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는 커뮤니티 붐을 싣고
• 디지털 노마드 붐이 진화하면 커뮤니티 붐이 됩니다.
• 커뮤니티를 돌아가게 하는 것, 운영자 X의 헌신
• 혹시 지금 나를 성장시킬 커뮤니티를 찾고 있나요?
• 운영자라면 누가 왜 당신의 커뮤니티를 찾아와야 하는지 말할 수 있나요?

 으쌰으쌰 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 꽤 많습니다. IT 쪽이라면 비사이드나 홀라도 있고 좀 더 다양한 범주에서 접근해보자면 사이드도 좋겠죠? 매일의 일상을 조금씩 가꾸고 싶다면 밑미나 한달어스도 살펴보기 좋은 곳이 될 거예요. 간단히 지역 기반 취미 동호회를 찾는다면 소모임 어플도 괜찮은 것 같고요.

그렇지만 지금 당장 ‘어, 나도 해야 하나?’하고 찾아보진 말아요. 커뮤니티는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 함께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확실할 때 의미 있기 때문이죠.

“커뮤니티가 붐이라니까, 좀 더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트렌드니까. 난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해. 이쪽으로 우르르 가니까 참여하면 후회할걸. 사실 개인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져서 파워가 있어 보이는 것뿐이지, 커뮤니티 그 자체의 속성은 하나도 변한 게 없어.”

레디는 디지털노마드 붐과 지금의 커뮤니티 붐이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 5~6년 전쯤부터 레디의 브랜딩 수업에는 퇴사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늘었는데, 그러다 한 3년 전엔 디지털 노마드 붐이 일었다고 해요. 혼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또 사회도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시점이었죠. 이들이 이제 3년 차 이상이 되었어요.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은 거의 다 해 봤죠.

“그럼 어떤 생각을 하겠어? ‘이제는 더 큰 일을 해보고 싶다. 나 같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랑 함께 일하고 싶다.’ 그러겠지. 원래 한 3~4년 차가 되면 늘 스케일 업을 고민하는 거야. 일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하거든. 그러면 둘 중 하나야. 일을 줄이거나 분업해야지.”

그래서 커뮤니티는 파트너를 찾고 함께 할 수 있는 큰일을 벌이기 위한 백그라운드가 되기도 해요. 회사에 있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아니고, 또 역시 3~4년 차쯤 되면 슬슬 다른 일들에 눈이 돌아가기 때문에 사이드 잡을 생각해 보게 되는데, 이때 커뮤니티는 좋은 대안이 되죠.

커뮤니티 중에는 참여비를 내야 하는 곳들이 꽤 많아요. 물론 아닌 곳도 있지만, 커뮤니티가 유지되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하거든요. 사람들을 모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활발한 대화가 일어나고, 자꾸 찾아오게 만들어야 해요. 운영자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드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죠.

“그래서 난 커뮤니티를 운영한다고 말하지 않으려고.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말하지. 정말 운영자의 헌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잘된 곳일 수록 더 그래.”

헌신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은 꼭 돈만 있는 건 아니지만, 커뮤니티 운영할 생각이라면 내가 어떤 것을 동력으로 이 커뮤니티를 계속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꼭 생각해 보라는 게 레디의 조언입니다. 네트워킹 그 자체가 동력이 될 수도 있고, 인정이나 명예가 동력이 될 수도 있겠죠?

“비교적 운영이 쉬울 것 같아서 네이버나 다음 카페를 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활성화가 되면 알아서 사람들이 글을 써 줄 거라고 기대하지. 근데 그 활성화 단계를 만드는 과정이 어려운 거야. 나도 예전에 어썸피플을 활성화 시킬때 운영진 5명이 매일같이 미친 것처럼 글을 썼다고. 돈? 돈은 남기고 말고 할 것도 없었어.”

카페가 쉬워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듯이, 저는 ‘느슨한 커뮤니티’라는 말도 짚어봐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습니다. 물론 참여자의 입장에서 느슨한 커뮤니티를 찾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죠.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거나 어떤 조건을 반드시 만족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운영자가 느슨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진 않거든요. 레디도 공감하더라고요. 오히려 그렇게 느슨하게 풀어주는데도 알아서 발길이 가는 매력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더 힘든 일일 수 있다고요. 그러니까 결론, 역시 사람은 쉽게 모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는 크게 취미와 일이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취미라고 해서 꼭 느슨하게 진행해도 되고, 일이라고 해서 또 너무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걸 바라진 않죠. 문제는 들어가 보지 않고선 알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겁니다. 저도 ‘아, 좀 더 잘하고 싶은데, 함께 확 몰입해서 성장할 수 있는 곳 없나?’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를 살펴본 적이 많았거든요. 레디가 그 기준을 좀 더 간단하게 정리해주더라고요.

