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中 외교부장의 새해 첫 해외 순방: 중국이 북서아프리카에 집중하는 까닭은?>
No.5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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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中 외교부장의 새해 첫 해외 순방: 중국이 북서아프리카에 집중하는 까닭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전통적인 새해 첫 아프리카 방문을 1월 13일~22일 일정으로 진행했다. 왕이 부장은 2013년 외교부장이 된 이후 매년 초 아프리카 국가들을 첫 해외 순방지로 삼고 있다.*

*단 한 번의 예외는 그의 후임자인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이 지휘봉을 잡았던 2023년뿐이다. 

이러한 중국 외교부장의 아프리카 순방은 얼핏 중국의 연례 외교 일정의 시작과 기존 정책 이행을 위한 후속 방문 정도로 치부되기 쉽지만, 중국의 한 해 외교적 목표라는 전체적인 틀에서 그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 어떤 국가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해보면 이는 더 잘 드러난다.

올해 왕이 부장은 1월 13일부터 22일까지 아프리카의 이집트, 튀니지, 토고,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하고, 이어 중남미·카리브해의 브라질과 자메이카를 연속 순방했다.
  
+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연대와 지역 안보
중국이 이집트, 튀니지, 토고, 코트디부아르를 첫 순방국으로 선택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협상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자 하는 중국의 외교적 목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평했다.

왕이 부장의 올해 순방은 북아프리카에 위치하고 중동 정치의 핵심 국가인 이집트에서 시작했다. 그는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평화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홍해에서의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예멘의 후티(Houthi) 반군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항의하며 홍해에서 화물선을 공격하기 시작한 이후, 중요한 국제 무역로인 홍해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었으며, 1월 11일 미국과 영국이 후티 반군의 레이더 시설, 미사일 발사대, 무기 저장소 등을 표적으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실시했다. 이어 1월 14일 후티 반군이 홍해에 있는 미군 구축함을 향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반격으로 대응하면서 지역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해는 인도양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잇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상품 무역량의 12%가 통과하고,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된 원유와 천연가스가 유럽과 북미로 수출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최근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긴장이 지속되면서, 카타르 국영에너지회사 카타르에너지는 안보를 이유로 홍해를 통한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을 일시 중단했다. 로이터통신은 1월 14일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LNG 유조선 4척이 오만 해안에 멈춰 있다고도 전했다.

거대 해운사들은 희망봉을 거쳐 돌아가는 루트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 경우 항해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영국의 해운조사기관 클락슨(Clarksons Research)의 연구책임자 스티븐 고든(Stephen Gordon)은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에서 북유럽으로 여행하면 기간이 31일에서 40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두 배의 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항해당 수천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왕이 부장은 카이로(Cairo)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민간 선박 공격 행위 중단, 글로벌 산업·공급망의 원활한 통행과 국제 무역 질서 수호를 호소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예멘에 무력을 사용할 권한을 어떤 국가에도 준 바 없다"는 등의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서방을 겨냥해 "홍해의 긴장에 불을 지피는 것은 피해야 하며, 이 지역의 전반적인 안보 위험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그리고 그는 홍해 사태의 근본 원인이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지연에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하면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충돌이 발생한 지 100일이 넘으면서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했고,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벌어졌다"며 "중국은 팔레스타인 인민이 민족의 합법적 권리를 되찾는 정당한 일을 확고히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숙원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집트가 왕이 부장의 첫 해외 순방지로 합리적인 목적지라고 분석한다. 시드니대학교 중국연구센터의 로렌 존스턴(Lauren A. Johnston) 교수, 남아공 국제문제연구소(SAIIA)의 중국전문가인 코버스 반 스타덴(Cobus van Staden)도 이집트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위기와 홍해 위기와 가장 인접해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는 점과 ▴중동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미 왕이 부장의 첫 방문지로 이집트를 예상하기도 했다.

워싱턴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의 폴 난툴리아(Paul Nantulya) 연구원은 중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국제무대에서 더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자하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중국은 가자 사태와 관련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 매우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을 뜻하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대비해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지역의 개발도상국을 일컫는 용어로 통칭된다.
  
+ "오 흐부아(Au revoir) 프랑스, 니하오(你好) 중국?"
미디어 플랫폼 보이스오브아프리카(Voice of Africa)는 금번 왕이 부장의 아프리카 순방을 두고 “Au revoir* France, Ni Hao China?”라는 흥미로운 소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왕이 부장이 순방지로 선택한 북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서방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따라서 중국이 진출하기에 좋은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프랑스어에서 헤어질 때 하는 작별인사

예를 들어 튀니지는 지난해 유럽으로의 이주를 막기 위한 재정 지원 패키지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토고와 코트디부아르는 과거 식민종주국이었던 프랑스와의 관계를 점점 더 단절하고 있다. 반 스타덴은 "중국이 사헬 지역에서 반(反)프랑스 감정이 급격히 고조되는 것을 기회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왕이 부장은 아프리카 순방을 마무리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일제히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3일에 열린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이 승리한 뒤 중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받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이집트, 튀니지, 토고, 코트디부아르) 4개국 정상이 즉시 공개적으로 중국의 국가 주권·영토 완전성 수호를 명확히 지지했다"며 "아프리카 전체에서 중국과 수교한 53개국*이 다양한 형식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국의 평화통일 대업에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고 공표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54개국 중 대만과 수교한 에스와티니를 제외한 53개국과 수교를 맺고 있다.
  
