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2022년 10월, 나란히 섬 52

뉴스레터에 앞서 1029일 밤, 이태원 참사 사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그리고 부상자 완쾌를 바라며 두 손 모읍니다.

 

   가슴 아픈 사고 소식에 30일 예정되었던 클린하이킹 진행 여부를 네팔, 마가르와 새벽까지 고민하였습니다. 미등록 단속 및 여러 긴급 사안으로 그동안 행사가 미뤄졌고, 특별히 이번 산행은 선주민 이웃과 이주민의 참여가 예정되어 있어서 애도하는 마음 아래 행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러분의 염려로 안전을 살피며 준비된 산행을 잘 마쳤습니다.

 

   클린 하이커들은 두 조로 나눠져 도봉산에 올랐습니다. 도봉산역을 기점으로 삼은 것은 두 그룹 다 동일합니다. 오전 8시 시작한 조는 Y계곡과 신선대를 걸쳐, 우이암을 지나 무수골로 내려오는 코스에 올랐습니다. 도봉산 코스 중 난이도가 어려운 위 경로는 주로 네팔리들이 포진했고, 길잡이를 위해 한국인 참여자가 함께 했습니다. 오전 930분에 시작한 우이암을 지나 무수골을 종점으로 잡은 오르기 쉬운 코스는 선주민과 유학생 이주민이 주축을 이뤘습니다.

<왼쪽:  Y계곡 그룹 / 오른쪽: 우이암 그룹>

때마침 단풍이 한창이라 많은 등산객이 도봉산을 방문했습니다. 앞선 경험으로 오르던 길은 클린이 무색한 하이킹이 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시작 코스에서는 높아진 시민의식에 어울리게 쓰레기를 찾기 힘듭니다. 반면에 내려오는 길에는 쓰레기들이 눈에 띄였습니다.  앞장 서서 모범을 보여주던 신지은 어린이와 신준혁 청소년의 손길에 감추었던 쓰레기가 드러나 산 아래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 신준혁(왼쪽), 신지은(오른쪽 아래)>

먼저 출발한 Y계곡 그룹이 등산객이 많아 예정된 코스 대신 빠른 하산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먼저 뒤풀이를 위한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대략 40분 , 우이암 조도 식당에 도착하는 참입니다. 대열에서 "먼저 도착한 조가 식사를 하고 있을까?"란 질문이 떠오릅니다.

   함께 산행한 베트남 출신 유학생이 대답합니다. 자신의 젊은 친구들 사례를 빌면 "먼저 밥을 먹고 있을 것" 이라 대답합니다. 중국 체류가 길었던 선주민도 답해줍니다. "젊은이들이 함께 식당에 가도 나눠먹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한 친구가 먹는 모습을, 다른 친구가 지켜보는 상황을 목격하곤 했다." 식당에 들어가니 동료와 함께 식사를 하겠다고, 산행으로 주린 배를 참고 기다리는 이들이 보입니다. 이 모습에 뭉클한 감정이 떠오릅니다. 앞에 언급한 문화와 비교하여 마가르의 행동이 옳거나 뛰어나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제가 느낀 그 감정을 함께 산을 오르는 동안 여러 선주민과 이주민이 느꼈을 겁니다.


   위와같은 동료를 배려하는 태도는 얼마전 네팔로 귀국한 이주노동자 사례에서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네팔이주노동자 사망, 자살 통계>

위 같은 사태에 감정이 안타까움을 넘어 미안한 마음에까지 번져갑니다.

   얼마 전, 젊은 네팔, 마가르 이주노동자도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사업장과 주민의 신고로 자살은 불발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시도가 걱정될 만큼, 해당 노동자의 정신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이전에도 이러한 상황에 처한 여러 네팔리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만나도 언어 등의 문제로 마음을 살필만큼 대화를 나눌 수 없었습니다. 저희로서는 병원을 소개해 주는 일이 최선이었습니다. 마가르 공동체에서 소식을 듣자마자 자살 미수 이주노동자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마가르 공동체와 몇 시간 보낸 일로 언제 그러한 일이 있었나 싶게 건강해 보입니다. 그런데 마가르 공동체와 헤어지면 정신 상태가 이전과 같이 나빠집니다. 이러한 상태를 반복하다, 결국 치료와 요양 차 네팔로 돌아갔습니다. 다행인 것은 사업장의 배려로 내년 3월까지 비자를 보장받은 일뿐입니다. 마가르 공동체는 아픈 이주 노동자의 돌아옴을 기다립니다. 이를 위해 휴일을 뒤로하고 아픈 이를 돌보던 것이, 산행 후 동료를 기다리던 오늘에 겹쳐집니다. 


   이번 세 번째 산행을 시작하며, 선주민이 가졌던 창신동 네팔타운의 네팔리에 대한 질문을 전했습니다. 마가르가 같은 성씨인 마가르를 위하는 것만큼, 같은 지역 출신도 아끼지 않는가? 길게는 30년 머문 창신동, 종로구는 당신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우리 창신동도 포카라나 바굴룽처럼 같은 동네, 지역주민인가? 이에 대한 대답을 선주민과 함께한 산행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뒤풀이 식사를 마가르에게 대접받은 선주민이 다음 번 자리는 대접하겠다는 두 번째 약속이 맺어졌습니다. 해당 약속과 함께 이웃으로서 관계가 깊어지리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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