남긴 후 10번 교향곡을 스케치하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였고 이후 드보르작, 브루크너, 말러 등 수많은 음악가가 9번 교향곡을 끝으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특히 말러는 8번 교향곡 이후 새 교향곡에 번호를 매기는 대신 ‘대지의 노래’ 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징크스 때문이었을까요? 이후 그는 10번 교향곡을 쓰던 도중 사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무시무시한 징크스를 이겨낸(?) 최초의 작곡가는 누구일까요? 바로 쇼스타코비치입니다. 그는 9번을 포함해 번호를 제대로 붙여 총 15개의 교향곡을 남겼습니다. 여기에도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숨겨져 있는데요. 쇼스타코비치가 9번 교향곡을 발표한 시점은 그가 정부의 정치적 공격을 받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자살 충동을 느낀 시기였다고 하네요 😱   


숫자 ‘13’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작곡가 쇤베르크의 <13 공포증>

동양에서는 숫자 ‘4’를 불길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죠. 서양에서는 바로 이런 숫자가 ‘13’인데요. 무려 <13 공포증>을 일컫는 ‘트리스카이데커포비아(Triskaidekaphobia)’라는 말이 있을 정도랍니다. 특히 ‘12음 기법’을 정의하여 현대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현대음악의 거장 아놀드 쇤베르크는 지독한 <13 공포증>의 소유자입니다. 쇤베르크는 1874년 9월 13일에 태어나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13일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고 이로 인해 13세가 되는 걸 매우 무서워했으며 해가 지날수록 13과 관련된 모든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해요😨 그는 13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본인이 작곡한 오페라 <모세와 아론> 글자 수가 13자(Moses und Aaron)라는 이유로 Aaron의 a를 지워 12자(Moses und Aron)로 맞췄습니다. 이런 내막이 있는 작품이라 그럴까요? 해당 오페라는 미완성곡으로 남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쇤베르크가 작곡한 작품들의 마디 수나 페이지 수는 13페이지, 13마디 대신 12A, 12B 등으로 표기되어 있답니다. 쇤베르크의 <13 공포증>은 그가 76세가 된 해 절정에 달했습니다. 7과 6을 더하면 13이 되기 때문에 본인은 76세에 죽을 거라는 강박에 시달렸기 때문이죠.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실제로 그는 77세가 되기 2개원 전인 1951년 7월 13일에 사망합니다. 13일에 태어나 13일에 죽음을 맞이한 쇤베르크. 우연이라고 하기엔 매우 으스스하지 않나요? 😰


‘베토벤 넘버’ 한 잔 테이크아웃이요 ☕ 베토벤과 원두 60알

‘나는 아침 식사에 나의 벗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가지의 영감을 준다.’

위의 두 가지에 비하면 매우 귀여운 징크스죠. 베토벤은 커피를 ‘나의 벗’이라 칭할 정도로 사랑했습니다. 그 당시 커피는 사치품의 일종으로 매우 비쌌는데요. 베토벤은 녹록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커피추출기를 구입할 정도로 커피 애호가였습니다. 실제로 베토벤의 작업 테이블에는 항상 악보 용지와 끓는 커피가 함께였다고 해요. 그는 매번 손수 원두 60알을 골라낸 뒤 커피를 추출하였습니다. 그의 원두 60알에 대한 집착은 상당해서 두 번 세 번 자기가 60알을 잘 솎아냈는지 원두를 세고 또 셌었다고 해요 🙄 그래서인지 오늘날 커피 용어에서 60이라는 숫자를 ‘베토벤 넘버’라고도 한답니다. 신기하게도 원두 60알은 에스프레소 1잔을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양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해요. 베토벤이 21세기에 살았다면 바리스타를 겸업하는 작곡가가 되지 않았을까요?

📷 첼리스트 요요 마
2023.11.02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중

클래식 공연기획사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특별한 경험 중 하나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눈 앞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데요. 그 중 첼리스트 요요 마에 대한 에피소드는 지난 편지에서 구독자님께 들려드린 적이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야기하는 건 요요 마에 대한 숨길 수 없는 팬심도 있지만, 매번 그를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그의 인품 때문입니다. 오늘은 지난 10여년 간 요요 마의 공연을 함께하면서 겪은 미담을 풀어볼게요! 

요요 마가 공항 입구로 헐레벌떡 달려온 이유🏃‍♂️

요요 마가 실크로드 앙상블과의 공연으로 내한을 했을 때입니다. 당시 실크로드 앙상블을 케어했기 때문에 요요 마와 마주친 일이 적었지만 늘 볼 때마다 먼저 인사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오랜 팬이었던 저는 공연을 마치고 공항에서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앙상블의 수화물에 문제가 생겨 수속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수속을 마치고 공항 문을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눈 앞에 숨을 헐떡거리며 나타난 요요 마. 그러더니 제게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알고 보니, 요요 마에게 인사를 전하던 후배가 동료가 인사를 못해서 아쉬워했다는 얘기를 듣고 출국장 앞에서 달려왔던 것!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요요 마의 새로운 바흐 앨범 발매와 바흐 프로젝트 공연을 앞두고, 음반사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이때 요요 마 측은 특이한 요청을 해왔습니다. 참여하는 기자들의 프로필을 보내달라는 것이었죠. 매니저의 까다로운 요구로만 생각했는데, 실은 요요 마의 부탁이었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해 잘 알고 가는 것이 인터뷰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루어진 인터뷰는 요요 마의 질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당신은 어떤 분인가요?” 아주 호기심 어린 눈빛에 귀가 쫑긋한 채로요.


