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 젊은 서예가의 출현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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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24(금)

#48. 젊은 서예가의 출현을 바라며

안녕하세요.

이장훈입니다.

저는 인스타그램으로 전공과 관련된 여러 태그를 팔로잉해서 종종 정보를 얻곤 합니다. 일본미술, 에도회화, 남화 등 여러 키워드가 있는데 그중에는 ‘서도(書道)’도 있습니다. 서도는 서예의 일본식 표현입니다. 본래 동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서(書)’라고 통칭했습니다. ‘서예(書藝)’라는 단어는 일본에 넘어갔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찾아온 인물이자 당대 최고의 서예가였던 소전 손재형(1903-1981)이 중국의 서법(書法), 일본의 서도(書道)에 대응하여 만든 용어입니다.

이렇게 공부에 필요한 키워드를 태그해놓으면 우연하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더라구요. 그런데 서도(書道)와 관련하여 재밌는 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일본의 많은 젊은 사람들이 전업 서예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보다 한자를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일본이라고는 하지만 전통 서예를 즐기고, 또 이를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당장 제가 ‘지금부터 서예를 배운다고 한다면?’하고 떠올려보면 마땅히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하는지조차 알 수 없겠더라구요. 그만큼 서예와 관련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의미겠죠.

일본 서예가들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구경해보면 서예 아트페어도 상당히 많고 개인전도 활발하게 여는 등 작가로서 전업으로 활동하기 좋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예가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연세 많으신 분들의 취미 활동이라는 이미지부터 떠오릅니다. 그리고 서예 전시를 열었다고 하면 그들만의 소소한 행사 정도로 여겨집니다. 이 생각까지 미치니 상당히 아쉽고 우리나라가 현재 문화강국이다 어쩐다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대중적으로 부각되지 않았을 뿐 캘리그래피 작가들도 많고, 한글 서예라는 우리만의 장르도 존재하는 등 저력은 마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캘리그래피와 서예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일단은 다른 영역으로 분류되긴 합니다. 그래도 글씨를 예술적으로 쓴다는 점에서는 맥이 닿아있어 전체 서예 발전에 분명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겁니다.

문화라는 게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단기간 내에 예산을 쏟아붓는다 해서 형성되는 성질의 것이 아닌만큼 장기적인 계획과 인내심이 더 필요한 시기 같습니다. “이거 좋은 것이여. 그러니 좋아해봐. 좋은 거라니까?”라고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죠. 서서히 스며들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머지 않아 언제가는 추사체나 일중체(한글 서예의 일종)를 구사하여 높은 인기를 누리는 젊은 서예가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저도 서예 아님 캘리그래피 클래스라도 찾아 배우고 싶네요. 마음을 다스리는 데 글씨 쓰는 것만큼 좋은 건 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말 편히 쉬시구요.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

이하응, <석란도>, 1887, 호림박물관

왕족의 기품이 뭔지 알게 해주는 묵란화

이 작품은 흥선대원군으로 유명한 석파 이하응(1820-1898)의 묵란화입니다. 가운데 괴석을 중심으로 난을 배치해서 석란화로도 부릅니다. 이하응은 정치가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서화쪽으로도 묵란화의 당대 제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묵란화를 특별히 ‘석파란(石破蘭)’이라고도 하죠.

생각해보면 이하응은 아들인 고종이 왕위에 오르고나서 국정을 운영하고, 외척과의 정쟁 등으로 바빴을텐데 언제 이렇게 그림을 그렸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이하응이 묵란화를 그리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한창 몸을 엎드리던 젊은 시절에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하응은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의 외척 세력의 권세가 막강하던 시절 왕족의 일원으로서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똘똘해 보이는 왕족으로 찍히면 어떻게 정치탄압을 당할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건달인양 행동하고 세도가의 상갓집에 가서 일부러 술에 취해 행패부리다 쫓겨나는 등 못난 짓을 해서 외척들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별명도 그래서 ‘상갓집 개’였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이런 취급을 당하는 한편 뒤로는 몰래 차근차근 아들을 왕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어릴 때 이 내용을 처음 접하고 좀 멋있다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영웅의 서사처럼 느껴졌달까요? ㅎㅎ

암튼 이런 상황이다보니 속으로는 마음이 많이 문드러졌을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8년 동안 제주에 유배가있던 추사 김정희가 해배되어 상경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묵란화를 가르쳐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김정희는 이하응에게 묵란화 관련 화보와 함께 편지를 보내 묵란화 그리는 법에 대해 가르쳐줬습니다. 이후 이하응은 쉴 때면 묵란화에 매진했고 결국 도판에서 볼 수 있듯이 아주 세련된 기품을 머금은 자신만의 묵란화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묵란화를 그리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하응은 삼전법이라는 묵란화의 기본을 가지고 더욱 세련되게 그렸습니다. 삼전법은 세 번 회전시킨다는 의미입니다. 난 잎을 그릴 때 처음에는 붓을 꾸욱 누르며 긋다가 서서히 힘을 빼서 돌리고, 중간에 다시 누르고, 그리고 다시 힘을 빼서 가늘게 빼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난 잎의 입체감과 함께 굴절된 모습을 실감나게 그릴 수 있죠. 난 잎의 끝이 아주 갸냘프면서도 날카로움을 머금고 있어 마치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왕의 화려한 장식용 칼날로 보입니다.

