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23🍟 그린 ODA? 좋아 빠르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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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3 - 2023년 4월 첫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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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풀어봤's UP/ 그린 ODA? 좋아 빠르게 가!
거기 어때?/ 소 잃고서라도 외양간을 고치면 좋을 텐데 (by 레아), 각자의 지옥 (by 개발새발)
국제개발협력 ON-AIR

그린 ODA? 좋아 빠르게 가!

by 핑키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 수준: 대한민국은 어디쯤에?

지난 3월 20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를 공개했어요. 해당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NDC’)의 이행 수준으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NDC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기후 재원(Climate finance)을 확대하며, 더욱 적극적인 정책의 수립과 이행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했죠.

국가별 기후 대응 이행 현황 (출처: Climate Action Tracker(이하 'CAT'))

CAT는 NDC, 정책과 실행, 기후 재원의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국의 기후대응 현황을 제공합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약속한 파리협정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는 국가(상단 이미지 초록색에 해당)는 찾을 수 없어요. 코스타리카, 에티오피아, 케냐, 영국 등은 (상단 이미지 노란색에 해당) 그나마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만, 탄소 배출량이 높은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의 노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에요.

한국의 기후 대응 이행 보고 (출처: CAT)

한국은 국제사회가 NDC 목표를 상향 조정하도록 여러 차례 권고할 정도로 기후 대응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가에요. CAT 연구에 의하면, 한국은 기후 대응 노력이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한 국가에 속해요. 보고서는 한국의 NDC 목표(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는 매우 저조하다고 분석하며, 특히 한국 국경 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일 것을 권고했어요.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파헤쳐보자

한국 정부는 2022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이후 올해 3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정부안)」(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과 목표를 담은 이 계획은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내용을 보완한 후 국무회의를 거쳐 발효될 예정이에요. 하지만 기본계획을 통해 효과적인 기후 대응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인데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내용 일부 (출처: 환경부 보도자료 바탕으로 제작)

예를 들어, 기본계획과 함께 발표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18년 대비 40% 감축) 달성을 위한 세부 이행방안’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위해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와 수단 등을 포함한 내용을 소개해요. 하지만 실상은 온실가스 감축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배제되어 있으며, 아직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술에 크게 의존하는 한계가 드러나요.

에너지 부문별 감축 방법 및 경제성 분석

막대가 길수록 기여도가 높고, 그래프 내 파란색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성이 높음. (출처: greenium)

구체적으로 에너지전환을 통한 탈탄소화에 있어 가격이 저렴하고 효과가 높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낮추고 핵발전(원자력) 비율을 대폭 높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NDC에서 설정한 달성 시기가 2030년이지만, 핵발전소는 10년 이상의 설립 기간이 필요해요. 지금 당장 짓는다 하더라도 2033년 이후에나 완공되는 핵발전소가 목표 기간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요. 원전은 저탄소 발전원이 아니라는 점과 1기를 세우는 데 최소 10조 원이 투입됨을 고려하면 경제성도 매우 낮아요. 일각에서는 소형 원자로(SMR)를 활용하여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하지만 적어도 2030년 이후 상용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공격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한국 상황에 적합하지 않아요.

돈 줄 테니 기후변화 부담 떠안으라고?!

기본계획의 또 다른 문제는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낮춰 제시한 점이에요. 산업은 발전 부문과 더불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큰 분야입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포스코(POSCO) 예시만 봐도 오염자부담의원칙, 기후정의의 관점, 탄소국경세 대응 등에 근거한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죠. 하지만 기본계획은 기후 대응 노력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5%까지만 감축할 수 있다"는 국내 산업계의 말을 들어주었어요.

기본계획 탄소중립･녹색성장 분야 국제협력 방안 (출처: 환경부 보도자료)

더 큰 문제는 산업계의 부담이 고스란히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기본계획이 재생에너지를 등지고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국제 감축분을 증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국내에서 줄이는 대신 개발도상국에 가서 줄이겠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파리협정 6조에 근거해 개발도상국에 나무를 심거나 재생에너지를 보급함으로써 온실가스 흡수량을 늘리고, 해당 성과를 국내로 옮겨 전환과 산업 부문의 소극적인 감축을 내용을 기본계획에 포함했어요. 이러한 전략으로 정부와 기업은 각각 국가 온실가스 감축분과 탄소배출권(CER)까지 획득(?)할 수 있죠.

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기후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조하며 꾸준히 그린 ODA 강화를 견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지난 정부 역시 ‘그린뉴딜 ODA’를 강조한 바 있으나,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같은 외교 전략 아래 그린 ODA를 적극 활용한다는 해석이 가능했죠. 그러나,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삭제한 현 정부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린 ODA’라는 수단만을 강조해 취지를 해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요. 과연 한국의 그린 ODA는 개발도상국의 수요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멀쩡할까?

