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찍은 가족 엘범
2022/11/18/금  웹에서 보기 | 구독하기


Vol.64 INTERVIEW:
배지영 『남편의 레시피』
LETTER
🎈 집밥
집밥을 좋아하나요? 해석의 여지가 넓은 질문입니다. 집에서 먹는 밥에 관한 호불호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맥락에 따라 '가족과의 관계' 혹은 '혼자 있는 시간' 등에 대한 물음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집밥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밥집을 좋아한다고 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슨 심리 테스트 같죠.

집밥을 주제로 한 글들 가운데 배지영 작가님의 원고가 책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을 생각합니다. 『남편의 레시피』는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집밥을 좋아하냐는 질문과 그 답변을 모은 책처럼도 읽힙니다. 모두를 초대하는 열린 식탁. '나의 집밥'이 아니라 '모두의 집밥'에 관한 이야기.

배지영 작가님. 집밥을 오래 생각한 사람. 
아래 인터뷰에 주목해 주세요.

INTERVIEW
그림: 류은지(@eunji_room)
🎁 배지영 || 요리를 못해서 안 하고, 안 하니까 못 하는 사람. 차려 주는 밥의 위대함을 『남편의 레시피』에 담았다. 『우리, 독립청춘』, 『군산』,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소년의 레시피』『환상의 동네서점』, 동화 『내 꿈은 조퇴』등을 출간했습니다.
🎱 『남편의 레시피』가 나왔어요. 어떤 책인가요?

🎁 남편 강성옥 씨가 스물아홉 살 때부터 콩나물, 두부, 문어, 오징어, 삼겹살, 상추, 호박, 배추 같은 평범한 식재료로 차린 밥상 이야기예요. 참고로, "남자가 처자식 먹일라고 밥하는 것은 열심히 산다는 증거다." 시아버지의 말씀이에요. 제 남편은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람이에요.
🎱 『소년의 레시피』,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그리고 『남편의 레시피』. 모두 가족 이야기예요. 이번 책이 나오고 남편 분은 어떤 반응이었나요?
🎁 강성옥 씨는 큰애가 고등학교 3년간 저녁밥 지은 『소년의 레시피』와 제 부모님 이야기가 담긴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를 좋아해요. 자신이 밥하는 이야기는 별거 아니라며 쑥스러워했어요. (사계절출판사와 계약서 써서 못 무른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허락했습니다.) 이전 책과 다른 점은 제가 강성옥 씨한테 『남편의 레시피』를 선물로 준 거예요. 지금까지는 아내가 쓴 책이라도 동네 서점에서 따로 구입해 읽었거든요.

🎱 지난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도 영상을 묘사한 것 같은 선명한 이야기가 가득해요.
🎁 일상을 스캔하듯 붙잡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평범한 집밥처럼 자주 쓰는 말로 쓰기도 했고요. 가령, 강성옥 씨는 먹고 나면 일어나서 바로 식기세척기에 그릇 집어넣고 주방 정리하고 빨리 쉬고 싶어 해요. 관찰해 보니, 부부 사이에 가장 많이 하는 대화가 “밥 먹었어?”, “뭐 먹고 싶어?”, “(주방에서 기웃대지 말고) 저리 가 있어” 더라고요. 뚝뚝 부러지는 말을 주고받는 완전 현실 부부예요.

『남편의 레시피』 등장인물
🎱 부제는 남편의 집밥 26년이에요. 26년 전을 떠올렸을 때, 그때 집밥과 지금 집밥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아니, 이걸 다 먹어요?” SNS에 올린 밥상 사진을 보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어릴 때는 식탁도 지금보다 더 컸고, 강성옥 씨는 육해공 식재료를 더 골고루 써서 차렸어요. 지금은 큰애가 다른 도시에서 대학 다니고, 둘째는 김치를 잘 안 먹고 육류와 쌈 채소만 즐겨 먹으니까 26년 전에 비하면 밥상이 정말 소박해졌어요.

