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뉴스레터

독자님, 안녕하세요.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에 보내드리는 레터입니다. 저는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지점을 파고드는 기사를 좋아하는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예요.

요즘 한국 정부와 중국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 야당 대표를 만나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는 발언을 한 이후, 이 중국대사를 비판하는 데 여당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 나섰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눈에 띄게 소홀해진 과정은 지난 5월25일 레터 <중국이 진짜 네이버 끊은 건가요?>편을 통해 전해드린 바 있어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중국대사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한국 외교 일선에 '지중파(중국의 사회와 문화를 잘 아는 사람)'가 없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국은 정말 가깝고도 먼 나라 같아요.

오늘은 요즘 중국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사 한 편을 골랐습니다. 이종섭 베이징 특파원이 중국 청년세대의 신세 한탄을 전합니다. 기사는 2분 분량이에요.

☑️ 중국에서는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도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신세를 한탄하는 '쿵이지 문학'이 유행한다.

☑️ 중국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었는데, 대졸자 5명 중 1명은 미취업 실업자일 정도로 졸업장은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 청년 실업 문제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체제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청년에게 희망이 없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그런데 100년도 더 지난 사회비판적 소설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 ‘쿵이지 문학’이라는 말이 온라인에 신조어처럼 등장한 건 올해 초다. 고학력 실업자가 늘면서 젊은이들이 신세 한탄을 하듯 올린 짧은 글들이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다.

올해 초 한 누리꾼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에 올린 글이 시발점이었다. 그는 “학벌이 디딤돌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그것이 내려올 수 없는 받침대라는 것을 발견했고, 결국 장삼을 벗지 못하는 쿵이지와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적었다. 이후 온라인에는 “쿵이지를 비웃었는데 내 자신이 장삼을 못 벗는 쿵이지가 될 줄이야”라거나 “아예 대학에 가지 않았으면 공장에서 나사를 돌렸을 것”이라는 등 한탄조의 글들이 유행하며 쿵이지 문학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 기사를 보고 저는 요즘 뒤늦게 주행 중인 일본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무려 10여년 전 드라마여서 당시 일본의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20대 대학생 아르바이트생과 연애하며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까 두려워하는 30대 직장인이 주인공입니다. 이 소심한 주인공은 "남자친구는 뭐 하는 사람이야? 설마 능력 없는 대학생은 아니겠지? 차라리 아르바이트생이 나아." 같은 말을 듣고 뜨끔해 합니다.

1990년대부터 '프리터족(임시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보편적 현상이 된 일본 사회를 잘 보여주는 대사였어요. 비싼 등록금 내고 괜찮은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대학생은 '짐짝' 취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사회에도 이 같은 경향이 이미 커졌고요.

이제 중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쿵이지 문학' 유행으로 나타나는 듯합니다. 이미 2년 전에 중국의 한 담배공장 생산직 직원 중 3분의 1이 석사 학위 이상 보유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고 해요. 동북아시아 3국이 시차를 두고 같은 길을 달립니다.

그래서 중국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3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대학'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대학 학부는 이제 취업기관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그나마 연구를 해야 할 대학원도 좀 더 나은 취업기관으로 여기는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취업기관으로서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걸핏하면 터지는 유명 인사의 석박사 논문 표절 논란을 보면, 학위 장사에만 몰두하는 대학이 오히려 학구열을 꺾는 곳이 된 것만 같아요.

깊이 있는 전공과 학문을 추구할 길은 보이지 않고, 대체 이 부담스러운 대학생·대학원생만 양산하는 대학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더 보기]에 소개해 드리는 칼럼 <새로운 대학사용설명서>를 읽고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대중 무역적자 폭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 의존'을 벗어나려고 했을까요? 이호준 기자는 "본질은 (한국의) 탈중국이 아니라 (중국의) 탈한국"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일본 관계가 한국의 발전에 따라 변한 것처럼 한국-중국 관계도 중국의 발전에 따라 급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 "지난 점선면 <누구를 위한 신상공개인가?>에 대해 하얀나라님께서 보내주신 의견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 모두 민주주의 사회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각 상황의 특수성에 맞게 신중하게 비교형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경우라면, 피의자 신상을 비롯한 피의사실을 널리 알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일 수 있겠죠. 그래야만 수사기관 등 권력에 대한 감시가 가능할 테니까요.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 충족 혹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신상공개는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최대한 막는 것이 맞고요. 이처럼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상공개를 둘러싼 법과 제도를 더 정밀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