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랩레터 #017. 시한부 대표의 싱크탱크론
제주도로 휴가를 잘 다녀왔습니다. 사진은 표선 해수욕장입니다. 날씨가 따뜻하더군요.    

안녕하세요. 2주만에 뵙는 LAB2050의 윤형중입니다. 


휴가를 다녀와 개운할 줄 알았는데요. 고민이 깊어갑니다. 제가 LAB2050의 상임이사 겸 대표를 맡은지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는데요. 앞으로 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운영비 통장의 잔고가 거의 소진됐습니다. 이젠 정말 끝이 보입니다. 한 두 달 안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진짜 문을 닫아야 합니다. 지난 6년간 여러 레거시를 쌓은 이 연구소를 이렇게 문 닫게 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안타까움이 크고,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어찌 해야하는가라는 걱정도 됩니다. 


물론 아직 기회는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지난해 여름께 후원 시스템을 마련한 이후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후원을 해주셨습니다. 총 90명이 후원(일시후원 포함)에 참여해주셨고, 최근엔 한 달에 150만원 정도가 후원금으로 입금되고 있습니다. 고정적인 최소 지출(인건비+임대료+고정비)로 월 500만원으로 잡고, 후원을 조금만 더 유치한 뒤에 한 두달 안에 연구 사업을 수주하거나, 연구비 펀딩에 성공한다면 지금처럼 유지할 수는 있으리란 계산도 해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유지하면 안되죠. 더욱 역동적으로 연구하고 활동하는 연구소로 뻗어나가려면 아무래도 지금의 재정 상황으론 어렵습니다. 타개책이 절실합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시고, 적지 않은 분들이 후원을 해주셨는데도 이런 상황을 바꿔내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능력 부족을 자주 절감합니다. 


이 일을 계속하려면 LAB2050이란 곳이 왜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연구로, 또 중요한 의제를 공론화하는 작업들로 지난 6년간 LAB2050이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려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의 입증, 다시 말해 '메타 입증'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LAB2050을 넘어 민간 싱크탱크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우리의 정책 생태계에 어떤 문제가 있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감사하게도 최근에 이를 정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매체 출간 때부터 참여한 인연이 있는 소셜코리아에서 '현 시점에서 민간 싱크탱크가 왜 중요한지'를 정리한 글을 기고해달라고 제안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면모들을 고려해 정리해봤습니다. 한때 민간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들이 활발하게 발표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흐름을 주도하던 이는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에서 일했던 홍일표 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여러 국책연구기관과 학계의 연구자들도 해외 민간 싱크탱크의 역사와 현황을 정리하고, 그 시사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전 랩레터에서 소개드린 김보영 영남대 교수의 논문도 그런 취지였죠. 하지만 지금은 해외의 좋은 사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 순 없다고 느꼈습니다.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되는 과정 ⓒ 나이오트    


저는 먼저 우리의 '정책 생태계'를 진단했습니다. 정책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인 정부, 정당, 언론, 싱크탱크, 시민사회, 학계, 기업, 이익집단 등의 상태를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위 그림을 보면 문제를 확인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엔 시민사회와 학계가 나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책을 선정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국회와 정부가 담당하고 있죠. 하지만 정책을 도출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역할을 원래 싱크탱크가 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이 빈약하니, 앞뒤 과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최근엔 기업과 이익집단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는데, 이렇게 균형이 깨지면 민주주의의 새로운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싱크탱크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주체가 지금보다 정책에 대한 역할을 늘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이창곤 한겨레 선임기자의 표현으로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국내 싱크탱크 생태계는 '국책연구기관으로 단종화(單種化)된 상태'라고 말이죠. 생물종이 하나만 있는 그 곳을 생태계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정책 생태계는 이미 생태계라고도 부를 수 없는 그런 상태인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대안이 무엇일까요. 뾰족한 대안을 제가 가지고 있다면, LAB2050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을 겁니다. 글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했기에, 이미 자원이 있는 국책연구기관과 정당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방안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진짜 대안은 민간 싱크탱크가 사람들에게 필요성을 인정 받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분 한 분에게 말을 걸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려면 가장 강력한 수단이 정책이고, 제대로 된 정책 생태계를 만드려면 LAB2050과 같인 민간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공감하신다면 LAB2050에 후원을 부탁 드립니다. 의견이 있으시면 답장도 요청 드립니다. 함께 논의하며 답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형중 드림


