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5일 농부친구를 소개합니다.
22년 3월 15일 / 웹진 3호
 외투가 가벼워진 3월이 되었고 겨울 패딩은 이제 옷장 한 쪽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약간 도톰한 베이지색 롱 가디건을 가장 많이 입고 다닙니다. '좀 춥다!' 이런 날은 코트도 꺼내입곤 하는데 3월 14일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날이 풀린 만큼 저도 농부님들을 만나 뵈러 다니고 있습니다. 농업기술센터 팀장님과 이미 인터뷰를 진행한 농부님에게도 새로운 농부 소개를 요청하고 있답니다. 섭외하고 만나 뵈면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신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농부님들을 만나러 가기 전, 만나 뵙고 대화 나누는 순간, 돌아와서 인터뷰를 정리하는 과정도 이제 흥미롭습니다. 
지난달 웹진 바로 이 자리에 쓴 글, 혹시 기억나시나요?
설 연휴를 보내고 길가에 올라온 초록 풀들을 보고 놀라서 찍은 사진과 글을 올렸습니다. 그 풀의 정체가 무언지 정말 궁금했는데 지난주 고구마 농가에 방문하고 알게 되었답니다. 바로 청보리!

고구마 농가뿐만 아니라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연작피해를 줄이고자 많은 농가에서 *녹비작물로 청보리를 사용합니다. 딱 보니까 그 때 봤던 풀이랑 비슷해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청보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찌나 반갑던지, 이와 같은 녹비 작물은 10월 초부터 심습니다. 이렇게 날이 따듯하면 청보리 싹이 푸르게 올라옵니다. 토양을 다시 갈아엎습니다. 이제 농부는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지금이 그 시기입니다. 본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사전 경작하는 과정이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초봄에 제일 먼저 고개를 내민 '청보리'를 만난다면 '올해 농사 잘 부탁한다!'고 응원의 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그 마음은 분명 땅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겁니다.
다른 녹비 작물도 직접 만나게 되면 소식 전하겠습니다. 


[용어 풀이]
*연작피해 같은 땅에 같은 작물을 해마다 심어서 가꾸게 되면 땅이 휴식하지 못하고, 영양분이 고갈되어 농작물을 제대로 자라지 않는 상태
*녹비작물 식물을 비료로 쓴다는 녹비(綠肥). 토양에 유기물과 영양분을 공급할 목적으로 재배하는 작물이며, 농가의 친환경 농업 실천 및 연작피해 방지를 위한 토양환경 개선과 지력 증진을 위해 사용함. 녹비로 이용되는 작물은 사용 목적에 따라 콩과(豆科), 볏과(禾本科), 기타 녹비작물로 나눌 수 있음. 예) 헤어리비치, 호밀, 청보리, 자운영, 수단글라스, 클로버류 등

Local editor. 박향주
월간[농부친구, 구독]
7가지 약속
1. 매달 15일 15시에 메일로 웹진 발송합니다. 한 달의 반이 되는 나른한 오후 3시, 농부 친구와 함께 당신을 찾아갑니다.
* 3월호부터는 15일 외에도 다양한 소식과 이야기를 더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발행 횟수가 점점 많아질 수록 우리의 식탁은 건강해 질 겁니다. 

2. 매달 농부 1명의 인터뷰를 오롯이 담습니다. 반복되는 단어와 문장 등 간단한 수정 이외의 동의 된 모든 대화를 최대한 그대로 기록합니다.
* 3월호부터는 한 호에 1명의 농부를 담아봅니다. (매달 1명 >> 한 호에 1명)
한 농부의 인터뷰가 여러 편으로 발행 될 경우 예)3-1, 2, 3호로 보내드립니다.

3. 그달에 어울리는 농산물을 담습니다. 제철 생산물 또는 달걀, 감자, 고구마, 양파 등 4계절 꾸준히 찾는 일상 식품 중 선택합니다.

4. 지속 가능한 식탁을 위해 씁니다. 생태계의 선순환을 생각하며 농사짓는 농부의 삶과 농사 이야기를 담습니다. 

