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선샤인의 휴무일이었던 어제, 저는 종일 잠을 잤습니다. 전날 새벽에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어 평소보다 훨씬 늦게 잠들기는 했지만, 그렇게 긴 시간을 일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눈이 무척 무겁고 몸을 일으키기가 어려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운 채로 보냈습니다.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니었어요. 침대에 누워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렇게 기력이 없고 자꾸 졸린 걸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몸이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고, 조금만 쉬게 해달라고 말하는 거 아닐까?' 알아채게 된 건 오늘 아침의 일이었습니다. 가슴이 조금 답답해서 숨을 깊이 쉬며 잠에서 깨어나야 했거든요. 노트북 앞으로 출근할 준비를 하다 며칠 전 나눈 대화를 떠올렸어요. 회사 일에, 팀으로 하는 일에, 개인 작업까지 병행하고 있는 저에게 얼마 전 만난 분이 "효진 님,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살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던졌거든요. 머릿속으로 몇 가지 답변을 떠올렸다가 "그러게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요?"라고 답하며 웃고 말았습니다.

저는 보통 불안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이어간다고 설명하고는 해요. 열심히 일하고 그것을 바깥에 잘 보여주지 않으면 스스로 투명 인간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 특히 프리랜서로 일할 때 - 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하니까요. 다른 한편으로, 한 개인은 다양한 자아로 구성되어 있고, 그 모든 자아를 하나의 직업이나 조직에서 모두 발휘할 수는 없으니 새로운 일을 자꾸만 벌이게 되는 것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저는 한동안 여러 가지 일을 착착 잘 굴리는 것으로 저의 유능함을 확인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일이 많은데도 나는 언제나 보통 이상으로 해내고 있지!'라는 자신감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여러 가지 일을 굴리고 있는 상황 자체에 지치기 시작했어요. 일하는 속도는 느려졌고, 투두리스트 속 몇 가지 업무는 계속해서 뒤로 밀렸죠. 마감에 조금 더 말미를 줄 것을 부탁하는 말도 예전보다 자주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도 제가 번아웃 상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싫었습니다. 정말로 일은커녕 꼼짝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야만 번아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나만 이렇게 일하는 것도 아닌데,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어쨌거나 일을 해나갈 수 있다면 아직 번아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다가오는 일들을 잘 쳐내다 보면 다시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렇게 생각하며 일하는 건 저뿐만이 아닐 거예요. 지금 20대와 30대는 모두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번아웃이 아닌 사람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로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다른 사람보다는 아직 부족하다고 반성하거나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는 트위터에서 번아웃과 관련해 무척 공감 가는 글을 봤습니다. [문명특급]을 만들고 있는 재재 님(이은재 PD)의 '팀원들 모두가 번아웃 상태다. 사실 내 또래는 모두 번아웃 상태인 것 같다. 다들 너무 힘든데 그냥 버티고 있는 중인 것 같다'라는 말이었어요. 

이 말을 보며, '힘들지만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가 아니라 언제든 '힘드니까 나는 못 해요'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내가 소진되는 것에 둔감하거나 엄격한 사람은 내 옆의 사람들이 소진되는 것에도 둔감하거나 엄격할 수밖에 없다는 걸, 그러다 보면 일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좁디좁은 시야와 뾰족한 마음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하면서요. 

얼마 전, 빌라선샤인 뉴먼들과 함께 한 자기 자신에게 편지쓰기 모임에서 저는 저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제는 몸과 정신을 좀 아껴도 되지 않을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감동할 기회를 자신에게 더 많이 줘야 하지 않을까. (중략) 내년에는 유능하려고 애쓰기보다 더 넓게 세상을, 더 깊이 인간을 이해하고 그런 글을 부지런히 쓰는 한 해를 보내보자. 일의 줄이고 나와의 시간을 갖자.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안부를 묻고 선물을 하자. 쓰레기를 줄이고 고기를 적게 먹자." 

내년에는 꼭, 저 자신과 한 약속을 꼭 지켜보려고 해요.



여러분은 지칠 때 어떻게 쉬어가는지 궁금한,
황효진 드림
가사가 좋은 노래들

저는 지쳤을 때 가사가 좋은 노래들을 들으며 아름다운 단어나 표현들을 메모장에 저장해두고는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애플 뮤직에 'Words collector'라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도 만들었어요. 이 리스트에 있는 세 곡의 가사 중 제가 좋아하는 구절들을 소개합니다. 
Raindrops on roses and whiskers on kittens / Bright copper kettles and warm woolen mittens / Brown paper packages tied up with strings / These are a few of my favorite things

나는 네가 쉬지 않는 공휴일 / 오늘 아침 떨어트린 머리카락 / 너의 창문에 말라붙은 빗방울 물 자국 / 기억하지 않는 어젯밤의

너에게 진주가 되고싶어 네 주머니 속에 사는 인어가 / 핑크색 낙하산이 돼줄 거야 네가 구름 위를 걷고 싶어질 때 / 너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아름다워보여 어떤 일이 닥쳐도 해낼 수 있어 / 너와 함께 있으면 꿈이 우산처럼 쓰여져 우산 반짝이는 꿈의
지금 신청 가능한 프로그램
오늘(10월 20일 화요일) 저녁 9시, 빌라선샤인 시즌 6 프로그램의 1차 신청 페이지가 오픈됩니다. 경력기술서 제대로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부터 코로나19 시대에 '자기만의 방'의 의미를 새롭게 고민해보는 프로그램, 카카오페이지 '멋있으면 다 언니' 기획자를 만나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시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빌라선샤인 시즌 6 통합 멤버십에 가입한 분들과 콘텐츠 멤버십에 가입한 분들, 그리고 멤버가 아닌 분들이 신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종류 및 참가비, 신청 방법이 다르니 상황에 맞는 링크를 클릭한 후 세부 내용을 확인해주세요. 곧 빌라선샤인에서 만나요!
빌라선샤인 홈페이지 로그인 후 'For Newomen' 카테고리를 클릭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빌라선샤인 홈페이지 로그인 후 'For Newomen' 카테고리를 클릭, '콘텐츠 뉴먼 신청페이지'를 선택하여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빌라선샤인 홈페이지 접속 후 'Program' 카테고리를 클릭, '[시즌 6] 외부 오픈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신청 시 홈페이지 회원가입 및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지난 디어뉴먼, 혹시 놓치셨다면?

"종종 '그러니까 결혼하면 되잖아!'라는 말이 돌아오지만, 또 묻게 되는 거죠. 이 문제들을 언제까지 가족이라는 단위가 해결해야 할까? 단기 간병인 서비스만 해도, 1인 가구만큼이나 맞벌이 부부들이나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많이 사용한다고 해요. 우리 삶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병간호를 위해 떼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가족이 만들어지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그게 근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는 것이죠.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막막하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이진 않아요. 제겐 이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친구들이 있고, 일터 밖 동료들인 뉴먼들이 있으니까요.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 40대가 되면 주거의 형태를 어떻게 지금과 다르게 해볼까 이야기하는 순간이, 1인 가구를 위한 식단팁을 빌라선샤인 커뮤니티에서 얻는 순간이, 그리고 신혼부부에게만 혜택을 주는 주택 제도에 함께 화내면서 대안을 찾아보는 '선샤인 오피스아워'가 제게는 막막함을 기대로 바꾸게 되는 기회입니다." (홍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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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디어뉴먼을 만든 사람


기획&책임 편집. 황효진
헤더 디자인. 신선아



빌라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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