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내 옆의 여성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Pausing by POPOPO MAGAZINE
님에게 '영화같은' 인생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3월 8일. 내일은 '세계여성의 날' 입니다. 처음엔 글로벌 리더로 손꼽히는 여성 '롤모델'의 자서전에 등장하는 문장이나 '장미와 빵'과 같은 상징으로 레터를 시작하면 어떨까 고민했어요. 그보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저마다의 영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 게 가장 포포포다운 기념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원고의 방향을 거듭 수정했어요. 3월 '이달의 에디터를 소개합니다' 민영님의 사전 인터뷰도 영화의 시퀀스처럼 구성해 보았답니다.
매일 각자의 전장으로 저마다의 '장미와 빵'을 들고 나설 우리에게.
나 자신과 또 나를 둘러싼 관계들과 절대 사소하지 않을 투쟁을 벌일 우리에게. 
지난하고 지리멸렬한 하루였을지라도 포텐님 인생의 영화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을 거예요.
내가 주인공인 내 인생이라는 영화에 포텐님은 어떤 장면을 쓰고 싶나요?
막연해 보이던 씬들이 조금 더 또렷하게 보이게 될 '우리 각자의 영화관'에 초대합니다.

기록 : 살아남은 자의 특권

 부제  세계여성의 날 그리고 내 옆의 여성들  

 ▶️SIDE A : 나누고 싶은 이야기
    - 그들 각자의 영화관
    - [사전 인터뷰] 3월의 에디터, 강민영의 "타인의 취향"

 ▶️SIDE B :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방장님의 프랑스 방구석 통신] 세상을 바꿀 영웅을 키울지도 모를 일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나의 선택, 나의 가족, 나의 아이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이어지는 사랑의 방식
   [우간다 BTS 아미어미]
그러니까 ‘글’을 쓴다
   [핀란드 똔뚜 가족] 8박9일 네덜란드 여행기 (부제 : 겁도 없이 유모차 없이 유럽여행)
   [엄마의 영화관]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리뷰
   [에스텔의 프라하 육아일기] #3 존중은 공간을 내어 주는 것
   [엄마를 위한 힐링 명화] 1. 너를 기다리며_라파엘로 산치오 <패랭이꽃을 든 성모>
   [사부작사부작 손꼬마] 세탁소집 딸 (돌이켜보면 좋은 날도 많았다)
   [News] 포텐 여러분 함께 해요!
   
- [3.14 북토크] <질문이 될 시간> 임희정 작가님과 함께🙋‍♀️ 
    - [3.21 이달에] 3월의 에디터, 강민영의 <타인의 취향> 신청 


  I   그들 각자의 영화관

"허우 샤오시엔과 기타노 다케시가 오프닝을 찍고, 데이비드 린치와 장이머우, 라스 폰 트리에와 로만 폴란스키가 중반부를 연출하다가, 왕가위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빔 벤더스와 켄 로치가 라스트를 책임지는 영화. 우리 생전에는 절대 볼 수 없을 거라고? 미안하지만 그 '미션 임파서블', 영화 감독 드림팀의 환상적인 팀플레이는 이미 실현됐다. 2007년 칸 영화제에 선보인 옴니버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으로 말이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가 소개한 <그들 각자의 영화관> 칼럼 오프닝입니다. 일본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어느 좋은 날〉에서는 한적한 시골 극장에서 자기의 영화 〈키즈리턴〉을 보는 농민 관객의 대략 난감한 해프닝을 그렸는데요. 3월 이달에의 주인공인 민영님의 인생영화를 이 옴니버스에서도 발견하다니! 인생은 이렇게 맞닥뜨리는 우연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디터님들이 삶에서 포착한 저마다의 영화가 펼쳐지는 공간이 뉴스레터 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이 편지이기도 합니다.
내 인생의 한 장면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지는 게 아닐까.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ㅎ)
영화같은 순간에 대한 판타지를 거둬내 볼까요? 
영화 榮華 몸이 귀하게 되몸이 귀하게 되어 이름이 세상에 빛남.
영화 英華 명사 밖으로밖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색채.
한자의 의미에 갇히지 말고 내 사진첩에 나는 무엇을 기록했는지 살펴보았어요. 