5. 농장 체험, 온라인 마켓 등 건강하고 맛있는 온, 오프라인 먹거리 좌표를 안내합니다. 
* 농부의 직거래 마켓과 기존 농산물 유통 플랫폼을 공유합니다. 
* 제철 농산물로 한 번씩 특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진행 시 사전 구독자분들께는 사전 안내 문자 발송해드리겠습니다. 

6. 로컬에디터의 한 달 근황도 사진과 함께 [갤러리 투어]로 전해드립니다.

7. *지구농부와 *소셜슈머, *그린슈머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가치, 필요와 필요를 연결해드리는 기분 좋은 다리(Bridge)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 웹진의 맨 끝에 첨부 설명을 달았습니다.
📝목차 <기록의 흐름>
1. 월간[농부친구, 구독] 2호 발행 리뷰
2. [갤러리 투어] : 로컬에디터 근황
3. [농부 인터뷰] : 이맹호 농부 1편 '표고버섯 농사 진입기'
4. 월간[농부친구, 구독] 3호 알림장
5. 매듭 글 [자문자답] : 호흡하는 웹진을 만들자.
월간[농부친구, 구독] 2호 발행 리뷰

 22년 2월 15일에 받아보신 2호 웹진, 어떠셨나요? 
옆 나라 일본에 사는 친구, 나오(Nao)가 '헬로엘레팡(hello.elephant, ハローエレファン)' 빵차를 몰고 소도시와 시골을 돌아다니며 빵과 반찬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모습을 전해드렸습니다. 설문을 보니 '함께 여행 간 듯 읽었다', '해외 사례라 더 신선했다.', '한국 농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등의 의견을 남겨주셨습니다.

 본 웹진은 국내 다양한 지역에서 농사짓는 농부이야기를 오롯이 전해 드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외 농촌 소식을 접하게 되거나 사연이 들어오면 종종 전달 드리겠습니다. 농사와 농촌의 다양한 모습을 듣고 볼수록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더 즐겁게 읽히는 웹진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그리고 부단히 움직이는 오늘을 만들어가겠습니다.

 2월호는 제가 웹진 홍보를 위해 링크를 보내드렸던 분들 뿐만아니라 인스타를 통해 웹진 신청을 해주신 분들과 새로운 인연이 되었다는 겁니다. 정말 감사하고 기뻤답니다. 설문 후기도 응원 메시지 외에 '생산자의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의 필요도 제안해주셨습니다.

 웹진을 시작하기 전부터 무엇을 우선순위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컸습니다. 농부 인터뷰 웹진과 농산물 온라인 마켓. 둘은 연결되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둘러보니 농산물을 판매하는 좋은 마켓은 많은데, 여기에 '농부의 목소리가 오롯이 담긴 콘텐츠가 있으면 더 좋겠다.'는 바람으로 [농부친구, 구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농부인터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만들어 내길 스스로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 웹진 발행에 집중하되 올해는 '제철 특판'을 한 번씩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사전 공지를 통해 알려드리고 농부의 농산물과 함께 인사드리겠습니다. 

2호를 발행하고 웹진을 좀 더 가볍고 신나게 써보기로 했습니다. 아마 이 마음은 매달 커질 듯합니다. 잘 써야겠다는 긴장감보다 좋았던 만남의 순간 그 기분을 편하게 담아보겠습니다. 점점 말랑말랑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갤러리 투어] 로컬에디터의 근황
1. (내 이름)을 검색해 보신 적 있나요?
어느 날 저녁 지인이 제 이름이 들어간 간판을 스크랩해 보낸 걸 보고 웃었습니다. 이게 다 진짜 존재하는지 궁금해서 이름을 검색하다보니 재미있는 의미들을 발견했답니다.
국어사전에 명사로 1. 향주(鄕主): 군(君)의 정실(正室)에서 태어난 딸, 또는 대군(大君) 아들의 딸  2. 향주(響柱): 찰현 악기의 울림통에 세운, 음향을 전달하는 기둥  
 풀이가 마음에 들었는데. 제일 좋았던 건 네이버 지식백과 산업안전대사전에 나온 향주(向柱)입니다.
'집재작업을 효과적이고 더욱이 안전하게 실행하기 위해서, 집재기는 하역장의 상황이 운전석에서 정만, 또는 오른쪽 수평방향을 전망할 수 있는 위치에 드럼을 원주(元柱)에 정면으로 대하게 하는 것이 조건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 조건에 적합하게 하는 것인 이상적인 설치장소를 확보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이러한 경우에 집재기와 원주(元柱) 사이에 설치해서 위치관계의 미비를 보완시키는 것이 향주이다.'
 밑줄 친 부분이 좋았던 건 생각만으로도 정말 뿌듯한 포지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언가 선순환될 수 있게 연결하는 윤활류, 다리 역할을 할 때 엄청 기쁩니다. 보자마자 반가워서 저장해뒀답니다. 