소극적인 국내 온실감축 이행 의지를 상쇄하기 위해 그린 ODA를 활용하려는 현 정부의 전략은 국제개발협력 분야 에이전트화라는 문제를 낳을 수 있어요. 외교부는 국제개발협력을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와 경제·사회 개발을 지원하는 공공·민간 부문의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개발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협력’으로 정의해요. 그린 ODA의 관점으로 해석하면, 한국 정부의 기후 대응 ODA는 해당 국가의 기후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발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해요.

현재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트렌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와 함께 기후변화 적응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그러나, 현재 정부가 강조하는 그린 ODA 확대 방안은 공여국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공급자적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제개발협력 기후변화 흐름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워요.

주요 파트너국 대상 산림부문 탄소저감활동을 명시한 기본계획 (출처: 환경부 보도자료)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폭우에 보건소와 학교 가는 길이 모두 끊겨 건강과 교육 기회가 위태로운 기후 취약 계층이 사는 지역에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나무만을 심는다면요? 또, 현지의 수요와 상관없이 지역에 숲을 조성했다는 이유만으로 리우 마커에 기후변화 적응, 완화 활동으로 측정 및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로 소개되고, 해당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CER을 획득해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활용한다면요? 이를 진정한 기후변화개발협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해당 사례는 오히려 그린 ODA를 빙자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시나리오에요.

주요 파트너국 대상 산림부문 탄소저감활동을 명시한 기본계획 (출처: 환경부 보도자료)

정리하자면, 공급자 중심의 그린 ODA는 정부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에이전트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공공기관, 개발 NGO 등 국제개발협력 주체 역시 정부 의지, 기업의 거대 기부금과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당사자성을 잃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고요. 더 나아가, 현 정부가 ‘불충분한’ 기후 대응 노력을 덮는 데 급급해 일방적인 그린 ODA를 고집한다면 기후 식민주의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 대응 활동은 그저 ‘좋은 일'의 관점에서 벗어나, ‘필요한 일'로서 실행되고 있는지 책임을 느끼고 평가하는 자세를 요구해요. 국가 권력과 자본의 힘은 이 문제에 공감하는 이들이 흩어져서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죠.

세 줄 요약

#1.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기후 대응 노력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엔 매우 불충분해요.

#2.

한국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정부안)을 발표했지만, 그 내용에는 그린 ODA를 이용해 국내 온실가스 감축량 부담을 개발도상국으로 전가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해요.

#3.

현 정부의 그린 ODA가 국가와 기업의 탄소를 둘러싼 이권을 챙겨주는 에이전트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시와 견제를 위한 눈과 실력을 갖춰야 해요.

소 잃고서라도 외양간을 고치면 좋을 텐데

by 레아

“저 퇴사해요.”

또 동료가 떠난다. 요즘은 누가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동으로 축하한다는 말부터 나오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의 퇴사 소식에는 괜히 마음이 헛헛해진다.

역량과 열정을 가진 인재들이 국제개발협력 업계에 들어오고 싶어서 열심히 틈을 찾고 있지만 업계 종사자라면 알리라. 우리 업계를 찍먹(?)하고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어렵게 겨우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1년도 채 안 돼서 떠난다. 충분한 지식과 역량, 경험으로 열정을 다해 일하던 사람들이다. 게다가 이직이 아니라 아예 업계를 뜬다. 심지어 질려서, 너덜너덜한 몸과 마음으로.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왜 우리 업계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을 뽑아놓고 결국 떠나보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까? 아직 우리나라의 국제개발협력 시장은 공공자금에 크게 의존하고 품질보다는 단순 실적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기업과 조직이 인재에 들이는 추가적인 투자는 그만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업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으로 일할 주니어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보상으로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하기보다 최저임금으로 커리어를 시작할 사람을 찾고 만다. 그만두면, 또 뽑으면 된다. 슬프게도 이것이 우리 업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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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지옥

by 개발새발

현재까지 일본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 노기자카46(乃木坂46)의 1기 멤버였던 하시모토 나나미(橋本奈々未)는 방송에서 짓궂은 농담을 즐기고는 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천국은 어떤 곳이냐’는 한 초등학생의 질문에 ‘우리는 어떤 곳이 천국이고 어떤 곳이 지옥인지 모르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지옥일지도 모른다’고 대답한 것이다.

개발협력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으레 미덕처럼 여겨지는 자세는 그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 역시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이 나라의 많은 부분이 한국보다 편하기도 하고, 이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끝없는 사업 모니터링과 분기별 보고서와 수많은 영수증들이 향연을 이어가고, 때로는 어른의 사정으로 하여금 불합리한 결정에 속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이 땅을 천국이라 여기며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이 나라의 사람들도 과연 이곳을 천국이라고 생각할까? 오히려 그들에게는 이곳이 지옥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해결하고자 지금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하고 있던 게 아닌가? 나에게는 천국인 이곳이 그 나라 사람에게는 지옥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