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책 속의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 픽입니다.
끝과 시작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반복되지 않을 한 해가 저물고, 단 한 번뿐일 한 해가 다가옵니다. 뿌듯함과 허무함, 설렘과 두려움이 오가는 유난히도 소란스러운 시기. 끝과 시작, 그사이에서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12월 2주차 #35 인터뷰ㅣ작가 유지혜의 문장들 12월 3주차 #36 아티클ㅣ문장에서 시작하는 한 사람만의 이야기 by 작가 오은 12월 4주차 #37 인터뷰ㅣ작가, 누데이크 아트디렉터 박선아의 문장들 12월 5주차 #38 큐레이션ㅣ디스커버리 + 텍스터의 기록
님, 안녕하세요. 책 속 문장으로 만나는 뉴스레터, 텍스처픽입니다. 마주앉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 요즘 우리가 잃어버린 몇 가지 감각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하죠. 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작가이자 누데이크 아트디렉터 박선아 님을 만났습니다.
읽기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추천하는 책과 문장을 만나보세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박선아 작가, 누데이크 아트디렉터
ⓒ 박선아 피처 어시스턴트를 시작으로 매거진과 출판사에서 에디터로 일했으며, 『20킬로그램의 삶』, 『어떤 이름에게』,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를 짓고, 『르콩트 드콩트, 트래블 테일즈』, 『공통점 5: 우리 시절 아카이브』에 단편 에세이를 썼다. 현재는 젠틀몬스터와 누데이크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한다. 명함에 적히는 직업이 바뀌고 다루는 매체와 소재가 달라져도 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고 여긴다. 인스타그램 @mungsuna "요즈음은 ‘잊힌 것들을 다시 불러내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의 내가 잊고 지내는 일들이 많아서 누군가 그걸 기억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그런 듯하다." -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시기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12월 마지막 주의 휴가를 기다린다. 회사에 다니고 있기에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무는 일상을 보낸다. 올해도 그 시간들을 성실히 보냈기에 12월의 끝자락에는 나를 위해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싶다. 휴가 기간 동안에는 SNS나 메신저들을 모두 정지시키고 휴대폰도 꺼두고 지낼 생각이다. 그 허전함 속으로 들어가면 올해도 돌아보고, 내년도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할 상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요즈음은 업무가 바빠 어떤 낭만적인 생각보다는 ‘휴가야, 얼른 와라!’를 주문처럼 외우며 하루하루를 열심으로 보낸다. 디지털 매체로 소비하는 이야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책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일의 의미를 구분 지어 생각하게 된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같은 채널들에 공개한 이야기는 휴대폰이나 모니터를 통해 전달된다. 그 기기를 대하는 이들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외면하면 안 된다. 책 한 권의 분량으로 전해야 할 이야기를 그 매체를 통해 전하려는 건 만드는 이의 과한 욕심 같다. 반대로 SNS에서 소비하기에 적합한 이야기를 책에 실으려는 욕망도 지나친 낭비라 느껴지고. SNS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거기 올라가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로 돈을 벌고 있지만 그곳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종이 매체로 옮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긴다. 모르던 분야를 배워 나가면서 확장하고 있기에 매번 어려움이 따른다. 다만 ‘다루는 매체나 도구를 확장하겠다’는 목적 의식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고통스럽지 않았다.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 때 ‘이번에는 이런 방식으로 구현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하는 호기심을 베이스로 차근차근히 배워왔기에 전체적인 흐름이 고단하게 느껴진 적은 없다. 종이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넘어올 때, 사진이 영상이 될 때, 실사 영상이 3D가 될 때, 2D가 공간에 실현될 때,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찾아 공부했었다. - 작가이자 누데이크 아트디렉터로 박선아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힘은 ‘낯섦’에 있는 것 같다. 익숙한 것도 다시 보게 한달까.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이 궁금하다. 회사에서 만드는 이야기와 내 이야기를 만드는 프로세스가 다르다. 가령, 오늘 아침에는 집 앞 공터에 참새 떼가 무리 지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장면을 발견했었다. 귀여워서 한참 들여다보았는데, 이 아이디어를 누데이크 콘텐츠로 옮기고 싶다면 ‘설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브랜드 콘텐츠는 기획부터 생산 그리고 그 후까지도 설득의 연속이다. 팀원, 파트장님, 대표님 그리고 소비자들까지. 