여러분의 이름에는 어떤 멋진 의미가 숨어 있나요?
(어떤 뜻이 나오든 꿈보다 해몽! 아시죠?!) 
2. 나오(Nao)의 동네는 꽃이 만발하다는 소식입니다,
 2월호 주인공이었던 나오가 오늘(3월 14일) 일하면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바로 옆 나라인데 계절 차이가 느껴집니다. 우리나라도 3월 말 4월초가 되면 봄꽃이 팡팡 피어나겠죠? 엊그제 신문을 보니 당진지역 봄꽃은 3월 말 개나리 진달래를 시작으로 4월 중순 벚꽃이 만개한다고 합니다. 살면서 꽃 피는 시기를 처음으로 찾아봅니다. 요즘 제 삶을 둘러보니 처음 해보는 게 참 많습니다. 그래서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새롭기도 합니다.

구독자님은 어떤 새로움으로 이 봄을 맞이하고 계시는가요?
[농부 인터뷰] 3월 3-1호

@표고버섯 만나팜 이맹호 농부 1편
34년 공직생활 끝에 표고버섯 농사! '너는 내 운명'

*인터뷰 섭외 전화를 드렸을 때부터 유쾌함 호탕함 엄청난 추진력이 느껴졌던 이맹호 농부,
목표를 향해 맹렬히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젊은 날을 살아가는 제 삶에 큰 자극이 되었답니다.

본 인터뷰는 3월 7,9일(월,금) 양일에 표고버섯 농장 만나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이번 인터뷰는 2회 길게는 3회에 걸쳐서 발행 됩니다.
다음주 초에 또 방문 할 예정이거든요. 그 내용까지 보내드릴게요!
" 농부님 만나러 함께 들어가 볼까요? "
이맹호 농부 1편
[ 표고버섯 농사 진입기 ]
🙋‍♀️(박향주 에디터) 이맹호 농부님 안녕하세요. 선듯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편하게 그간의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이맹호 농부) 네 그럼요. 제 이야기를 하면 되나요. 버섯 이야기를 해야 하나요?

🙋‍♀️ 저는 둘 다 듣고 싶습니다. 먼저 농부님을 알고 싶고, 그리고 버섯의 이야기도 들려주시면 좋겠어요.  현재 표고버섯 농사를 짓고 계시지만 이 전까지 굉장히 다양한 이력을 갖고 계셨더라고요.
👨‍🌾 네 농사와 과거 이력을 보면 완전 극과 극이예요. 

🙋‍♀️ 기사를 찾아보고 깜짝 놀랐어요. 와 오늘 내가 이런 분을 만나러 가는구나! 이 마음으로 왔죠.
👨‍🌾  그게 더 효과 있어요.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결과를 내는 것 그게 흥미롭죠. 과거는 다 필요 없어요. 지금 뭘 하고 있느냐.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과거에 대단한 직업을 갖고 살던 사람도 지금 하고 있는 일 없이 무얼 해야 할지 모르고 그냥 놀고 있다면 소용없어요. 지금이 중요해요.