#Scene 모든 탈 것들의 승강장 
미팅 하나를 위해 왕복 여덝시간을 오가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어디서든 노트북을 펼치면 사무실이 됩니다. 갈 때는 기차, 올 때는 버스. 이동수단에 오르기 전 타임스탬프로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생겼어요. 주로 새벽이나 심야 늦은 시간에 이동하기도 하지만 왜 그렇게 비도 눈도 자주 오는지. 아이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저장될 사진이 내 마지막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제 계정이 연동된 아이패드의 사진첩으로 '엄마가 오늘은 어디서 뭘 하고 다니나' 염탐하는 꼬마 스파이에게 남기는 단서이기도 하죠.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진즉에 때려쳤을 텐데 '대안이 없다'는 절박함은 역설적이게도 삶의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변수의 대환장 파티 속에서도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순간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자주 실감하기 때문인데요. 아이가 아니었다면 삶에 대한 애착이 이토록 강렬할 수 있었을까. 살아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전환 시키면서 오늘도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동력이 생깁니다.
줌미팅이 일상화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중요한 미팅은 그게 1시간이든 종일이든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미팅이 수십번 반복된 후에 작은 프로젝트 하나가 쨔잔하고 나오는 걸 감안하면, 하나의 아웃풋이 쨔쟌 하고 등장하기 전에 수면 아래의 모든 과정들에 대해 더 겸허해집니다. 계약서 도장까지 쾅쾅 찍어도 무산되는 일도, 여러 상황이 잘 맞아 순식간에 프로젝트가 런칭될 수도 있다 보니 모든 것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과정을 공개한다는 것에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에요. 쌔끈한 카드뉴스 한장으로 이벤트나 프로젝트를 공개하기까지 넘나드는 무수한 언덕과 사막과 습지를 다 보여주기에는 제가 너무 게으른 사람이기도 하고요. 
#Scene 아이 개학 전날 AM 12:00
12색 사인펜과 18색 색연필, 연필, 각족 필기구에 하나씩 이름표를 붙이면서. 그 옆에 건조기에서 막 나온 수건과 옷가지 더미를 보면서. 태권도 피아노로 이어지는 아이 학원 스케줄을 다시 짜면서. 온갖 감정이 널을 뜁니다. 처음도 아닌데 여전히 엄마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은 끝나질 않구나. 그래도 이제는 혼자 학교도 가고 학원도 찾아가는 걸 볼 때면. 바짓단이 발목위로 댕강 올라올 때면. 콩나물처럼 자라는 아이가 신기해서 같이 콩나물 쭉쭉 댄스를 추곤 합니다. (아무 이름을 붙인 막춤 시리즈를 만들고 있어요) 보이지 않을 뿐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도 자라고 있다는 것도 함께 체감하면서요.
개학 첫 날 신나서 학교를 간 아이가 메추리알 같은 볼을 동동 띄우며 달려옵니다. "엄마 나한테 후배가 생겼어!" 싱글벙글한 아이를 안고 깔깔 거리며 웃었어요. 개학 첫 날 학교에서 후배라는 단어를 배웠나 봐요. 먼저 일년 다녀봤다고 선배가 되었다는 사실에 신이 나 방방 뛰는 아이를 보며 깨달았어요.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마감에 맞춰 기획서와 원고를 쳐내기 급급한 현실 속에서도, 18색 색연필을 손에 붙잡고 이름표를 돌돌 감는 순간에도 아이로 인해 내 삶도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내가 세상에 초대한 아이가 살아갈 가깝고도 먼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게 되는 매일이 지금껏 발견한 가장 큰 인생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하면서요. 서로 살아가는 타임라인, 삶의 방식, 상황 아주 사소하고 거대한 모든 것이 저마다 달라도 레터를 통해 '엄마가 된 여성의 현재진행형인 오늘'을 전하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주간 에디터들이 고르고 고른 일상의 한 씬이 포텐님께 작은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격주로 보내는 레터는 유일하게 그런 숨구멍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때는 파워 E 성향으로 살아왔을지 모르나 지금의 저는 주로 듣는 사람이 되었어요.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거나 공허한 메아리가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서 아끼던 말 수 자체가 줄어 들다 못해 삼키는 게 익숙해져 갑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처럼 장점도 분명합니다. 그렇게 아껴왔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정제해 전하는 편이 더 익숙해졌어요. 문장과 문장 사이. 그 공백을 통해 응축한 메시지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격주로 발행하는 레터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그렇게 토해 낸 문장들이 나를 관찰하고 바라보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간다는 걸 포텐님도 발견하고 계실 거예요. 잡지라는 형식이 그러하듯 매번 레터에 응축된 삶의 순간들을 녹여내는 에디터님들의 구슬들을 레터로 하나하나 꿰어가는 과정이 또 누군가의 삶에는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바라면서요. 
지금 오늘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그저 지나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잘 드러나지 않은 작은 관심과 선의가 모여 삭막해 보이기만 한 이 세상도 그럭저럭 굴러가는 게 아닐까. 세계적인 거장의 이름만으로도 유일무이한 포스터가 완성되는 이 작품처럼 이 편지의 주인공은 늘 그러하듯 에디터님들로부터 시작됩니다.
3월부터 연재를 시작하는 에디터님들의 소식부터 전할게요. 
💜[엄마를 위한 힐링 명화] 1. 너를 기다리며_라파엘로 산치오 <패랭이꽃을 든 성모>
<그림 읽어주는 엄마의 감성태교미술관>의 저자이자 사계절을 따라 육아 동지들과 나누고 싶은 그림 이야기를
💜[사부작사부작 손꼬마] 세탁소집 딸 (돌이켜보면 좋은 날도 많았다)
디자이너이자 작가로 또 엄마이자 나를 지키고 싶은 한 개인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이어나가는 에세이를 전할 예정이랍니다. 