그렇기에 본 장면과 닮은 레퍼런스를 찾거나 참새라는 동물의 습성 같은 것도 알아보고, 제품과는 어떻게 엮일지, 요즈음의 트랜드나 가치가 부여되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그것들보다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지를 궁리해야 한다. 머리가 지끈지끈하지만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을 때, 그만한 보람이 있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걸 내 이야기로 푼다고 생각하면 전혀 다른 과정을 거치게 된다. 책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에 싣는 이야기가 된다고 하면 누굴 설득하고 싶다는 의지를 걷어 내고 오롯이 내 마음에만 집중한다. 독자나 팔로워, 시청자들을 의식하지 않기를 노력해야 한달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들을 엮어 낸다. 한때는 ‘사진 한 장처럼 기억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이나 강렬한 자극이 아니라, 보는 이가 상상한 한 장의 이미지로 기억될 거라 여기면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 났다. 시기마다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씩 변하는데, 요즈음은 무엇보다 ‘잊힌 것들을 다시 불러내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의 내가 잊고 지내는 일들이 많아 누군가 그걸 기억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그런 듯하다. 레퍼런스를 경계한다. 협업을 할 때는 한 장의 레퍼런스가 여러 사람의 각기 다른 상상력을 하나로 뭉쳐주는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에도 결국 레퍼런스는 독이 될 때가 많은 것 같다. 여러 케이스를 겪으면서 레퍼런스를 경계하게 되었다. 특히 만들어야 하는 콘텐츠가 영상이라면 영상 레퍼런스를 두려워하고, 사진이라면 사진 레퍼런스를 피한다. 글을 써야 할 때는 다른 사람이 써놓은 글들을 읽는 걸 무서워한다. 그 경계심이 있어야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과 내가 만들 것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요즈음은 전에 비해 이미지를 만드는 일을 더 많이 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이미지를 레퍼런스로 삼으면 끌고 나가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런데 그게 어느 한 문장이나 잘 쓰여진 책에서 시작될 때는 구조가 단단해진다. 텍스트를 읽으면 상상하게 되는 장면이 무한하기 때문일 것 같다. 그 상상으로부터 어떤 장면을 그리고, 그것을 밑그림으로 삼아 이야기를 그려가다 보면 전에 본 적 없는 이미지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요즈음은 캠코더를 알아보고 있다. 20년 전에 필름 카메라를 처음 사용해 보고, 재미있어서 그것에 푹 빠졌던 때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도구를 들일 일에 대해 기대하는 중이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그걸 들고 뭔가를 하는 걸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서 실천보다는 상상하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아니라는 걸 알면서 굳이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이 있다.”(『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중에서)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해가 지날수록 잊는 마음이라서…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요즈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빠르게 체념하는 일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저 문장도 남이 쓴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 굳이 하게 되는 일을 오늘 저녁에 하나쯤 벌여보고 싶은 기분이다. 📚 문장들
 어느 어른이 삶을 대했던 태도로부터 얻는 힌트 끝과 시작을 생각해야만 할 것 같은 12월이지만 그 모든 걸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쳐 있는 누군가도 있을 수 있다. 혹시 그런 이가 있다면 '나'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그저 두 어른이 주고받은 편지로 엮은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는 세상에 없는 어느 어른이 삶을 대했던 태도를 엿보다 보면 끝과 시작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다.    내년에는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이에게 씨앗이 될 수 있는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지음), 이지수(옮김), 바다출판사  귤을 잔뜩 쌓아두고 하나씩 까 먹으며 읽다 보면 연말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책
『인숙만필』, 황인숙(지음), 마음산책  소란함과 고요함을 동시에 갖고 연말 독서를 즐기고 싶은 이에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지음), 송은주(옮김), 민음사  혹시나 슬픔으로 가득 찬 12월을 보내고 있다면 이 그림책의 「눈물 차」를 읽어 보시길!
『집에 있는 부엉이』, 아놀드 로벨(지음), 엄혜숙(옮김), 비룡소
텍스터가 기록한 문장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매 월 마지막 주, 텍스터의 문장을 텍스처픽 뉴스레터에 소개합니다.
12월 텍스처 큐레이션 테마는 ‘끝과 시작’입니다. 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고 싶은 문장, 내일을 시작하는 새 마음을 응원해 주는 나만의 문장을 알려주세요.   소개된 문장의 주인공에게는 애슝 X 텍스처 컬래버레이션 문장 카드를 보내드립니다. 많이 참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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