🙋‍♀️ 맞아요. 지금이 중요해요. 그래도 이 전까지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떤 계기로 농사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예, 제 고향은 여기 (충남 당진) 고대면 옥현리예요.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때 서울로 유학 갔었는데, 졸업하고 공무원을 오래 했어요. 34년 했죠. 4을로 들어가서, 옛날에는 5을 5갑, 4을 4갑 이렇게 올라가요. 4을로 들어가서 2급 이사관(현 기준 7급으로 들어가서 2급)까지 했어요.

🙋‍♀️ 4을로 들어가서 2급 이사관이 현재 공무원 급수로는 어떻게 되나요?
👨‍🌾 현재 기준으로는 7급으로 들어가서 2급이죠. 공무원으로서 한 번도 안 놓치고 승진하는 바람에 그렇게 공직을 오래 했어요.

🙋‍♀️ 정말 승승장구 올라가신 거네요!
👨‍🌾 사무관쯤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지금 이야기지만 농사를 미리 알았더라면 사무관까지 하고 이 일을 했을 거예요. 근데 진급이 계속됐으니까 고위직까지 하게 된 거죠. 그리고 KT 전무하고 교수하다가 노후는 편하게 골프리면서 살려고 했죠. 제가 골프 프롭니다. US티칭프로예요. 

🙋‍♀️ 정말요? 농부님께 골프 배워야 겠는데요!
👨‍🌾 이게 쉽게 되는 건 아니예요. 주변에 보통 은퇴하면 고향 내려가거나 경치 좋은 시골 가서 전원주택 짓고 골프 치면서 사는 게 꿈이에요. 저도 그런 소박한 생각으로 땅부터 사 놨어요. 말 그대로 전원주택 지어 놓고, 공치면서 슬슬 놀면서 살자. 그런 마음으로 내려왔죠.

🙋‍♀️ 그 때 사진 땅이 여기 고향 주변이신거죠?
👨‍🌾 네네, 그런 꿈을 갖고 내려왔는데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 왜요?
👨‍🌾 친구 집에 내려와 있었고 그땐 주말 부부였어요. 제가 교수 생활 할 때니까 주말에 쉴 때 나이키 운동화 신고 자전거 타고 흰 장갑 끼고 선글라스 쓰고 (농사 짓는) 친구네 갔단 말이에요. 갔는데 그 친구는 장화 신고 열심히 일하다가 내가 반가우니까 나왔을거 아니에요? 점심까지 같이 먹고 돌아오는데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 왜 '이게 아니다' 싶으셨어요?
👨‍🌾 친구가 일하는데 내가 결국 방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걸 느낀 것이 저의 전환점이에요. 인생의 전환점이 된거에요.

🙋‍♀️ 오.. 보통 그러려니 할 수 있잖아요.
👨‍🌾 보통은 그러려니 하죠.

🙋‍♀️ 개인은 개인의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요.
👨‍🌾 근데 그게 많이 걸렸고, 마음이 아팠어요. '친구가 농사짓는 일을 내가 방해했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열심히 일하는데 내가 갔기 때문에, (친구 입장에서는) 서너 시간을 뺏긴 거에요. 그렇게 만나서 영양가 있는 이야기도 안하고 옛날 이야기나 하고 말이지. 돌아가는데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그거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래서 '친구가 (농사) 일을 어떻게 하는가 파악해가지고 내가 좀 도와주자.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일을 하러 가야지. 놀아도 일하면서 놀아줘야지.' 그런 마음을 먹었어요. 우리 아내는 서울 토박인데 (농사)일 할 줄도 모르니까 '아내는 먹을 것을 준비해서 밥해주고, 나는 가서 농사일을 해주자' 한거죠. 이러기를 한 3년 했어요.

🙋‍♀️ 이 친구분이 고구마 농장 하시던 분인가요?
👨‍🌾 고구마도 하고 다른 것도 다 했어요. 3년 동안 같이 일 도우면서 결심을 했어요. 놀려면 서울 가고, 시골에서 살고 싶으면 내가 농사를 지어야겠다. 3년차쯤 그 마음을 확정했을 때 누가 고구마밭을 주더라고요. 두 줄 해보라고 줬는데, 그게 많아가지고 한 줄은 동네 사람 주고, 한 줄만 내가 해볼게 하고 농사를 했어요. 그 첫해에 4박스밖에 수확을 못 했어요. 10키로 짜리.