+ 중국의 개발 금융 전략
상기한 바와 같이, 왕이 부장의 금번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은 중국이 해당 지역의 분쟁과 안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다수를 이룬다. 그러나 사실 안보 측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비영리 멀티미디어 단체인 중국-글로벌사우스프로젝트(The China-Global South Project: CGSP)는 이번 순방에 중국의 차용국(borrower) 다변화 전략이 깔려있다고 본다. 

해외차관개발금융(Chinese Overseas Lending and Development Finance: OLDF)은 중국의 글로벌사우스 개발의 초석이다. 보스턴 대학교 글로벌개발센터 연구에 따르면 향후 중국의 OLDF는 경제 타당성, 금융 및 차용국 다변화, 사회경제적·환경적 성과 개선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튀니지, 토고,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자메이카 방문은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

서아프리카 및 북아프리카와의 외교적, 재정적 교류가 증가하면 중국은 그동안 동부와 남부 아프리카에 상대적으로 집중되어 있던 차용처를 다변화시킬 수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대출(Chinese Loans to Africa: CLA) 데이터베이스의 최근 동향에 따르면, 2021~2022년 중국 차관의 대부분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OLDF를 적게 받았던 서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리고 북아프리카는 2000~2022년 기간 동안 북아프리카는 중국의 OLDF를 가장 적게 받은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지역에 속한 국가 상당수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가 안정되어 있고 중국에 대한 부채 노출이 적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최빈국 중 하나인 토고와의 협력이 중국에게는 사회경제적 개발 성과를 개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보는 이유다. 전반적으로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들 국가 모두 향후 아프리카에서 개발 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왕이 부장이 아프리카 순방 이후 중남미 국가를 방문했다는 점인데, 이는 예년과는 다른 추세다. 브라질과 자메이카는 차용국 다변화의 측면에서는 그 우선순위가 낮을지 몰라도 중남미 지역의 경제 대국이자 외교적 리더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에 대한 중국 대출(Chinese Loans to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 CLLAC)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개발 금융 기관들은 2019년 이후 브라질과 카리브해 국가에서만 정부보증대출(sovereign loan)을 통한 프로젝트를 지원해오고 있으며, 브라질은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베네수엘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정부보증대출을 받은 국가이다. 카리브해 국가 중에서는 자메이카가 가장 많은 대출을 받았다. 브라질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이고 자메이카는 기후변화 영향에 취약한 도서국이기 때문에 두 나라 모두 중국이 향후 금융 개입 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환경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왕이 부장의 금번 순방은 중국이 미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가운데서도 글로벌사우스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순방의 안보적 측면을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이 각 순방에서 주목할 경제 및 개발의 주안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 미 국무장관도 아프리카 순방에 나서
지난 1월 21일~26일,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도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카보베르데, 앙골라 등 서부 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나섰다. 이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아프리카 4개국 방문한 직후 이뤄진 순방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요한 사실은 블링컨 장관의 순방도 서아프리카 국가를 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문의 목적은 왕이 부장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문이 근본적으로 최근 몇 달 동안 서방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이 지역에서 미국이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거나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사헬 지역은 그간 악화되는 경제 상황과 무장단체 활동 확산으로 심각한 불안이 야기되어 왔다. 2020년 이후 이 지역에서만 여섯 번의 성공적인 쿠데타가 발생했으며, 현재 서아프리카 16개국의 거의 절반이 군부 통제 하에 있다. 또한 새로 들어선 이 정권들은 러시아와 같은 새로운 파트너와 손을 잡았다. 미국, 프랑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 지역에 영향력을 발휘해 온 유럽 국가들에 대한 대안적이고 전략적인 옵션들이 제시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서아프리카의 ‘민주국가’들을 방문한 배경은 이웃 국가들이 서방의 영향권 밖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협력 지역에 남아있는 동맹국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미국은 니제르 북쪽 아가데즈(Agadez)에 1억 달러 규모의 드론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7월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발하고 친서방 경향의 모하메드 바줌(Mohamed Bazoum) 대통령이 구금되면서 미국의 고민이 깊어졌다.*

*니제르는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까지 사헬 지역에서 미국의 대테러 활동의 중심지로 여겨져 왔으며, 미 국방부는 사헬 지역 무장단체 대응에 있어 니제르가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니제르 기지의 존속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인근 국가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채텀하우스(Chatham House)의 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알렉스 바인스(Alex Vines)는 "사헬 안보 보장은 분명한 선결 과제이며, 미국은 드론기지 유치를 놓고 서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와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그동안 미군 사령관들이 기지의 다른 장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과도 일치한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아프리카 순방은, 따라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대응적 측면도 있지만, 이보다 더 실리적인 목적과 동인이 있다는 데 힘이 실린다. 아프리카 전략연구센터(Africa Center for Strategic Studies)의 연구원인 다니엘 아이젠가(Daniel Eizenga)는 작금의 서아프리카와 사헬 지역 안보 상황이야말로 미국이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대서양 연안 국가에 외교적 지원을 보여주고자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블링컨 장관은 금번 순방을 계기로 서아프리카 해상 안보 강화를 위해 4,500만 달러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으며, 이미 진행 중인 프로그램의 규모를 3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정세의 변화와 아프리카 지역의 중요성은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들이 이 지역을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 초 진행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아프리카 순방은 단순한 연례 외교적 행보를 넘어, 지역의 안보와 경제적 발전을 고려한 실질적 노심이 작용하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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