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이스라엘 관계
No.9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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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외교관의 AU 정상회의 강제퇴장 사건으로 본 AU-이스라엘 관계>

2023년 2월 18일, 범아프리카 정부 간 기구인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AU)* 정상회의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되었다. 당시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샤론 바르-리(Sharon Bar-Li) 이스라엘 외무부 아프리카 담당 부국장이 행사장 밖으로 퇴출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는 회의장 경호원이 이스라엘 대표단에 다가가 퇴장을 요청하고 바르-리 부국장이 호위되어 행사장 밖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 아프리카의 통합 촉진, 공동이익·입장 추구, 역내 평화·안보 협력, 빈곤 철폐·경제개발 촉진, 민주주의·법치·선정 추구를 목적으로 하며 서사하라를 포함한 55개 아프리카 국가로 구성되어 있으나, 쿠테타 등 비민주적 정권교체에 대한 무관용원칙으로 현재 군부정권 하에 있는 부르키나파소, 말리, 기니, 수단 4개국은 회원국 자격이 정지된 상태임
** 우리 정부는 미승인국인 서사하라를 제외한 54개국만 인정


AU는 주AU 이스라엘 대사에게만 정상회의 초청장을 보냈으므로 바르-리 부국장은 회의 참관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후 2월 19일, AU는 이스라엘의 옵서버(Observer) 자격이 정지된 상태였음을 추가적으로 밝혔다.

이스라엘은 "공식 승인을 받아 출입증까지 소지한 이스라엘 외무부 아프리카 담당 부국장이 행사장에서 쫓겨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에 더해 이란의 사주를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알제리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 주장하며 "AU가 극단적인 몇몇 국가에 볼모로 잡힌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공세를 펼쳤다. 특히 이스라엘의 옵서버 지위 박탈 시도는 AU 규정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며, 자국 주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리대사를 초치해 항의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관계협력부 측은 이스라엘의 AU 옵서버 지위가 아직 미정인 상태이며 이번 사태는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AU 원칙에 대한 문제라는 것을 다시 강조했다. 알제리 대표단은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해 아직 특별한 논평을 하지 않은 상태다.


+ 이스라엘과 AU의 역사: 이스라엘, AU 옵서버 획득 당시의 논란
이스라엘이 AU 옵서버 지위를 획득할 당시에도 논란은 거셌다. 이스라엘의 AU 옵서버 지위 획득은 AU 구성법에 명시되어 있는 반(反)식민주의 가치와 모순되며, 인간과 인민의 관리에 관한 아프리카 헌장을 위배한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알제리, 나미비아, 보츠와나, 튀니지 등 다수 회원국은 이스라엘의 옵서버 지위 획득에 구두 및 서면으로 반대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는 왜 이스라엘의 AU 옵서버 지위 획득을 반대한 것일까? 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지난 2021년 이스라엘의 최대 인권단체 B'Tselem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적이고 우월주의적인 정책이 아파르트헤이트*에 해당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Human Rights Watch와 Amnesty International 또한 이에 동의하였다. 특히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대주교, 칼레마 모틀란테(Kgalema Mothlanthe), 로니 카스릴스(Ronnie Kasrils), 위니 만델라(Winnie Mandela)와 같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反)아파르트헤이트 인사들은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비난해왔다. 2009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Human Sciences Research Council 또한 이를 연구한 바 있다.


2021년 7월, 무사 파키(Moussa Faki Mahamat) AU 집행위원장이 이스라엘에 AU 옵서버 지위를 독자적으로 부여한 후, 아프리카 전역의 정치, 종교 및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아프리카 팔레스타인 연대(Pan-African Palestine Solidarity, PAPSN)의 기치 아래 AU의 이스라엘의 옵서버 지위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현대적 아파르트헤이트 행위와 식민지화를 자행한 이스라엘이 옵서버로 참여하는 것은 AU의 지향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식민주의와 팔레스타인 점령을 종식하기 이전에는 AU에서 어떠한 역할도 맡으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2021년 7월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이스라엘 AU 옵서버 지위 부여 결정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AU위원회가 이스라엘의 AU 옵서버 지위를 획득하는 문제에 대해서 55개 회원국들과 함께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결정이 부당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와 더불어, 남아공 정부는 이스라엘의 5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Gaza Strip) 공습을 비판하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평화 협상을 개시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이스라엘의 옵서버 지위에 대해 계속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모하마드 슈타예(Mohammed Shtayyeh) 팔레스타인 총리는 이스라엘을 AU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Hamas) 또한 AU의 결정이 이스라엘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을 AU에서 퇴출하고 대(對)이스라엘 제재를 부과할 것을 촉구하였다.
+ 이스라엘을 향한 AU 회원국의 상반된 정서
이와 같은 이스라엘의 AU 참여 논쟁은 2022년 2월에 있었던 AU 정상회의에서 두드러졌다. 비공개회의에서 과거 무사 파키 AU 집행위원장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옵서버 지위 결정이 유예되었고, 새로운 위원회는 이스라엘의 옵서버 승인 여부를 심의하기로 동의하였다. 이 위원회에는 이스라엘의 가입에 반대하는 3개국(알제리,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스라엘 가입을 지지하는 3개국(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이 포함되었다. 마키 살(Macky Sall) 세네갈 대통령이 위원회의 의장을 맡았다. 

심의기간 동안 이스라엘의 옵서버 지위 또한 보류하기로 합의되었다. 그러나 다시, 상기 6개국 뿐 아니라 다른 회원국 또한 이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게 불면서 옵서버 지위를 보류한다는 합의도 무효 처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난 2월 18일, AU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했던 샤론 비르-리 이스라엘 외무부 아프리카 담당 부국장이 행사장 밖으로 쫓겨나며 이슈가 다시 불거졌다. AFP 통신에 따르면 무사 파키 AU 집행위원장은 “이스라엘에 옵서버 자격 부여 문제를 심의하는 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심의기간 동안 옵서버 지위가 정지된다는 의미”라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AU 옵서버 지위에 대한 지난한 논쟁과 AU 회원국 간 입장차이가 있었던 만큼,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 내 이스라엘의 활동과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번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종결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이스라엘은 서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외교적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의 외무부 산하기관이자 국제개발협력청인 마샤브(Mashav)는 에티오피아, 케냐, 가나, 부르키나파소, 카메룬, 부룬디와 협력하여 아프리카 내 빈곤, 기아퇴치, 식량안보 확립, 지속가능한 발전 증진 등의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또한 지난 10여 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으로의 이스라엘 군수품 수출이 306% 증가하였다는 사실도 이스라엘의 대 아프리카 영향력을 방증한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아프리카의 여러 권위주의 정권에서 이스라엘의 스파이웨어(spyware)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보고가 있는데,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에 위치한 아프리카-중동센터(Afro-Middle East Centre)의 나엠 지나(Na’eem Jeenah) 전무는 이스라엘과의 파트너십은 전쟁 중인 국가나 권위주의 국가에게 특히 더 매력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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