🙋‍♀️ 한 줄이면 얼마나 되는거예요?
👨‍🌾 꽤 돼요. 한 40m되려나? (친구에게) 왜 이렇게 크는게 시원찮냐 그랬더니, 한 30%는 늘 죽는데요. 그래서 죽는 이유가 뭐냐 그러니까. 원래 그 정도는 버린데요. 이런데서 농민들의 농사짓는 철학적인 자세가 좀 더 있으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어요.
👨‍🌾 죽는 이유를 바로 알았어요. 그냥 쭉 심어놓고 날이 무척 더웠어요. 그때가 5월 달인데, 햇볕이 막 쬐는데 고구마 밭에 까만 비닐을 씌우잖아요. 남쪽으로 기울은 놈은 벌써 타죽었어요. 뿌리 못 내리고, 만져보니까 차보닛처럼 뜨거워요. 그렇게 쭉 보니까 죽은게 한 30% 되는거예요.

"아 이거구나. 그러면 심어놓고 햇빛을 피해서 북쪽으로 덮을 때 순을 놓으면 그놈은 살 거란 말이에요. 남쪽으로 기울은 애들이 다 죽었단 말이에요. 뿌리내린 후면 괜찮은데 그전에 죽는단 말이에요. 그 원인을 알고서, 인터넷 검색을 막 해봤어요. 수평으로 심으라는 거예요. 근데 보통은 다 45도 각도로 (밭에) 찔러서 심는단 말이에요. 친구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거 다 해봤다는 거예요. 근데 이 큰 밭을 언제 다 그렇게 하냐고 하더라고요.

수평으로 다 놓기가 어려우면, 옆구리에서 찌르듯이 넣는 것도 수평 아니냐. 그럼 그걸 북쪽에서 남으로 찔러보자. 남에서 북으로도 찔러보고,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심듯이 위에서 아래로도 심어보고, 그런데 그 다음에 북쪽에서 찔러 심은 애들이 다 산거야. 많이 열리고, 남쪽에서 찌른건 다 타죽고, 세워서 찌른건 세웠다 뺄 때 고구마 순이 짤라져요. 바닥이 딱딱하니까. 근데 옆으로 넣은건 들어가기도 잘들어가고 순이 두개 세개에서 다 열리는 거에요. 그래서 17박스를 캤어요.


🙋‍♀️ 우와..! 4박스에서 17박스면 4배도 넘네요? 이게 뭐 엄청나네요.
👨‍🌾 3년 차에, "야 이게 할게 고구마밖에 없구나." 고구마를 심어놓고 가을에 한번 따면 되잖아요. 그럼 나도 고구마 심어보자 한거죠. 1만 평은 가져야 1억이에요. 그래도 1억은 벌어야 어떻게 먹고살잖아요. 인터넷 보면 평당 1만원으로 나와요 수익이. 그래서 1만 평을 구하려고 돌아다녀 봤는데, 그게 있어요? 있어도 뭐 고대면에 1천평, 정미면에 조금, 여기저기 다 산발적으로 되어있지.

🙋‍♀️ 그렇죠. 나눠져 있으면 농사 할 때 이동하기도 쉽지 않찮아요.
👨‍🌾 그죠 어렵죠. 한 군데 있어야 하는데, 가만 생각하니까 한 곳에 1만 평짜리가 어디 있어요. 부동산에서 농업기술센터 한번 찾아가 보라고 하더라고요. 거기는 혹시 대단지가 있을지 모른다고, 그래서 찾아갔죠.
 귀농센터 사무국장이 “고구마보다 좋은 게 많은데 왜 고구마 하시려고 하냐”고 "그럼 고구마보다 좋은게 뭡니까" 물어보니까. “지금 이야기하면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거 아니냐. 본인 사정에 맞게 땅이 많다 적다, 돈이 많다 적다, 자신의 경제적 수준에 맞게끔 업종을 선택해라. 그러려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해서 1년짜리 귀농교육을 받았죠. 1년간 1주일에 4시간이니까, 1주일에 하루 나가는 거예요. 그거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그날만큼은 교육을 받았지요. 그 과정에서 표고를 만난 거예요.

