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히 흘려보낸 시간

고요히 흘러가는 여름 안에서 

한쪽 주머니엔 작열하는 태양을, 한쪽 주머니엔 장마를 담고 걸었다.” 안희연 시인의 열과(裂果) 읽다 구절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이윽고 우리 곁에 찾아온 계절의 풍경을 떠올려 보았지요. 양쪽 주머니에 빛과 어둠을 동시에 담을 있는 계절은 아마 여름이 유일할 테니까요. 물론, 올여름은 유난히 한쪽 주머니만 불룩했죠.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가 이어졌고,  여파 또한 어마어마했지요. 무거운 마음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을 님의 하루가 부디 무탈하길 바라며 안부를 전해 봅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모처럼 찾아온 휴일을 맞이하여, 계절 빛나는 순간들을 담은 편지를 보내려 해요. 여름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뛰어들었던 바다와 팔에 닿아온 파도의 손길. 혹은 홀로 걸었던 녹음 짙은 길과 이마에 베어 든 눅진한 감각들. 사람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저마다의 여름을 만들어 가지요. 님은 올여름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게 될까요?

07.20 For The Wonderful Holiday완벽한 휴가를 위하여
Part.1 잠잠히 흘려보낸 시간

08.03 For The Wonderful Holiday완벽한 휴가를 위하여
휴가철을 맞이하여, 우리들의 다채로운 휴일 이야기를 전해요.

08.17.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잠잠히 흘려보낸 시간

여름이 소란해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모두가 삼삼오오 무리 지어 청춘을 뽐내는 바닷가에서도 홀로 돗자리를 펴고선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죠. 마음의 주파수를 나에게 맞춰놓고, 안의 말들에 기울이던 시간. 그런 여름도 낭만적이었습니다. 과육이 무르익는 소리마저 들릴 것처럼 고요하던 여름의 기억을 조심스레 꺼내볼게요. 계절이 흐르는 동안 우리 곁에 묵묵히 머무른 것을 돌아보고, 마음에 남은 자국을 찬찬히 살펴보아요.

담백한 여름의


오은재―에디터

어떤 일에 마음이나 체력을 쏟고 뒤에 소진된 기분이 때가 있어요. 그렇게 맞이한 휴일엔 나에게 특별한 상을 주고 싶어져요. 그리고 상은 대개 밥상일 때가 많죠. 여름은 유달리 힘겨운 계절이니, 이를 무사히 견디기 위해서는 음식의 힘을 빌려야 해요. 제가 여름마다 줄기차게 콩국수만 찾는 것도 이유 때문일 거예요. 먹고 나서 든든해진 배를 통통 두드리며 나무가 늘어진 길을 걷다 보면 일과 사람, 혹은 형체 없는 무엇들과 싸우느라 한바탕 뒤집어진 속이 잠잠해졌거든요. 겨우내 메뉴판에서 보이지 않았던 콩국수가 다시금 보일 때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었구나.’ 싶어지죠. 뽀얀 국물의 맛을 알게 후로 여름이 조금 좋아졌어요. 그러니 콩국수는 제게 있어 한없이 다정한 음식이에요.

AROUND Vol.85 케이크가 놓인 자리(With Dessert)
〈한 손엔 딱 맞는 아이스크림 가방을〉

하현―작가

먼 곳에서 속삭이던 걸음


윤혜원―마케터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는 저마다의 방법이 궁금하네요. 떠오르는 생각과 마음을 바로 말하지 못할 때면, 안의 에너지가 동났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함께 다녀오기로 했던동해 온통 느끼고 싶어 운동화를 신고 오래도록 걸어 다녔어요. 논골담길 골목에 있는 카페에서 그동안의 일기를 떼어내 지금의 나를 이야기해 보기도 했고요. 밤새 뒤척이며 앓던 시간을 가만히 들어준 발걸음이 좋았어요. 바지를 입고 모래사장 위에 앉기, 번이고 출렁다리 다시 건너기,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하기, 힘든 속사정은 참지 않고 내뱉기. 나를 알아차린 하루의 덕분에 내일이 기다려지던 동해에서의 치유였어요.

AROUND Vol.75 나를 위한 움직임(Move Your Body)

〈질박한 두 사람〉

수수·현우―단순한 진심

홀로 서서 바라보기


이명주―에디터

난생처음 오름에 올라보았습니다. 어딜 가나 줄지어 있는 사람들을 피해 당도한 곳이었어요. 스푼 떠먹은 봉우리가 오목한 오름은 한적하다 못해휘잉  바람만 불었어요. 그에 맞춰 풀들은 누웠다가 일어나기만을 반복하고요. 성실히 발걸음을 옮겨 정상에 올라서니 벌게진 얼굴의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짓고 자고, 대화를 나누고 휴가를 기다리겠지 생각했어요. 고작 작은 오름 하나 올랐을 뿐이지만 그제야 제주가 보통의, 일상의 섬으로 보이기 시작했죠.

