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전시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타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매체는 다르지만, 프레임 속에는 어떤 장면이 담깁니다. 관람객은 그 사이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선택합니다. 게임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처럼, 어떤 작품을 마주할 것인지를 선택하고 프레임 안으로 깊게 빠져들 수 있죠! 전시장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 완결을 기다리고 있는 순간처럼 보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어릴 적 문방구 앞에서 시간을 보냈던 게임기를 볼 수 있습니다. 게임기를 지나치면 각국의 국기가 바닥에 쭉 늘어서 있는데, 버튼을 발로 밟으면 청기 백기 놀이를 하듯 국기들이 들렸다 내려섭니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유아시절 집에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둔 것보다는 못하지요. 맞습니다, 이 전시에는 오직 ‘나’를 위해 침구로 만든 아늑한 아지트도 있습니다. 대충 보기에는 하나의 전시를 하나의 놀이방으로 만든 것 같지만, 직접 조작해보고, 눌러보고, 들어가보면 우리가 단순히 즐겼던 ‘놀이 문화’란 무엇인지에 관해 다시 한번 신중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유약하고 유연한 종이로 만든 단단한 바위가 만들어 내는 풍경과 작가가 남겨둔 바위의 틈. 그리고 이 틈 사이로 비치는 단면을 통해 강인해 보이는 바위가 종이로 만들어졌음을 볼 수 있습니다. 《Flickers》는 바위 풍경과 여백을 통해 믿음과 믿음 사이에 드리운 틈(허상) 틈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 안의 믿음과 희미하게 깜빡이는 긍정적인 허상은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