   ✏️불편함을 기꺼이 수용하는 소비와 생활방식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방장님의 프랑스 방구석 통신] 세상을 바꿀 영웅을 키울지도 모를 일

   ✏️콩알만한 초음파를 처음 본 순간부터 기꺼이 내어주기로 한 나의 세상은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나의 선택, 나의 가족, 나의 아이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 중 우리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이어지는 사랑의 방식

   ✏️쓴다는 행위를 통해 마주하는 내면의 거울은
   [우간다 BTS 아미어미]
그러니까 ‘글’을 쓴다

   ✏️손그림으로 기록한 일상의 장면 너머엔 어떤 비하인드가 있었을까? 궁금했던 포텐들 모여랏!
   [핀란드 똔뚜 가족] 8박9일 네덜란드 여행기 (부제 : 겁도 없이 유모차 없이 유럽여행)

   ✏️미국의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리뷰이자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전히 기울어져 있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엄마의 영화관]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리뷰

   ✏️'노키즈 존'은 근대 한국사를 집약시켜 보여주는 문화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에스텔의 프라하 육아일기] #3 존중은 공간을 내어 주는 것 

   에디터들의 영화관 24/7 상영 중입니다💜
  II   [사전 인터뷰] 3월의 에디터, 강민영의 <타인의 취향> 
       le gout des autres 타인의 취향을 통해 나의 취향을 만들어가다
#Scene 1. 민영 집 거실, 밤
<타워링(1974)> : 영화의 마법에 빠져들다
70년대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제작한 어윈 알렌은 이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다시 한번 재난영화를 만들었다. 원래 이십세기 폭스사가 판권을 갖고 있던 소설 <글래스 인페르노>와 워너브러더스가 판권을 사들인 소설 <타워>가 따로 영화화되고 있었는데, 같은 시기에 비슷한 영화가 만들어지면 흥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이 둘을 합쳐 만든 영화다. 그런 이유로 감독이 존길러민과 어윈 앨런 두 명이다. 
로버트(폴 뉴먼)는 세계 최대 초고층 빌딩을 설계한 건축가다. 이 빌딩 오픈 파티가 있던 날,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규격미달의 전기배선이 사용된 것을 알게 되고 파티를 중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빌딩 주인 던칸은 빌딩의 명성에 흠집이라도 날까 봐 로버트의 말을 무시한 채 파티를 강행하고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고 만다. 소방대장인 마이클(스티브 맥퀸)이 불길을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초고층인 만큼 지상에서의 진화도, 탈출도 어려운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군상과 압도적인 특수효과와 액션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제4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편집상,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Scene 2. 연극영화과 편집실, 새벽
추출 중이라는 표시가 떠 있는 컴퓨터 화면. 카메라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가면 바닥에 합판과 박스를 깔고 새우잠을 자고 있는 민영이 보인다. 

