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1일 (목) 웹에서 보기 | 구독하기
VOL.121 인터뷰: 『모두 다 음악』 미란 작가 인터뷰

✍ TMI
음반 판매점 타워레코드의 슬로건은 'No Music, No Life'입니다. 그리고 음반사 ECM은  'the Most Beautiful Sound Next to Silence'라는 카피로 유명합니다. 전자는 '음악 없이 못산다', 후자는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라는 의미입니다. 무언가를 오래 생각하다보면 (가죽에 주름 지듯) 대상에 관한 고유의 정의가 생기곤 합니다.

독자님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모두 다'라고 답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모두 다 음악』 미란 작가 인터뷰. 

"음악은 늘 함께인 것 같아요.

외출 준비를 하거나 길을 걷거나 책을 읽는 순간에도요!”


『모두 다 음악』 미란 작가 인터뷰

▷ 새 책 『모두 다 음악』 출간을 축하드려요. 출간과 동시에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 소식도 들려왔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꿈만 같다고 해야 할까요?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서 너무 기쁘고 행복했지만, 동시에 약간의 부담감도 생겼어요.


▷ 『모두 다 음악』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처음에는 제게 의미있는 어떤 시간대의 풍경,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그런데 특정한 시간대의 풍경만 보여주는 것은 아쉬울 것 같더라고요. 하루는 늘 가던 공원의 똑같은 길인데 왠지 다른 느낌이 드는 거예요. 평소와는 다른 음악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음악이 사람의 감정에 이렇게나 큰 영향을 끼치는구나 하는 생각하던 차에 라디오 진행자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어떤 날은 차분하게, 어떤 날은 열정적으로. 목표보다는 일상의 순간에 집중하며 춤추듯 인생을 살아가자는 내용이었죠. 삶이 음악과 닮아 있다고 느끼고 나서 일상에서 음악과 관련된 이미지를 찾게 되었고, 리드미컬한 하나의 이야기로 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가장 중요한 키워드죠. ‘음악’ 좋아하시나요?
네.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웃음) 인간의 창작물 중에서 사람의 감정을 가장 쉽게 자극하고 또 오래 지속시켜 주는 것이 음악이라고 해요.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늘 음악을 접하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예술이지요. 그림, 책과 같은 창작물을 보기 위해서는 갤러리를 방문하거나 책장을 펼쳐 활자를 읽는 수고가 필요하잖아요. 그에 비해 음악은 늘 함께인 것 같아요. 외출 준비를 하거나 길을 걷거나 책을 읽는 순간에도요!

▷ 이 작품을 작업하며 어떤 음악을 가장 많이 들으셨어요?
사실 음악을 일부러 많이 듣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이 작품은 작업을 하며 자연스럽게 여러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죠. 하지만 역시 작업 중에는 제 감성과 잘 맞고 편안한 음악을 많이 들었습니다. 한참 작업을 하던 시기가 추운 겨울이었는데 추운 작업실 난로 옆에서 잔나비의 「가을밤에 든 생각」을 들었어요. ‘머나먼 별에서 오손도손 그리운 것들을 모아서 노랠 지어 부르는 사람들’을 상상하는 아티스트의 귀여운 감성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꼬물꼬물 그림을 그리며 외딴 작은 별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 장면마다 익숙한 악기를 발견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생각한 아이디어였나요?

음악 그림책을 구상하며 일상에서 음악이나 리듬감이 느껴지는 소재들을 찾았어요. 소소하게 악상 기호들을 넣어 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악기의 형태감이 더 직접적으로 그 의미와 느낌을 전달해 주더라고요. 악기의 모양에서 충분히 리듬감이 느껴지도록 연출을 고민했어요. 
  제 최애 장면은 역시 마지막에 숨은 ‘트럼펫 숲길’ 장면입니다. 스케치 단계에서 한참동안 풀리지 않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생각이 난 장면이에요. 쥐어짜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많은데 이 장면은 유독 구도가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트럼펫의 모양에 맞추는 작업이 까다롭긴 했지만 단번에 스케치를 하고 나니 다음 작업의 길잡이가 되어 준 고마운 그림입니다.

 

▷ 최근 가장 아름답게 들렸던 일상의 소리가 있나요?

올해는 유난히 눈도 비도 많이 온 겨울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 집은 저층이고 아파트 놀이터 앞인데요, 비 온 뒤 날이 개면 새들이 자연스럽게 지저귀고 동시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소리가 들려요. 자연의 소리와 아이들의 소리. 세상에서 가장 무해한 소리라고 생각해요.


