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는 나라에
이자스민 의원이 8년 만에 국회로 돌아왔습니다. 최근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탈당하고 사퇴하면서 공백이 생기자 비례대표직을 이어받게 됐어요. 남은 임기는 4개월. 그는 2016년 국회를 떠나기 전 발의했던 '이민사회기본법'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당시 제대로 논의도 못 한 채 폐기됐던 법안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달 초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치'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어요. 이 의원은 현 정부의 이민청 설립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손제민 논설위원이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읽는 데 9분 정도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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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은 정부 이민청 설립안에는 껍데기만 있고 내용이 없다고 지적한다.
  • 이민은 단순한 인구 통제나 관리 업무가 아니다. 인권과 복지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 이민자의 법적 정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의원은 결혼이민자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미등록 이주 아동을 포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민자가 잘 사는 나라가 정말 잘 사는 나라"
2024.02.13. 손제민 논설위원

결혼할 남성에 비해 여성이 적고, 작업장에서 일할 노동자가 더 필요하고, 학교에 들어갈 학생이 줄어든다면? 그 사회 구성원들은 어디선가 새로운 사람들이 와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사람들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집을 떠나는 모험을 감행할 용의가 있다. 이렇게 이주의 수요와 공급이 생겨난다. 이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국가는 그들의 이동을 관리할 필요성을 느낀다.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사회에 적응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것들이 이민 정책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전통적 이민 수용 국가가 아닌 한국은 체계적인 이민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이 지난 2일 출입국·이민관리청(이하 이민청)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법안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 '한동훈표 이민청 설립안'이라고 할 수 있다. 법무부 산하에 이민청을 두고 출입국과 체류 관리, 국적, 난민, 외국인 사회 통합 등에 관한 사무를 맡기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구의 5%, 250만명 이상이 이주 배경 주민(이주민 또는 이민자)으로 추산된다는 점에서 이 사회는 이민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국가의 이민 정책을 수립하고 관장할 기구를 진작 만들었어야 했다. 정부·여당이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다만 논의가 지극히 도구적인 관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다. 이민청 설립을 강하게 추동하는 힘은 인구 소멸 위기에 대한 경각심인 것과 관계있다.

이자스민 의원. 서성일 선임기자

이주민 출신 첫 국회의원으로, 2016년 이민사회기본법안을 발의했다가 시기상조라는 비판에 좌절했던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47)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실에서 그를 만났다. '4개월 임기 재선 의원' 통보를 받고 출근한 지 1주일 된 날이었다. 여당의 이민청 설립 제안으로 모처럼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서인지 분주해 보였다. 이민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어 "이민을 어떻게 바라볼지, 누구를 얼마나 데려와 무엇을 맡길지, 정주(터 잡고 삶)하게 할지" 한국 상황에 맞게 정해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이민사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8년 전 그의 제안이기도 했다.


이 의원이 반긴 것은 여기까지다. 그는 이민청 설립안에 문제가 많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의 이민청 설립안은 조직 하나 만들자는 제안이라는 점에서 껍데기만 있고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 2월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손제민 논설위원과 인터뷰하는 이자스민 의원. 서성일 선임기자

💻 한동훈표 이민청에 찬성하는지요.