<키즈 리턴(2000)> : 아직 시작도 안 한 내 청춘을 위해 남들 취업할 때 편입!
“우리들 이제 끝난 걸까?”
“바보야!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뒤 삶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뜬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자전적인 청춘영화. 문제아인 마사루 (카네코 켄)는 신지 (안도 마사노부)를 부하처럼 데리고 다니면서 학교 수업은 뒤로 한 채 갖은 말썽을 피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돈을 빼앗겼던 아이가 데리고 온 권투선수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사건을 계기로 마사루는 권투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함께 권투를 시작했던 신지가 오히려 권투에서 조금씩 소질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신지와의 스파링에서 두들겨 맞은 마사루는 그 길로 권투를 포기하고 야쿠자의 길에 들어선다. 신지는 권투선수로, 마사루는 야쿠자의 중간보스로 성장하지만 서로 다른 이유로 자리를 빼앗기게 된다. 
🎥민영의 이야기
영어영문학과 00학번이던 저는 졸업 후 연극영화과 05학번이 되었습니다. 11살에 본 <타워링>의 마법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거든요.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결국 영화를 사랑하는 삶을 살자고 결심합니다. 연극영화과에서는 16mm 필름으로 두 개의 단편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어설픈 첫 영화에서는 기타노 다케시의 스타일을 많이 흉내 냈고, 두 번째 영화에서는 <미스 리틀 선샤인>과 <가족의 탄생>의 스타일을 따라다녔던 것 같습니다. 타인의 취향을 흉내 내며 제 취향도 조금 쌓인 덕인지 두 번째 영화는 학교 영화제에 입선하는 작은 성과를 내었습니다. 장편 시나리오도 하나 썼는데, 섭식장애를 통해 중년 여성의 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좋아했던 감독들은 폴 토마스 앤더슨, 다르덴 형제, 김태용 감독 등이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제 두 번째 영화 스틸 사진입니다.
#Scene 3. 영화 촬영 현장, 새벽
모니터 앞에서 졸고 있는 민영의 얼굴 클로즈업. 갑자기 검은색 무전기가 민영의 머리를 툭 때린다. 
“졸면 어떡해. 정신 차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9)> : 사랑하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던 나를 위로해 준 영화
“앞으로 얼마 못 산다면 당신은 뭘 하고 싶어요?”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지만, 뭘 해? 아침에 출근했다 저녁에 당신 있는 집에 와야지.”
<파니 핑크> (1995)로 잘 알려진 독일 감독 도리스 되리의 2009년 영화. 내게는 삶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영화였다. 노부부를 연기한 두 배우의 연기도 좋고 부토춤도 아름답다.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봐야 하는 영화다.
아내 트루디(한넬로어 엘스너)는 의사에게서 남편 루디 (엘마 베퍼)가 얼마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비보를 전해 듣는다. 둘은 여행을 할 겸 타지에 사는 자식들을 방문한다. 이 여행길에서 죽음을 선고받았던 남편보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뜨는 일이 벌어진다. 남편 루디는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뜬 아내를 기억하기 위해 그녀가 평소 꿈꾸던 도쿄로 간다.

🎥민영의 이야기
연극영화과 졸업 후 첫 상업장편영화 스트립터를 하게 됩니다. 덤벙대고 기계치이며 저질 체력인 제게 3개월의 촬영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척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프리, 포스트 프로덕션 기간까지 합치면 작품 제작 기간이 대략 1년 반 정도였는데 임금은 700만 원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운 좋게도 공백 없이 두 번째 영화를 시작했습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적은 임금은 여전했고 다시는 안 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지막 촬영날 수고했다고 인사하고 포옹을 하고 나면, ‘이 맛에 영화하지!’ 라며 영화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제게는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영화가 고비였습니다. 영화 프리 기간에는 임금 없이 통신비와 교통비만 받고 출근을 하는데 세 번째 영화 프리 기간이 길어지자 첫 번째, 두 번째 영화를 하며 누적된 피로와 피폐한 마음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세 번째 영화가 접히자, 저는 유학을 결심합니다. 
#Scene 4. 민영 아파트 주방 식탁, 낮
암전에서 초조한 컴퓨터 자판 소리와 만화 따개비루 노랫소리가 어색하게 섞여 들린다. 화면이 밝아오면 덜덜덜 떨고 있는 민영의 슬리퍼 신은 발과 대롱대롱 매달린 아이의 작은 발이 보인다.