▷ 자유롭고 산뜻한 펜 드로잉이 인상적이었어요. 좋아하는 재료인가요?

여러 재료를 접해 보아도 제게는 펜 드로잉이 가장 자유롭고 편해요. 가끔 편한 재료로부터의 탈피도 꿈꾸지만 역시나 결과물이 좋은 재료를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이 책에서는 ‘SAKURA PIGMA MICRON’ 펜을 사용했어요. 작품마다 어울리는 펜을 찾아다니는 편이에요. 굵고 뭉툭한 재료보다는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 재료가 제게 어울리는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재료들과 적절히 섞어 틀에서 벗어난 작품도 해 보고 싶어요.


▷ 노랑이 가득한 이 책에서 빨간 원피스를 입은 주인공 아이는 너무 사랑스러워요. 실제 모델이 있나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제 작품의 뮤즈는 늘 제 아이들이에요. 제게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거든요.


▷ 작가님의 도전 의식을 부르는 악기가 있다면?

어릴 때 리코더 부는 일도 굉장히 어려워했을 정도로 악기에 소질이 없는 편이에요. 십여 년 전에 산 기타가 있는데 언젠가 꼭 다시 도전해 보고 싶네요.

▷ 요즘 푹 빠진 취미는?

사실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늘 작업 시간이 부족한 편이라서요. 제겐 그림이 일이면서 취미입니다. 자유롭게 달리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체력 관리를 위해 짧은 시간이라도 러닝을 하려고 해요.


▷ 저는 이 책에서 봄이 가득 느껴졌어요. 작가님은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세요?

제 작품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든 그 시간에 작은 위로와 힐링을 얻는다면 그보다 좋은 감상은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껏 상상하고 느끼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은 필요 없지 않을까요? 제 대답은 늘 ‘당신의 생각이 맞아요’입니다.


미란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그림책을 만듭니다. 그림책 『구멍과 나』를 지었습니다.


곧 4월입니다. 우듬지에 새잎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야 24년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독자를 생각하며 피드백에 답합니다. 지난 북뉴스는 김상태 작가님의 『말랑한 고고학』이었습니다.

PS. 오늘은 모처럼 음악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관련해, 주말에 빨래하며 듣기 좋은 노래를 추천해주세요. 독자님들의 플레이리스트를 다음 북뉴스에 소개하면 재밌을 듯합니다. 막간 특별 코너인데 잘 되면 좋겠네요. 많이 알려주세요~ 메일 하단 '쪽지 남기기' 클릭! (선물이 있을지도?)

👀: 독자 | 🎱: 담당자

👀 박감독
1화에 이어 계속되는 궁금증을 해결해주시길.....

🎱
안녕하세요, 박감독 독자님. 당분간 연재는 이어집니다. 독자님의 고마운 관심 이어지길 바랍니다.


👀 품바
몰아보기가 일상화된 요즘 같은 때 매주 연재를 이어서 본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리듬이 중요하겠지요. '매주 목요일 아침 고고학에 관한 글을 읽는다. ' 제 일주일에 전에 없던 특별한 박자가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
반갑습니다, 품바님. 몰아보기가 대세인 시절에 연재를 꾸려 나간다는 건 나름의 고집이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리듬이 중요하다는 말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특별한 박자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성스러운 피드백 고맙습니다.
뉴스
아동청소년문학과 함께한 40년, 아직 더 쓰고 싶은 이야기
#거기,_내가_가면_안_돼요? #청춘기담
#페르마타_이탈리아 #망나니 공주처럼 #하룻밤 #차대기를 찾습니다

일시: 3월 31일(일) 오후 2시
장소: 서울시립청소년미래진로센터(하자센터) 하하허허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신로 200)
당첨자 발표: 3월 27일 (수) *200명, 개별 안내, 참가비 무료


3월이 가기 전에, 우리 같이 소설 읽어요!
다섯 소설가와 5일 동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만난다!

일시: 3월 25일(월)~ 3월 29일(금) 매일 오후 7시 30분 (매일 다른 작가 세션)
장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우리 사회에도 중요한 이야기. 화제의 신간『계급 천장』에 비추어 우리 사회에도 계급 천장이 존재하는지, 그에 따른 이익이나 불이익을 체감하고 있는지, 그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모인 자료를 바탕으로 결과 콘텐츠를 만들 예정입니다.
독자가 북뉴스를 완성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