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잘 자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이 시끄러워도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잠이 오고, 아침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통잠을 자곤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기거나, 일이 많아질 때면 잠이 오지 않는 거예요. 일찍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봐도 계속해서 걱정거리가 떠오르고, 내일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생각나곤 하죠. 그렇게 한 시간 이상 뒤척이며 ‘지금 자도 4시간밖에 못 자는데..’라는 생각에 더 초조해져요. 모자란 잠을 주말에 몰아 자면 개운하기 보다 더 피곤한 것 같고.. 스마트폰이 문제야! 하며 일부러 멀리 놓기도 해보고, 침구도 좋다는 걸로 바꿔보고, 두꺼운 책을 펼쳐보기도 하고, 달밤에 뜀박질을 해보기도 하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요. 메이트님은 잘 자고 있나요?
불면의 밤, 나를 위한 수면 처방전
바쁜 사회입니다. 할 게 많죠. 풍족한 사회입니다. 자극적인 것도 가득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고, 우리의 생활 습관도 그러합니다. 잘 자기가 참 어려워졌습니다.

우리가 잠들기 위해서는 심심하고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그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겹치니 긴장을 풀고 편안할 겨를이 없죠. 죽어라 일한 내게 주는 보상으로써의 신나고 짜릿한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넘치니 심심할 시간도 없습니다. 어차피 죽으면 영영 잘 거고, 정말 못 견디겠으면 주말 내내 기절하듯 자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그러기에는 잠을 잃으면 잃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같은 극단적인 사례 외에도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계속되면, 누구라도 기억력 등의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창의력은 물론 관대함과 유머감각까지 사라집니다. 네, 불면은 당신을 무능하고 매력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려요. 잠을 줄여가며 야근하거나 노는 행위는 내 뇌를 포함한 신체를 딱 2년만 쓰고 버릴 취급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창의력, 통찰력, 면역력, 운동수행력, 인지적 유연성, 성장력, 기억력, 집중력, 관대함, 유쾌함. 과학적 연구로 밝혀진 숙면으로 인해 높아지거나 회복할 수 있는 능력들을 열거하자면 이렇습니다. 잘 자면, 즉 나의 수면 패턴을 이해하고 적절한 수면 습관을 유지한다면, 깨어 있을 때 가장 최선의 당신이 될 수 있어요.
잘 자기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알려드리고자 해요. 스마트폰 블루라이트 끄기는 이미 하고 계시고, 자기 전 두 시간 전부터 스마트폰 하지 않기는 못하실 테니 빼도록 하죠.

1. 서늘하게 잠들어서 따뜻하게 일어나세요. 수면은 체온을 낮추는 과정입니다. 괜히 얼어 죽을 때 사람이 잠드는 게 아니에요. 추위를 많이 타는 분은 새벽에 불이 들어오도록 보일러나 전기장판 등을 조절하시면 됩니다.

2. 저녁 식사 후에는 간접 조명만 켜세요. 빛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낮의 활동 시간과는 분명히 차이가 나는 어두운 환경에서 몸을 준비시켜주세요.

3. 기상 후 오전에는 가능한 한 햇살로 충분히 샤워하세요. 충분한 햇빛 쬐기는 하루 주기의 생체리듬을 초기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낮잠은 오후 3시 이전에 30분 이하로만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오후 5시 전후로 운동을 하면 신체가 각성의 피크를 찍고 서서히 이완모드로 넘어가 밤에 잘 잘 수 있습니다.

4. 마지막으로 못 자는 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불면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꼭 잘 자야 한다는 수면 강박과 오늘도 못 잤다는 자책감입니다. 잠들기가 어려워 한 시간 넘게 뒤척인다는 분들도 실제로 시간을 측정하면 20분 정도 있다가 잠든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3~5시간만 자도 별문제 없고, 우리가 코어수면이라 부르는 5시간 30분만 자면 괜찮은 사람들도 있어요. 이보다 더 장시간으로 잠들기 어렵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추천드립니다.

