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표님께서 재활용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창업까지 하게 되신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예전부터 사회문제에 깊이 공감은 했지만 해결과 실천법에 대해선 회의적인 편이었어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좋은 영향력을 세상을 변하게 하고 싶단 생각은 해왔던 것 같아요. 특히 여러 기업들의 운영 방식이 비윤리적인 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기업의 의사결정권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사람들이 구매하면서도 행복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쌓은 수익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막연히 바랐습니다.

그러다 2016년, 고등학생 3학년 때 ‘전국 청소년과학탐구대회’에 참가했고 대회 주제였던 ‘재활용 산업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재활용 공장 사장님들과 대화를 하게 됐고 1~2%의 이물질 때문에 납품가를 합리적으로 받기 힘들다는 고충을 듣게 됐어요. 상당 부분이 정상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수익이 상승할지, 그런 솔루션이 생긴다면 얼마를 지불할 생각이 있는지 등 의견을 들으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했어요.

Q. 리플라의 경영철학이 흥미로웠는데요.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이라는 ‘고객’에 집중하시는 것 같았어요. 

솔직히 돈을 많이 벌겠다는 게 목표였다면 다른 길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플라스틱 재활용의 문제가 굉장히 깊다는 생각이 들었고, 해결을 위해서 이 산업이 촉진되고 고객분들이 잘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객분들을 돕는 게 최종 목표가 됐어요. 고객에 초점을 두면 의사결정이 명확해지고 쉬워지기도 해요. ‘고객’이라는 퍼즐에 딱 맞아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목표가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Q. 플라스틱 분해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깨닫고 창업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이 어땠는지, 또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난이도가 높아서 처음부터 연구개발을 바로 실행하기엔 어렵다고 생각했었어요. 고등학생이라 가진 거나 아는 게 많이는 없었거든요. 가진 건 초기 실험 결과와 고객분들이 세워주신 비즈니스 모델이었어요. 돈도 없고 지식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고. (웃음)

그래서 처음엔 박사 학위를 따고 기업에 입사해서 회사 운영 방식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학 입학 후 지인분이 지금 가진 열정으로 시작해 보라고 조언해주셨고 그냥 도전하게 됐어요.

어려웠던 점은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자금이 없는 거였어요. 그래서 창업 후 4년 동안은 개인 사비를 썼고, 상금을 통해 2억 5천만 원을 모았어요. 상금으로 임대도 시작했고요. 이후에 3년 반 정도 흘렀는데 투자를 44억 원 정도 받아서 자금적인 어려움은 해결이 됐어요. 두 번째는 사람들을 다루는 일이었어요. 지식은 주변에 물어보고 조언 구하면 답이 나오는데, 사람을 모으고 목표를 합치시키고 끌고 가는 부분이 힘들었어요. 의견이 다르면 부딪혀가며 맞추기도 했고, 최근엔 채용을 할 때 가치관이 부합하는지 고려하면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Q. 미생물로 특정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미생물에 대해 발견하고 탐구하시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미생물은 어려워서 고등학생 때부터 ‘절대 안 해야겠다’ 생각하던 분야였어요. (웃음) 근데 대회에 참여하면서 플라스틱 분해를 공부하다 보니까, 물리적으로 부수어 분리하는 것과 화학적으로 용매를 써서 분해하는 두 방법을 통해서는 붙어있는 플라스틱을 수지 타산에 맞게 나누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미생물이라는 생물학적인 방법에 접근하게 됐어요.

미생물 같은 경우는 변수가 많고 상용화에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는 점에서 염려가 들었어요. 근데 고객분들이 원하시니까, 마음에 결단을 내리고 시작하게 됐어요.

미생물 관련 서치를 해보니까 미생물 중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균이 있다더라고요. 근데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에서 PP 재질은 남기길 바란다는 게 변수였어요. 미국의 한 연구에서 밀웜이 스티로폼을 먹고 건강하게 살았다는 걸 본 후 밀웜의 장내 미생물을 가지고 실험을 했고, 한 재질 빼고 분해를 잘하는 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Q. 리플라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농촌 폐비닐 분해 기술이 빨리 개발되고 상용화되면 좋겠습니다. 국내 농업 폐기물 중 40%가 산간오지에서 발생해요. 교통이 어려운 산간오지에 다 납품을 해드리는 게 목표고, 이 목표를 매출로 환산하면 대략 5,000억 원 수치더라고요. 농촌에 도움도 드리고 동시에 리플라가 더 다양한 개발을 위해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어요.

