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네옴시티 #UAM
2023.10.25 (수)
최근 며칠간 국내 경제 뉴스에는 ‘제2의 중동 붐’이라는 표현이 넘쳐났어요. 지난 21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했는데,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죠. 중동 국가와의 협력으로 우리나라가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어요.

특히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을 찾았을 때는 양국 기업들이 서로 총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협력을 약속했던 터라 이번 방문에도 시선이 집중됐어요.

‘제2의 중동 붐’이 다가온다?
왜 우리 언론은 일제히 ‘중동 붐’이라는 표현을 썼을까요? 중동 붐은 우리나라가 1970~1980년대에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의 ‘오일 머니’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던 현상을 말해요. ‘제2 중동 붐’은 과거와 같은 기회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한 표현인 거죠.

당시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 공급 부족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초호황’을 누렸고, 넘쳐나는 돈을 도로·항만·공항 등 기반 시설 건설에 아낌없이 쏟아부었어요. 이때 한국 건설 기업들은 이 사업들을 수주해서 외화 벌이를 할 수 있었어요.
중동 붐이 한창일 땐 한국 기업이 벌어들인 외화의 85% 이상을 중동 사업에서 벌었대요. 중동에 파견된 우리나라 근로자 수는 한때 20만 명에 육박했을 정도였어요. 

왜 사우디에 주목할까
한국 기업들은 사우디를 시작으로 우리 기업의 중동 진출이 이어지는 현상을 기대하는 모습이에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어요. 산유국들이 1970~1980년대에 넘쳐나는 돈을 기반 시설 건설에 마구 뿌려댔던 것처럼, 사우디가 최근 막대한 규모의 투자에 나섰거든요.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이라는 이름의 신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지나치게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한 계획이에요. 사우디는 석유 판매로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만약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면 금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진행되는 비전 2030은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해요.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엔 ‘아니 얼마나 돈을 많이 쓴다는 거야? 저런 게 진짜 가능하다고?’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예요.

대표적인 게 바로 사우디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네옴 시티(Neom city)’ 건설이에요. 네옴 시티 개발 계획을 보면,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 진출을 두고 왜 이렇게 침을 뚝뚝 흘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어요.
네옴 시티가 뭐였더라?
네옴 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30년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한 대규모 미래 도시예요. 규모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크고, 콘셉트도 정말 특이해서 ‘만화나 공상과학(SF) 영화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네옴 시티는 서울시 넓이의 43배가량 되는(2만 6500㎢) 사막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주거지구(더 라인·The Line), 산업지구(옥사곤·Oxagon), 관광지구(트로제나·Trojena)를 완전히 새로 짓는 프로젝트예요. 지난 2017년에 발표했던 사업비는 총 5000억 달러(약 670조원)였고, 최근엔 1조 달러(약 1340조원)에 달할 거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어요.
네옴 시티 ‘옥사곤’과 ‘트로제나’의 홍보 이미지/자료=네옴
그냥 평범한 도시를 짓는 것도 아니에요. 산업지구인 ‘옥사곤’은 바다 위에 떠 있는 ‘해상 부유 도시’로 만들고, 험한 산악 지대에 조성할 관광지구 ‘트로제나’는 인공 호수와 스키장을 품은 초대형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래요. 이미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네옴시티가 선정된 상태예요.

사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 주거지구인 ‘더 라인’이에요. 아무래도 수백만에 달하는 인구가 직접 거주할 도시이기도 하고, 계획 자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특이하거든요.
네옴 시티 ‘더 라인’의 홍보 이미지/자료=네옴
일단 규모와 형태가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555m)와 비슷한 높이 500m짜리 건물을 170km 길이로 지을 계획이에요. 그것도 두 건물을 200m 간격으로 나란히 지을 거래요. 롯데월드타워 정도 높이의 건물을 서울에서 강릉까지 쭉 이어서 짓겠다는 의미예요. 건물로 170km 길이의 ‘장벽’을 세우는 셈이에요.

SF 영화 같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죠.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선 두 고층 건물과 그 사이 200m에는 생활에 필요한 기능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거래요. 도시가 일반적인 대도시처럼 넓게 펼쳐지진 않지만, 수직 고층 건물에 집약적으로 배치돼 있으니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는 거예요.
만약 도시 내의 먼 곳으로 이동하고 싶다면, 지하에 있는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된대요. 우리나라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이 고속철도용 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에요. 더 라인-옥사곤-트로제나를 오가고 싶을 경우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타면 된다네요.

협력 늘리는 양국, 네옴시티 수주도 유력?
‘비전 2030’에 포함된 여러 프로젝트 중 네옴시티 하나만 따져도 이렇게 막대한 규모이니, 사우디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쓰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든 사우디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이유죠.

윤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두 나라의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양국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경제 협력 수준을 높이자는 내용을 담아 1980년 이후 43년 만에 ‘한-사우디 공동성명’을 발표했어요. 정상회담에서는 협력 분야를 에너지, 전기차, 조선, 방위산업, 스마트 농업 등 여러 산업으로 늘리자는 대화가 오고 갔대요.

또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15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합의 사항을 기록한 문서)와 계약 51건이 체결됐어요.

대표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사우디의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24억 달러(약 3조 2200억원) 규모 가스 플랜트 건설 사업을 수주했고, 현대자동차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협력해 사우디 현지에 4억 달러(약 5300억원)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어요. 네이버는 사우디의 5개 도시에 도시계획·관리·홍수 예측 등에 쓰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에요.

