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각주들에서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던 가을 산책 플레이리스트🎶 추천과 공모전(만약에 한다면) 주제가 생각났습니다. 마티 편집부가 적어서 플레이리스트가 너무 적어서 산책에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어요.🍁

찬바람에 오소소 소름이 돋네요. 알레르기 비염도 기승이고요.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다시입다연구소 팝업스토어.  
패션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이 지속이 가능한 주제인가?
🦻 팔랑

『패션의 시대』를 만들며 시종일관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이미지가 있었으니 바로 물 한 방울 없이 버려진 옷들로 가득 찬 강바닥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버려진 티셔츠를 씹고 있는 바짝 마른 소의 멍한 눈망울을. 『패션의 시대』가 소비를 촉진하는 내용도, 하이 패션을 그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전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페트병으로 만들든 신소재로 만들든 우야든둥 덜 사고 가급적이면 안 사고, 덜 버리고 고쳐 입는 것밖에는 다른 수가 없다는 걸 알기에 시시각각 '다름'을 '집단적'으로 추구하는 트렌드를 분석하는 패션 비평이 대관절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흐름을 잡고 구성을 보충하고 저자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굳이 호기심을 갖지 않으려 애썼던 분야의 영향력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부호가 일론 머스크도, 빌 게이츠도 아닌 루이 비통 그룹  LVMH 회장이라는 사실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되었지요. 하이 패션 브랜드들은 확장에 합병을 거듭해 거개가 LVMH, 케링, 리치몬트 그룹 등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대 그룹 안에 속해 있습니다. 프라다나 미우미우나 알고 보면 소유주들이 거기서 거기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패션의 시대』를 읽고 나면, 뎀나 바잘리나와 버질 아블로의 놀라운 창의력이, 그들이 하이 패션의 문법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스트리트 패션으로 하이 패션을 장악해버린 최근의 대단한 흐름들이, 결국엔 그저 루이 비통 그룹 인수로 막을 내리는 정확히 후기자본주의스러운 놀랍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하며 입맛을 쓰게 다시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향으로 빅토리아 시크릿이 175센티미터의 신장에 50킬로그램 체중의 모델로 세계의 이목을 끌던 쇼를 23년 만에 접게 된 것,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티셔츠가 캣워크에 오르는 변화 등을 이끌었다는 사실 등 매우 복합적이면서도 그저 사소하게 치부할 수 없는 패션의 세계가 들여다 보입니다.

'아하, 그렇구나'를 연발하며 크록스 샌들 위로 길게 드러난 흰색 양말이 그다지 낯설어 보이지 않게 되니, 3교지가 무난하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암튼 독자로서의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하나를 사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족히 수십년은 버리지 않을, 그러면서도 자신 있게 입고 기분 좋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옷과 브랜드를 '콕' 점지해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패션의 시대』 3부 'K패션 디자이너' 얘기를 읽으며 '브랜드 정착'을 꿈꿔볼 수 있게 되었어요. 아직 키가 덜 자란 같이 사는 어린이를 위해서도 꼭 알아두어야 할 브랜드들입니다. 

비건타이거는 이미 유명한 크루얼티프리 브랜드입니다. 2015년 론칭해 풀 콜렉션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낫아워스의 모든 제품은 ANIMAL & PVC FREE라고 합니다. 비동물성 소재로 퀄리티 높은 제품을 제작하되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하며 제품이 세상에 나오고 폐기되기까지의 과정에 최대한 관심을 가지고 만든다는 소개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에끌라토 지갑과 가방에 초점이 맞춰진 브랜드인데, 사과 가죽과 옥수수 가죽으로 만들어진 지갑이라고 하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좀더 상세한 제작법이 궁금해지네요.
오픈플랜의 브랜드 소개는 꼭 한번 읽어보시길. 디자이너의 답 없는 솔직한 고민이 어쩔 수 없이 소비자일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깊이 공감이 됩니다. 새옷을 만드는 브랜드보다 좀더 알리고 싶고, 참여하고 싶은 트렌드도 있습니다. "다시입다연구소"입니다. 저도 성수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21% 장터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할인 때 무턱대고 샀다가 어깨가 흘러내려 입지 못한 티셔츠를 내놓고 흰 와이셔츠를 하나 데려왔더랬습니다. 어제 들어온 옷들 중 딱 맘에 드는 걸 찾았다며 코듀로이 셔츠를 멋지게 코디한 정주연 대표님과 재미있게 수다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물종 비생물종을 통털어 모두를 위해 "이보다 더 이로운 유통은 없다"는 생각에 깊이 감화를 받았던 시간이었어요. 마티의 온시리즈에 이어질 책으로 편집 중인 복태와한군의 『수선하는 삶』(가제)에는 20년된 운동화, 30년된 스웨터를 놀랍고 아름답게 수선하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의외로 쉽고 도구가 그리 복잡하지 않으니 죽바클에 도전해보시길!!