🙋‍♀️ 그게 언제쯤이에요?
👨‍🌾 여기서 4년째니까, 그땐 5년 전이죠.

🙋‍♀️ 2016년이네요.
👨‍🌾  그쯤 될 거예요. 그래서 농업기술센터 뒤에 임대가 나와서 가서 보니까. 표고농장 나온걸 보니까 깨끗하고 아주 나를 위해서 있는 것 같아요. 이거 내거다. 거기서 2년동안 했지요. 거기서 1년 하고서, 2년째 되던 해에 대박이 났어요.

🙋‍♀️ 그때 대박 나셨다는 기사 봤어요. 2018년도요.

👨‍🌾  맞아요. 그게 소문이 나니까. 성공사례 발표 제안이 왔어요. "성공사례라고 하면 남들이 웃는다. 이제 고작 농사지은지 2년 밖에 안되는데 무슨 성공 사례냐. 제목을 바꿔주면 하겠다." 그랬는데 해준대요. "대상이 누구냐." 귀농인들, 농협 조합원들, 임원들, 기관장 시장, 군수 다 오는 거예요. 한 400~500명 모인데요. 그렇다면 ‘귀농이야기’라고 해달라고 했죠.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게 된거죠. 색소폰도 들고요.

🙋‍♀️  오! 색소폰도 하세요?
👨‍🌾 색소폰도 테너 알토 다 있어요. 지금도 부르라면 부를 수 있어. 하하하. 근데 표고 농사짓다보니 불 시간은 많이 없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열심히 학원도 다녔죠. 
👨‍🌾 표고를 만나니까. 저는 딱 이거다! 싶으면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합니다. 가닥을 분명히 봐요. (표고로 확정하기 전) 나중에 표고랑 딸기로 압축이 되더라고요. 근데 딸기는 그날 바로 못 팔면 가공을 하거나 무슨 수단을 써야 해요. 가공을 하려면 또 식품 허가를 내고 공장도 지어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들죠. 근데 표고는 안 팔릴 리는 없지만 (다 가락동으로 올리니까). 가격이 낫죠. 표고버섯은 말려놓으면 그 가격에 받아요. 버릴게 하나도 없어요.

표고버섯이 크는 바탕을 *배지(사진에 보이는 팔뚝만 한 길이의 나무통 모양)라고 하는데 참나무 톱밥, 쌀 겨 중에 *미강(米糠: 쌀을 찧을 때 나오는 가장 고운 속겨), 옥수수대가루 등 영양가 덩어리예요. 그걸 말려서 주면 염소도 먹는대요. 땔감으로도 쓰고 소 외양간에도 쓰고 그리고 당도가 높답니다.
👨‍🌾 다 사용한 배지는 거름으로 뿌려줍니다. 이게 톱밥이니까 유기농 거름이 돼요. 그것까지 버릴게 아무것도 없어요. 내다 놓으면 다 가져가요. 표고버섯 못생긴 것(상한 것이 아닌 상품성 있게 팔릴 수 없는 버섯)은 다 잘라서 말려서 팔면 다 제값 받고요. 그래서 '표고다!' 생각하던 중에 원당동(농업기술센터 뒤편) 에 임대가 나온 거예요. 거기서 2년 할 때 성과가 좋았잖아요. 그래서 '이거 할만하네! 적극적으로 해볼 욕심이 생기는 거예요.

아내와 둘이 조그맣게 먹고살려고 했는데 거기(원당동)는 50평짜리 3동이에요. 여긴(현재 만나팜 표고버섯 농장 위치) 120평짜리가 6동이고요. 당진에서는 아마 여기가 제일 클 거예요. 관리동 3개, 저온 창고 하나 있고요. 저 끝에 관리동 하나 있고, 우리 이야기하는 이 동(저온창고, 작업실) 하나 있고 그래요. 그래서 이 자리로 하려는데 돈이 모자라잖아요. 공무원 퇴직해야 얼마 돼요. 그 돈으로도 모자라서 융자 받아야 하는데 1년 교육받으래요. 그럼 지원 더 해준다고요.