대통령실은 네옴시티 등 사우디의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들의 추가 수주가 유력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국내 언론도 일제히 ‘제2 중동 붐’을 외치며 긍정적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예요. 과연 우리 기업들은 사우디에서 새로운 ‘중동 신화’를 쓸 수 있을까요?
3줄 요약
1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제2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음. 1970~1980년대처럼 대규모 사업 수주의 기회가 생겼기 때문.

2  사우디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네옴 시티’ 건설 등 신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 중.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참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

3  이번 국빈 방문은 양국의 경제 협력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 43년 만에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와 계약도 체결됐음.

주인 찾던 HMM, 길 잃을 위기?

최근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국내 1위 해운사 HMM이 이번엔 새로운 주인을 찾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오랜 해운업 침체로 사정이 어렵던 HMM은 지난 2020~2021년 코로나 특수 덕에 극적으로 부활에 성공하며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었어요. HMM을 관리하던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올해 안에 HMM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었죠.


그런데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어제(24일)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HMM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어요. HMM 매각 가격은 5조~7조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새 주인 후보인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 등 세 곳의 인수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분석도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에요.


새 주인 찾는 HMM, 자세히 알고 싶다면?

👉[지난 레터 보기]


저출산·고령화에 잠재성장률 1%대 '뚝'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처음으로 1%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이 나왔어요.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노동이나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해요.


OECD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9%에서 내년 1.7%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어요. 예측대로라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3.5%) 이후 내년까지 12년 연속 낮아지는 거예요.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저출생과 고령화가 꼽혀요.


자동차·선박 업고 기지개 켜는 수출

우리나라 월간 수출액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어요. 이번 달(10월) 1일부터 20일까지 집계된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 증가했대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째 연속해서 감소했는데, 드디어 마이너스 행진을 벗어날 것으로 기대돼요.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와 선박 수출이 많이 증가했어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자동차는 24.7%, 선박은 63% 늘어났죠. 다만 우리나라의 수출 품목 중 비중이 가장 높은 반도체 수출액은 6.4% 줄었대요.


아이폰에 생성형 AI 탑재된대요

애플이 이르면 내년에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제품에 탑재할 예정이래요.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뒤에 직접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을 말해요. 미국 경제매체인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그동안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에 비해 생성형 AI 개발이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어요. 그런데 챗GPT가 출시되고 생성형 AI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자 지난해 말부터 부랴부랴 생성형 AI를 접목한 제품 개발에 나섰대요. 애플은 우선 AI 음성 비서인 시리(Siri)와 메시지 등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사용자 질문에 답하게 하는 방안을 찾고 있대요.

🍎빨간 사과를 발견하셨나요?

🍎UAM이 뭐야?

몇 년 전부터 경제 뉴스에 ‘UAM'이라는 낯선 용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UAM(Urban Air Mobility)은 우리말로는 ’도심 항공 교통‘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말 그대로 도심에서 이용하는 이동 수단이라는 뜻이에요.


UAM은 수직으로 이륙하거나 착륙할 수 있는 개인 항공기라고 보면 돼요. 우리가 보통 해외로 떠날 때 이용하는 항공기와 다른 건 일단 크기가 작다는 점과 수직으로 이착륙해서 활주로가 필요 없다는 점, 석유가 아닌 전기를 쓴다는 점 정도죠.


UAM은 우리나라 서울이나 미국 뉴욕 같은 복잡한 도심에서도 교통 체증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어요. 특히 최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메가시티화(Mega-Urbanization: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가 형성되는 현상)’가 일어나고 있는 점이 큰 영향을 줬다고 해요. 그래서 각국 정부도 UAM 개발을 장려하고 있고요.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UAM 콘셉트 모델 'S-A1'

헬기랑 비슷한 거 아냐?

UAM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접한 사람들은 ‘그냥 조금 다르게 생긴 헬리콥터 같은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UAM은 헬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비슷한 고도에서 비행해요. 하지만 다른 점이 더 많아요.


UAM은 높은 연료 효율로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는 속도(순항 속도)가 헬기보다 월등히 빨라서 이동할 수 있는 반경이 크다고 해요. 전기를 쓰기 때문에 기름을 쓰는 헬기보다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적이고, 굉음을 내는 헬기와 다르게 소음이 아주 작아서 도심에서도 조용히 비행할 수 있죠. 또 UAM은 크기도 보통 4~5인승 정도로 헬리콥터보다 작아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 쉽게 착륙할 수 있대요.


안전성에도 큰 차이가 있어요. 보통 우리가 ‘프로펠러’라고 부르는 ‘로터’가 8개쯤 장착되기 때문에 이 중 하나가 파손되더라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게 고안됐다고 해요.


워낙 주목받는 분야이다 보니 UAM과 비슷한 용어도 참 많은데요, 그중에 알아둘 만한 용어로는 PAV(Personal Air Vehicle·개인용 비행체)와 VTOL(Vertical Take-off and Landing·수직 이착륙 항공기) 등이 있어요.


복잡해 보이지만 PAV는 말 그대로 개인용 항공기를, VTOL은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기술 또는 항공기를 뜻해요. 정리해 보면 UAM은 PAV이면서 VTOL이기도 한 거죠.

오늘 레터는 어땠나요?

어디가 좋고 아쉬웠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아래 버튼을 눌러 알려주세요.

디그(dig)

dig@mk.co.kr

서울 중구 퇴계로 190 매경미디어센터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