어쩌면 이하응이 밖에서 ‘상갓집 개’로 멸시를 당하고 집에 돌아와서 와신상담하는 마음으로, 혹은 마음 속으로 칼을 갈듯 그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는 추사 김정희도 이런 그의 회화를 인정하여 "석파는 난 그림에 조예가 깊다. 앞으로 난을 그려 달라고 부탁할 요량이면 나를 찾아오지 말고 석파를 찾아가는 것이 옳다"고 밝힐 정도였습니다. 아주 높은 예술적 성취를 이룬 것이죠. 이후 이하응의 묵란화는 근대화단에도 전해져서 오랫동안 그 생명력을 유지했습니다. 정치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 할 만합니다.

수묵으로 전시실을 화사하게 만드는 작품은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기본값이 정적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작품은 전시를 준비할 때마다 수장고에서 꺼내와 벽에 거는 순간 주위가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아주 화려합니다. 사이즈도 큰 편이라 위용마저 느껴지죠. 언제 또 전시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호림박물관에서 이 작품이 나오면 꼭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가나 아트 40주년 개관 기념전

[News] 2월 4주

[이집트] 신라 고분센터 개관 앞, 피라미드 박물관서 영감 받다
“유적 관리는 수준 이하였지만 가까이 접하며 체험할 수 있게 한 접근성이 돋보였다”며 “고대인의 사후 세계관을 함축한 유물·유체 중심의 첨단 영상 콘텐츠를 전시장 진입 공간에 투사한 발상도 신라 고분의 역사와 축조 배경을 일러주는 방식으로 원용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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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미술관] BTS 리더도 먼저 갔다…'조선 병풍'에 2030 열광하는 까닭
젊은 관람객이 조선 병풍 전시에 몰리는 현상은 매우 특이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가연(대학원생)씨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전시는 특히 감각적인 조명과 디스플레이로 유명하다"며 "그런데 직접 와보니 작품 배치가 박물관과는 달리 정말 현대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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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 가나아트 40주년 개관 기념전
가나아트의 한국 근대미술 컬렉션은 개관부터 시작되어 지금에 이릅니다. 40년의 시간 동안 쌓아온 가나아트 컬렉션 가운데, 이번 전시에서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한국 미술, 작가 23인의 작품 40여점을 선보입니다. 뒷면에 나혜석의 친필 글 씨가 남아있는 작품 〈낙동강〉과 이인성의 1939년 작품 〈복숭아〉 등 대중에 오랜만에 공개되는 작품들을 포함하여, 한국 서양 화 태동의 증인 이제창의 유화 2점, 최영림의 은지화, 조각가 문신의 유화, 기하추상의 선구자 이준의 50년대 여성 누드, 뒷면 에 김향안 여사의 메모가 남아있는 김환기의 과슈 작품 등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전시되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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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미술가가 아닌 디자이너, 홍승혜
저는 작품이 지닌 형태가 작가의 성정을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저는 찌를 듯한 모양을 좋아하지 않아요. 완만하고 부드러운 걸 좋아하죠. 똑같은 대상을 그리더라도 사람의 성정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데, 우연이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서 선택하는 주체는 바로 자신이거든요. 그 바탕에는 본능과 직관이 자리하고요. 이는 어릴 적부터 경험해 온 것이 쌓인 결과물이에요. 그렇게 쌓여 온 배경 속에서 선택하는 것이고요. 선택조차 하나의 표현이에요. 우연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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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마다 제목 오락가락… 헷갈리는 ‘이건희 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는 ‘화물선’으로 공개됐고, 지난달 개막한 경남도립미술관 순회전에는 다시 ‘항구풍경’으로 명기돼 내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시가 열릴 때마다 관람객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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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신민서사 암송’으로 교과서 실린 사진, 실제로는 ‘황국체조’ 장면
최규진은 레지스 드브레의 “이미지는 글보다 전염성이 강하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매신 사진순보에 실린 이미지 하나하나는 전쟁 프로파간다의 방향과 목표를 잘 보여준다. 또한 그 이미지들을 ‘두텁게’ 바라보면, 그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총후 신민’의 일상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해석할 수 있다. 생생한 것으로 따지자면 정말이지 문자보다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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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술계 커리어 자료집 오픈

지난 15년 동안 미술사 대학원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큐레이터로서, 미술사 연구자로서 많은 일을 경험했습니다. 작년에 독립하면서 한 번은 정리하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직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부터 미술계 커리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지 등 여러가지 경험과 정보를 담았습니다.

PDF 전자책으로 낼지, 일반 종이책으로 출판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이 책은 시의성이 중요한 책이기에 수명이 긴 종이책은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무엇보다 종이책 첫 출간은 따로 준비 중인 원고로 하고 싶었거든요. ㅎㅎ

원고를 다 쓰고 홀가분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셔서 많이 놀랐고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얼리버드 기간을 두어 판매하고 응원해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 인사로 대폭 할인과 함께 이 기간동안 구매하신 분들에게는 e메일로 개인 커리어 상담을 해 드리려고 합니다. 다음 주 화요일(2/28)까지입니다.

민망하지만 이 책의 장점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미술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고민의 시간을 최소 몇 년은 줄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개인 상황에 따라 고민되는 부분은 생길텐데 이는 메일 상담을 적극 활용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

*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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