🙋‍♀️ 농업인 교육 말씀하시는 거죠?
👨‍🌾 네, 그거 받으면 확실히 1년 후에 지원 되느냐. 확실하진 않대요.

🙋‍♀️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내가 표고 농사 1년 지어서 꽤 벌 텐데, 1년 기다려서 융자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는데 기다릴 수는 없다.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융자를 받겠다. 그래서 농협 가서 농협 신용보증으로 이율도 좀 더 싸더라고요.

🙋‍♀️ 이율은 어느정도였나요?
👨‍🌾 한 2~3%대죠.
이걸 하는데 내가 일을 끌고 간다고 생각하면 피곤해요.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걸 해 놓으면 그 힘에 이끌려가게 되어 있어요. 하고 싶은걸 시작 해놓고 놀 수 없잖아요. 남이 좋은걸 시작 해놓은 걸 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어! 이거 해야 되겠다!' 해서 시작하고, '어! 매출이 늘었으니 더 해야겠다!' 하고, '동이 하나 더 늘었으니까 더 하자!'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끌림은 재미있어요. 안 할 수도 없고요.

표고버섯을 선택한 것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죠. 마누라가 고생도 같이 하고 있죠. 원래 이 정도면 가족끼리 못해요. 예전 원당동 (농장) 규모는 둘이서 하기 딱 맞는데, 여기는 서너 명은 일할 사람이 있어야 해야 해요. 지금은 일할 사람 구하기가 제일 힘들어요.


🙋‍♀️ 다 그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 여러 사람 가르쳐도 소용없어요. 일 똑 부러지게 할 사람 하나 찾기가 힘들죠. 그래도 지금 후회없이 즐겁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매달 매년 매출도 늘어나고 있고요. 명절 때 기록 경신 계속 깼어요.

🙋‍♀️  매달 매년요? 그 비결이 뭔가요?
👨‍🌾 비결? 이거 함부로 이야기 하면 안 되는데(웃으심). 그건..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제가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자화자찬일지도 몰라요. 전자공학을 하면 나노세크까지 계산하는 사람들인데 좀스럽다고, 좋게 말하면 상당히 세심하다고 표현할 수 있죠. 표고는 굉장히 세심한 사람이 필요해요. 아기 보듯이 봐야 해요. 생물이잖아요? 그럼 '냄새가 난다' 싶으면 문 열어주고, '기분좋지 않다' 그러면 온도조절하고 환기도  시켜주고, 아기 방 다루듯이 해야 해요.



🙋‍♀️ '아기방 다루듯이 세심하게' 버섯 농사의 핵심이네요. 버섯 농사 지으면서 시행착오도 있으셨을 텐데요.
👨‍🌾 그렇죠. 그동안 내가 실패한 적도 많으니까. 환기 시킨다고 하우스 열어두고 목욕탕 갔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진 적도 있었어요. 버섯을 보니 잘 컸어요. 버섯은 한 배지에 10~12개 정도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솎아내요. 버리는 게 더 많아요. '내일부터 따야겠다.' 이러고 하우스 문 열어두고 있었죠. 해도 좋고 바람도 좋았어요.

👨‍🌾 그렇게 날이 좋을 때 해를 보여주고 환기도 해주면 버섯이 탄탄해지고 빛깔도 나고 3일만 그 과정을 반복하면 터져요(사진 속 표고버섯처럼 표면이 꽃처럼 탁! 터진 모습). 이런 노하우가 있어요. 그렇게 하우스는 양옆, 천장까지 다 열어놓고 목욕탕을 갔어요. 가서 목욕하고 이발하고 염색도 하고 나왔더니 비가 쏟아지는 거에요. 그래서 언제부터 왔냐고 물어보니까 내가 들어간 순간부터 왔다는 거예요. 그러고 집에 왔더니 다시 날씨가 맑아요.


