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Vol.70 (2021, March Issue) 요조ㅡ뮤지션 <떡볶이의 인기척>
©DNAS
지나간 그날을 돌아보는 마음

소중한 독자분들과의 또 다른 만남, 첫 번째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편집장의 편지로 시작했어요. 모두 잘 받아 보셨나요? 어라운드 뉴스레터 팀은 독자분들과 함께 나눠갈 흥미로운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 총 세 가지 소식을 들고 2주에 한 번, 매주 목요일 오전 8시에 인사드릴 예정인데요. 이번 주 뉴스레터는 ‘A Piece Of AROUND’라는 제목으로 오늘 보아도 좋을 지난 어라운드의 기사를 다시 살펴보려 해요. 그때 여러분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나요? 당시 우리를 즐겁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과거의 어라운드가 기록했던 기사를 읽어보며 우리 함께 지나간 시절을 곱씹어보아요.

03.31. A Piece Of AROUND — 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AROUND Vol.70 예술가의 방 Artist's Room

(2021, March Issue)

<떡볶이의 인기척> 작가 · 뮤지션요조

 

4.14. Another Story Here 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04.28. What We Like 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Hae Ran
떡볶이의 인기척
작가 · 뮤지션 요조

《AROUND》 82호 ‘오늘의 작업실 My Own Space’을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지난 70호 ‘예술가의 방 Artist’s Room’이 떠올랐어요. 82호에서는 작업의 범위를 넓게 두고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는 곳들을 살폈고, 70호에서는 누군가 골똘히 작업하고 있는 공간에 초점을 맞추어 구석구석 둘러보았지요. 70호에서 만난 뮤지션이자 작가 ‘요조’의 공간을 기억하시나요? 다름 아닌 노원구에 있는 “원조떡볶이전문점 영스넥”이었는데요. 《아무튼, 떡볶이》에서 밝힌 요조의 20년 된 단골 떡볶이집,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눈 <떡볶이의 인기척> 기사를 다시금 건네드리려고 해요. “영스넥은 저를 설명할 수 있는 떡볶이집이에요. 오랫동안 가장 자주 드나든 떡볶이집이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신세를 아주 많이 진 공간이죠.” 이렇게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예술가의 방’에 다름 없겠죠. 지금부터 1년 전 발행된 2020년 3월의 기록으로 건너가 볼까요?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

나는 ‘영스넥’을 단순히 내가 제일 오랫동안 다닌 맛있는 떡볶이집쯤으로만 언급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대략 이십 년의 시간이면 내 인생의 반이다. 지금까지 살며 섭취한 나의 끼니들이 나를 이루는 지분이 될 수 있다면 아마도 ‘영스넥’의 떡볶이는 첫 번째 엄마의 밥, 두 번째 내가 차려 먹은 밥에 이어 세 번째 영역을 차지할 것이다.

– 요조, <영스넥이라는 떡볶이의 맛의 신비>,
《아무튼, 떡볶이》, 107-108쪽.


여기가 바로 영스넥! 공간 소개부터 해보면 좋을 같아요.

여기는 노원구의 낡은 상가에 있는 떡볶이집이에요. 제가 20 가까이 다니고 있는 곳이죠. 저에겐 아주 중요한 공간이라고 있는데요. 옛말 중에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를 보면 사람을 설명할 있다.” 말도 있는데, 저는 말을 믿는 편이거든요. 영스넥은 저를 설명할 있는 떡볶이집이에요. 오랫동안 가장 자주 드나든 떡볶이집이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신세를 아주 많이 공간이죠. 《아무튼, 떡볶이》에서 챕터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곳이고, 책엔 영스넥 사장님과의 인터뷰도 실려 있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서 이렇게 인터뷰하는 너무 뜻깊어요.


사장님 요즘 우리 집에는 교복 입고 오던 학생들이 결혼해갖고 가족하고 와요. 지금 삼십대, 사십대 됐지. (중략) 인제 포장도 해줘요. 왜 그렇게 됐냐하면, 남자 손님들이 와가지고 우리 아내가 임신을 해서 입덧을 하는데 여기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그런다는 거야. 그래서 퇴근길에 집에 가면서 사다 주려고 남편들이 그렇게 가게에 왔어요. 오랫동안 포장 없이 가게를 해왔는데, 이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이제 포장도 해주고 있어요.