"저는 이민사회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할 때도 이민청이든 위원회든 국가 기구가 만들어져 우리나라의 10~20년을 내다보는 이민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 핵심은 이민을 어떻게 바라볼지, 누구를 데려오고, 얼마나 데려오고, 무엇을 맡길 것인지, 정주하게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민청 같은 기관이 필요합니다. 나라의 문을 닫지 않는 한, 이 사회의 구성원이 점점 더 다양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 인구 위기를 이민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민 수용이 인구 위기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떠나온 필리핀 같은 국가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 젊은 국가들입니다. 그곳 여성들을 데려오면 아이를 많이 낳을까요. 앞집 뒷집 옆집 모두 하나만 낳는데 제가 서넛 낳을 이유가 있을까요. 저 역시 1남1녀를 낳은 후 시어머니 권유로 더 출산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울 환경이 되어야겠죠. 그럼에도 이민이 당면한 위기에 임시방편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유지되려면 10~15년 내에 출생률이 3배는 높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건 불가능에 가깝죠. 이민은 시간을 벌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민자들이 잠깐 왔다 가는 존재가 아니고 말 그대로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게 똑같아요. 이들을 한 번 쓰고 버리는 화장지처럼 생각한다면 그 임시방편마저 실패할 겁니다. 이민자가 잘 사는 나라가 정말 잘 사는 나라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주민을 사람답게 대하는 나라가 아니라면 내국인도 살기 어렵다는 의미이고, 그러면 출생률 회복도 요원하다는 의미로 이해됐다.


💻 정부의 이민청 설립안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껍데기만 있고 내용이 없습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조직 하나 만들자는 것입니다. 법무부가 가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기능을 이관하는 것이고요. 법무부 외청으로 추진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법무부는 규제 기관이죠. 그럴 경우 이민을 인구 통제나 관리 차원으로 바라보게 될 겁니다. 인권, 복지 측면을 법무부가 제대로 살필까요. 미등록 이주노동자 지원을 법무부가 할까요. 저는 이민사회기본법 발의 당시 대통령 아니면 국무총리 산하 기구를 제안했어요. 굳이 부처가 맡는다면 법무부보다는 행정안전부가 나을 것 같아요. 지금 이주민 정책들은 점점 중앙에서 지방 정부로 내려가고 있으니까요."
충북 음성군 한 아파트 앞에서 통근버스에 오르는 이주노동자들. 권도현 기자
법무부는 이민청 설립 제안에서 "외국인에 대한 인도주의나 다양한 문화 유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현실적 이익이 목적" "국가가 강한 그립을 쥐고 국민의 현실적 이익이 목적"이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고급 인력을 데려와 정주시켜 인구 소멸에 대응하고, 저숙련 인력은 필요한 곳에 대거 투입해 노동력 결손을 막으면서도 정주는 막겠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누구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일지는 국가의 당연한 권리"라면서도 과연 한국이 고급 인력이 거주하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나라인지 의문을 던졌다.

"특정활동 비자(E7)로 인재를 모셔오겠다고 여러 유인책을 발표했는데 질문은 이거예요. 그 사람들이 와요? 63개국 고급 인력을 대상으로 아시아 11개국 중 가장 이민 가고 싶은 나라를 조사한 2017년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보고서를 보면 싱가포르·홍콩·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이 상위권이고, 한국·일본은 끝에서 1·2위를 다툽니다. 한국은 정보기술(IT) 업계 외국인 할당 몫의 50%도 채우지 못하고 있어요. 이들은 가족결합권이 있어도 대부분 가족을 데려오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가족들은 미국이나 영국에 있고, 본인만 한국에 살면서 돈만 벌어가죠. 한 대기업 근무 외국인에게 물어보니 한국의 교육 제도가 너무 경쟁적이고, 기업 문화가 너무 보수적이어서 꺼린다고 해요."

💻 반면 저숙련 노동자의 정주화는 막고 있죠.