AROUND Vol.86 영상으로 전하는 사람들(Video Storyteller)

배경이 아닌 제주

페이지 사이 숨어있던

수십 번의 여름을 지나왔음에도 사상 초유의 더위 앞에서는 매번 맥없이 무너지고야 맙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쳐버리고 마는, 이 계절을 잘 보내는 일은 유독 어렵게만 느껴지죠.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들께선 혹독한 불볕더위에 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여름을 기다리게 만들어 줄 해답을 찾아 《AROUND》 이전 기사들을 살펴보았어요. 페이지 사이를 넘나들며 나의 여름을 즐겁게 만들어 줄 ‘무언가’를 만나보세요.

Place | 작은 영화관


거리의 열기가 막히게 느껴지면 뙤약볕을 피해 어디로든 숨고 싶어집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는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은 영화관으로 향하곤 해요. 넘쳐나는 시간을 어찌 할 줄 몰라  들고 영화관으로 향했던 여름방학, 그때 기분을 다시금 느낄 있거든요. 프로그래머들이 엄선한 영화로 꾸려진 타임테이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영화관의 끝자리로 향합니다. 서늘한 공간에 앉아 이야기에 파묻힐 때면 바깥의 여름과는 잠시 멀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따금 회고전을 하는 날엔 하루 종일 자리에 틀어박혀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며 거장의 필모그래피를 격파하는 것도 근사한 재미를 주죠. 감독의 시선을 따라 스크린에 펼쳐진 장면들을 관망하다 보면 아주 멋진 휴가를 보낸 기분이 든답니다.


AROUND Vol.57 Movie

〈작은 것들의 스크린〉

Movie | 장건재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영화를 찍기 위해 일본의 소도시에 방문한 태훈미정’. 젊은 인구들이 도시로 빠져나간 뒤, 이전의 활기를 잃은 마을은 노인들과 함께 서서히 나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여정 내내 쇠락한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골목 곳곳 지문처럼 새겨진 삶의 흔적을 감상합니다. 바람만 머무르다 흩어질 같은 동네에는 누군가의 삶과 죽음, 우여곡절의 순간들, 시절 인연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동안, 영화의 단초가 서사가 스멀스멀 피어오르죠. 그렇게 완성된 그들의 영화는 환상곡을 닮았습니다. 감독의 기억 속에 자리한 지난 여름의 인상들. 즉흥적인 우연이 겹친 자리에서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은 이야기 한 편이 탄생했죠.


AROUND Vol.66 영화(Cine)

요즘 어떤 거 좋아해요?

김새벽―배우

Item | 한아조 비누


잠깐의 산책에도 온몸이 땀으로 젖는 여름에는 씻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지요. 하루의 끝에서 마주치는 한아조의 비누는 우리에게 15분의 마법을 선사합니다. 욕실에서의 시간이 오롯한 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죠. 손바닥만 수제 비누는 오늘치 피로를 묵묵히 견뎌낸 우리에게 거대한 행복을 알려주죠. 시원한 물을 콸콸 틀어두고 기분 좋은 색감의 비누를 골라 거품을 때, 모서리 끝부터 뭉그러지며 욕실 곳곳에 시원한 향이 퍼져오면 하루 내내 온몸에 엉겨 붙어 있던 찝찝한 기분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합니다. 사랑스러운 비누와 함께 꿉꿉한 여름을 산뜻한 향기로 물들여 보아요.


AROUND Vol.79 만드는 사람들(Seoul)

한아조는 한아조

조한아·김상만―한아조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여러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휴일 이야기를 전해보았어요. 끝으로 앞서 소개해 드렸던 〈열과(裂果)〉가 수록된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말미에 실린작가의 전해볼까 하는데요. “여름 언덕을 오르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머리칼이 흩날린단다. 언덕엔 마음을 기댈 포기 나무 그루 없지만 그래도 우린 충분히 흔들릴 있지.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가라앉는 동안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같고 억겁의 시간이 흐른 것도 같다. 울지 않았는데도 언덕을 내려왔을 충분히 같은 느낌도 들고.” 일상의 수심에 잠겨, 짧은 찰나에 사라져 버릴 여름의 빛을 즐기지 못한 이들에게 고개를 들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조금 눈이 시릴지라도 용기를 내어 빛의 너머를 바라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함께 여름의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는 모든 설움을 가시게 해줄 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으면 합니다. 그런 여름도 있었지, 비로소 이야기할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편지는 이만 줄여볼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두 번에 걸쳐 발행되는, 특별한 뉴스레터. 다음 내용 또한 알차게 준비해 볼게요. 궁금하시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영감이 시작되는 작은 상자, AROUND Box 이번 주제는여름밤입니다. 옷소매 아래로 이따금 닿는 바람과, 별이 박힌 밤하늘이 유독 반가운 계절. 짧아서 더욱 여운이 남던 산책과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도닥이던 순간이 담겨 있어요. AROUND magazine 인스타그램 접속하여 홍제천에서 발견한 사랑스러운 풍경을 만나보세요. 매월 다른 주제를 담아 도착하는 AROUND Box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ABC는 어라운드 고유의 시선으로 브랜드가 품은 메시지를 재해석해 온드미디어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브랜드의 존재를 더욱 뚜렷하게 하며 사람들과 유연한 소통을 잇는 역할을 합니다.

PM은 매거진을 기반으로 한 문화콘텐츠 디렉터의 시선으로 브랜드의 색깔을 이해하고 유연한 소통을 통해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갑니다.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브랜드 프로젝트를 운영할 균형감 있는 인재를 기다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News를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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