– <영스넥이라는 떡볶이의 맛의 신비>, 118-121쪽


20년은 정말 시간이잖아요. 주로 어떨 오곤 했어요?

시도 때도 없이요. 친구랑도 오고, 매니저랑도 오고, 혼자서도 자주 왔어요. 시간이 나면 수시로 왔고, 부근에 스케줄이 있으면 바빠도 시간 내서 무조건 왔어요. 가끔은 집에서 포장해온 떡볶이랑 맥주를 같이 먹고 싶기도 하고, 집에서 편히 영화 보면서 먹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지금은 포장도 있지만 시간 포장이 되는 곳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와서 먹어야만 했는데요. 생각나면 혼자 와서 모듬볶이 1인분 먹고 가고그런 적이 아주 많아요.


사장님과의 인터뷰까지 책에 실은 보면 각별한 사이인가 봐요. 

이렇게 오래 다녔어도 사장님이 저를 모른 시간이 훨씬 길어요. 예전에는 조용히 와서 조용히 먹고 조용히 가곤 했거든요. 나중에 데뷔하고 나서야 다른 손님들 덕분에 사장님이 저를 알게 되셨어요. 근데 사장님이 눈이 좋으셔서 지금도 번에 알아보세요. 사인을 번이나 하고, 쓴다고 인터뷰도 했는데도요(웃음). “ 요조예요….” 하면 그제야 반겨 주곤 하시는데, 머리가 짧았다가 길었다가 색깔도 자주 바뀌고 그러니까 번에 알아보기 힘드신 같아요(웃음). 《아무튼, 떡볶이》가 나오고 나서는 인사만 하러 들르는 일도 많아졌어요. 올해도 새해 인사하러 들러서 선물만 드리고 갔고요. 사장님과 손님 이상의 관계가 같아서 저는 너무 좋아요. 정말.

그러나 나는 옛날 ‘미미네 떡볶이’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을 이제 영원히 먹을 수 없다. ‘분위기’ 말이다. 홀로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홀로 책방에서 시집을 고를 때, 혹은 홀로 술집에서 생맥주 혹은 싱글몰트 따위를 홀짝일 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분위기’ 하나를 같이 먹는다. 

– <떡정, 미미네>, 14쪽.


누구랑 먹느냐, 어디서 먹느냐, 어떤 상황에서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음식 같아요. 책에서 언급한 ‘분위기’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위기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책에서 언급한 미미네 떡볶이가 가장 그래요. 지금은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체인점이 됐지만 옛날 그 맛이나 분위기는 이제 없어졌거든요. 혼자 먹을 수 있는 바 자리가 따로 마련돼 있었는데, 거기 앉아서 떡볶이랑 튀김이랑 맥주 한 잔을 홀짝이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맥주도 되게 맛있었거든요. 직원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분주하게 일하는 걸 보고 있으면 기분도 좋아졌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약간 감동 같은 걸 느끼면서 제 일을 하러 나가곤 했는데… 그 순간이 그리워요. 지금 미미네에선 그런 분위기를 먹을 수 없으니까, 아 너무너무 그립네요.


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오래오래 살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62쪽.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 같아요. 운영하고 있는 책방 무사에 옛 간판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만 봐도 그렇고요.

맞아요. 북촌에 있을 땐 ‘진 미용실’이라는 간판이, 지금은 ‘한아름 상회’라는 간판이 그대로 살아 있어요. 제가 유난히 오래되고 시간이 쌓인 것들을 좋아해요. 사라진 가게라고 하니까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예전에 종로구 묘동에 단성사라는 단관 극장이 있었는데, 너무너무 근사한 건물이었거든요. 묘동에서 그 건물을 보는 걸 좋아했죠. 근데 어느 순간 그 자리에 높은 빌딩이 들어서더라고요. 단성사는 그 안에 멀티플렉스처럼 들어가게 됐고요. 어느 날 엄마랑 그 앞을 지나가면서 저거 보라고, 단성사 건물이 얼마나 오래되고 근사했는데 그걸 허물고 저렇게 흉물스러운 빌딩을 세워놓은 거냐며 뭐라고 했더니 엄마가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넌 단성사에서 몇 번이나 영화를 봤는데?” 할 말이 없었어요. 그 말이 가슴에 확 박히더라고요.