정작 정주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이들인데, 이들에게는 가족결합권을 허용하지 않죠. 가장 큰 문제는 비전문 취업비자(E9)로 오는 이분들에게 집중하는 정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냥 수단으로 보는 거죠. 당장 노동력이 모자라니 채우자는 건데, 정주화할 수 있는 정책은 매우 제한돼 있어요. 저숙련에서 고숙련 비자로 올라가는 계단식 승급 제도를 얘기하지만 그 문턱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요. 지금 와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40만명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 정부는 매년 16만5000명씩 새로 데려오겠다고 해요. 이미 와 있는 분들을 단속해 추방하기 바쁜데 새로 데려오기만 하면 어떡합니까. 이미 와 있는 분들은 한국의 언어, 문화, 제도에 모두 적응해 있는 분들입니다. 산업계 쪽에서도 이제야 우리말을 잘하고, 일이 손에 익을 참인데 돌려보내야 한다며 아쉬워해요. 이분들이 한국에서 용접 기술을 배워서 뉴질랜드, 호주에 가서 일하고 있어요. 최단 3년, 최장 10년이 지나면 더 이상 한국에 머무를 수 없고 같은 비자로는 다시 들어오지 못하니까요.
지난해 여름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 권도현 기자
이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는 이민자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는 점이라고 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가리키는 '재한외국인', 국제결혼으로 이뤄진 '다문화가족'은 규정돼 있어도 이민자는 없다.


"19대 국회 공청회에서 제가 각 부처에 '이주노동자는 이민자인가' 질문을 던졌어요. 법무부는 이민자가 아니라고 했고, 여성가족부는 이민자가 맞다고 했어요. 유엔이 내린 이민자 정의는 자기 나라가 아닌 나라에서 1년 이상 사는 사람을 의미해요. 우리도 국제 기준과 한국 상황을 고려해 이민자를 법에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의원님은 어떻게 정의하시겠어요.

"우리 사회에 들어와 있는 이주 배경을 가진 모든 사람들로 일단 폭넓게 정의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 세부 정책은 나중에 나뉠 수밖에 없지만요. 우리는 이주민이 인구의 5%, 25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됐어요. 하지만 정의가 없으니 정확한 통계가 없어요. 가령 재한외국인이 아닌 이주 배경 주민을 기준으로 하면 저 같은 사람도 그 통계에 포함될 거고요. 최대한 넓게 잡는 게 좋은 이유는 우리가 이미 주민등록 인구수에는 상당수 집어넣어 지자체 교부금 산정 때는 고려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권리를 주지는 않는 사람들을 포괄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 비단 미등록 이주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있을 수 있는 기간을 넘긴 이민자도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아동도 되게 많아요. 나라마다 국적법이 달라 한국에서 군복무를 하고도 무국적자가 된 자녀들도 많고요. 이분들 숫자를 정확하게 잡지 못하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들을 대해야 하는 지자체들은 헷갈려 해요."
이자스민 의원. 서성일 선임기자
이민이 인구 위기의 근본 해법은 아니지만, 인구 정책의 한 수단인 것은 맞다. 이 의원은 그것을 몸소 겪은 이다.


"한국에서 인구 정책으로서의 이민은 이미 1980년대, 그 이전부터 있었어요. 1980년대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 사업을 들여다보면 매년 '농촌 총각 결혼 열람부' 같은 것도 만들었어요. 농촌 남성과 도시 여성을 짝지어주는 국내 이민이었죠.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으니 1990년대에 해외로 눈을 돌렸어요."


비슷한 과정이 이주노동자에도 적용된다. 1960~1970년대 산업화가 진행되며 많이 필요해진 제조업 노동력을 농촌에서 수혈하다 내국인의 특정 업종 기피가 심화되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 그런데 국가는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를 다르게 대하는 것 같아요. 순혈주의·가부장주의적인 국가 성격 때문일까요. 


"주로 여성인 결혼이민자는 애를 낳아야 하고 말 그대로 시집오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수용적이에요. 시집가면 그 집 귀신이 된다는 거잖아요. 반면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 사회 혼란 같은 말을 쓰면서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라는 인상을 심어줘요. 환영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주민들로서도 우수 인재가 아니라면 환영하지 않는다는 곳에 굳이 왜 가야 하나 생각하겠죠.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결국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이주민들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 불러온 존재들이라는 점이 분명해져요. 그런데 불러놓고 책임은 안 지면 안 되죠."