<자유의 언덕(2014)> : 논문이란 무엇인가를 깨닫는데 첫걸음이 되어준 영화
“시간은 우리 몸이나 이 탁자 같은 실체가 아닙니다. 우리 뇌가 과거, 현재, 미래란
시간의 틀을 만들어내는 거죠. 하지만 우리가 꼭 그런 틀을 통해 삶을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진화를 한 거라서, 어쩔 수도 없고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이것은 <시간>이라는 제목의 책을 항상 들고 다니던 모리가 시간에 대해 한 이야기다. 그에 따르면, 시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선형적이지 않다. 그리고 홍상수 감독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간들 역시 선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유의 언덕>에서는 여행 중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도 그 사람이 여행을 한 시간적 순서가 아닌 우연이 만들어 놓은 순서(떨어져 흩어져버린 편지의 순서)대로 이야기를 보여주며, <낮과 밤>(2009)에서는 여러 개의 시간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고 넌지시 이야기한다. 또, <북촌방향>(2011)에서는 시간적으로 이어지는 하루들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서로 상관없는 ‘첫날’ 같은 그런 하루들(언어주의자 김훈과 영화주의자 홍상수_정한석_씨네21 인용)을 묘사하기도 한다.    
모리는 한국에서 어학원 강사를 한 적이 있다. 거기서 만난 권을 사랑하게 되고 그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한다. 그 직후 모리는 일본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에 와 권을 찾는다. 하지만 권은 서울에 없다. 모리는 권을 기다리며 편지를 쓰고 예전에 다니던 어학원에 맡겨둔다. 마침 서울로 돌아온 권은 어학원에 들렀다 편지를 받게 되고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편지들을 떨어트리고 만다. 흩어진 편지들에는 날짜가 없었고 순서를 알 수 없는 이 편지들을, 권이 읽기 시작한다. 

🎥민영의 이야기
프랑스어를 정말 너무너무 못해서 대학원에서 원하는 어학 점수를 따기까지 2년 걸렸습니다. 그것도 최저점수 0.5점 넘어서 통과했어요. 대학원은 2년 과정이었는데 1년에 한 번씩 100 페이지 이상 논문을 써야 했지요. 첫 번째 논문은 프랑스어 부족으로 고통받다가 1년 안에 다 못쓰고 1년 연장했어요. <반복과 차이를 통한 홍상수 연구>였는데, 연구가 뭔지도 모르고 썼고, 순수예술에 가까운 학과인데 저널리즘에 가깝게 써서 혹평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논문은 첫아이 임신, 출산, 육아로 2년 만에 마무리했어요. <홍상수 영화 속 시간들>이라는 제목으로 홍상수 영화 속에 나타난 시간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좋은 성적으로 통과했고 박사 제의도 받았으나 주변 도움 없이 육아하며 공부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고, 기나긴 가난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논문 지도 교수님께서 책 번역을 의뢰해 주셔서 작업을 했지요. 하지만 이 일도 주변 도움 없이 어린이집에 일주일 세 번 가는 네 살 첫째와 둘째 임신 막달+출산+신생아 육아를 하며 했는데, 낮에는 육아, 밤에는 번역,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힘들기도 하고 남편 하고도 갈등이 깊어져서 아이들이 공교육 기관에 가기 전까지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프랑스 공교육은 3세부터 시작입니다.) 그래서 아이들 육아에 더 집중했지요.
#Scene 5. 가정의학과, 낮
다정해 보이는 여의사 바스트 쇼트.
“검사결과는 모두 정상이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입을 열다 후드득 눈물을 떨어트리는 민영 바스트 쇼트.

