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감독 김지운, 김도희)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53 〈차별〉
4월 12일 오늘의 큐 💡   
Q. 견디는게 답이다..? 😤
님, '버티는 게 답이다', '버티면 승리한다'라며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참고 견디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 한때 유행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 특히 주식이나 코인 같은 투자 계열에서 꽤 오래 쓰이며 지켜야 할 철칙같이 말이 돌고 돌기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버틴다고 해서 백이면 백! 다 수익을 얻을 수는 없었죠. (파란색 가득했던 화면이 기억나네요..) 

인디즈 큐 레터가 경제레터도 아닌데 왜 주식 이야기를 하냐고요? 사실은 '버티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견디는 게 미덕이 된 사회에서 부당한 '차별'에 맞서 싸우는, 70년 넘게 조선학교를 지켜오고 있는 재일 동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님은 아시나요? 🏫🎒

영화 〈차별〉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유일하게 제외된 조선 고급학교 10개교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합니다. 10개교 중 5개교가 일본을 상대로 2013년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기나긴 소송 과정을 〈차별〉의 시선이 뒤따라가는데요. 부당한 차별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견디기보다 오히려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한 조선학교 학생들과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다큐멘터리 〈차별〉과 함께 보고 생각하면 좋을 작품들로 〈수프와 이데올로기〉, 〈우리학교〉,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를 함께 데려와 보았어요. 님도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들과 함께, 무조건 견디기보다 맞서 싸우고 더 큰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내보일 수 있길! 인디즈 큐가 응원합니다 💓

차별이라는 일반명사를 고유명사로 바꾸어 읽기

〈차별〉

 

김지운, 김도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조선학교의 체육대회를 비추며 시작된다. 운동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뛰어다니고 있는 얼굴에는 영화 〈귀향〉에 나와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배우 강하나의 얼굴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영화의 제목이 말하는 ‘차별’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동원되었던 위안부 여성의 피해를 말한 영화에 나오는 강하나 배우가 왜 여기 있을까 궁금해진다.


곧 구체화되는 ‘차별’의 의미는 다소 생경하지만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2010년 고교무상화 정책을 시행하였으나 그중에서 조선학교 10곳만 대상에서 제외한다. 관련 법규가 없다는 이유, 그리고 혹시 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으로 자금이 유용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니 이 영화는 일본에 살고 있으며, 남한이 아닌 북한과의 관련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재일조선인들의 저항과 투쟁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보고 공감한다. 우리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일본 사회를 이루는 정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길 원한다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관객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의 선조들이 핍박받았던 역사와 억울함과 분노를 그대로 느낀다. 추상적이고 범박한 일반명사에서 출발한 영화는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고유명사에 도달하는 것이다.


(중략)


그러니까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단지 일본의 차별적이고 이중적인 태도에 분노하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이 학생들을 눈물 흘리게 하고 이토록 진지한 열사로 만들었느냐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단순히 일본이 가하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만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의 맥락 또한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일반명사를 고유명사로 바꾸는 맥락에서 더 나아가 우리는 우리만의 고유명사로서의 ‘차별’이 진정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인디즈 김소정

〈차별〉 감독 김지운, 김도희

90분|다큐멘터리|전체관람가



2010년부터 실시된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유일하게 제외된 조선 고급학교 10개교. 무상화 지원금이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등에 의해 유용될 의혹이 있다는게 이유다. 이에 반발한 5개교의 조선 고급학교가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다. 70년 넘게 조선학교를 지켜오고 있는 재일동포들, 조선학교 학생들, 변호사들 그리고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차별을 견디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재일 조선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식구(食口)'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

끊이지 못한 굴레

〈수프와 이데올로기〉


오늘날을 살고 있는 남한인에게 북한은 어떤 의미일까. 우스갯소리를 섞어 사이 안 좋은 형제라고 많이들 말하지 않던가. 집, 고향의 느낌과는 분명히 멀어진 또 다른 우리 땅을 여전히 돌아가야 하는 고향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다.


