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뉴스레터

독자님, 오늘은 또 무엇을 한 번 쓰고 버리게 될까요? 애매한 지점을 톡 건드린 뉴스를 좋아하는 저의 오늘 큐레이션은 플라스틱에 관한 기사입니다.

최근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신경 쓰는 일이 하나 생겼어요. 예를 들어 호박죽을 주문한다면, '가게 사장님께' 메뉴에 "호박죽 외 반찬은 일절 안 주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꼭 적습니다. 김치 등 반찬 서너 가지가 작고 동그란 용기에 담겨오는데, 이 플라스틱 쓰레기만이라도 좀 줄여보고 싶더라고요.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해보려고 나름 애쓰지만 쉽지 않습니다. 어떤 카페에서는 일회용컵 두 개를 겹쳐 커피를 담아줍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과일가게에 들렀는데, "사과 좀 주세요" 말하기가 무섭게 비닐봉투를 펼치는 소리가 납니다. 예전에는 이사할 때 박스 구하는 게 일이었지만, 요즘엔 냉장·냉동·상온 품목별로 다른 박스에 담아 배송하니 오히려 남아돕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사용량을 줄이기엔 온사방이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래서 규제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최근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서울시가 발표한 일회용품 퇴출 정책 관련 기사를 두고 이야기 나눠 볼게요. 기사는 3분 분량이에요.

* 독자님을 초대하는 점선면팀 오프라인 모임 관련 설문을 오늘까지 진행합니다. [대화하기]까지 읽으신 후 이어지는 설문에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 서울시가 한강공원에서 플라스틱을 퇴출하기 위해 2025년부터 일회용품 배달용기 반입을 일절 금지한다.

☑️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에도 보증금 300원을 부과한다. 텀블러 사용 시 가격을 낮추는 가게에는 비용을 지원한다.

☑️ 환경단체는 구체적이며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번 대책에 따라 앞으로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서는 먹거리 판매 시 반드시 다회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지난 7월 서울의료원에서 시작된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을 내년부터 서울 시내 64개 민간 병원 장례식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음식을 다회용기에 배달해주는 ‘제로식당’ 역시 현재 10개 자치구 1000곳에서 2026년 서울 전역 5000곳까지 확대한다. 세제·음식 등을 포장재 없이 다회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제로마켓’을 2026년까지 10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플라스틱 재활용률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폐기물 회수 인프라를 확충하고 폐플라스틱에서 연료나 섬유를 추출하는 자원화에 투자한다. 이렇게 해서 쓰레기 재활용률을 현재 69%에서 79%까지 끌어올리고 온실가스를 14만t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원칙 없이 쓰레기가 배출됐던 단독주택 밀집지에는 재활용 분리배출 거점을 현재 1만3000곳에서 2026년 2만곳까지 확대한다. 원룸촌, 대학가, 버스정류장 같은 상습 ‘혼합배출’ 지역도 발굴해 분리배출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2026년까지 버스정류장에 재활용품 수거함 1500대, 광역버스환승센터·중앙차로 버스정류장 200곳에 일회용컵 회수기를 비치한다.

플라스틱에서 연료와 섬유 등 자원을 추출하려면 색깔별·재질별로 더 엄격한 분리배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투명 페트병·폐비닐 분리배출 요일제를 단독주택 지역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종량제봉투에 섞여 하루 800t씩 소각·매립되는 플라스틱·비닐류를 선별센터 등을 활용해 수거하고, 이 중 하루 335t을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쓰고 남은 봉제 원단도 종량제봉투에 폐기되고 있는데, 이를 하루 100t가량 수거해 자원화할 예정이다.

수거된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은 연료유나 재생원료로 생산된다. 서울시는 지난 4월 국내 정유화학사 4곳과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2026년까지 8만6000t의 폐비닐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 폐기물이 열분해돼 플라스틱 또는 원유의 원료가 된다.

인공지능(AI)이 재활용 선별시스템에 적용하면 폐기물 수거 속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AI 선별로봇을 모든 공공 선별시설에 도입할 예정이다.