<툴리(2018)> : 혼자서는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아이만이 아니에요, 당신을 돌보러 왔어요.”
<주노>, <영 어덜트>에 이은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과 디아블로 코디 각본가의 세 번째 작품이다. 디아블로 코디는 <주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데, <툴리>에서도 그만의 색깔이 돋보이는 주옥같은 대사들과 반전, 그리고 실생활에 착 붙는 서사를 들려주며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은 <주노>로 아카데미상 최우수 감독상 후보, <인 디 에어>로 아카데미상 최우수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지명된 경력이 있다. 더불어 미드 <오피스>의 에피소드 2개를 연출한 적이 있다. (<오피스> 덕후인 저에게는 중요한 경력입니다)
신발 하나 제대로 못 찾는 첫째 딸, 남들과 조금 다른 둘째 아들, 갓 태어나서 밤낮없이 울어대는 막내, 그리고 자신에겐 아무 관심도 없이 매일 밤 게임에 빠져 사는 남편까지, 매일 같은 육아 전쟁에 지쳐가는 ‘마를로’(샤를리즈 테론). 몸이 스무 개라도 모자란 엄마 ‘마를로’를 위해 그녀의 오빠는 야간 보모 고용을 권유한다. 아이는 엄마가 돌봐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어 왔던 ‘마를로’는 고민 끝에 야간 보모 ‘툴리’(맥켄지 데이비스)를 부르게 된다. 홀로 삼 남매 육아를 도맡아 하면서 슈퍼 맘이 되어야만 했던 ‘마를로’ 곁에서 ‘툴리’는 마치 자신의 가족처럼 그녀와 아이들을 돌봐준다. 슈퍼 보모이자 때로는 인생 친구가 되어 주는 ‘툴리’로 인해 ‘마를로’의 삶은 조금씩 변화하게 되는데… (네이버 영화 소개 인용)

🎥민영의 이야기
육아에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완전히 일을 놓는 일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계속해서 공부에 미련이 생기고 영화를 통해 돈벌이도 하고 싶었어요. 연구나 강의, 혹은 영화비평에 관심이 있었는데 언어를 다루는 일이니 만큼 외국인인 제가 그런 일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상 프랑스어도 겨우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 보니 육아 때문에 나를 잃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게다가 끝없는 상호작용이 필요한 육아에 잘 어울리지 않는 개인적인 기질을 가진 제가 가족도 친구도 없이 제 기질을 거스르며 하다 보니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생겼습니다. 그 때는 그 좋아하던 영화에도 흥미가 없었어요. 그 어떤 것도 즐겁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툴리>는 당시 “아이만이 아니에요, 당신을 돌보러 왔어요.”라는 대사가 실린 광고를 보고, 엄마는 누가 돌봐주냐며 울부짖으며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한참지나 최근에 본 영화입니다. 
#Scene 6. 식당, 낮
맛있게 라멘을 먹는 민영의 정수리로 들리는 말.
“쌤! 나랑 같이 연구하나 해서 학회 가볼래요?”
라멘을 먹던 민영은 눈이 커져서 상대방을 본다. 카메라 서서히 민영 눈으로 줌인.
“나… 나요…? 나 나부랭이랑요?”

<타르(2023)> : 7년 만에 다시 영화를 말하다
토드 필드 감독.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편집장, 각본상, 6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감독이 오래전부터 이 캐릭터에 대해 생각해 왔지만 어떤 모습으로 그려야 할지 잘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 제작사 포커스 피처스로부터 지휘자와 클래식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했고 그렇게 타르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케이트 블란쳇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인물을 분석하기 이전에 무조건 인물에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고 한다. 당시 두 편의 영화 작업을 마쳐야 했는데, 촬영장에서 화상 통화를 통해 지휘를 배우고 현장에서 피아노 선생님을 고용해 바흐의 연주곡을 연습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타르가 글렌 굴드의 스타일을 흉내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무척 비슷하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를 그리는 이 영화는 많은 질문을 한다. 왜 여성인가. 타르는 선한가, 악한가. 감독은 이 영화가 권력에 관한 영화라고 했는데, 영화에서 권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등.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랜만에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가 생겼고 용기 내어 함께 이야기할 사람들을 찾았다.
🎥민영의 이야기
아이들이 커가면서 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2년간 글쓰기 모임을 공동 운영했고 그중 영화를 바탕으로 영감을 찾아 글 쓰는 연습을 해보았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책과 영화를 이야기하고 싶어 <타인의 취향>이라는 문화모임을 만들었고, 테스트로 영화 <타르>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았다. 본격적으로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로 한국 사람들과 1기 모임을 했고 프랑스 사람들과 같은 책으로 2기 독서모임을 했다. 3기는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를 했다. 
지금은 밥벌이 고민이 많은데, 이왕이면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래서 그림책 관련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문화모임을 운영하며, 학회 참여도 준비하고 있다. 책도 출판해보고 싶어 틈이 날 때마다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작게 하나씩 하다 보면 어디선가 연결고리를 만나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내 실제 능력과 하고 싶은 일에 필요한 능력 사이에서 고민이 많지만, 비집고 나오는 불안을 잠재우며 조금씩 행동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II   [방장님의 프랑스 방구석 통신] 세상을 바꿀 영웅을 키울지도 모를 일