"저는 제 삶에서 두 가지 열정, 즉 '음악'과 '사람'이 쌍둥이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헬로~첼로 🙋

이번 내한 때입니다. 슈퍼스타인 그에게는 늘 사람들이 따라다니죠. 그래서 항상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매니저가 함께고요. 1부 공연 후 대기실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요요 마가 “헬로~ 첼로!” 라고 반갑게 인사하기 시작합니다. 어머! 아는 연주자를 만났나? 그게 아니라, 옆 홀에서 연주를 준비 중이던 첼리스트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더니 말릴 새도 없이 가서 질문을 쏟아붓습니다. 무슨 공연인지,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오랜 친구처럼 대화를 하고는 격려의 포옹까지 해줍니다. 옆에 선 매니저의 눈빛은 더욱 바빠졌다는 후문!

친절한 요요 마의 이야기는 해도 해도 모자르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내한 때 새로운 미담을 가지고 돌아올게요~!

오늘은 ‘무비 데이 🎬’ 입니다. 기념일 덕분일까요? 날짜를 핑계 삼아 괜히 영화관 박스오피스를 한 번 더 살펴보게 되는데요. 


저는 얼마 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소개해 드렸던 영화 <블루 자이언트>를 보고 왔습니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은 10대 테너 색소포니스트, 피아니스트, 그리고 드러머가 재즈 밴드 ‘JASS’를 결성해 일본 최고의 재즈 클럽 ‘쏘 블루’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세계적인 재즈 플레이어에 도전하는 이들의 강렬한 음악은 라이브 카페를 방불케 합니다.


어느새 쌀쌀해진 아침, 날씨와 잘 어울리는 재즈 어떠신가요? 오늘의 BGM은 영화를 더욱 재지(jazzy)하게 만드는 재즈 사운드트랙을 소개합니다. 음악과 함께 재지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

🎵 영화 <블루 자이언트> OST 중 ‘First Note’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유키노리가 만든 밴드 ‘JASS’의 첫 번째 곡입니다. 실제로 영화의 음악감독은 그래미 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가 맡았는데요. 색소폰의 현란한 연주로 시작되는 음악은 사실 원작 만화 속에 소개된 원곡과는 살짝 다르다고 해요. 자유롭고 격렬한 재즈 선율이 영화를 파랗게 물들입니다. 이 곡을 들어보시고 밴드의 두 번째 곡인 ‘N.E.W.’와 테너 색소폰과 드럼 듀엣 편성의 ‘WE WILL’도 들어보세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뿐만 아니라 JASS 트리오가 연주하는 존 콜트레인의 ‘Impressions’ 등 기존 재즈 명곡도 귀를 사로잡습니다.

🎵 영화 <마일스> OST 중 ‘What’s Wrong With That?’


“멈춰있는 음악은 죽은 음악이야. 음악은 살아 숨 쉬어야지.”

재즈 뮤지션의 대가, 마일스 데이브스. 그가 사라졌던 5년간의 공백기를 재구성한 전기 영화 <마일스>에는 ‘Miles Ahead’ ‘So What’ 등 11곡의 마일스 데이비스 음악이 등장합니다. 그중 영화의 엔딩 무대를 장식하는 이 곡은 실제로 마일스와 오랜 기간 협연했던 거장 허비 행콕이 키보디스트로 참여해 이목을 끌었죠. 영화의 음악감독인 로버트 글래스퍼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재즈 뮤지션인데요. 사운드트랙 앨범 [Miles Ahead]로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그래미 5관왕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파로아 먼치의 랩이 더해져 현대적으로 탄생한 ‘Gone 2015’ 등 그의 손에서 새롭게 재구성된 음악들은 듣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 크리스마스 스테디셀러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공연을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만나 보세요! 12/2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공연에서는 행복 에너지를 뿜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감미로운 목소리와 바이올린 선율을 들려줍니다. 유키 구라모토와 대니 구와 함께라면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도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행복하겠죠?! 💕 12/25(월) 크리스마스 당일, 롯데콘서트홀에 찾아오는 테너 서영택(2시)과 카운터테너 이동규(6시)와의 행복한 시간도 놓치지 마세요!

✔️ 디토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라면 여기가 바로 LA?! 🏄‍♀️ 아름다운 영화 장면과 환상적인 라이브 연주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시간, <라라랜드 인 콘서트> 공연이 11/16-17 이틀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립니다. 믿고 듣는 디토 오케스트라에 라이브 재즈 밴드까지! 영화 라라랜드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세요.

 

✔️ 드.디.어! 테너 존노의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이 이번 주 토요일(11/18)로 다가왔습니다. 슈트라우스, 토스티,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한국 가곡들까지. 존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이번 뉴욕 공연을 시작으로 전 세계 곳곳에 널리 울려 퍼지기를 응원합니다. 🎤

 

✔️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첼리스트 문태국이 피아니스트 박종해와 함께 가장 특별한 삼중주 무대를 준비합니다.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 출신인 세 젊은 연주자들은 11/22-23 양일간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목요일 스페셜 콘서트> 공연에서 슈베르트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작품을 선보인다고 하는데요. 서로에 대한 굳건한 음악적 신뢰를 바탕으로 모인 이들의 아름다운 시너지를 기대해 주세요! 🎻


<공연장 옆 잡화점> 은
매달 둘째&넷째 화요일에 오픈합니다.
잡화점 운영하는 사람들: 
묘점원, 혬점원, 둥점원, 현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