아무튼, 『패션의 시대』를 독서하는 사이 저는 샤넬, 디올, 프라다, 발렌시아가, 구찌의 캣워크가 내 일상으로 어떻게 스며드는지 흐릿하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패션을 그저 소비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속속들이 삶의 방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우리가 바라는 바는, 화폐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스타일 좋은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패션은 어쩌면 한 사람의 세계가 드러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옷들 정리하기 전에, '버리지 않을 결심'이 먼저인가 싶은 쌀쌀한 아침이네요.
흠치르르하다
깨끗하고 번지르르 윤이 나는 상태이다.

“그 상단에는 사진이 있는데, 개는 처음 과정을 보여주는 흑백사진이고 나머지 개는 완성된 요리를 알리는 흠치르르한 컬러 사진이다.”

― 줄리언 반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공진호 옮김, 다산책방, 2017.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대한 답변.

출판사에서 공모전이 열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요즘, 만약 마티에서 공모전을 연다면 주제는 무엇이 같은가요?

생각났습니다!
지난 호 각주를 보내놓고 🌱죽순의 머릿속은 바빴습니다. 좋은 공모전이란 무엇일까, 마티가 저자와 독자, 그리고 사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공모 주제를 찾고 싶다! 그리고, 찾았습니다.

그주에 🔈모베가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을 다녀와서 들려준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는데, 공교롭게 각주를 발송했던 주말에 읽은 마민지 감독의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에 1970년대에 중공업 단지로 계획, 조성되던 울산의 풍경이 나오더라고요. 울산을 『확장도시 인천』(절판)처럼 연구한 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 ‘하나의 지역, 하나의 책’이라는 공모전 가제가 떠올랐어요. 개인적인 수기가 아니라 연구서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

먼 이야기이겠지만,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알렉스 로스의 바그너주의는 언제 발간할 예정이신가요?
이 질문을 캡처해 바로 번역자 님께 보냈습니다. 독자의 목소리를 빌려 재촉과 독촉의 메시지를 드렸건만, 번역자 님께선 😇  요 이모지로 답장을 갈음하셨습니다.
번역자 = 🔈모베인지라 편집자의 재촉과 독촉의 노하우가 잘 통하질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무한한 압박을 부탁드립니다.🙇🏻
가을 산책 플레이리스트 추천🎶
한 달 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접수되었던 요청인데요, 가을을 기다리고 기다렸어요.
🦻 팔랑
Igor Levit - Beethoven: the late piano sonata (2013)
레빗의 연주에 빠져든 지 오래 되지 않았는데 가을 저녁에 떠오르는 첫번째 연주자가 될 것 같습니다. 그의 음반 모두 다 탁월합니다만, 베토벤 후기 현악사중주를 즐겨 들으니 후기 피아노 소나타에도 손길이 자주 갑니다.
강동문화재단에서 예정된 레빗의 11월 공연을 일찌감치 예매해두었는데, 관심 있으시면 지금 바로 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시길...!
🌱 죽순
나이트라이딩 - 도시의 박수소리, 『꿈의 도시』 (2018) 수록곡
가수 이름부터 산책과 얼추 어울리지 않나요? 
도입부의 박수소리가 현대 음악가 스티브 라이히의 곡 '클래핑'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리듬이 다르긴 해요. 쨌든, 박수에 맞춰 한 걸음을 내딛으면 은연중에 씩씩하게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선선한 밤 산책에도, 보송한 낮 산책에도 어울립니다.
🦈 조스바
The kills - The Last Goodbye
출퇴근길에 우연히 유튜브 추천 음악으로 듣게 되었어요. 록/메탈 혹은 힙합 음악 중에 연주와 보컬의 비중이 비등한 경우가 좋고, 가끔 소음이나 일상의 소리를 넣은 것이 좋아요. 이 노래의 멜로디 자체는 안정적인데 뒤에서 계속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저는 이게 좋더라고요. 거리에서 듣는 노래로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최근 갑자기 유명해져 ‘잘나가는’ 인물이 있다면 그는 어느 업계와 접속 중일까요? 바로 패션계입니다. 거대 하이 패션 그룹들은 ‘힙한 모든 것’을 빨아들여요. 예술, 문화, 스포츠 등등 장르와 지역을 가리지 않습니다. 예컨대, K-팝스타들도 하이 패션 엠버서더로 활동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죠.

패션은 주류 언론에 뉴스로 등장하지 않지만 점점 더 압도적인 영향력과 파급력을 드러내는 중입니다. 세계의 가장 흥미롭고 새로운 사건과 그에 대한 반응, 유행과 트렌드, 그리고 거대한 자본의 움직임은 패션을 관통하죠. 그야말로 ‘패션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시대를 패션으로 본다면 무엇이 보일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서평단에 참여해주세요.😎


마티 공식 인스타그램에 댓글로 기대평을 남겨주시면 참여 완료!

📍신청 기간: 10월 5일(목)~8일(일)

📍당첨자 발표: 10명, 10월 9일(월), 개별 DM

📍서평 기간: 10월 18일(수)~31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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