〈차별〉과 〈수프와 이데올로기〉 속의 인물들은 남한이 정치적 이유로 뒤로 했던 것들을 여전히 현재의 것으로 여긴다.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어머니는 여전히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를 방에 걸어 두고 그들을 찬양하는 노래를 외우고, 〈차별〉의 조선 고급학교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행진하는 법과는 북한말을 배운다. 통일의 필요성은 알지만 자신의 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남한인들과는 달리, 이들의 소원은 아주 어릴 적부터 한마음으로 노래하는 통일이다.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일본으로 피신했던 조선인들을 받아준 북한의 속내가 어땠든 간에, 그들은 북한에 의지하며 살아 왔다.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일본 이주 1세대의 이야기이다. 제주 4.3 사건 이후 일본으로 이주한 감독의 어머니에게 북한은 남한과 달리 조국의 역할을 해주었다. 일본에서 지금보다도 심각한 차별을 겪으며 살았을 어머니에게 조국의 존재 자체가 희망이었고, 귀국에 대한 염원은 뿌리 깊게 자리할 수 밖에 없었다.


〈차별〉은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여전히 일본에 의해 한국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을 고스란히 겪고 있는 2/3세대의 이야기이자, 그럼에도 윗세대에서부터 내려온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꼿꼿하게 유지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의 존재조차도 희미했던 남한과 달리, 북한은 여전히 이들에게 손을 뻗고 교류의 끈을 이어나가고 있다.


두 영화에는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피해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에게 분단 상황은 그 누구보다 생생한 현재이다. 그들과 우리라는 구분이 무의미할만큼, 그들과 우리의 배경은 동일함에도 우린 여전히 그들에게 무관심하다. 무관심으로 이어진 끊이지 못한 굴레를 이제는 끊어내야만 한다.


인디즈 임다연

〈수프와 이데올로기〉

감독 양영희|118분|다큐멘터리|12세이상관람가


일본인 사위를 극구 반대하던 부모님. 엄마는 오사카로 처음 인사 오는 일본인 사위를 위해 터질 만큼 속을 꽉 채운 닭 백숙을 정성껏 끓입니다. 내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남편에겐 그저 신기할 뿐인 내 가족. 어느 날, 엄마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향 제주도의 기억을 들려줍니다. 이제는 점점 잊혀져 가는 아픈 기억을 안고 사위가 끓인 닭 백숙을 먹고 태어나 처음으로 함께 제주도에 갑니다.

“서로 생각이 달라도 밥은 같이 먹자”
우리는 식구(食口)입니다.

함께 보면 좋을 두 편의 영화들!
님, 〈차별〉과 〈수프와 이데올로기〉에 대해 읽고 나니 조선학교와 재일조선인의 모습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지지 않으셨나요? 일찌감치 세상에 나온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함께 소개합니다.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는 조선학교에 대해 다룬 국내 최초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홋카이도의 '혹가이도조선초중고급학교'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2007년 개봉 당시 극장을 넘어 다수의 공동체 상영을 통해 관객을 만난 바 있지요. 비교적 최근 작품인 김철민 감독의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재일 조선인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식민과 분단으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각각의 OTT에서 조선학교의 모습을 만나보세요 🎬👀

〈우리학교〉

감독 김명준|131분|다큐멘터리|2006



해방직후 재일 조선인 1세들은 일본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자비로 책상과 의자를 사들여 버려진 공장에 터를 잡아 ‘조선학교’ = ‘우리학교’를 세운다. 처음 540여 개가 넘던 학교는 일본 우익세력의 탄압 속에 이제 80여 개의 학교만이 남게 되었다. 김명준 감독은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의 교원, 학생들과 3년 5개월이라는 시간을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감독 김철민|94분|다큐멘터리|2020



한반도 식민과 분단의 역사 속에서 
차별받고 외면당한 #재일조선인 
하지만 끊임없이 #나를 찾아서 
비로소 #두 개의 조국을 가슴에 품고 
오롯한 #조선사람으로 살기 위해 
분노하되 증오를 선택하지 않는 삶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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