*정책 생태계를 진단한 여러 콘텐츠들 

[소셜코리아] 정책 실종된 위기의 시대, 민간 싱크탱크를 키워라/윤형중 

[한겨레] 이창곤의 정담(하나의 글을 꼽기 힘들 정도로 연재 전체가 정책 생태계를 심층 진단하고 있음)

[주간경향] 정책은 딜레마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주간경향] 정책 정당으로 가는 험난한 길 


LAB2050 행사 소식 
2024 정책전망 세미나 

 지난주 공지드린 정책전망 세미나(2/27)에 신청이 몰려 장소를 변경하고, 추가로 신청자를 더 받기로 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인디 이콘 임동민의 위클리 큐레이션#11. 기후선거를 준비하는 보고서 
임동민 인디 이코노미스트   

안녕하세요. 2024년 2월 넷째 주 <인디이콘 임동민의 위클리 큐레이션>입니다.

이번 주에는 1) 기후정치바람(준)의 <2023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 전국 보고서>, 2) AEI의 <다가오는 전쟁에 대비한 공급망 준비>, 3) 인디이콘의 경제엠 <2024년 미 국채만기별 적정금리 추정>을 추천 드립니다.
 
첫 번째 소개드릴 보고서는 '기후정치바람'(준)이 2월 19일 발표한 <2023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 전국 보고서>입니다. 기후정치바람(준)은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이 함께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기후총선’으로 만들고자, 2023년부터 대규모 서베이와 분석을 ‘기후선거’를 준비해 온 연대입니다.

저자들은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은 경제, 사회, 산업, 일자리, 불평등, 삶의 질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의제로 한국의 현 단계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정치 의제화’이며 2024년 5월~2028년 5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이를 위해 2023년 전국 17,000명, 시도별 1,000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23년 기후위기 설문조사의 주요결과를 보면
1) 기후위기 관련 용어 및 표현 인지 : 온실가스 > 탄소중립 > 탄소발자국 > 기후정의 > ESG 순
2) 기후변화 원인 : 10명 중 9명이 “인간 활동”이라고 응답
3) 지난 1년간 거주지에서 발생한 재난 : 폭염 > 홍수(침수) > 가뭄 > 산불 > 산사태 순
4) 7개 사회적 도전과제 중 심각성 : 인구위기 > 기후위기 > 에너지위기 > 사이버위기 > 보건위기 > 안보위기 > 식량위기 순
5) 자산가치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 : 절반 가량이 “영향받는다”라고 응답
6) 탄소중립 정책이 거주지역 산업에 미치는 장∙단기적 영향 평가 : 절반 가량이 “단기적으로 나쁘지만 장기적으로 도움될 것”으로 응답
7) 기후위기 대응재원 마련방안 : 탄소세 > 부유세 > 법인세 > 소득세 순
8) 전력생산 분야 온실가스 감축 방안 : 재생에너지 확대 > 원자력발전 확대 > 석탄발전 감축 순
9) 자동차 적정대수 규정 및 차량등록 제한에 대한 찬반 : 찬성 56.6%, 반대 33.9%
10) 신규내연기관차 판매중단에 대한 찬반 : 찬성 63.8%, 반대 26.0%
11) 식량생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 : 국내생산 농산물 보호 > 저탄소 농업 전환 정책 추진
12)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 평가 : 못 하고 있다 63.6%, 잘 하고 있다 17.0%
13) 후보 공약 중 가장 관심이 큰 분야 : 경제활성화 > 복지강화 > 정치개혁 > 외보/안보 > 기후위기 대응 순
14) 기후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에 대한 투표 : 정치적 견해 다르더라도 투표를 고민 62.5%, 공약에 관계없이 평소에 지지하던 정당의 후보에 투표 24.6%
15) 기후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정당에 대한 투표 : 정치적 견해 다르더라도 투표를 고민 60.9%, 공약에 관계없이 평소에 지지하던 정당의 후보에 투표 26.9%
16) 기후위기 대응 강조 후보에 관심 표현 방식 : 투표한다 90.7%
 