어떤 의미에서 가슴에 박혔어요?

누군가한테 들은 얘긴데, 유럽에서는 서울의 이런 빠른 호흡을 재미있어하는 사람들도 있대요. 프랑스 같은 덴 20년 동안 변한 게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오래된 가게도 많고, 거의 보존의 나라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서울은 말 그대로 다이내믹한 도시인 거예요. 모든 게 빠르고, 현란하고, 자주 바뀌고, 텐션도 높고. 없어지지 않고 계속 존재하는 게 좋은 저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바뀌고 변화하는 세상이 좋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다만, 저는 세월의 때를 오래도록, 멋지게 묻혀가며 존재하는 것들이 거기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단성사에서 영화를 본 건… 기억하기론 두 번 정도밖에 안 되는데요. 열심히 영화를 봤다면 단성사는 좀더 오래 그대로 있었을지도 몰라요. 엄마 말을 듣고, 나의 ‘좋아함’에 실천으로 책임지면 좋았을 텐데 도움은 주지 않으면서 “저거 좋아, 예뻐!”만 하는 사람이었단 걸 깨달은 거죠. 그 이후 좋아하는 마음에 좀더 실천적인 행동을 하면서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그러다 보니 제 책방도 그런 식으로 운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오래된 간판을 남겨두면서요.


이번 주제가예술가의 이잖아요.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드리면 어떨까 해요. “요조의 뮤즈 주성치와 함께 떡볶이를 먹는다면?”

(비명). 진짜진짜 정신없이 먹을 같아요. 아니, 먹을 같아요. 얼굴 보느라 먹을 수가 없겠죠. 코로 들어가도 모를걸요? 주성치는 떡볶이도 엄청 멋있게 드시겠죠? 그래도 오늘 주성치 근황 사진을 보고 왔거든요. 여전히멋있더라고요.

지나 인터뷰의 조각을 모으면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오래된 영스넥의 모습, 떡볶이의 감칠맛, 그날의 날씨까지 전부 살아났거든요. 20년을 넘게 봐온 사장님에게 해사한 웃음을 보내던 요조와 그런 요조에게 팔을 두르며 포옹하던 사장님의 정다운 모습을 어찌 잊을까요. “사진 찍을 알았다면 입고 올걸!” 하시며 디스코 추듯 검지 손가락을 펼치던 사장님의 포즈가 지금도 선연하네요. 오늘 점심엔 떡볶이 어떠신가요? 노원구에 계신다면영스넥 좋고요! 


영스넥
A. 서울 노원구 상계로 51
O. 월-금요일・일요일 11:00-20:00, 토요일 휴무


📖

Come Here

이번 기사의 부록 페이지에는 영스넥 안에서 벌어진 다정하고도 시시콜콜한 에피소드가 기록되었어요.

아래 링크를 통해 인터뷰 속, 가려진 그날의 이야기를 돌아볼까요?

당신을 구원했던 문장이 있나요?


어라운드는 매호 여러분들의 일상에 영감으로 남을 문장을 기록하고 있어요. 반복되는 일상을 가만히 지나다 보면 문득 외로워지는 순간이 찾아오곤 하는데요. 그럴 때 뜻밖의 위로가 되는 건 다름 아닌, 책 속에 적힌 짧은 문장이 되기도 하죠. 어라운드는 바로 그런 순간을 위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남겨 가고 있어요. 어라운드에 실렸던 문장 중, 여러분들의 마음을 울렸던 글귀를 소개해 주세요. 함께 잊지 않고 읽어보며 누군가에게 또 다른 힘이 될, 오늘의 기록을 남겨 주세요.

Waiting For A Letter

오늘은 일 년 전, AROUND 3월 호에 담겼던 ‘작가 · 뮤지션 요조’의 인터뷰 기사를 살펴보았어요. 한 해가 바뀐 지금, 여러분들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그때의 기사를 읽어보며 우리에게 생겨난 크고 작은 변화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라요. 어라운드 다음 뉴스레터‘Another Story Here’라는 이름으로 책 뒤에 가려졌던 또 다른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소개할 거예요. 여러분들의 하루에 도움이 될, 유용한 이야기를 준비해 돌아올게요. 다가오는 한 주 마무리 잘하시고요. 다다음 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안녕!


오늘의 작업실’을 이야기한 어라운드 82호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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