“분명한 아웃풋을 내겠다는 목적으로 커뮤니티를 찾고 있다면, 강제조항이 있거나 비용이 들어서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 좋지.”

다시 말하면 허들이 높은 곳이죠. 누군가 물을 흐리거나 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하겠다는 거예요. 또한 참가비를 받는 곳은 운영진이 분명한 책임을 가지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요(물론 그렇다고 그게 또 참여자들의 마음에 쏙 들 것이냐는 부차적인 문제겠지만).

“어릴 때야 그냥 분위기 좋은 곳에서 웃고 떠들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어. 그냥 그것만으로도 분명히 배울 게 있거든. 근데 조금만 연차가 쌓이면 아무나 오는 아무 곳에나 가고 싶진 않게 돼. 그러니까 내가 좀 더 돈을 내더라도, 내가 좀 더 노력을 들여서라도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면 난 기꺼이 해.”

그런 이유로 레디는 좀 더 목적이 뚜렷한 모임을 추천했는데, 예를 들어서 독서 모임이라면 트레바리도 나쁘지 않고,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면 HFK(단 직장인만 가능)도 좋을 거 같다고 했어요.

“커뮤니티의 핵심은 사람이야.”

커뮤니티를 운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레디는 누굴 모으고 싶은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마케팅할 때 고객 페르소나를 정하듯이요. 우리 커뮤니티에 오는 사람들이 디테일하게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렇다고 나이, 연령, 막 2030, MZ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심지어 MZ의 특성은 라이프스타일이 매우 다양하다는 건데!).

“진짜 공통의 관심사, 공통의 화두를 잡아야지. 그래야 설계를 할 수 있어.”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괜히 들어오진 않죠. 뭔가를 기대하니까 들어오는 거잖아요? 사람마다 기대하는 건 다 다른데 그걸 다 만족시켜 줄 순 없어요. 사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그저 한 가지라도 분명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커뮤니티라면 사람은 모입니다.

물론 한 사람을 중심으로 모인 커뮤니티도 있죠. 인플루언서로 인해 만들어지는 커뮤니티가 대표적인 예일 것 같고요. 그렇게 되는 경우 커뮤니티 자체의 지속성이 약해질 수 있어요. 한 사람이 모두와 관계를 맺긴 어려우니까. 레디도 예전에 비스타 멤버십을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했던 걸로 기억해요. 처음에는 다 같이 모아서 네트워킹 시간을 가지고 관계를 이어줬는데, 나중에는 그들끼리의 소모임, 번개가 있을 때 조금씩 발을 뺐다고 하더라고요.

또 초반에는 어떤 커뮤니티든 참여동기가 있지만 계속해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려면 톤앤매너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죠.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받지 않거나, 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페널티를 분명히 한다거나요.

“색을 뚜렷하게 하는 게 중요해. 커뮤니티가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는 게. ‘저 커뮤니티는 이런 사람들이 모여있어.’ 그게 분명해야 또 타겟들이 우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좋아할 만한 광고나 파트너십 제안이 더 잘 들어오겠지?”

우리가 회사도 브랜딩하고 제품도 브랜딩하고 개인도 브랜딩 하잖아요. 레디의 말을 들어보면 저는 커뮤니티도 비슷한 것 같아요. ‘콜라?’ 하면 코카콜라가 떠오르는 것처럼, ‘독서모임?’ 하면 트레바리가 떠오르고 ‘사이드잡?’ 하면 사이드가 떠오르고, 뭐 그런 식인 거죠.

레디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커뮤니티가 중요해질 거라고 말해요. 커뮤니티 붐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건 유튜브 붐, SNS 붐이랑 별로 다를 게 없어요.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거예요. 계속 중요하겠죠. 그러니까 커뮤니티를 운영하든 참여하든 자신에게 맞는 곳을 알고 또 함께 할 수 있을 때 적절한 방식으로 함께 한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