💻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모든 이민자에게 어느 정도까지는 거주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적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영주할 길은 열려 있어야 해요. 그래야 인구소멸 위기를 임시방편으로라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처럼 '국민'을 기준으로 마스크를 보급해 많은 이주민들을 제외한 그런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가 이방인을 대하는 방식을 보며 느낀 것이 있다면요.


"한국인들은 이주민에 대해 특별히 배타적이지도 호의적이지도 않아요. 처음엔 '어떻게 왔어요? 누구랑 살아요?'라며 호기심을 표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왜 왔어요?’라며 경계를 표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수가 많아지며 미지의 대상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이주민에 대한 인식 문제를 이민청이 중요하게 다뤄야 합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갈등지수가 높은 나라인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들어올 텐데 이 문제를 방치해선 안 돼요. 안타깝게도, 제가 이주민 출신이어서 그런지 이런 얘기를 하면 '자기 같은 사람 더 데려오려고 그러느냐'는 비난부터 쏟아져요. 이주민 출신이 아닌 다른 의원들도 함께 나서준다면 좋겠어요."


💻 이민사회기본법, 이번엔 만들 수 있을까요.


"지난 8년 사이 변화를 반영해 이민사회기본법을 3월쯤 발의하고 4월 총선 이후 사람들을 설득할 겁니다. 제게 시간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죠. 과거에 제가 발의했던 이주아동권리보장법처럼 임기 만료로 폐기되더라도 그 법안 내용이 정책에 스며들었듯, 이민사회기본법이 이번에도 좌절되더라도 향후 논의의 바탕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다음 총선은 안 나오시나요.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아요. 이번에 국회 들어온 것도 생각조차 않고 있다가 갑자기 된 거니까요. 제 관심은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이 일을 조금이라도 더 진척시킬지에 있어요."


최근 개봉한 영국 감독 켄 로치의 영화 <나의 올드오크>는 시리아 난민들이 전쟁을 피해 영국의 한 마을에 정착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방인들이, 이미 삶이 힘겨운 폐광촌 주민들의 혐오에 직면하지만 결국 그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게 되는 과정을 보다보면 일부 구성원일지라도 이들을 환대하고 함께하려는 의지를 가졌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경로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궁금해진다. 이자스민의 시도에 연대할 '동료 시민'이 여의도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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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얘기가 주변에서 종종 나와요. 캐나다가 그렇게 좋다더라, 아니다 뉴질랜드가 괜찮다더라, 미리 기술을 배웠어야 한다. '지금 여기 내 삶'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이주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안입니다. 쉽게 떠오르는 것과 달리 무겁고 어려운 선택이라 진짜 이주를 실현하는 사람은 흔치 않지만요.

오늘 레터를 쓰기 전 캐나다 이주를 검색해 봤어요. 한 이민자는 이런 후기를 남겼습니다.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자랄 수 있다' '워라밸이 좋다. 일한 만큼 돈을 준다' '노후 걱정이 없다. 누구도 굶어 죽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 한국과 비교한 장점들일 거예요. 그가 생각하기에 한국은 반대의 특징이 있는 나라겠지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이 이주를 꿈꾸는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선택지일까요?

그 매력도와 별개로, 한국은 이주민을 필요로 합니다. 점점 더 많은 일터가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요. 선주민이 떠난 농어업, 제조업 현장을 이주노동자가 채웠습니다. 이들도 더 환경과 벌이가 좋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농어촌은 다시 비어가고 있어요. 정부가 미등록 체류자를 대대적으로 단속·추방하겠다고 하자 농민들이 "그럼 농사는 누가 짓냐"고 항의 집회를 열 정도입니다.

이주노동자는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일하고 급여를 받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먹고, 자고, 수다 떨고, 소비하고, 유튜브 보고, 연애하고, 기도하고, 공부합니다. 필요 때문에 불렀다면, 부딪히더라도 대화하며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대화의 싹을 자르면서 이민청 설립을 추진합니다. "외국인에 대한 인도주의나 다양한 문화 유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현실적 이익이 목적. 국가가 강한 그립으로 국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것." 법무부의 이민청 신설방안 발표 내용입니다.