세상은 요지경이다. 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나타나 가뭄, 폭염, 폭우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고 수많은 생물이 멸종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은 자연발생적인 멸종 비율보다 467배나 높은 속도로 생명들이 멸종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미세먼지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는 세상에 산다. 숨을 쉴 수 없는 공기 속에 산다는 것을, 우리가 어릴 적엔 상상해 본 적이 있던가. 마스크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유행시킨 패션 소품 아니었던가. 몇 년 전 코로나로 마스크 소동을 치르고 나서는 마스크는 일상 소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마스크 쓴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생경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 표정을 보며 그 사람이 보낸 하루를 상상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미세먼지 앱과 마스크가 일상 소품인 세상이라니. 그뿐인가. 뉴스를 보면 인간의 행동이었다고 믿고 싶지 않은 수많은 범죄 소식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집단 간의 혐오 현상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II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나의 선택, 나의 가족, 나의 아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나에게는 너무나 멀다. 그렇듯 진한 관계의 농도를 자랑하는  피붙이가 없어서다. 결혼을 하고 반 년쯤 뒤였던가. 여느 평범한 가정이라면 한바탕 서로 듣기 싫은 소리를 나누고 끝났을 일로 나와 새엄마의 사이는 아주 틀어지고 말았다. 관계 회복은 어려웠다. 새엄마는 우리가 서로 잘 맞지 않는다며 풀고 말고 할 의지가 없었고, 아빠는 그런 새엄마의 말을 그대로 내게 물어나르며 서로 피곤한데 이대로 살자고 하셨다. 지지고 볶고 다투었다가도 어쩔 수 없이 한 집에서 부대끼며 얼굴 보다 보면 싫어도 마음을 풀게 되는, 징글징글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아무리 미워도 결국은 가족이 제일이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는 그런 사람이 내게는 없었다.

  II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이어지는 사랑의 방식

아주 오랜만에 아이가 아팠다. 단순 감기가 아니라 열감기여서, 아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인데 스트레스가 한 겹 더해진 느낌이었다. 내 스트레스는 스트레스고 아이는 또 열이 나니 평소보다 유순하고 느리게 움직였다. 천천히 감았다 뜨는 눈을 찬찬히 응시하며 제발 아프지말아다오, 하고 아무에게나 아무렇지 않게 빌었다.

나는 잔병치레가 없었던 대신 한 번 앓았다 하면 일주일 동안 아프기가 일쑤였다고 했다. 엄마는 그 얘기를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웃었었는데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딸이 아팠던 얘기를 하면서 웃냐고 조금 속상했던 것도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안다. 엄마가 그 얘기를 웃으며 할 수 있기까지 그녀는 무수히 많은 신을 찾고 지독하리만치 기도하고 오랜 시간을 담금질하며 버텨온 것일 거다.

  II   [우간다 BTS 아미어미] 그러니까 ‘글’을 쓴다

지금의 첫째를 ‘에스와티니’에서 출산했다. 그 과정은 일생에 한 번이면 아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당시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의 환희는 그 어떤 어려움보다도 강렬했다. 하지만 너무 강해서였을까. 생각할 틈도 없이 찾아온 고생길은 그야말로 고난의 길이었다. 잠 못 자는 날들이 계속된 데다 먹이고 재우는 일이 이토록 고된 일일 줄은….

그런데 돌아보면 그건 애교에 불과했고, 아이의 호기심이 커가고,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면서는 그야말로 ‘나’는 없고 ‘아이 중심’의 삶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환희에 찼던 자식을 앞에 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은 물론이고, 천국에 가면 비로소 끝을 보려나 싶을 정도로 한숨의 깊이가 깊어지기도 했다.

  II   [핀란드 똔뚜 가족] 8박9일 네덜란드 여행기_겁도 없이 유모차 없이 유럽여행

똔뚜가족은 작년에 한국을 한번 다녀온 것 외에는 국외 여행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내가 혼자 일때는 겨울에 햇님을 영접하기 위해 따뜻한 남쪽 나라에 다녀오곤 했지만. 가족을 이룬 뒤에는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과 여행이 뭔지도 모르는 손 많이가는 사람을 이끌고 갈 자신이 없어서 항상 미뤄왔다. 하지만 올해는 더이상 참기가 힘들었다. 이유는 일단 작년 여름 날씨가 충분히 따뜻하지 않아 여름 시골집(묘끼)에 몇번 가지 못했고, 겨울이 일찍 오고 유독 올 겨울은 너무너무 추워서 지금 당장 어디든 얼지 않은 땅을 밟고 싶었다. 

