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번째 쇼퍼레터입니다. 매주 하나씩 쓰고 있으니 쇼퍼레터를 쓴지 30주가 넘어가네요. 레터를 매주 보낸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이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는 '매주는 너무 힘들지 않겠어? 격주로 보내는건 어떨까?' 였어요. 실제로 쓰다보니 욕심도 생겨서 글이 자꾸만 길어지고, 어떤날은 의무감으로 쓴 레터가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쇼퍼레터는 저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중국 현지에서 에이전시를 운영하면서 체감하는 쇼퍼들의 요즘 심리, 트렌드를 전해주는 레터이기도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스몰 브랜드들을 하나씩 꺼내놓으면서 공유하는 즐거움도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은 요즘 뜨는 브랜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뭔가 감각에 목마를때 종종 들여다보는 브랜드 하나를 가지고 왔어요. 이런 브랜드를 소개할 때는 왠지 말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HOMEISM] 이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HOMEISM]
' Ancient Chinese inspired loungewear for modern living '

브랜딩 일을 처음 접한 것이 verbal, naming이기 때문에 항상 브랜드 네임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네이밍은 브랜드 전체의 의미를 함축한 것이기도 하구요.  [HOMEISM]은 'Home + ism'의 결합일텐데, '집, 홈에 대한 어떤 주의, 생각'을 말하고 싶어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감각적이지만 심플하고 차분한, 또 냉철한 느낌도 들구요.  


home, 각자의 삶에는 스타일과 취향이라는 것이 있지요. 그런 취향은 패션이나 자주 가는 카페 같은 것으로도 드러나지만, 취향이 가장 솔직하게 응축된 곳은 home 이라고 생각해요. 집은 옷이나 악세서리처럼 외부로 드러나는 요소가 아닌 오로지 내가 향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뚜렷하게 구분짓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을지 몰라도 어떤 물건을 살 때, 어느 공간을 갈 때, 특히 또 내 공간에 어떤 물건을 들일때, 분명 기준이 되는 미학적인 요소들이 있고, 이런 기준이 좀 더 섬세한 사람들의 그룹이 있기 마련입니다. [HOMEISM]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입니다. 

[HOMEISM]을 보면서 어떤 종류의 브랜드는 브랜드를 애써 어떤 말로 수식하고 설명하지 않아도 취향과 느낌으로 끌리게 되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뮤지엄이나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할때에도 그렇듯이 어떤 작품에는 '무제'라는 제목만 붙어있을 뿐임에도 분명 마음에 그 작품과 내가 교감하는 포인트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또 그런 사람은 나 하나 뿐이 아닐 것입니다.  

[HOMEISM]은 굳이 말하자면 뉴욕에 베이스를 두고, 주로 라운지웨어를 판매하는 브랜드에요. 파자마나 생활 속에 편하고 감각적으로 입을 수 있는 로브, 라운지웨어들이죠. 

OUR PRODUCTS

We approached our designs with both global and contemporary inspirations. Combining traditional Chinese inspired shapes and western pattern techniques we have created an easy and effortless fit. We use high quality materials along with couture sewing methods and a carefully selected color palette to create lasting pieces. With our factory located right in New York City we handle every step of the production process with care and attention to detail. Our wish is that our pieces are those items that you will treasure for many years to come. (homeism.com) 

Robert Hatfield Ellsworth’s apartment in New York
Chinese ceramics from Southern Song/Jin Dynasty
Dame Lucie Rie seated beside the Korean pot, ca. 1990, photo by Lord Snowdon (Antony Armstrong-Jones
Mama Painting for Mars, Rita Ackermann, 2019

'브랜드가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것‘


[HOMEISM]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에는 [HOMEISM]이 영감을 받은 사진들이 올라오는데요. 주로 고대 중국의 문화 유산, 오리엔탈 문화 속에서 홈이즘이 영감을 받은 작품, 그림, 조각들도 있구요. 꼭 동양의 것, 어떤 물건이나 작품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아파트, 무형의 무엇인가에서도 같은 결의 영감이 떠오른 것들이 올라옵니다.굳이 이 모티브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다고 구구절절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전체가 한 맥락을 이루고 있으면서 또 한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관통하는 무드를 보여줍니다. 크리에이터의 역량이겠죠. 

저와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무드보드를 만들어 보신 분들이 계실텐데요. 컨셉 작업을 할 때, 컨셉을 하나의 무드로 엮어내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작업이기도 하고, 또 사실은 가장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거든요. 같은 계열의 컬러나 소재, 심지어 테마도 아닌 어떤 무형의 ’주장‘을 비주얼의 무드로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는 작업인데요. 홈이즘은 이런 점을 탁월하게 잘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어떤날은 어떤 공기에서 느낀 영감, 어떤 날은 어떤 공간에 갔을 때 그 곳의 엣지와 바이브에서 느낀 영감…. 

속된말로, 느낌 알잖아- 하는 거죠. 혹시 누군가 말을 아주 잘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면 이 모든 것을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을까요? 그런 생각도 해보지만, 굳이 버벌로만 브랜드를 정의해야할까? 하는 생각도 드는 순간입니다. 

'컨셉은 결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


처음부터 제 마음을 건드린 것은 그런 포인트였습니다. 구구절절이 설명하고 이 제품은 이런 것에서 영감을 받아서 이렇게 만들었다는 설명이 아니더라도, 간간히 그렇지만 꾸준히 올라오는 포스팅을 보면 한결같은 ‘결’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전체를 모아두고 보아도 하나의 무드보드를 보는 것 같죠. 컨셉이란, 어떤 문장으로 묶어내는 것 뿐 아니라 이런 결을 지닌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잘하는 브랜드들은 갈수록 이런 부분을 잘 캐치해서 브랜딩을 기획하고 있는것 같아요. 그 카테고리안에서 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를 소비하는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 그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엮어내는 작업이요. [AESOP]은 중국에서 새로운 라인을 런칭하면서 음악 플랫폼과 함께 협업해 새로운 라인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디제잉 쇼를 하며 프로모션을 하기도 했어요. 



*** 

 


같이 일을 할 때도 결이 잘 맞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물론 세상일이 다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과 할 수 만은 없지만, 같은 결을 가지고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죠. 어떤 브랜드를 만들때, 또 한 브랜드를 같이 운영하는 공동체의 멤버들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브랜드의 채용 공고를 보면 학력이나 기타 경력보다도 그런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멤버를 모집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지기도 하구요.  성격, 배경, MBTI는 다 달라도 브랜드가 가진 결을 함께 공감하는 사람들. 그런 브랜드를 보면 참 코어가 단단하다는 생각을 하게되는데, 그런점에서 [HOMEISM]의 내부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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