이민자를 인구와 노동력으로만 보는 관점이에요. 미등록 체류자를 강력히 단속하면서도 올해 16만5000명의 이주노동자를 더 데려오겠다는 목표도 세웠어요. 처음에는 '적법 노동자'로 입국한 이들이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과정에 대한 고려는 부족해 보입니다.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이주아동 관련 정책을 포괄하는 기관을 만드는 건 주목할 만합니다. 그러나 첫걸음부터 방향이 잘못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의 인식이 이렇듯 편협하다 보니 외국인 정책이 단속 일변도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책 목표에는 '우수 인력 유치'도 있는데, 과연 이런 비인도적인 나라에 남고 싶어 할 외국 인재들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는 지적처럼요.

오경민 기자

가족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중언어코치, 통·번역사로 일하는 이주여성은 선주민 노동자와 달리 호봉 기준표를 적용받지 못했습니다.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충북 음성은 전국 군단위 자치단체 중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7명 중 한 명 이상이 이주민이고, 특정 국가출신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지도 않아요.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어우러져 살고 있을까요.
구독자님의 이야기
📝 "지난 점선면Lite <🍭아이에게 귀를 기울여요>를 읽고 '점선면×21세기북스' 도서 증정 이벤트에 참여한 독자님들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많은 독자님께서 '노키즈존' 문제에 공감하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참신한 시각이 담긴 주장과 독특한 경험을 들려주신 분도 많았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다시금 감사 인사를 전해요😉"

📬 "햇빛에 타서 거무죽죽해졌던 날, 피부도 예민해지고 기분도 덩달아 좋지 않아졌는데요. 당시 어렸던 동생이 '그러면 햇빛이 뺨에 뽀뽀한 거네'라고 말했던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꼭 시 같지 않나요?" (스투파님)

📬 "골목과 정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키즈 카페 같은 소비 공간이 아닌 도서관, 놀이터 등 모두에게 열려 있고, 자연스레 다양한 사람들이 섞일 수 있는 공공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데부씨님)

📬 "카페를 하고 있는데요. 오픈했을 때부터 '예스키즈존'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었어요. 유모차가 들어올 수 있는 입구라든지, 유아용 의자를 가져다 놓는다든지 해서요. 아이들을 좋아해서도 그랬지만, 사실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홍보하려는 사심도 있었는데요...ㅎㅎ 막상 카페를 운영하고 어린이 손님들을 맞이하다 보니 제가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린이 손님들을 위한 음료도 없고, 디저트도 없고, 메뉴판은 아이들 시야에서 한참 높은 곳에 있다든지요. 아이들이 건들면 위험한 화분이나 장식물 같은 것도 많았고,, 그래서 내가 말로만 예스키즈존이라고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ㅜㅜ 반성하면서 하나씩 고쳐나가는 중입니다." (ryureplica님)

📬 "우선 이 대도시에 잃어버린 녹지공간, 공원부터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빽빽한 빌딩숲, 아파트 사이에 아이들이 자동차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는 점점 노인정에 자리를 잃어가고 학교 운동장마저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상황입니다. 보다 더 많은 공원을 만들고 그 안에 어린아이들도 친구, 가족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그런 놀이공간을 구축한다면 아동친화도시, 가족친화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냉이님)

📬 "저는 이번에 사범대에 진학하는 학생입니다. 학교는 모든 학생이 연간 190일이 넘는 긴 시간을 보내는 장소인데도 과거에 지은 건물이 많다 보니 건물 자체가 노후화됨은 물론, 획일적인 표준과 기준을 가지고 지어 학생과 지역사회에 다가가지 못하는 공간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학교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지금의 학교 건물은 높은 담장과 획일적인 외관이 '교도소'에나 비견되고 있으니,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누구나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 수만 있다면 이 역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새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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