이 밖에도 우리 국민의 기후위기 인식과 기후 유권자 특성, 17개 시도별 기후 인식의 특징과 기후선거구, 그리고 전국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에 대한 상세한 결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향후 기후정치바람(준)은 향후 17개 광역시도별 응답 결과를 수록한 2차 보고서를 2월 중 발간하고, 2024총선을 ‘기후총선’으로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살펴보실 분들은 보고서 전문을 참조해 주세요.

두 번째 소개드릴 보고서는 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for Public Policy Research : 미국 기업 공공정책 연구소)의 <다가오는 전쟁에 대비한 공급망 준비(Preparing Supply Chains for a Coming War>입니다. 2월 15일 발표되었습니다.
 
AEI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정부, 정치, 경제 및 사회 복지를 연구하는 중도 우파의 싱크탱크입니다. 1938년 루이스 H. 브라운이 이끄는 뉴욕의 사업가 그룹이 설립했으며,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의회와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워싱턴 DC로 이전하였습니다. AEI는 설립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정책에 반대했고 민간기업 활동 촉진, 작은 정부 및 민주적 자본주의를 옹호한 보수주의를 지향하지만 정치후보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대만과 중국의 공급망에 의존성이 커진 문제를 지적합니다. 대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식이 아닌 새로운 관점인 것입니다. 오히려 중국이 대만을 이용해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양보를 얻어낼 수 있으며, 반도체와 같은 핵심 원자재에 대한 미국의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만약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공급이 중단되거나 완전히 차단될 수 있는 중국과 대만에 기반을 둔 공급업체에 대한 미국의 높은 의존도를 엿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보고서는 미 국방부와 행정부에 국방 공급망의 아킬레스건을 강화하기 위해 네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첫째, 독립성보다는 복원력에 초점. 특히 중국과 대만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제대로 평가하고 개선하도록 요청. 둘째, 특정 원자재, 부품 또는 공급업체의 투입물에 대한 접근보다 군사 플랫폼 및 군수품 생산을 위한 전체 자재 명세서를 우선. 셋째, 충분한 재고를 유지하거나 중국과 대만의 공급처를 대체할 수 있는 공급원을 개발하거나 재설계를 통해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망을 개선. 넷째, 이러한 노력의 규모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범정부적 조직이 이를 담당할 것을 제안합니다.
 
자세히 살펴보실 분들은 보고서 전문을 참조해 주세요.

마지막 소개드릴 콘텐츠는 인디이콘의 경제엠 <2024년 미 국채만기별 적정금리 추정>입니다. 2월 15일 발표되었습니다. 2024년 초반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이것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는데요. 이 글은 ▲미국 CPI 트렌드와 전망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인식과 대처 ▲2024년 미국의 금리 전망에 대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자세히 살펴보실 분들은 보고서 전문을 참조해 주세요.
 
아직 2월인데, 때이른 비가 내리네요. 겨울이 짧아지고, 따뜻해지는 등 기후변화가 점차 뚜렷해지는 것 같아 걱정도 됩니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가 되지 않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한편 봄이 다가오고 4월 10일 총선도 이제 50일도 남지 않았네요. 어쩌면 기후대응은 대립과 갈등을 넘어 경쟁과 협력, 공존을 모색할 대안이 아닐까 해서 이런 선거구호를 떠올려 봤는데, 구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긍합니다!
 
“친구야, 우리 지구에 투표하자! (It’s the Earth & Us,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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