수면제를 먹기 보다 수면을 위한 인지행동치료가 훨씬 안전하고 근본적이에요. 더 쓰고픈 말이 산더미지만 여러분들이 정말 잠들어버리시기 전에 마치려 해요. 이제 ‘잠부터 줄이자’는 말은 더 이상 그만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저도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최창석

'남들은 다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고민에 상담을 받다가 상담사가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다정함이라고 생각하며, 상담을 통해 다정한 공감을 나누고 있다. 사는재미연구소 대표.
수면과 친해지는 책 <하버드 불면증 수업>
숙면은 일상에서 너무나도 중요해요. 오래 잔 것 같은데,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하루 종일 ‘피곤해'를 입에 달고 사는 제게 단비 같았던 책 하나를 발견했어요. 바로, 30년 이상 하버드 의대에서 불면증 치료와 수면제를 연구해온 수면 전문의 그렉 D. 제이콥스의 저서 <하버드 불면증 수업>이라는 책이에요.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내가 수면을 대하는 태도를 인지하고, ‘수업'처럼 배울 필요가 있어요. 이 책에 따르면 불면증은 ‘생각과 행동때문에 발생하는 학습적 질병'이라고 말합니다. 침대에 누워서 ‘자야해, 난 잠이 부족해'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면, 오히려 강박이 학습되어 잠을 더 잘 못자게 된다고 해요. 수면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가 중요합니다.
책에서는 60초 수면 일기를 6주 동안 쓰는 것을 권하는데요, 수면 일기를 통해 내 수면 패턴을 이해하고 나면, 잠 들기 전후에 내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파악하게 되고, 잘 자기 위해 나에게 좋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주게 되는 거죠. 불면증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셀프 체크! 불면증을 이겨내기 위해 아래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다고 합니다. 나에게는 얼마나 해당되는지 한 번 셀프체크해 볼까요?

1. 주말에 잠을 보충하기 위해 침대에 더 오래 머문다.
2.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잠이 올 거야'라며 억지로 자려고 노력한다.
3.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며 긴장을 풀려고 한다.
4. 낮잠을 오래 잔다.
5. 잠이 오게 하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불면증 때문에 생긴 피로를 이겨내기 위해 낮에 카페인을 섭취한다.
6. 불면증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신체활동과 운동을 덜 한다.
잠 들기 전, 무엇을 하나요?
어느 날 누웠는데 잡념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갑자기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이 했던 말을 곱씹고.. 뒤척이다 보면 점점 눈도 말똥말똥 해져요. 친구의 추천으로 마음이 복잡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감정을 글로 쓰기 시작했어요. 쓴다는 표현보다 ‘휘갈겨’ 쓴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미운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따지듯 글을 쓰고,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그 마음이 어떠한지 적은 후 잠에 들면, 확실히 생각을 덜하게 되면서 잘 수 있어요. 감정은 알아차려준 것만으로 ‘알아줘서 고마워'하며 물러나는 것 같아요. 감정일기를 쓰다 보면, 내 안에 가득 찬 감정을 비운 후 잠드는 패턴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요.
몇 년 전 발리의 요가원에서 ‘요가 니드라’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요가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빡세게 땀 흘리며 요가할 생각으로 수업에 참여했는데, 이 요가는 누워서 몸의 각 부분을 인지하고 이완하는 거였어요. 선생님의 가이드에 맞춰 오른쪽 발가락부터 몸의 부분을 하나씩 알아차리기 시작했는데, 무릎까지 오기도 전에 잠에 빠지고 말았죠. 알고 보니 ‘니드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잠'을 의미했어요. 말 그대로 잠의 요가였던 거죠. 그 이후로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유튜브에서 요가 니드라 가이드를 찾아서 듣곤 해요. 20분 정도 길이의 영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잠에 빠지게 되죠. 요가 니드라로도 잠이 들지 않는 밤은.. 어쩔 수 없이 꼴딱 새우지만요.
코로나19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 주말이면 동네 목욕탕을 찾아 뜨끈한 탕에서 몸을 지지곤 했어요. 그러면 한 주 동안 쌓였던 피로가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 들고, 금세 노곤노곤해졌죠. 목욕 후 두 볼이 벌겋게 상기된 채로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곯아떨어지곤 했어요. 그렇게 좋아하던 목욕탕에 가지 못한 지 어느덧 9개월째네요. 반신욕기를 하나 살까 싶다가도 욕실이 코딱지만 하다 보니 각이 안 나오더라고요. 목욕하러 욕조 있는 친구네 집에 맨날 갈 수도 없고.. 목욕을 대신해 내 숙면을 위한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최근에는 인센스 스틱에 향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멍하게 바라보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편안해지더라고요. 특히 샌달우드 향은 어지러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답니다.
복잡한 마음의 소리가 쿵쾅쿵쾅 크게 들릴 때 잠을 이루지 못해요. 고민이 있거나, 아니면 너무 긴장되는 일이 있거나 둘 중 하나죠. 지금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들, 이미 지난 일에 대한 후회.. 정말 ‘쓸데없는’ 생각들로 마음이 분주해요. 그래서 저는 쿵쾅거리는 마음의 소리에 대한 집중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노력해요. 유튜브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연의 소리를 찾아 들으며 내 호흡에 집중해요. 코 끝에서 느껴지는 들숨의 시원함과 입술에 느껴지는 날숨의 따뜻함, 그리고 부풀어 오르는 배와 가슴을 느껴 보는 거예요. 그렇게 호흡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팔 다리가 조금씩 무거워지더라고요. 이 처방전이 잘 듣는 날은 스르르 잠이 들곤 해요. 물론 이 처방전이 씨알도 안 먹히는 날도 많습니다^^
힘들지? 고민을 말해봐~~ 🗣 
이솜 님의 고민
3년 전 겪은 이별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사람이 이렇게 폭식과 우울에 빠질 수 있구나 깨달았죠. 그러다 작년 가을,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났어요. 그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하던 순간, 정작 그 사람이 저를 밀어냈고, 저는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 한동안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연애를 생각하면 ‘행복’과 ‘설렘'이라는 감정보단 ‘이별’과 내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겨도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지다가 ‘어차피 또 헤어지고 우울해질 거야’하며 결국 포기하게 돼요. 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김주희 님의 답변
사랑 이후 감당해야 하는 이별의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고 계시군요. 아팠던 경험이 있던 일을 다시 시도해본다는 건 정말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죠. 다시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에요.

