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는 분명 행사를 별로 안 하는 은둔형 출판사였는데, 어쩌다 I형이 득시글한 이 출판사가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이벤트를 진행하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여름입니다.
오늘은 이벤트 3종 세트를 보내요. 100여 명이 참석해 열기가 가득했던 『마이너 필링스』 북토크 후기와 더불어, 음악을 듣고 읽는 『신악서총람』 북토크, 그리고 모두가(?) 기다린 랑랑 순회전 2탄 '마티랑 땡스북스랑' 소식을 전합니다.
왼쪽부터 캐시 박 홍 작가, 유지원 미술평론가, 이다혜 씨네21 기자. 2022년 6월 29일, 파랑새극장 | 사진 임예솔  

인생 책, 인생 북토크: 『마이너 필링스』 북토크 후기

🌱 죽순


“저, 이 책 세 번 읽었어요!”

“인생 최고의 책이에요.”

“이 책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주 수요일에 있었던 『마이너 필링스』 북토크가 끝나고 캐시 박 홍 작가 사인회가 있었는데요, 사인을 받으며 독자들이 서툰 영어와 능숙한 한국말을 섞어 가며 꺼낸 말들입니다. 북토크는 『마이너 필링스』가 남긴 여운의 파장을 다시 한번 흔드는 자리였어요. 진지하고 단단한 육성으로 캐시 박 홍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책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진행을 맡은 이다혜 씨네21 기자님의 따뜻하면서 예리한 질문과, 유지원 미술평론가의 단정한 통역이 그 감동을 꼬옥 붙잡아주었고요. 그날 자리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몇몇 대화를 줄이고 각색해 실어 보냅니다.


이다혜(이하 이): 마티에서 한국어판 제목을 한국말로 번역하지 않고 음독했어요. 그만큼 중의적인 제목인데요, 이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캐시 박 홍(이하 캐시): 제목을 어떻게 번역할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그런데 그냥 마.이.너.필.링.스.라고 썼더라고요요. (웃음) 결국 번역하기 어려웠던 거죠. 이 말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이 책에서 저의 내적인 자아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특히 주류 문화에서 말로 전하기 어려운 느낌들에 대해서요. 가령 수치심, 불안, 편집증 같은 것이죠. 이런 감정은 소수자 집단이 자신이 느낀 것을 인정받지 못할 때 가지는 감정인데요. 비단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뿐 아니라 사는 곳과 무관하게 어느 소수 집단에서나, 여성이나 퀴어도 느낀다고 생각해요.


: 한국계 배우가 출연하는 미국 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지고, 이민진 작가가 쓴 『파친코』도 미국 내 인기가 높은데요, 미국에서 소수자의 목소리에 관심이 커지는 걸 실감하시나요?

캐시: 처음 『마이너 필링스』 원고를 들고 출판사 담당자들을 만났을 때, 독자가 없을 거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책이 출간되고 나니, 미적지근한 것이 아니라 진짜 자신을 재현해주길 바랐던 아시아인들이 큰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는 건 단지 백인들이 소수자의 이야기를 더 알려고 해서라고만 보기는 어려워요. 유색인종들이 그러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성이 커지는 거죠. 인종차별 반대 시위도 그렇고,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지각 변동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캐시: 백인 남성의 경험이 보편으로 인식되는 유럽 중심적이고 제국주의적 관점은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문제입니다. 이런 식민적 자아가 세계적으로 만연하게 된 것은 미디어의 재현과 실질적인 점령을 통해 그런 관점이 수출되기 때문이고요. 이는 한 인간이 타인이 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 자신 안에 갇혀 타인과 연결되지 못하게 합니다. 자기 자신만 읽어내는 문제를 일으키죠. 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이런 관점을 열어주어야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당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은 누가 있나요?

캐시: 너무 많아요. (웃음) 어제[북토크 전날] 김혜순 시인을 만났는데 무척 감명 깊었어요.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 중에서는 테레사 학경 차, 그레이스 조 등이 있어요. 젊은 작가들을 주목해 보고 있습니다. 제임스 볼드윈 같은 흑인 지성인들에게도 빚지고 있죠. 페미니스트 이론가인 수전 손택, 로랜 벌런트도 있고 메기 넬슨도 상당히 좋아해요. 그 외에 너무 많아요.