환경단체는 더 전폭적인 감축이 필요하지만 서울시 차원에서 이 같은 종합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봤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비교적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고, 쓰레기 배출과 선별에서 구조적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에 비해 노력했다고 평가된다”며 “실제 목표를 얼마나 이행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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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일회용품 사용량이 얼마나 되는지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피부에 와닿게끔 정리한 내용을 살펴볼게요.

한국에서는 2020년 한 해 플라스틱컵을 53억개 썼는데, 한 줄로 세우면 그 길이가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1.5배 정도라고 합니다. 비닐봉투 사용량은 276억개, 바닥에 한 장씩 깔면 서울만 한 도시 13개를 덮고도 남습니다. 페트(PET)병 56억개로는 지구를 14바퀴 두를 수 있다고 해요.

어마어마합니다. 대부분 한 번 쓰고 버렸을 물건들이죠. 사실 이런 합성수지를 처음 발명했을 때 의도는 이런 게 아니었어요. 가볍지만 쉽게 썩거나 파손되지 않아 오래, 여러 번 쓸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습니다. 우리가 보통 일회용이라고 부르는 컵·봉투·병은 사실 '일회용' 목적으로 탄생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재활용 방법이나 사용규제도 필요하겠지만, 너무 쉽게 쓰고 쉽게 버리게 만드는 '생산'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래, 여러 번 쓸 수 있는 물건도 너무 많이 만들어 내는 체제에서는 한 번 쓰고 버리면 그만인 물건으로 전락하니까요.

'텀블러'와 '에코백'의 변질을 봐도 그렇습니다. 여기저기서 환경을 내세워 팔거나 나눠주는 물건이 되다 보니 원래 취지는 바랜 지 오래됐죠. 이제는 일회용기를 취급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집에 쌓아놓고 쓰지 않는 텀블러를 기증하면 음료를 할인해 판매하는 가게도 보이더라고요. 텀블러도 처리하기가 곤란한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다 보니, 그동안 일회용품을 쓰게 만든 '편리' 혹은 '청결'이란 관념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한 번 쓴 음식용기를 다시 쓰려면 적지 않은 수고를 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새 플라스틱 용기만큼 '깨끗하지 않다'라는 생각 역시 넘어설 수밖에 없으니까요.

생산 체제와 관념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텐데, 서울시가 한강공원의 '플라스틱 제로' 시점으로 정한 2025년은 그리 머지않습니다.

점선면팀은 올해 하반기 중 독자님을 초대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해요. 주중 저녁에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하지만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오프라인 모임에 모시고 싶어요. 그래서 점선면팀은 독자님께 정중하게 여쭈기로 했어요.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면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좋을까요? 

평소 점선면팀(혹은 기자와 언론)에 궁금하셨던 점, 진지하든 소소하든 무엇이든 괜찮아요. 아래 버튼을 꾹 눌러 남겨주시면 참고해서 오프라인 모임날 이야기의 물꼬를 틀 준비를 하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오프라인 모임 일시는 추후 확정해 알려드릴게요.

쓰레기의 역사를 되짚은 뉴스레터 '인스피아'의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여러 저서를 통해 '쓰레기'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 100년이 채 안 됐다는 사실과, '재활용'이라는 개념이 오히려 쓰레기 생산을 제도화한 모순을 살펴봅니다.

📬 "<나는 솔로> 관련한 점선면Lite와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게, 결국 이미 과거의 인물이든 현재의 인물이든 모든 사람은 '이야기'를 갖고 있잖아요. 요즘 너무 많은 정보들이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막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을 느껴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조금만 기울인다면 의미있는 정보가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슬기로운 불꽃님)

📝 "9월13일 점선면 <동상, 왜 세우고 허무는 걸까?>편에 보내주신 이야기예요. 점선면팀도 요즘 흉상 이야기로 세상이 너무 흉흉해서 독자님께 어떤 맥락과 관점을 전해드려야 한걸음 나아간 의미가 생길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 의미가 와닿은 독자님이 계시다니 뿌듯합니다. 이렇게 소감을 전해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