플라스틱 이물질 분해가 상용화되면 이물질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재활용 업체 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물질이 적은 플라스틱은 실제로 비싸게 팔리는지 알아봤는데, 1.5배 정도 비싸게 팔리더라고요. 이물질이 많아서 저가 저품질로 판매할 수밖에 없던 공장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더 장기적으로는 국내의 물질적 재활용률을 올리는 거예요. 플라스틱 100이 버려졌을 때 국내에선 13%만 재활용이 돼요. 일본은 22%, 유럽은 30% 정도인데요. 현재는 이물질이 많은 저품질 제품으로 13% 재활용이 이뤄지는 실정인데요. 고품질로 재활용할 기술이 없으니까 재활용 업체에서 돈을 내고 소각장에 버리는 거거든요. 저희 기술을 통해 재활용이 늘고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여기저기 많이 부딪히셨을 것 같아요. (웃음) 그중에서도 정부나 지자체와 소통하며 느끼신 점이 있었나요?

같은 예산으로도 기획을 잘 하면 효율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기획적인 측면보다는 예산을 줄이는 방향이 강조되는 것 같아 아쉬운 요즘입니다. 정부 부서의 실무자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이해도와 기획력이 높다고 느껴지는데, 그런 실무자분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우선순위 정립이나 리소스 배분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상부의 영향력 못지않게 실무자의 기획력도 더 빛을 발하게 되면 좋겠어요.

최근 또 아쉬웠던 건 부처 간 통합이 안 되는 거였어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시행령 안에 “탄소 감축 목표가 일치돼야 한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잘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탄소 감축이나 플라스틱 규제 등이 국제적으로 계속해서 언급되는 이슈인데, 부처 간 통합이 잘 안되면 국제사회에서 의견을 표할 때도 혼동이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실제로 2030 국제사회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논의할 때 녹색정책 계획이 현저히 낮기도 해서 아쉬웠답니다.

Q.2023년에 목표하신 것이 무엇인지, 또 1분기를 보낸 지금 어떻게 반추하시나요?

올해 상반기에는 미생물의 활동을 더 자극하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미생물의 분해를 빨리하기 위해 방출하는 단백질 양을 더 늘리는 작업이었는데요. 상반기에 한 연구를 지속시켜서 이런 대량 발현 관련 연구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싶습니다.

하반기에는 저희 제품의 일부를 실증하려는 계획이 있어서 성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데이터를 쌓아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리플라가 이루고자 하는 장단기적인 목표가 궁금해요.

단기적인 목표는 사업적으로 잘 돼서 재활용 공장들이 돈을 잘 버는 것입니다. 재활용 업체분들이 돈을 잘 벌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기면 수익을 위해서라도 물질적 재활용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물질적 재활용률이 높아지면 소각이 줄어들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사내 구성원들의 행복인데요. 기업을 운영하는 이유는 사람을 잘 살게 하기 위함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회사를 키운다는 명분으로 직원을 착취하고 싶지는 않아요. 리플라는 내부적으로 일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화를 잘 유지하고 다른 기업들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너울너울 구독자분들은 다들 충분히 환경에 관심 갖고 계실 것 같아요. 그래도 뭔갈 말씀드린다면, 슬로우라이프를 실천하시면 좋겠어요. 현대 사회에선 논리적으로 계산을 해봐도 빨리해도 이득이 없는데 무작정 빨리할 때가 있죠. 과도한 경쟁심리 때문인 것 같은데요. 오히려 슬로우라이프가 더 효율적이고 경제성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마음에 담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저희가 인턴을 비롯한 직원 채용을 수시로 하고 있으니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채용 관련된 여러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용 참고:

이유진, “지구는 숨 가쁜데, 한국 기후정책은 더 후퇴했다”, 피렌체의식탁, 2023.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