우리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실연했다고 해서 일상과 모든 일을 덮어놓고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죠.
당장 주어진 일이며 내 주변의 관계들, 그리고 스스로의 감정을 컨트롤해야 하는 부분도 이별 후 이솜 님이 감당해야만 했던 부담스러운 일들이었을 거예요. 그래도 이별로 인한 상실의 아픔, 충분히 애도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당시 느낀 상실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상실, 그 사람과 보낸 시간에 대한 상실, 그 사람으로 인해 행복하고 즐거웠던 감정들에 대한 상실 등 여러 가지가 있겠죠. 상실은 꼭 변화를 동반한다고 해요. 잃어버린 것과 동시에 다른 걸 얻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상실로 인해 이솜 님이 성장하거나 얻은 것들도 나열해보고, 스스로 잘 이겨냈다고 셀프 칭찬도 해보세요. 상실을 ‘잘 보내주는 것’으로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 새로운 사랑을 두려워하기보단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이전 사랑에 대한 상처를 안은 채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죠. 그래서 각자 받았던 상처에 대한 두려움과 다시 찾아온 새로운 사랑에 대한 설렘 사이에서 많이 고민하고, 뒷걸음치고, 때론 도망가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별에 대한 충분한 애도는 새로운 사랑을 위해 꼭 필요해요. 다시는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설레는 감정이 또 갑작스레 찾아오듯, 언제 또 그런 순간이 올지 모르니까요. 그때 이솜 님이 두려움 때문에 새롭게 찾아온 사랑을 밀어내거나 포기하지 않길 바래요. 우리 이제 새로운 사랑을 맞이할 준비를 해볼까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밑미타임 #MeetMeTime

잠자리에 들기 전, 나를 두 팔로 꼭 안아주며 다정하게 칭찬의 말을 건네주세요. 나를 칭찬하다보면 내 좋은 점을 발견하게 되고, 나를 소중히 생각하며 위로하게 돼요. 이런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면, 나 자신을 더 깊게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존감이 자리하게 됩니다.

*실천하는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SNS에 해시태그(#밑미타임 #MeetMeTime)와 함께 올려주세요.
밑미 심리 카운슬링 오픈 예정!

11월 18일 수요일, 밑미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번아웃부터 인간 관계, 자존감 하락, 가족과의 트러블, 진로 문제..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이 있다면,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심리상담을 받아보세요. 올해가 가기 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진짜 나’를 알고 만나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묵혀온 마음의 복잡함을 밑미가 믿고 추천하는 카운슬러들과 함께 해결해봐요! 
이번 주 밑미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은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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