독자: 20대 초에 가족과 크게 싸운 후 대화하기를 그만뒀다가 최근에 다시 하게 됐어요. 딸로서 받았던 차별이 책을 읽으며 많이 겹쳐졌었는데, 작가님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실지 듣고 싶습니다.

캐시: 이야기를 나눠줘서 고마워요. 가족이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좀 쉬는 것도 방법이에요. 계속 싸우면 스스로에게 상당히 나쁠 거예요. 가족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테니, 멘토나 친구, 당신의 고통을 이해해줄 다른 사람과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를 성장하게 하고,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을 만나세요.


북토크를 아쉽게 놓치신 분들을 위한 희소식이 있습니다. 7월 12일, 알라디너 TV 마이너 필링스 북토크 전체 녹화본이 공개됩니다! 놓치지 마세요!


덧: 공간 협찬과 북토크 영상 촬영에 도움을 준 서점 알라딘, 사진 촬영을 맡아주신 임예솔 독자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

부산에서 만나요, 신악서총람 속 여름 선곡🎼

음악에 관한 책에 관한 책인 『신악서총람』이 음악책인지 아닌지는 헷갈리지만, 책장을 넘기고 있으면 귀가 간질간질합니다. 저자가 오선지를 노트로 바꾸었다면, 독자들은 글을 다시 음표로 바꾸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어떤 곡부터 들어야 할지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은 결코 아니니, 음원서비스 검색창만 들락거리게 됩니다. 그래서 음악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부산 스테레오북스와 함께 같이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책에 대해서만 말하는 자리는 한사코 사양하는 장정일 선생님도 음악을 함께 듣고 이야기 나누는 기회는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은 안나푸르나 출판사 김영훈 대표가 맡습니다. 『힙합하다』, 『레코스케』, 『Nobody Else But Me』 등 대중음악 관련 책을 가장 활발히 펴내는 안나푸르나는 『신악서총람』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출판사이고, 음반을 이고지고 살며, 장정일의 열혈독자이니 이보다 더 적합한 분은 없지 싶어요.


김영훈 대표가 선곡 리스트 중 몇 곡을 알려주셨어요. 밥 딜런의 “Girl From The North Country Vocals”(조니 캐시와 함께 부른 버전), 데이빗 보위의 “Starman”,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 등입니다. 음원 말고 엘피 음반으로 듣기 위해 음반을 짊어지고 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모두 유명한 곡입니다만, 흥미롭게도 『신악서총람』에서 장정일 선생님이 언급한 곡들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저자와 독자, 글과 음악, 시와 가사가 만나고 어긋나면서 빚어지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줄 듯합니다. 자리가 많지 않으니 서둘러주세요.


『신악서총람』 장정일 북토크 & 엘피감상회

📌 일정 및 세부 사항
* 일시: 2022년 7월 16일(토) 오후 4시
* 장소: 스테레오북스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천로453번길 14 2층)
* 진행: 김영훈 안나푸르나 대표
* 인원: 15명까지
* 참가비: 10,000원 (부산은행 101-2062-9454-03 스테레오북스 이건휘)

❝ 두 번째 랑랑 순회전 D-5 ❞
지난 5월 27일에 열린 마티의 첫 랑랑 순회전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그 뒤로 두 번째 랑랑 순회전은 언제 열리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라우터커피에 진열한 전용 카탈로그를 눈여겨보신 분이라면 7월을 기다리셨을지도! 예고했던 대로 두 번째 랑랑 순회전은 땡스북스와 함께합니다. "마티랑 땡스북스랑"

홍대 앞에서 1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땡스북스는 오랫동안 마티와 함께해온 든든한 출판계 동료입니다. 7월의 책 『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 출간을 기념해 저자 단단과 땡스북스와 함께 책 속에 다 담지 못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펼쳐보기로 했어요.

고양이들과 창문 너머로 딱 1미터 거리를 유지하며 지낸 2015년 5월부터 2017년 9월까지 849일간 방배동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2017년부터 지금까지 경기도 김포에서 서울 방배동을 오가며 단단은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방배동에서 2190일의 기록, 그리고 방배동 고양이 일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7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는 저자 북토크도 합니다. 곧 자세한 소식 전할게요! 
이번 주 마티의 각주 어떠셨나요?
좋았어요🙂               아쉬워요🤔
책 좋아하는 친구에게
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27-1, 레이즈빌딩 8층 (03997) 
02-333-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