🙋‍♀️  와 세상에.. 어떻게 됐어요?
이맹호 농부의 표고버섯 생사는
3월 22일 화요일에 찾아옵니다.
👀
To be continued(다음 호에 계속)
월간[농부친구, 구독] 3호 알림장
1. '지구 농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구농부 자연에 해를 가하지 않는 농사를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농부를 말합니다. 친환경 유기농법,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 기존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계시지만 지구농부의 방향을 지향하고, 시도하고자 하는 농부님이신가요? 혹은 주변에 계시다면 추천해 주세요. 지구농부의 발견과 확산은 우리의 식탁을 더욱 건강하게 합니다. 
* 인터뷰 신청 및 추천 링크 3월 중 오픈

2. '선행 소비자' 이신가요?
#사회적소비자(소셜슈머Socialsumer) social(사회적)consumer(소비자)를 결합한 용어로 단순히 물건의 품질이나 가격을 보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생산한 기업이 제품에 담은 사회적 가치까지 판단하는 소비자.

#녹색소비자(그린슈머 greensumer) 자연을 상징하는 말인 ‘그린(green )’과 소비자라는 뜻을 가진 ‘컨슈머(consumer )’의 합성어로 친환경적인 제품,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의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


소비자의 유형을 찾으며 놀랐습니다. 다양한 소비자 유형이 새롭게 생겼고 생겨나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소비자인가 돌아보니 위에 #소셜슈머 #그린슈머에 해당되고 이런 기준으로 소비를 하고 있었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늘 해시태그 두 개 달기 번거롭기에 두 소비자 유형의 공통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한 문장으로 사회적, 환경적 선순환을 생각하고 구매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소비자, 어떤가요? 앞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일단, 말하기 쉽게 '선행 소비자'로 이 웹진에서는 칭해보려 합니다.


3. 무료구독 전환

1) 지구농부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2) 더 나아가 지구농부의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선행 소비자)이 늘어나고
3) 구독자분들에게는 알고 먹는 것에 대한 기쁨이 전달되면 참 좋겠습니다.

2호 부터는 무료구독으로 임시 전환하였습니다. 
구독자 500명이 될 때까지는 무료구독으로 발행 됩니다. 구독 방식은 웹진을 꾸준히 발행 할 수 있는 것에 기준을 두고 결정사항은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1월호를 받아보신 구독자 분들은 2월부터 자동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매월 자동이체를 해두신 분들은 중지해주시고, 정기구독 비용을 한번에 지불해주신 분들은 다시 유료로 전환되었을 때 자동 발송 됩니다. 

자문자답: 호흡하는 웹진을 만들자
2022년 3월 15일 3-1호를 매듭지으며,

 드라마는 왜 그 절묘한 타이밍에 끝내는 건지, 몰입의 상태에서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그 찰나에 꼭 재를 뿌리는지, 인간극장이 끝나는 시간 오전 8시 20~21분 사이에 비극적인 엔딩 음악을 왜 까지는지 알아버렸습니다. 다음 편도 이 이야기가 이어지니 꼭 함께 해달라는 절실함. '그 마음은 생각보다 고귀한 것이구나' 깨닫게 됩니다. 필력이 늘고 구성력이 좋아질수록 궁금증을 돋우는 To be continued(다음 호에 계속)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다음 편은 제3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긴장감 도는 이 삼각관계를 전달드리겠습니다.
이맹호 농부 2편 [배지 들어온 날] 은 3월 22일 화요일에 보내드립니다.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월간[농부친구, 구독]
어떠셨나요?

3호를 구독자 여러분, 함께 동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3월 22일에 함께 찾아올 '농부친구'도 함께해 주세요.

점점 더 풍요로움을 안겨 줄 수 있는 곳으로
오래 볼수록 더 사랑스러운 웹진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지속가능한 식탁을 위해 씁니다."
- 로컬에디터(Local Editer) -
가주스페이스
hj_va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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