  II   [엄마의 영화관]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 <세상을 바꾼 변호인> 리뷰

얼마 전 일하는 엄마들과 밥을 먹다가 육아와 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보면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엄마들이 사회생활을 한참 하던 때, 그러니까 불과 10년전만 해도 육아휴직이라는게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디 여자애가 서울로 학교를 가냐는’ 외할머니의 반대에 부딪혀 외할머니집에서 걸어서 10분거리의 대학교를 가야 했다. 불과 25년전이었는데 외할머니는 아들이 아닌 ‘가시나’를 대학에 보내는 것도 못마땅해 하셨다. 아주아주 보수적인 지역의 보수적인 어른이었지만, 엄마와 아빠가 강력히 주장해서 대학을 보낸 것이다. 

  II   [에스텔의 프라하 육아일기] #3 존중은 공간을 내어 주는 것

프라하의 집세는 월 360만원이다. 우리 집은 조용한 체코 마을에 있는 3층짜리 땅콩집인데, 국제학교와 가까운 마을이다 보니 집세가 꽤 비싼 편이다. 이 골목에 주택이 스무채 정도 있고 여기서 세 들어 사는 집은 우리포함 두 집이다. 이웃들은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던지라 보통 3대가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에 이렇게 월세가 높다는 것에 놀랐고, 관리비는 월세의 1/3 가격이라는 게 더 놀라웠고, 비싼 월세에 비해 낡고 오래된 집이라는 것에 세 번 놀라웠다. 집의 구조는 총 3층이나 지하에 창고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1층에는 작은 주방과 거실, 2층에는 침실 두 개 욕실 하나, 3층에는 탁 트인 방 하나와 욕실이 있다. 공간이 많이 보이지만, 좁고 높은 집이라 동선이 복잡하고 어린아이 둘을 키우기에는 적합한 집은 아니다. 게다가 이렇게 방이 많은데, 이미 놓여있는 가구들 때문에 내 책상 하나 놓을 자리도 없다. 

  II   [엄마를 위한 힐링 명화] 1. 너를 기다리며_라파엘로 산치오 <패랭이꽃을 든 성모>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인 라파엘로의 그림 <패랭이꽃을 든 성모>입니다. ‘순결의 성모’ 혹은 ‘분홍꽃을 든 성모’라고도 해요. 그가 그린 성가족 그림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움, 안정감이 느껴지곤 해요. 말 그대로 저 세상 풍경 같은 느낌이지요. 이 그림도 무척 우아하고 세련된 인상을 주네요.

성모 마리아의 유난히 꽃다운 뺨을 보니 소녀같이 여리하고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나요? 우리가 지나왔던 그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카리스마 넘치는 아기 예수의 저 눈빛만 아니라면, 또 성모 머리 위에 얇게 띠 띠운 후광이 아니라면 그저 길에서 마주칠 법한 여느 아리따운 처자 같아 보여요. 어떤 천상의 권위나 위엄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지요.

  II   [사부작사부작 손꼬마] 세탁소집 딸 (돌이켜보면 좋은 날도 많았다)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 안에는 작은 세탁소가 있었다. 주인아저씨 딸의 이름이 들어간 여림세탁소. 그 세탁소가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은 나중에 들어서 알게 된 것인지 그때 알게 된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 시절 아빠는 큰 자동차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엄마는 취미로 양장을 배우는 전업주부였다. IMF가 오기 전까지는. 1997년 어느 날, 아빠는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말했고 엄마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절망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는 매우 신이 났었다. ‘그럼, 낮에도 아빠랑 놀 수 있단 말이야?’ 내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 출근해서 잠든 후에 퇴근하는 아빠랑 일요일 말고 평일에도 놀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들떠있었던 기억이 난다. 

🐰[북토크] <질문이 될 시간> 임희정 작가님🐰
🐰[이달에] 3월 강민영 에디터의 <타인의 취향>🐰
🐰포포포 매거진 8호 궁금하면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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