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코피이 데미도프는 러시아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의 성격은 지적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어요. 러시아의 유명한 예술가 드미트리 레비츠키가 작품을 통해 그 사실을 보여줍니다. 프로코피이의 초상화는 훈장으로 장식된 관복 대신 홈웨어 정장을 입은 귀족의 전형적인 모습이에요. 주변에 놓인 화분은 그의 취미가 정원 가꾸기였다는 걸 보여주죠.🌿 우아한 자세와 고급스러운 실크 옷이 이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데미도프는 집에서 비단 가운을 입을 만큼 부자였어요. 그가 착용한 에메랄드 컬러 터번은 170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동양적인 패션이었죠.👳🏼‍♀️ 하지만 앞치마나 장갑을 끼지 않고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비싼 옷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탁자 위엔 펼쳐진 책들이 보입니다. 데미도프의 오른손은 물뿌리개 통에 닿아 있고, 왼손은 식물들을 가리키고 있어요. 이때 흥미롭게도, 화분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은 모스크바 고아원이에요. 데미도프는 화분을 가리키고 있던 걸까요? 아니면 뒤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던 걸까요?

줄리엣 레카미에는 19세기 초 ‘프랑스 최고 미인’으로 사교계를 지배한 전설적인 여인입니다.👱🏼‍♀️ 그녀의 미모를 아무리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해도 실제를 따라갈 수 없었다고 해요. 그녀는 특별한 일을 하진 않았지만 가장 뛰어난 작가, 예술가, 그리고 왕실 사람들이 항상 그녀 주변을 둘러쌌습니다. 나폴레옹 황제 또한 그녀를 정부로 삼고 싶어 안달이 났었죠. 

이 초상화는 프랑스의 유명한 궁정 화가 다비드의 제자인 프랑수아 제라르가 그린 작품이에요. 프랑스혁명 이후 패션계엔 새로운 무언의 규칙이 생겼습니다. 바로 옷이란 모든 사람들이 입을 수 있을 만큼 저렴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아름답고 특별한 여인은 평범한 합성섬유로 만든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화려한 외모에 비해 옷이 너무 수수해 보이지 않나요?

확실히, 면으로 만든 원피스는 유럽의 겨울을 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캐시미어 망토가 원피스에 옵션으로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서 일부 여성들은 결혼할 때에 지참금으로 이 망토를 마련하기까지 했어요.

파벨 페도토프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풍속화가입니다.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해 풍자와 해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해요. 작품 속 인물이 마치 19세기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이 작품은 러시아 청년 귀족의 삶을 그렸습니다. 카드 게임으로 전 재산을 날린 이 청년은 사치스러운 것으로 자신을 치장하면서 불행을 감추려고 합니다. 특히 화려한 홈웨어 의상이 압도적이죠.

의상을 한번 살펴볼까요? 이 젊은 귀족은 값비싼 소재의 가운을 입고 실크로 만든 넓은 바지를 입었습니다. 꼭 BTS 의상 같지 않나요? 놀랍게도 이 스타일은 1800년대 초반에 매우 유행했어요. 연기와 먼지로부터 머리카락을 보호하기 위한 스모킹 캡(Smoking Cap) 또한 아주 멋지죠.👲🏼 우리나라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1800년대 빅토리아 시대, 이 모자는 굉장한 인기였어요. 여성들은 모자에 수를 놓아서 남성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죠.

테이블엔 금으로 된 페르시아 램프가 보이기까지 하네요. 하지만 방심하지 말 것! 그가 먹으려는 음식을 자세히 보세요. 빵 한 조각이 아침식사의 전부입니다! 하얀 푸들이 문 밖에 온 방문객을 향해 짖자, 손님이 온 것을 알아차린 귀족이 깜짝 놀라며 책 밑에 빵을 숨기고 있어요. 아... 어쩐지 짠하네요.🥺

프레드릭 칼 프리스케는 독일 태생의 미국의 인상파 화가예요. 그의 주요 작품들은 지베르니에 있는 집과 정원에서 그린 여성 누드화입니다. 프리스케는 연한 파스텔 색상과 나른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였어요. 그림에서 누군가가 떠오른다고요? 맞아요! 르누아르의 그림 스타일이 그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19세기 말 서양에서 일본식 기모노는 홈웨어 의상의 필수 아이템이었습니다. 부드럽고, 입기에도 쉬웠죠. 이러한 특징 때문에 유럽 여성들은 점차 일본 패션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1910년대에 기모노는 허리 조임 위치를 높이고 소매와 치마폭을 넓게 한 하이웨스트 이브닝드레스(high-waisted evening dress)의 형태로 새롭게 탈바꿈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 밖으로 외출할 일이 적어지면서 온라인 회의를 하거나 택배를 수령하기 위해 편안하면서도 준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홈 웨어는 그야말로 꼭 필요한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누가 알았겠어요? 집에서 입는 나만 알고 싶은 옷이 이젠 나를 표현하는 패션이 된다는 걸 말이에요.

‘오늘 뭐 입지?’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패션에 담긴 문화와 시대 정신이 중요한 까닭이죠. 미래에는 지금 시대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아마도 “2020년대 사람들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추구했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