🎱 책을 보면 작가님네 가족은 서로 매우 가깝고, 자주 함께이고, 거의 식사를 같이하세요. 작가님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있고 싶거나 혼밥하고 싶은 때가 있나요?
🎁  (우렁차게) 네! 저는 생일에 혼밥하고 싶었어요. 강성옥 씨한테 제 생일에는 밥상 차리지 말라고 주장했죠. 동네 호텔에 가서 혼자 외롭게 있다, 먹는 건 알아서 할 거라고요. 그런데 생일날 아침에 일어나 보면 잔칫상 같은 밥상이 차려져 있어요. 옆에서 아이들은 남성미를 뽐내며 집이 떠내려가도록 크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고요. 결국 생일에 혼밥하고 싶다는 꿈은 아직 못 이뤘어요. 다만, 일하러 다른 도시에 갈 때 소떡소떡 먹거나 카페라떼를 마셔요. 그게 저한테는 혼밥이에요.
한 메뉴 한 꼭지 구성
(이미지는 카드뉴스.)
🎱 책에 담을 수 없었던 집밥이 있나요?
🎁『남편의 레시피』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작업했어요. 책에는 그 시기에 주로 먹은 음식이 나와요. 강성옥 씨가 큰애한테 배운 찹스틱, 마파두부, 묵사발이 빠졌어요. 고등어나 꽁치, 갈치에 무 넣어서 만드는 조림도 자주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장조림, 진미채 볶음 같은 밑반찬도 대용량으로 했지요. 둘째가 잘 먹어서 갈비나 카레도 많이 했는데, 요새는 안 먹는다고 하니까 사라진 메뉴예요.

참! 지난여름에 강성옥씨는 퇴근하고 석박지 담그는 것에 재미를 붙여서 가을 깊어지기 전까지 밥상에 자주 올라왔어요.

🎱 26년 동안 밥을 해 주고, 책의 소재까지 마련해 준 남편 강성옥 씨에게 하고 싶은 말.
🎁 남편의 말. “밥하느라 내가 이렇게 고생한다.” 한 번도 내세우지 않고 26년간 밥 차려줘서 고마워. 이제부터 아침밥은 하지 마. 강성옥 씨랑 강썬은 안 먹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 ‘아침에는 주방에 안 가는 삶’을 누려 봐.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해낼 수 있을 거야. 응원할게.

🎱 어쩐지 <TV는 사랑을 싣고>가 떠오르는 마무리?
감사한 인터뷰. 책에서 만나요😁!
COMMUNITY
11월. 조금 이르긴 한데 1년을 정리해 봅니다. 그래, 올해 어떤 책을 읽었나...... 기이할 정도로 기억이 안 나는데요. 뭔가 읽긴 읽은 것 같은데 제목도 내용도 까먹은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태어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여 태어나지 않은 건 아니니까 읽은 걸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여 읽지 않은 건 아닐 거예요. 하하하. 사람이 어떻게 다 기억하겠어요...... 오는 연말, 여러분 본인에게 너그러워지세요. 독자와의 대화입니다.
✍ 기린 님
여러 출판사의 메일링서비스를 받아 보고 있습니다. 사계절 북뉴스는 뭐랄까. 처음에는 좀 익숙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책을 알리고 팔아야 하는 서비스이니 책에 대한 소개를 하는 건 당연한데 여러 권을 한데 묶은 큐레이션 주제가 딱 와닿지 않는 느낌이라 너무 중구난방인 느낌이 들기도 했구요. 작가 인터뷰도 관심이 없는 작가일 경우에는 그닥 읽어보지 않게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꾸준히 받아 보니 북뉴스 한 편이 하나의 산문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이미 보도자료와 홍보글이 나와 있는 책을 가지고 북뉴스를 위한 새로운 글을 또 써 내려 가는 담당자님은 얼마나 고충이 크실까 싶기도 하고. 일하면서 잠깐 쉬면서 읽기에 좋은 글이고, 가끔은 피식 웃을 때도 있어요. 감사합니다.
🎱: 진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기다리던 피드백을 읽었습니다. 말을 이을 수 없어 이번 독자와의 대화는 짧게 줄여야 할 듯합니다. 피드백 보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남편의 레시피』 출간 기념 이벤트!
['나의 집밥' 백일장✍]
여러분에게 집밥이란 무엇인가요?
집밥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나요?

남의 집에서 먹은 집밥도, 밖에서 먹은 집밥도,
집밥에 관한 이야기라면 뭐든 좋습니다.

군침 돌고 눈물 나고 웃음 나는 여러분의 집밥 이야기.
아래 링크를 통해 남겨 주세요.
🍔마감: ~12월  9일(금)
🍝방법: 아래 링크에 접속해 글을 남긴다.
🍲상품: 다섯 분에게『남편의 레시피』각 한 권 증정
독자님의 피드백이 북뉴스를 완성합니다.

(주)사계절출판사
파주시 회동길 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