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서 시각적 요소들 외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점적으로 다루는 요소는 근접성이에요. 근접성이란, 두 사람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수어를 하며 걸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말합니다.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팔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음향도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청각장애인이 왜 소리를 신경 써야하는지 의아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공와우를 착용하는 사람이라면 천장에 달린 에어컨이나 난방기, 냉각탑과 같은 열교환장치에서 나오는 소음을 괴로워해요. 청력 보조장치를 통해 잡음이 증폭되기 때문이죠. 전문 엔지니어가 직접 전체 시스템을 교체해서 소음을 없애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바닥도 촉각적 단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진동이 잘 느껴지는 소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발을 굴러서 서로를 부를 때 진동이 잘 전달될 수 있게요. 예전에 청각장애 아이들을 위한 교실을 디자인할 때 바닥을 목재로 시공했어요. 들보는 철근으로 제작했습니다. 벽의 질감도 다르게 디자인할 수 있죠. 아이들이 벽의 표면을 만져보고 촉각으로 공간을 더 풍부하게 이해하기도 하니까요.
오랜 기간 이 분야에서 일을 하셨는데요.
안전사고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경험도 있으세요?
물론이에요. 최근 뉴스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두 모녀의 사망 소식을 접했어요. 정말 슬펐습니다. 차 시동을 끄지 않고 집에 들어와서 차고지에 불이 났어요. 그런데 화재경보기 불빛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밤새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거죠. 집에서는 인공와우를 빼고 생활하는 청각장애인도 있으니 화재 경보 점멸등은 방마다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각장애인에게는 집 안에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각으로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꼭 필요합니다. 물론 이런 설비는 장애인뿐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고요.
지금까지 질문은 주로 공간에만 초점을 맞췄었는데요. 대중교통 디자인에서 청각장애인의 안전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나요?
제가 사는 워싱턴주의 지하철 시스템은 아직 청각장애인의 안전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어요. 만약 지하철에서 사고가 났을 때 영문도 모르고 열차 안에 갇혀 있는 일은 장애인에게 정말 힘든 일이겠죠. 비장애인도 마찬가지겠지만요. 현재로서는 청력 보조장치를 사용하는 사람이 지하철 안내 방송도 제대로 듣기 힘들 만큼 음향 시스템이 부실합니다. 조명도 어둡고요. 또 화재 탈출 계단이 마땅치 않아서 지하나 열차 어딘가에 발목이 묶여서 피해가 배로 커지는 경우가 많아요. 출구가 없으니 소방관이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도 제대로 돼 있지 않죠.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청각장애인이 직접 열차를 세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자기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할 수 있는 수단이 사고 발생 사실을 전달받을 수 있는 시스템만큼 중요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